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에 썼는데도 요즘 시대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몰래몰래 훔쳐 본다는 글쓰기의 교본 <문장 강화>. 정지용 시인과 더불어 당대 한국 문학계에서 쌍벽을 이룬 이태준 작가는 이 책에서 뜻이 어떻게 되든, 말이 닿든 안 닿든, 남이 흥미롭게 읽든 안 읽든 자기 신경은 딱 봉해둔 채 문장을 조작造作하는 글을 제발 쓰지 말라고 일갈한다. 이런 재미없는 글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새로 있을 문장 작법’의 원칙을 설명하는데, 이 새로 있을 문장 작법이라는 개념이 마치 80년 후 펜 대신 스마트폰의 터치패드로 글쓰기를 하는 2013년의 ‘새로 있을 문장 쓰기’ 요령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신식’이다.
첫째, 말을 짓기로 할 것 이태준 작가에 따르면 좋은 글을 쓰려면 내가 하려는 게 글짓기가 아니라 말짓기라는 생각부터 하는 게 중요하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SNS를 통해 지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마음이요 생각이며 감정인데, 마음과 생각과 감정에 가까운 것은 글보다 말이다. ‘글 곧 말’이라는 글에 입각한 문장관은 구식이라고 1930년대부터 주장해온 이 작가는 ‘말 곧 마음’, 즉 마음에서 최단 거리의 표현을 하라고 하니 다양한 구어체 표현이 넘쳐나는 지금의 세상을 미리 내다본 듯 하다. 정리하자면, 마음과 최단 거리의 글, 즉 활자로 감정을 매장하기 전에 먼저 말부터 살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주력해야 공감을 얻는 글이 나온다는 것이 이태준식 문장 강화의 첫 번째 원칙이다.
둘째, 개인 본위의 문장 작법 1930년대에 쓴 <문장 강화>에는 “개인적인 감정, 개인적인 사상의 교환을 현대인처럼 절실히 요구하는 시대는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80년 후인 요즘은 어 떠한가? 요즘 세상에서 개인적 사상의 교환이 얼마나 더 절실해졌는지, 좋은 것을 보거나 새로운 감정이 느껴지면 책이나 편지보다 빠른 스마트폰을 꺼내 실시간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글쓰기가 일상화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글쓰기를 위해서는 개인적인 것을 잘 표현하는 방법을 개인별로 탐구하라고 주문하는 이태준 작가의 지적에 귀 기울여볼 만하다. 개인 본위의 문장이 가장 좋은 글이니까. 실제로 SNS에서도 자신만의 특유한 문장법을 가진 지인의 글에 눈이 가고 손이 가고, 맛깔스러운 일상의 글만으로도 많은 댓글과 팔로어를 얻을 수 있다.
셋째, 새로운 문장을 위한 작법 “산 사람은 생활 자체가 언제든지 새로운 것이다.” 이태준 작가는 이미 존재하는 언어와 기성 단어만으로 매일 창조되는 개인 생활을 오롯이 표현할 수 있냐고 묻는다. 회화처럼 글쓰기로 자신의 감정을 그릴 수 없지만 제삼자에게 통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는 새로운 용어와 문체를 각 개인이 연구해볼 것을 권유하는 것. 제삼자와 교양 있게 소통하는 차원이라면 자신만의 위트 있는 문체를 사용해 한결 더 흥미로운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참고 도서 <문장강화>, 이태준 지음, 창작과 비평사.
셜록 홈스처럼 관찰하고 상상하라
“내 생각에 선생은 아프가니스탄에 갔다 왔군요.” 얇고 차가운 피부에 날선 눈빛, 도도한 곱슬머리의 셜록 홈스가 왓슨 박사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날카로운 관찰로 순진한 그를 놀라게 한다. 손목은 창백할 정도로 새 하얀데 얼굴은 햇볕에 그을렸고 팔의 움직임은 마치 상처를 입은 군인처럼 뻣뻣하니, 왓슨 박사는 영국군이 주둔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의사로 일했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이다.
스토리를 만드는 관찰력 미국의 인기 드라마 가 온갖 첨단 장비를 이용해 사건을 해결하는 ‘분석’의 드라마라면, 영국의 인기 드라마 <셜록>은 눈으로 본 것, 즉 관찰을 통한 놀라운 문제 해결 능력과 사건의 재구성으로 전 세계인에게 인기를 누리는 ‘관찰’의 드라마다. 이처럼 우리 주변의 사물이나 현상 등 어떤 대상에 대한 예리한 관찰은 추론에서 비롯된 호기심과 이야기라는 산물을 낳는다. 가령 오늘 오후 우연히 왓슨 이라는 사람을 만난 감상을 페이스북이나 카카오 스토리에 기록한다고 생각해보자. “손목이 새하얀 ‘왓슨’이라는 사람이 찾아왔다”와 “손목은 새하얀데 낯은 햇볕에 그을렸고 팔은 상처 입은 군인처럼 딱딱한 남자 왓슨. 그는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던 영국군 의사가 아니었을까” 두 문장은 서술과 추론으로 양분된다. 서술은 동반한 사진을 스쳐보게 만들고, 추론은 동반한 사진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독자, 즉 당신의 지인을 당신의 생각 속으로 끌어들여 SNS상에서 공감을 이루는 데는 때론 서술보다 추론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하버드 학생들의 상상력 연습 영국 드라마나 코넌 도일의 소설에서 셜록이 콧대 높게 자신하는 ‘관찰력’과 ‘상상력’은 유능한 수사관에게나 SNS에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나 꼭 필요한 능력. 상상력 빈곤에서 탈출해 셜록처럼 스토리텔링 능력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년간 하버드 대학원에서 글쓰기를 가르친 바버라 베이그 씨는 <하버드 글쓰기 강의>에서 본격적인 글쓰기에 앞서 오감을 이용한 관찰과 상상력 훈련으로 글쓰기 기초 근육을 단련하라고 했다. 이 다섯가지 감각을 이용해 훈련하면 특정 감각에서 상상력이 더 강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바버라 베이그 씨는 이런 반복 훈련으로 약한 감각의 상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물을 똑바로, 좀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연습. 그런 다음 눈을 감고 상상 속에서 본 것 중 재창조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보자. 마음속 이미지에 만족할 때까지 관찰과 상상을 왕복하는 방식으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참고 도서 <하버드 글쓰기 강의>, 바버라 베이그 지음, 에쎄.
1 시각적 상상력 활용하기 눈을 감고 백지를 떠올린다. 검은 줄로 네모칸을 그린다. 그 네모를 빨간색으로 채운다. 잘되면 색깔만 초록색으로 바꾼다. 이어 노란색으로도 바꾼 후 네모를 원으로 바꾼다. 원을 파란색으로 바꾼다.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채운다. 다시 네모로 형태를 바꿔보라. 그리고 네모 칸을 비우고 백지의 이미지를 지운 후 눈을 뜬다.
2 청각적 상상력 활용하기 눈을 감고 고요한 상태에서 자동차 엔진을 떠 올려본다. 이 소리를 개가 짖는 소리로 바꿔본다. 그 소리를 지우고 물 흐르는 소리로 바꾼다. 다시 물 흐르는 소리를 누군가 노래 부르는 소리로 바꿔보라. 그리고 다시 고요한 상태로 돌아온 후 눈을 뜬다.
3 촉각적 상상력 활용하기 눈을 감고 꽃잎을 만진다고 상상하며 손가락 끝으로 꽃잎을 느낀다. 다시 두꺼운 털실로 만든 무언가를 만진다. 이번엔 얼음처럼 차가운 것을 만진다. 얼음이 녹으면 녹은 물을 데워보라. 그 물이 피부에 닿는 감각을 느낀 후 그 이미지를 지우고, 나무로 만든 물건을 만진다고 상상해보라. 다시 이미지를 지우고 눈을 뜬다.
4 후각적 상상력 활용하기 눈을 감고 비누 향기를 상상한다. 이를 나무 타는 냄새로 바꾸고 이어 자동차 배기가스로 바꿔본다. 이제 당신이 좋아하는 꽃향기로 바꾸고 다시 좋아하는 음식 냄새로 바꿔본다.
5 미각적 상상력 활용하기 눈을 감고 스크램블드에그의 맛과 구조를 상 상해본다. 아몬드나 초콜릿, 커피와 차, 무엇이든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상상하며 그 맛과 구조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스티븐킹 처럼 글쓰기 연장통을 만들라
<쇼생크 탈출><미저리><그린마일>이 극장에서 관객의 박수를 받기전부터 전 세계 서점에선 미국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의 열풍이 불었다. 지난 20여 년간 소설 50여 편을 출판해 대부분의 작품이 전 세계에서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중 40여 편 이상이 영화나 TV 드라마로 제작되었다고 하니, 그의 책 <유혹하는 글쓰기>의 제목처럼 과연 그에게 유혹하는 작가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하다.
유혹을 위한 연장통 짧고 간결한 글로 지인이나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미리 준비하라고 알려주는 것은 바로 ‘글쓰기 연장통’. “글쓰기에서도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연장을 골고루 갖춰 연장통을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팔심을 기르는 것이 필요 하다”는 스티븐 킹의 조언에 등장하는 이 ‘연장통’과 가장 위 칸에 넣어야할 핵심 연장을 알아보자.
제일 먼저 떠오른 낱말을 사용하라 보통 목수가 사용하는 연장통의 제일 위 칸에는 망치, 톱, 펜치 등 가장 자주 쓰는 연장들이 담겨 있다. 반면,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 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연장이 담기는 맨 위 칸에 넣어둘 연장은 글쓰기의 원료라 할 수 있는 ‘낱말’이 라고 강조한다. 쉬운 낱말을 쓰는 게 창피해서 굳이 어려운 말을 찾아 쓰는 것은 유혹하는 글을 쓸 때 범하는 가장 심각한 잘못이다.
그는 강으로 갔다. 강은 그곳에 있었다. _어니스트 헤밍웨이 <두 개의 심장을 가진 강> 중에서
헤밍웨이의 이 문장을 좋아한다고 밝힌 스티븐 킹은 “제일 먼저 떠오른 낱말이 생생하고 상황에 적합한 것이라면 당연히 그 말을 써야 한다”라고 말한다. 낱말이란 의미를 담는 그릇에 불과하니까. 제아무리 글을 잘 써도 본래의 의미를 온전히 표현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자기가 정말 쓰고 싶은 낱말의 아류에 불과한 어려운 낱말을 선택해 글을 더 악화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 세계 베스트셀러 작가의 지적이다.
수식어 사용을 줄여라 문장은 주어와 술어를 포함하는 낱말군으로 구성된다.그러니 늘 완전한 문장을 써야 할까? 글을 잘 쓸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문법 규칙을 따르는 편이 낫다는 게 스티븐 킹의 생각. 또한 복잡한 문장 때문에 갈팡질팡하느니 차라리 간결한 단문으로 자신의 생각을 일으켜 세워 걸어가게 해주는 지팡이가 되게 하는 것이 낫다. 불필요한 수식어의 사용 또한 마찬가지. 예를 들어 다음 두 글을 비교해보자.
“그거 내려놔요!” 하고 그녀가 소리쳤다.
“돌려줘.” 그는 애원했다. “내 것이잖아.”
“바보처럼 굴지 말게, 지킬” 하고 어터슨이 말했다.
이 예문에서 ‘소리쳤다’ ‘애원하다’ 등의 동사를 설명하는 수식어를 더하면 문장이 다음과 같이 길어진다.
“그거 내려놔요!” 하고 그녀가 위협적으로 소리쳤다.
“돌려줘.” 그는 비굴하게 애원했다. “내 것이잖아.”
“바보처럼 굴지 말게, 지킬” 하고 어터슨이 경멸조로 말했다.
이 글은 부사 때문에 문장이 길어지면서 각 문장의 힘이 약해졌다. “부사 (한글 문장에서는 수식어)를 많이 쓰는 사람은 자신의 논점이나 심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이다”라며, 스티븐 킹은 문장에 어지럽게 뒤덮인 부사부터 과감히 뽑아버리라고 충고한다.
미완성 문장으로 긴장을 유발하라 때론 미완성 문장이 글의 흐름에 변화를 주고, 간결한 묘사와 선명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스티븐 킹은 소설가 조너선 켈러맨의 <적자 생존>에서 한 문단을 예로 들었다. 길이가 30피트인 이 배는 희고 매끈한 유리 섬유로 만들었고 내부 장식은 회색이었다. 높다란 돛대들, 거기 묶인 돛. 선체에는 금색 테두리를 두른 검정색 글자로 ‘사토리’라는 이름이 적혀 있고. 이런 문단은 특히 독자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멋진 효과를 발휘한다. 문법이 바른 문장만 연달아 쓰면 글이 딱딱해질 수 있기 때문. 자신만의 문체도 개발해 보자. 글쓰기는 유혹이다. 좋은 말 솜씨도 역시 유혹의 일부분. 말에 가까운 글이라면 더 큰 유혹의 무기가 된다.
참고 도서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지음, 김영사.
연암 박지원처럼 지루함을 꺼려라
연암 박지원의 아들 박종채는 <과정록>이라는 책에서 아버지의 글쓰기 비법을 “아프게 하고 가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콕콕 찌르고 가만히 있지 못하게끔 가렵고 근질거리게 한다니. 조 선조 선비들이 전통적으로 글은 점잖고 고상하며 운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데 반해, 연암의 관점은 이처럼 자극적(?)이고 독특했다.
첫머리에서 문제를 제기하라 ‘연암 박지원의 문예 미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박수밀 한양대학교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 교수는 그의 책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에서 “연암의 글은 가벼운 듯 진지하고, 유쾌하다가 불쾌하며, 통쾌하지만 슬프고, 상식에 맞는가 싶더니 새롭다. 능글맞되 삼엄하다”라고 했다. 연암은 자신의 글쓰기 요령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박수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연암식의 유혹 하는 글 쓰기 비법 중 첫째는 ‘첫머리에서 논지를 분명히 하라’는 것.
옛글을 모방해 글을 쓰기를, 거울이 형체를 비추듯 쓴다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왼쪽과 오른쪽이 서로 반대가 되는데 어찌 비슷할 수 있겠는가? 물이 형체를 비추듯 쓰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래와 위가 거꾸로 나타나니 어찌 비슷할 수 있겠는가? _<녹천관집> 서문 중에서
연암은 첫 문장에서 주지를 단도직입적으로 제시하거나 시비를 거는 형식 등, 대체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논쟁을 걸면서 글을 시작했다. 자신이 아는 정보나 지식을 곧바로 제공하지 않고 논쟁을 촉발하거나 문제를 제기 하면 독자의 반성을 유도하거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장면을 초점화하라 연암은 어떤 주제를 설명할 때 시시콜콜 이것저것 다 말하는 대신, 특정한 상황이나 장면을 선택해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방법을 자주 취한다.
슬프다! 누님이 시집가던 날 새벽에 단장하던 일이 어제 일 같다. 나는 그때 막 여덟 살이었다. 응석 부리느라 누워 이리저리 뒹굴면서 신랑의 말투를 흉내 내어 더듬거리며 점잖게 말했더니, 누님은 수줍어하다 빗을 내 이마에 떨어뜨렸다. 나는 화가 나 울면서 분에 먹을 섞고 거울에 침을 뱉었다. 누님은 오리 모양의 옥비녀와 벌 모양의 금 노리개를 꺼내어 내게 주 면서 울음을 그치게 했다. 지금으로부터 스물여덟 해 전의 일이다. _<맏누님 증 정부인 박씨 묘지명> 중에서
예를 들어, 누나를 추모하며 누나의 성품을 기리는 글을 쓸 때, 누나의 인간됨을 나열하는 대신 누나가 시집가던 날 새벽 자신이 누나와 실랑이한 일을 에피소드로 제시해 읽는 이에게 감동을 주는 식이다. 이처럼 글을 쓸 때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을 나열하면 오히려 독자에게 남는 인상이 없다고 박수밀 박사는 설명한다. 특정한 상황이나 장면에 집중해 글에 생동감이 흐르고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연암식의 아프고 간지러운 글 쓰기 비법이다.
관습적 이미지에서 벗어나라 SNS에 글쓰기에서 이미지와 글은 실과 바늘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세트를 이룬다. 연암은 사물을 관습으로 고정된 이미지로 가두지 않고 상황에 따라 자신만의 이미지로 만드는, 즉 개인적이고 창조적 이미지를 사용했다. 말을 몰아 10여 리를 가자 햇빛이 문득 뚫고 나와 점점 밝아지고 고와졌다. 조금 전의 사나운 구름이 모두 경사스럽고 상서로운 구름으로 변해 오색이 얽혀 빛났다. 말 머리에 한 길 되는 기운이 생겼는데 엉긴 기름마냥누렇고 탁했다. 잠깐 사이 청홍색으로 변하더니 재빠르게 하늘로 치솟았는데, 문을 삼아 들어갈 수 있고, 다리 삼아 건널 수 있어 보였다. _<말 머리에서 무지개를 본 기록> 중에서
이 글은 소낙비가 내린 뒤 무지개가 뜬 자연 변화를 묘사한 것. 당시에는 무지개를 불길한 자연 현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연암은 역설적 발상으로 사물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해 참신한 글을 썼다. 새로운 시각의 글이 평범한 사진에 특별한 의미를 더해주고, SNS의 지인들에게 뜻하지 않은 해학이나 역설의 웃음을 주어 공감하는 댓글이 달리는 것이다.
참고 도서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 박수밀 지음, 돌베개.
- 유혹하는 글 쓰기 요즘 사람의 문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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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글쓰기’가 풍년일 때가 또 있었을까. 길에서 우연히 붉고 노랗게 흐드러진 단풍을 보아도 SNS에 서정문, 감상문, 기행문 같은 단편을 발표하는 시대. 짧은 글을 달게 써 지인들과 소통하기 위해 ‘현대인’이 생각해보아야 할 문장 강화법은 무엇일까? 1930년대의 한국 대표 작가 이태준, 전 세계인을 사로잡은 명탐정 셜록 홈스, <쇼생크 탈출>의 작가 스티븐 킹 그리고 우리나라 최고의 실학자이자 문장가인 연암 박지원에게서 배운 소셜 네트워크에서 글 잘 쓰는 비법을 소개한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