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에 입사해 예능과 시사 등의 영역을 두루 거치며 프로그램 제작 감각을 익힌 김진만 피디는 다큐멘터리 영역과 만나 생애 최고의 몰입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7년 중 절반 이상을 지구의 극지방과 밀림 등에서 보내며 지구 깊숙한 곳의 안녕을 살펴 영상에 담아낸다.
의자는 스노우피크 테이크 체어.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구 별은 약 46억 년 전에 생겨났다고 한다. 지구 나이를 1년으로 치면 인간은 12월 31일에 태어났다. 인간이 출현하기 전 지구 상에는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으나 생명은 불씨처럼 되살아났다. 그런데 지금, 제6의 멸종이 진행되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에서 펴낸 책에 따르면 ‘현재 지구 생물 다양성 멸종 속도는 가히 초음속 비행기 수준’이라고 한다. 1년에 4만 종, 하루에 50여 종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인간과 지구의 안부를 묻다 여섯 번째 대멸종은 지구 생명의 막내로 출현한 ‘인간’ 때문이라고 한다. 문명 발달과 산업화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 변화는 이제 생소한 이야기가 아니다. 북극에서는 얼음이 녹아 북극곰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남태평양에서는 아름다운 섬이 가라앉으며, 해마다 예측하기 어려운 태풍과 홍수가 잦아지고 있다. 생물 다양성은 빠르게 줄어들고, 자연과 공존하던 전통 사회의 문화와 지혜는 낱낱이 문명의 빛에 스러지고 있다. 인간은 이 지구 별의 미화반원인가, 철거반원인가?
지구는 안녕한가? 인간과 지구 생명의 안부를 물으며 열대와 남극을 내 집처럼 드나드는 사람이 여기 있다. <아마존의 눈물>과 <남극의 눈물>로 우리나라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지평을연 그이는 최근 MBC 창사 52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곤충, 위대한 본능>을 연출했다. 김진만 피디, 그이가 펴낸 <오늘도 세상 끝에서 외박 중>이라는 책의 날개를 펼쳐보았다. 1971년 서울 출생. 서울대 사회학과를 다니던 그는 고시에 패스해 모범적이고 착한 법관이 되려 했으나 보다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프로듀서가 되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다니고 책을 보고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MBC에 입사해 <우리 시대> <PD수첩><휴먼 다큐 사랑> <닥터스> <네버 엔딩 스토리> 등을 연출했고, ‘지구 눈물’ 시리즈 중 <아마존의 눈물>은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곤충, 위대한 본능> 방영 후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3D 영화로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 발밑의 작은 벌레들은 2D가 아니라 3D로 보아야 이런 모습이었구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습니다.” <곤충, 위대한 본능>은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나라 곤충의 생태를 담기 위해 총 7백 일의 제작 기간, 10억 원의 제작비를 들였다. 최첨단 3D 카메라인 레드 에픽에 더해 3백여 일에 걸쳐 세계 최초로 3D 접사 카메라를 자체 개발해 사용했단다. 촬영진의 열정과 의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는 올 4월 말에서 5월 초쯤 개봉할 예정이다.
“아이들이 많이 보면 좋겠습니다. 곤충은 우리 곁에 꼭 있어야 하는 존재니까요. 아이들은 곤충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요. 징그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신기하게 들여다봅니다.” 저이는 아직도 곤충의 세계에 푹 빠져 있는 듯했다. 무언가에 몰입해 있는 사람이 그렇듯 묻지 않아도 술술 곤충에 대한 이야기가 풀려 나온다. 어휘는 다채롭고, 단어 선택은 정교하고, 어조는 몹시 빠르다. 취재 노트에 받아 적기는 힘들지만 과묵한 취재원보다 행복하다. “애벌레가 변태를 거치면서 나비와 나방이 되어 날개를 얻는 모습은 예술입니다. 애벌레는 번데기 안에서 해체되어 완전히 다르게 조립됩니다. 매미의 우화는 또 얼마나 신비로운지요. 5년에서 7년 정도 땅속에서 지내다가 날개를 얻어 약 2주 동안 살아갑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나무를 타고 오르는 애벌레들의 모습을 보면 장관입니다. 천적의 공격을 피하고, 밤새 날개 말릴 시간을 벌고, 아침에 날아오르기 위해 밤 11시경 일제히 나무에 오릅니다.”
아마존 와우라족의 씨름 대회를 촬영하는 모습. 이때 한때 유도를 한 촬영팀의 조연출이 씨름 대회에 자신만만하게 참가했다가 시작 30초 만에 죽을 뻔하는 위기를 맞고 패해 부족 여인들에게 남자도 아니라는 놀림을 받았다.
남극의 호주 모슨 기지로부터 약 70km 떨어진 곳에 있는 황제펭귄 서식지 오스터루커리. 약 1만 8천 마리의 황제 펭귄이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모슨 기지의 겨울 풍경. 해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달만 보이는 흑야가 시작되면 한낮에도 두어 시간 동안 해의 여명만 살짝 스쳐 지나간다. 이때는 촬영이 금지되어 기지 안에서 다른 대원들처럼 밥하고 청소하고 소방 훈련을 받으며 기다려야 했다.
황제펭귄의 새끼들은 7월 말 부화해 11월이 되면 이렇게 자란다. 촬영팀은 보통 오스터루커리의 500m 밖에 자동차를 세우는데, 수개월 동안 익숙해진 이 펭귄들이 자동차 소리가 들리면 마중을 나오기도 했다. 천적이 없는 남극의 겨울이라 사람과 펭귄의 호기심이 친숙한 관계를 만들었다.
아마존 조에족이 개미 기처럼 생긴 파충류 아르마딜로를 잡으러 나간 날. 아르마딜로는 구멍을 뚫어 재빠르게 도망치는데 이동 방향을 따라 다른 구멍을 뚫어 아르마딜로를 포획하기까지 보통 서너 시간이 걸린다. 함께 사냥을 나온 여자들은 뜨개질을 하거나 아이들을 돌보며 맛난(?) 아르마딜로가 잡히길 기다린다.
아마존에 도착해 처음 촬영한 마티스 부족. 입으로 독침을 쏘아 원숭이 사냥을 나선 이들을 따라 정글에 들어갔다가 순식간에 이동하는 이들을 전력을 다해 쫓아다니느라 그날 밤 촬영팀원들의 다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 부족민을 놓치면 정글에서 미아가 되어 생명이 위험해지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뛰어다닌 하루였다.
곤충의 눈높이에서 본 세상 “땅속에 알람 시계라도 묻어둔 모양이죠?” “DNA 속에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거죠.” 하긴, 알람 시계를 맞추는 매미 유충 같은 건 동화가 아니라면 없을 것이다. 곤충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사마귀가 곤충의 왕이라고 알려져 있지요? 하지만 사마귀는 용감하기 전에 한없이 약한 존재였습니다. 4월 말쯤 알집에서 깨어난 새끼 사마귀는 작은 포식자나 동족에게도 힘없이 잡아먹힙니다. 그런데 몇 차례 탈피를 하고 날개를 얻으면 사정이 달라지지요. 이제는 맞설 적이 없어집니다. 강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약자가 힘든 시기를 견디면서 강자가 되는구나 깨달았습니다. 또 힘이 약한 것들은 먹히기만 할까요? 서로 연대해서 천적을 물리칩니다. 인간의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저이는 카메라 렌즈처럼 포착한 시각 언어를 정교한 청각 언어로 송출하고 있었는데, 내 머릿속 영사막에 생생한 영상으로 재생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었다. 저이의 언어가 눈에 본 듯 선한 것은 <곤충, 위대한 본능>의 압도적 화면을 미리 보고 온 탓도 있을 것이다. 아직 시청하지 않은 분에게 ‘TV 다시 보기’ 기능을 권한다.
“곤충을 연출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아마존의 눈물>과 <남극의 눈물> 때의 극한 체험이 도움이 되었는지요?” 비좁은 국내에서 볼품없이 작은 곤충들을 촬영하느라 혹시 심심하지는 않았을까 지레짐작했는데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아마존과 남극 때보다 곤충이 훨씬 힘들었습니다.” “정말요?” “사람하고 펭귄은 빠르지가 않아요. 일정한 장소에 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곤충은 작고 빠릅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다가 날아가버리면 그만입니다. 또 곤충은 대개 밤에 변태를 거치고 우화를 합니다. 그러니 우리도 밤에 불침번을 서야 했어요. 고도로 집중을 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기다림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더위도 겪고 추위도 겪었지요. 아마존과 남극에서 한 촬영 방식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힘은 들었지만 보상도 있었다. 인간이 아니라 곤충의 눈높이에서 본 세계는 낯설고 경이로웠다.
“곤충의 생태를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요?” “어느 한순간 지구 상에서 사람이 없어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지구 생태계에 아무런 일도 안 생깁니다. 그런데 곤충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지구 생태계가 유지될 수 없습니다. 곤충은 징그러운 게 아니라 꼭 필요한 존재고, 그 생태에 이야기와 감동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긴다리소똥구리, 왜코벌, 장수풍뎅이 등의 모습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소똥구리도 발견했나요?”
“소똥구리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긴다리소똥구리를 만났지요.” 제작팀은 그동안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긴다리소똥 구리의 생존을 23년 만에 확인하는 개가를 올렸다. 소똥구리와 달리 긴다리소똥구리는 사료를 먹는 소똥에도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개체 수가 늘어날 것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다룬 곤충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요? 저는 남가뢰에 충격을 받았습니다만.” 딱정벌레 종류인 남가뢰의 유충들이 꽃가루를 흉내 내며 식물체에 엉겨 붙어 있다가 뒤영벌에 엉겨 붙는 모습은 놀라웠다. 너무 많은 유충이 붙은 뒤영벌은 무거워서 날아가지도 못하고 굴러떨어져 죽어갔다. “저도 남가뢰에 놀랐습니다. 확률이 낮지만 기발한 전략이지요? 나나니벌 이야기는 <파브르의 곤충기>에서도 인상 깊게 읽었는데 역시 매력적이었습니다.” “장수말벌과 꿀벌의 전쟁은 아주 놀라웠습니다. 왜 굳이 말벌이 아니고 장수말벌을 택해서 원망을 들으셨나요?” 함께한 동료 피디가 장수 말벌에 쏘여 위험에 처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비주얼에서 차이가 납니다. 말벌은 장수말벌의 위용에 미치지 못하거든요.”
인간과 곤충의 닮은 점은 무엇일까. “살아야겠다는 욕망, 번식 본능은 비슷합니다. 곤충이 사람과 다른 점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곤충은 불필요한 살육을 하지 않습니다.” 곤충은 가치가 아니라 생존을 추구한다. 인간은 생존 못지않게 가치를 추구한다. 그러나 생존을 추 구해온 곤충이 조화를, 가치를 추구해온 인간이 오히려 균형을 깨뜨리는 역설이 존재한다.
올 4월 말쯤 3D 영화로도 개봉하는 <곤충, 위대한 본능>의 촬영 과정은 아마존과 남극보다 훨씬 힘들었다. 예측할 수 없는 기다림, 밤샘 불침범, 고도의 집중이 필요했지만 인간이 아닌 곤충의 눈높이에서 본 세계는 낯설고 경이로웠다.
지구의 주인은 누구인가? 저이는 <아마존의 눈물>과 <남극의 눈물>에 이어 <곤충, 위 대한 본능>에 이르기까지 지구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세상을 향해 일관되게 던지고 있것처럼 보였다. “지구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지구에 살고 있는 것이 모두 주인인 거죠. 당대만의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것이기도 합니다. 아끼고 잘 지켜서 넘겨주어야죠. 남극에서 황제 펭귄을 만 났을 때입니다. 이곳의 주인은 바로 너희들이구나, 인간을 위해서 이곳까지 개발하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관찰 대상은 바라보는 시선에 의해서도 변화하기 마련인데요. 좋은 의도로 ‘그곳만은 지키자’고 오지를 소개했지만 ‘그곳마저’ 훼손되곤 합니다.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Helena Norberg Hodge는 라다크의 ‘오래된 미래’를 배우자고 소개했지만, 그곳 전통 사회가 붕괴하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이 있고, 유홍준 교수의 의도와는 달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너의 문화유산 황폐기’로 바꾸어 부르는 사람을 보기도 했습니다. 아마존의 원시 부족을 촬영하면서 그런 점을 우려하지는 않았나요?” “대개 정보는 희소할수록 가치가 높습니다. 여럿이 공유할수록 힘이 약해집니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정보는 여럿이 공유하면 힘이 강해집니다.”
여럿이 공유하면 강해지는 그 힘이 발현되는 시점은 언제일까? “최근 <글로벌 홈스테이 집으로>라는 프로그램에서 선생님이 아마존에서 만난 와우라족의 아가씨 야물루 가족이 한국을 방문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담당 피디가 선생님이 아니더군요.”
“아, 저는 한국에 오는 거 반대했어요. 하지만 이미 야물루가 부족 마을에서 브라질의 도시로 나왔다고 하더군요. 야물루는 말 그대로 아마조네스 같은 느낌이었어요. 자연과 함께할 때 예쁘고 아름다웠습니다. 서울에 온 도시 속의 야물루는 흔히 볼 수 있는 야물루였습니다. 또래의 고1 여자아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동감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지구 반대편으로 건너와 겨울 외투를 걸친 열대 아가씨의 모습은 낯설었다. “한국에 와서 너무 행복했어요”라고 말하는 그녀가 ‘너무’ 위태로워 보였다. 문명은 동경을 낳고, 동경은 없던 결핍을 환기시킬 것이다. 자연의 정글엔 익숙하지만 문명의 정글에 낯선 그녀를 누가 평생 ‘홈스테이’해줄 것인가?
문명에 노출된 아마존 원시 부족의 삶과 환경은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 호주 인디언, 아프리카와 아시아 원주민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지속되어온 소박한 행복과 공존의 지혜, 지구를 오래 사용하는 전통은 그처럼 허 약한 것이었을까? 문명 속으로 나온 원주민들은 터전을 잃고 마약과 범죄와 매춘에 빠지는 것이 다반사다.
“다큐 속 곤충의 세계는 전쟁이었습니다. 싸우고, 죽이고, 속이고, 기생하고 있었습니다. 공존과 상생의 미덕보다 ‘약육 강식’과 ‘적자생존’의 비중이 더 큰 것 같았습니다. 현실 속 경쟁과 생존 이데올로기를 더욱 강화하지는 않을까 개인적으로 염려되었습니다. 공생의 비중을 높일 수는 없었을까요?” “워낙 1부에서 다룬 장수말벌과 꿀벌의 전쟁이 강렬한 탓도 있을 겁니다. 2부, 엄마의 본능에서는 새끼를 키우는 모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상생과 공생은 추상적입니다. 직접 설명하지 않고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다큐멘터리의 매력은 무엇인가 “늘 여행 하면서 낯선 공간을 만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역술가마다 제게 역마살이 있다고 하더군요. 원래 여행을 좋아했어요.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배낭여행을 다니기도 했어요. 거대한 자연이 주는 숭고함이 좋습니다. 아마존의 정글, 남극 얼음 벌판 그 자체로 좋은 겁니다. 담배를 피우려고 10m를 목숨 걸고 가기도 했어요. 아등바등 살기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집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겸손해지기도 하지요.”
“세계를 좁히며 다녀왔습니다. 더 이상 세상이 신비롭지 않거나, 가볼 오지가 없으면 어떻게 합니까?” “가끔 그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제 우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요. 우주와 천문도 매력적입니다.”
“장차 다루고 싶은 주제가 있나요?” “기회가 되면 종교를 다루고 싶습니다. 그리스도교, 불교, 이슬람교 등 종교의 궁극적 질문을 다루고 싶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3인류>를 보면 지구를 하나의 인격이라고 말하죠. 저는 자연 자체가 종교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생산하고, 모든 것이 돌아가는 곳이죠. 종교를 하나로 모으면 자연으로 귀결하리라 봅니다. 그렇게 하나의 가치라면 서로 다툴 필요도 없겠지요.” 자연이라는 이름의 종교라면, 무신론자인나도 귀의할 용의가 있다. 나는 저이가 왜 남이 꺼리는, 벌레와 맹수가 들끓는 정글과 산 채로 냉동하려 드는 남극의 무섭고 광대한 자연으로 달려갔으며, 다시 발밑에 밟히는 미소한 곤충의 세계에 관심을 쏟아왔는지 알 것 같았다. “만약 남극의 황제펭귄을 다시 만난다면 무어라 말하겠습니까?” “건강하게 오래 사람 눈을 피해서 살아남으라 말하고 싶습니다. 황제펭귄은 옆집 애 같았습니다. 재미있고, 모든 피조물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회색, 하양, 검정만으로도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갖출 수 있다니요. 또 보고 싶지만 두 번 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저이가 “다큐는 연애와 같다. 만나고, 공감하고, 눈물 흘리고, 이별해야 한다”고 말한 걸 기억한다. 저이는 지난 7년간 반쯤은 세상 끝에서 외박을 했다. 더 이상 외박을 부탁하기는 미안하지만 앞으로 만나는 모든 생명과 공감하고, 눈물 흘리고, 이별하면서 그들이 그곳의 진정한 주인이었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기를, 그리하여 우리가 공유하는 정 보로 힘이 강해지기를, 그 힘으로 지구를 더 건강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 [귀 기울여 들어보니] MBC 김진만 프로듀서 지구의 진정한 주인을 찾아서 오늘도 외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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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혹성 B612호에서 어린 왕자가 두 손을 모아 외치고 있다. “지구는 안녕합니까?” 당신이 발걸음을 멈추어 귀를 기울인다. 어린 왕자가 다시 소리친다. “제가 지구에서 만난 양과 여우와 뱀과 사막과 그리고 사람들 모두 안녕하십니까?”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지구 별은 현재 안녕하고 앞으로도 안녕할 거라고 자신 있게 대답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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