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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보는 밤] 별 처방하는 한의사 이상곤 별을 보고 병病을 고친다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환자에게 처방을 내린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옛사람들은 별의 움직임으로 시간을 측정했고 농사를 지었으며 건강을 챙겼다. 계절에 따라 우리 몸의 질서가 변한다는 말은 곧 우주와 우리 몸이 동일하다는 말과도 같을 것. 하늘을 보고 병을 진단하던 선조들의 지혜를 한의사 이상곤 씨에게 들었다.



별과 달이 뜨고 지는 모습을 보고 환자에게 처방을 내린다는 이야기는 이미 동양의학의 대표 철학서로 2천 년 전에 기술된 <황제내경>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황제내경>은 한의학뿐 아니라 천문학, 역학, 윤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담은 책으로 원전은 황제와 신하들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그중 ‘팔정신명론八正神明論’에는 우주 원리에 따른 침술법을 설명했다. ‘달이 가득 차기 시작하면, 기혈이 점차 활발해져 위기衛氣(신체를 호위하는 기)의 운행도 활발하게 된다.

만월이 되면 기혈이 충실해지고 기육이 단단해진다. 달이 기울면, 기육이 감퇴되고 경락 내 기혈이 약해지며 위기가 떠나 몸이 무방비 상태가 된다.’ 달과 별의 움직임에 따라 인체의 질서가 변하기 때문에 그에 따라 침술도 달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갑산한의원의 이상곤 원장은 인간과 자연을 하나의 우주로 인식하고 조화를 이루며 사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천문학은 한의학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28수는 인체의 28맥과 일치한다
“결국 별의 움직임은 시간이거든요. 농사를 지으려면 언제 씨앗을 뿌리고 언제 거두어야 하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로 별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별자리 관측을 통해 그해 농사의 풍흉을 판단했다’는 기록이 삼국시대 이전부터 남아 있어요. 스피카(처녀자리)를 보고 봄이 왔음을 알았고, 겨울 별이 떠오르면 모든 땅을 쉬게 했지요. 그건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어요.” 옛사람들은 하늘의 규칙과 인체의 모든 기능적 활동이 동일하다고 믿었고, 우리 몸이 그 순리를 따라야 건강해진다고 생각했다.

“눈으로 질병을 발견하고 개별적으로 처방을 내리는 현대 의학과 달리 한 의학은 근본적으로 내면의 기능을 더욱 중요시합니다. 내면에도 일정한 질서가 있는데, 그것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이 별의 움직임이에요. 땅은 변화무쌍하지만 하늘은 일정한 규칙이 있거든요. 달이 지나가는 자리인 황도黃道를 보면 1 년에 스물여덟 개의 별자리가 일정하게 지나갑니다. 28수(하늘에서 달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 대표 별자리를 동북서남 방향에서 각각 일곱 개씩 정해 하늘의 구역을 스물여덟 개로 나눈 것으로 달이 하루에 1수씩 이동한다)의 별자리가 우리 몸의 28맥과 일치해요. 그래서 별자리 위치에 따라 처방법도 달라지죠. 결국 우주와 몸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으로 귀결됩니다.”

계절에 따라 다른 처방법
한의학에서 가장 대표적 탕제인 사물탕 四物湯(네 가지 약재를 달여 만든 탕제)을 예로 들면, 별의 움직임, 즉 계절에 따라 그 처방법이 다르다. 봄에는 천궁을 많이 넣어 기운을 높이고, 여름에는 작약을 보강해 혈액을 맑게 하고, 가을에는 숙지황을 넣어 혈액을 보호해 몸을 윤택하게 만들고, 겨울에는 당귀를 많이 넣어 몸 전체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같은 사물탕을 복용하더라도 계절의 시간에 맞춰 보완하고 뺄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자연과 인체가 하나라는 동양철학에서 의학과 역학 또한 분리된 것이 아니었다. 옛 의학도들은 별 이름을 외워가며 체질과 사주에 따른 처방을 했다.

“우리는 예부터 출생과 죽음을 천체와 동일시했습니다. 별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인간은 죽을 때 북두칠성의 첫째 별인 천추성쪽으로 머리를 두고 일곱 번째 별인 요광성 쪽으로 다리를 놓았어요. 관 바닥에 칠성판을 깔아 하늘의 문을 통과해 북쪽으로 돌아가는 존재라고 믿었지요. <동의보감> 양생 문에는 ‘하늘은 북두칠성을 기틀로 삼고 사람은 마음을 기틀로 삼아 움직인다. 하늘과 땅과 해와 달은 모두 북두칠성의 힘으로 돌린다’고 쓰여 있습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중심점이 북극성이고, 그걸 둘러싸고 돌아가는 것이 북두칠성입니다. 북두칠성은 음양과 오행에 따라 행해지는 모든 것을 다스리고 집행하는 별이거든요.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진다’라는 말처럼 하늘의 질서가 땅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 우리 몸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고민하는 것이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천문학입니다.”

이상곤 한의사는 한의학에서 천체를 공부하고 분석하는 행위가 단순히 하늘에 떠 있는 별의 모습을 관찰하기 위함이 아니라, 땅 위에 살고 있는 인간이 어떻게 우주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별이 일정하게 일주운동을 하듯 인간의 몸도 심장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순환합니다. 침 구멍이 둥근 것처럼 인간도 우주 질서와 함께 둥글게 움직여요. 옛사람들의 지혜가 천문학에서 나왔듯이, 동양의학이 현대에도 현명하게 쓰길 기대합니다.”


사계절, 우리 몸을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
<황제내경>에는 “반드시 그 해의 기운을 알고 자연과 조화를 이뤄 몸이 상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기후나 운기를 거스르지 않고 그해에 맞는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말이다. 계절의 기운에 맞게 몸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봄(발진發陳) 만물이 다시 살아나는 시간. 밤에는 일찍 자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머리를 풀고 몸을 편안하게 한다. 봄에 몸이 상하면 여름에 설사나 이질이 나타날 수 있다.
여름(번수番秀)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시기로 햇빛을 쬐고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러지 않으면 가을에 몸의 기운이 줄고 겨울에 중병을 앓을 수 있다.
가을(용평容平) 수확을 하고 성장을 멈추는 계절. 닭이 울면 일어나서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마음속에 다른 생각을 없게 한다. 가을 습기에 몸이 상하면 그 기운이 치밀어 올라 기침이 나거나 팔다리가 나른 해지고 싸늘해지는 병이 생긴다.
겨울(폐장閉藏) 물이 얼고 땅이 어는 휴식의 계절.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되 반드시 해가 뜬 뒤에 일어난다. 따스한 방에 머물면서 땀이 흘러나와 기운이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한다. 겨울에 추위로 몸이 상하면 봄에 열병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한다.
글 신진주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