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마다 수상 사원을 지나면 끝없이 펼쳐지는 발리의 라이스 필드 전경.
매일 아침 7시 규칙적으로 걷도록 권장하는 코모 샴발라 에스테이트의 트레킹.
육체와 영혼에, 외면과 내면에, 몸과 마음에 평안과 고요와 느긋함이 동시에 포개지는 충만한 휴식을 취해본 게 대체 언제였던가. 쉬었는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흐트러뜨려 보낸 주말이 끝나면 영혼이 비명을 지른다. “아아, 나는 진짜 쉬고 싶어. 내 휴식에도 정돈이 필요해!”
사람, 종교, 자연이 순행하는 섬 ‘정돈’이라는 개념이 사람의 휴식에도 필요하다는 이치를 일깨워준 곳은 인도네시아 자바 섬 동쪽에 위치한 ‘발리’ 섬.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 관광객이 주로 머무는 쿠타나 누사두아 등 해안 지역이 아니라, 섬 중앙의 열대우림 지역 ‘우붓Ubud’에서였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교 국가. 그런데 인도네시아 인구의 단 1%에 해당하는 발리 섬은 힌두교를 믿는다. 종교 이론을 배우는 대신 매일 삶에서 성실하게 재물을 바치고, 사원을 중심으로 마을 축제를 열고, 춤ㆍ음악ㆍ회화로 신을 기쁘게 하려는 가족 단위의 마을 공동체 문화가 발리 힌두교만의 독특한 특성이다. 기도하며 살고 하루 세 번씩 대나무로 만든 사각 접시 차낭에 음식, 꽃, 사탕 등을 담아 섬 곳곳에 놓아두는 발리니스에겐 종교가 곧 삶이다. 밖으로 보이는 것과 내면에 깃든것까지 조화롭고 아름다워야 한다고 배우고 믿기에, 휴지를 버릴 때조차 다른 사람에게 거슬리지 않게 곱게 접어 휴지통에 넣고 비료나 농약 없이 신이 내려준 자연에 의지해 1000년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방식으로 삼모작의 벼농사를 짓는다.
독특한 문화에 반한 관광객이 급증해 외지의 시류가 들고나는 해변 지역과 달리 해발 300m가 넘는 웅장한 산을 따라 생명력 가득한 열대우림이 펼쳐지는 발리 섬 중앙의 우붓은 자연에 순행順行하는 이곳 문화에 따라 ‘속된 나를 정지시키는 곳’. 매년 3백55일마다 돌아오는 힌두력의 설날(올해는 3월 12일이었다)에는 발리 섬이 일시 정지된다. 오직 바람과 자연의 소리만이 섬을 걷도록 주민 전체가 종일 집 안에 거하며 침묵하는 날이기 때문. 관광객에게 늘 따뜻하고 상냥한 발리니스지만, 이날은 공항도 폐쇄한다. 여행자도, 다른 종교를 믿는 이도 이날만큼은 발리의 전통을 존중해 각자 처소에 머물며 침묵하며 자연과 내면의 소리에 세포를 열고 ‘삶의 정돈’에 몰입하라는 것이다.
에스테이트 워크 코스의 강은 발리의 인기 래프팅 코스이기도 하다.
열대우림 속 화산에서 내려온 생명의 물을 모아 만든 내추럴 풀.
새벽 7시, 에스테이트를 걷다 사원이 마을인지 마을이 사원인지 구분이 안 되는 이국적 힌두 건축이 가득한 우붓 의베가완 마을. 이 마을의 골목 끝 아융 강가 협곡에 자리한 웰니스 리조트 ‘코모 샴발라 에스테이트’의 하루는 새벽 7시에 강을 향해 걷는 것으로 시작한다.
태고의 천지를 고스란히 품은 리조트 주변 열대우림은 고대부터 약재로 쓴 희귀 식물이 많고, 마을 주민은 지금도 집에서 전통 허브 요법과 마사지로 심신을 다스린다. 그러니 세계적 럭셔리 호텔 그룹 코모 호텔&리조트가 그룹의 심장 같은 웰니스 리조트를 여는 데 이보다 좋은 입지가 있었을까.
지구에 현존하는 것 중 가장 고급스러운 것이 ‘자연’임을 일깨워주려는 듯 자연 재료에 절묘한 스타일을 불어넣어 건축한 서른 개의 독립된 빌라형 객실이 숲에 은밀히 숨어 있다. 각 객실 투숙객은 숙박만 혹은 숙박과 더불어 3~8일 일정으로 짜인 개인별 웰니스 프로그램을 선택한다. ‘자연 속 힐링’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액티비티 스케줄표를 제공하는데, 리조트에서 지내는 동안 무엇을 취할지 내려놓을지 를 스케줄표를 보며 스스로 정돈하면 된다. 요가, 명상, 각종 아웃도어 액티비티 스케줄은 날마다 달라지는 데 반해 열대우림으로의 트레킹인 ‘에스테이트 워크’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같은 시간에 진행해, 리조트의 하루는 매일 숲 속 ‘걷기’로 시작한다.
새벽 7시, 리조트 외곽의 협곡을 따라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숙면한 온갖 초록 식물이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하니 기이한 모양의 수십 미터 열대 고목이 팔을 뻗듯 태양을 향해 잎사귀를 나부낀다. 숲이 내뿜는 갖가지 천연 향을 산소라는 맑은 물에 타서 눈으로 코로 귀로 뇌로 진하게 한가득 들이켠다. 발리니스 가이 드는 떨어진 나뭇잎을 가지 옆에 올리고 굴러온 돌을 제자리 찾아주며, 뒤따르는 손님을 위해 트레킹 코스의 안과 밖을 다시금 정성스레 정돈하며 걷는다.
신이 내린 물을 따라 걷다 마치 행진 구호처럼 거침없이 들이치는 계곡물 소리가 트레킹에 서툰 다리를 앞으로 밀어준다. 협곡을 하강하다 평지에 이르나 싶더니 열대우림에 가려진 하늘이 별안간 환하게 열렸다. 이곳이 태양과 교차하는 시간은 오전 10시쯤. 어떤 이는 태양과 직면하는 10시에 찾아와 흐르는 물 앞에서 요가를 하며 숲의 나무가 되고, 오후에는 탄성을 지르며 흘러 내려가는 래프팅족을 구경하기 위해 런치 박스를 갖고 와 피크닉을 즐기기도 하는, 깊은 협곡의 ‘내실’ 같은 곳이다.
이번엔 오르막길. ‘발리 힌두교’는 발리어로 ‘성스러운 물의 종교’라고 한다. 섬을 이루는 화산은 아무에게나 물을 내주지 않는데, 특정 지역에서만 마치 신이 내리듯 세찬 물줄기가 쏟아진다. 이 물이 강이 되고 논이 되어 수천 년간 발리니스의 생명을 지켜준 것이다.
허걱대며 열대 숲을 오르기를 10여 분, 그림 같은 공간이 펼쳐졌다. 절벽 한가운데서 물줄기가 생명을 토해내듯 쏟아져내리는데, 그 앞에 ‘성스러운 물’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다. 돌을 쌓아 이 물이 잠시 고이게 하니 성스러운 물에 몸을 담글 수 있는 내추럴 풀이 되었다. 하얀 리넨이 나부끼는 휴식용 파빌리온, 협곡 위에 놓인 정갈한 선베드, 절벽 동굴 화장실의 단아한 나무 변기까지 성스러운 물 주변에서는 모든 사물이 자연과 물아일체를 이루었다. 정오쯤 되면 높이 뜰 태양이 물을 데우고 열대 고목이 그늘을 만들며 식물이 향을 내어 헤엄치는 사람을 이완시킬 것이다. 당장에라도 물에 뛰어들고 싶지만, 그 시간 또한 나의 정돈된 휴식 목록에 미리 포함돼 있으니 트레킹 여정을 흐트러트릴 필요도, 좌충우돌할 이유도 없다. 자연이 가장 강렬하고 뜨겁게 타오르는 시간에 이곳을 다시 찾을 것을 기약하며, 한 시간가량의 아침 트레킹을 마무리하고 발걸음을 코모 샴발라 에스테이트의 경내로 옮겼다.
(왼쪽) 코모 샴발라 에스테이트의 빌라들은 작은 문 뒤로 하나의 마을처럼 자리한다.
(오른쪽) 리조트를 나서서 라이스 필드로 가는 길에 만나는 베가완 마을 풍경.
발리 경관의 체계, 라이스 필드 다음 날 오후, 서양의 많은 여행자가 발리 여행의 백미로 꼽는 라이스 필드 트레킹에 나섰다. 야자나무가 제멋대로 잎을 뻗고 들풀이 들쭉날쭉 자랐으니 자로 잰 듯 반듯한 풍경이라 할 수 없지만, 발리의 라이스 필드를 절묘하게 조화롭고 이토록 경이롭게 여기는 이유에는 수세기 전부터 자연과 사람과 영혼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고 정돈해온 ‘수박(Subak) 체계’가 숨어 있다. 벼는 신의 또 다른 선물. 벼를 재배하려면 논에 물을 내주는 수원지가 필요한데, 수백 명의 농부가 하나의 수원지에서 물을 공급 받는다. 이 수원지를 관리하는 것은 관공서가 아닌 마을마다 들어선 수상 사원. 종교가 곧 삶이 되는 발리에서는 각 마을의 수상 사원이 11세기부터 지금까지 섬의 풍요로운 산물을 정돈하고, 계단식 논의 절경을 유지해온 경관 체계가 되었다.
커피나무, 두리안, 카카오, 칠리, 잭푸르트, 얌포테이토까지 갖가지 과실 나무가 자라는 숲을 지나니, 무릉도원처럼 숨어 있던 라이스 필드가 펼쳐쳤다. 지평선 위 초로의 촌부가 긴 나무 막대를 저으며 가라지를 걷어내는 모습이 마치 종교 의식 같다. 마주 오던 늙은 검둥이는 트레킹 그룹이 지나가도록 논길 옆으로 가서 기다리고, 수로에서 빨래하는 아낙은 정겨운 인사를 건넨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평화롭고 정겨운 풍경에 몰입해 걷고 또 걷는다. 자연과 사람과 영혼이 하나로 연결되는 삶이란 이런 느낌일까. 마을로 들어서니 어느 집 대문밖에 서 있는 할머니가 앞서 가는 가이드에게 식사하고 가라는 말을 한다. 사람이 사람과 온전히 연결된 순간은 언제까지였나. 정돈된 휴식이란 시간의 정렬과 배열로 얻는 것일까. 자연과 나를, 영혼과 육체를, 관계와 사람을 연결시키던 가느다란 끈이 끊긴 그 순간부터 고요하고 너그러운 휴식이란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온전한 휴식을 위해 가장 먼저 정돈할 것은 내 마음에 엉킨 사람, 영혼, 자연의 응어리라는 생각이 발걸음마다 담긴다. 걸으면서 영혼까지 돌아보게 하는 비현실적 트레킹, 발리가 주는 가장 의미 있는 휴식이다.
트레킹 후엔 리조트에서 릴렉스!
자연 속 레지던스에 머물기
코모 샴발라 에스테이트는 방콕과 런던에서 메트로폴리탄 호텔을 선보였고, 몰디브와 발리와 부탄에서 우마 리조트를 운영하는 코모 호텔&리조트 그룹의 철학을 대변하는 웰니스 리조트. 이곳을 예약한 고객은 방문 전 몸과 마음 상태에 관한 여러 질문에 대한 대답을 리조트 측에 보내야 하는데, 이를 살펴본 담당 컨설턴트가 리조트 방문 첫날 손님에게 가장 적합한 휴식법과 프로그램을 정돈해 알려준다.
베가완 마을의 협곡 위에 자리한 이 리조트에는 우림을 따라 독립적으로 배치된 다섯 개의 레지던스가 있다. 발리어로 ‘바람의 노래’ ‘맑은 물’ 등 자연을 뜻하는 이름을 붙인 각각의 레지던스는 그 자체가 별도의 마을 같다. 작은 쪽문으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게스트 접견 공간과 전용 풀장이 있고, 이를 중심으로 네다섯 개의 독립된 객실이 있는 독특한 구조이기 때문. 레지던스 전체를 사용하거나 레지던스내 각 객실을 개별적으로 예약할 수 있다. 좀 더 단순한 구조의 객실을 원한다면 다섯 채의 독립된 리트리트 빌라가 제격. 전용 라운지가 있는 원 베드룸 빌라 두 채와 독립된 복층 구조에 전용 풀장을 갖춘 세 채의 투 베드룸이 있다. 명민한 배치로 숲을 빌라 내부로 끌어들인 객실 인테리어 감각이 놀라움을 안겨준다.
건강과 미각을 두루 돌보는 레스토랑
신을 향한 경외를 담아 정교하게 조각한 목조 건물 쿠두스 하우스Kudus House에서 아침 식사와 저녁 식사를 제공한다. 1백50년의 흔적을 간직한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아득한 열대우림 협곡의 풍요로운 절경이 허기를 잊게 만든다. 올 데이 레스토랑으로 운영하는 ‘글로우Glow’는 천연 재료로 만든 인도네시아와 발리의 전통 음식과 서양 요리를 예술적 데커레이션으로 제공하는 코모 샴발라 퀴진의 쇼케이스 레스토랑. 정교한 장식이 멋진 요리의 맛 또한 환상적이다. 익히지 않은 채소로 구성한 별도의 메뉴도 갖춰, 의사의 권유나 개인의 취향에 부합하는 생식으로 준비한 웰빙 식사도 즐길 수 있다.
개인별 휴식 프로그램
리조트에서 휴식하는 동안 아유르베다, 하이드로세러피, 요가와 필라테스 등 여덟 가지가 넘는 분야에서 전문가의 개별 케어를 받을 수 있다. 컨설턴트와 상담한 후 개별 처방을 받으면, 요정 ‘지니’처럼 필요한 순간에 딱 나타나는 각 객실 전담 버틀러가 처방받은 프로그램 시간이 될 때마다 미리 알려주고 에스코트해준다. 전문 의사가 디톡스부터 다이어트까지 다양한 문제를 상담해주는 아유르베딕 프로그램부터 스트레스 매니지먼트, 액티브, 원기 회복, 동양의학, 클린스 프로그램 등 여섯 가지 프로그램을 보통 3~8일 코스로 제공한다. 개인에게 맞는 요가, 필라테스, 식이요법, 아로마 마사지 등의 처방을 내리는데, 리조트 투숙객 전체에게 제공하는 아침 트레킹, 요가, 명상 수업 등과 함께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 취할 개인별 휴식 시간표를 만들 수 있다.
스파와 트리트먼트
코모 샴발라 에스테이트는 발리 우붓의 웰니스 리조트 이름이고며, 코모 샴발라는 코모 그룹의 유명한 스파 프로그램의 대명사다. 이 프로그램은 발리는 물론 런던과 몰디브 등 세계 각지의 코모 그룹 호텔과 리조트에서 경험할 수 있는데, 그 심장 역할을 하는 코모 샴발라 에스테이트의 프로그램은 무려 스무 가지가 넘는다. 몸과 마음 상태를 미리 체크한 의사의 지시에 따라 개인에게 필요한 마사지와 트리트먼트를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 순차적으로 제공한다. 스파와 마사지는 리조트 중앙의 스파 건물에서 받거나, 협곡에 마련된 네곳의 숲 속 파빌리안에서도 받을 수 있다.
필라테스 스튜디오는 우림 속 트리 하우스
테니스, 요가, 필라테스, 카누, 전용 풀장에서의 아쿠아세러피 등 전문 강사가 함께하는 20여 가지의 액티비티를 제공한다. 리조트 투숙객이 가장 선호하는 요가 클래스는 숲에 둘러싸인 전용 파빌리온과 스파 건물 등 두 곳에서 요가 강습과 명상 훈련 등을 하루에 여러 차례 진행한다. 생명의 물이 가득한 내추럴 풀로 가는 협곡에 자리한 필라테스 스튜디오는 열대우림 속에 솟아 난 트리 하우스. 세차게 흐르는 아융 강과 열대 고목이 매트 위로 밀려들 듯한 놀라운 경관의 스튜디오 전경이 놀랍도록 아름다워서, 곧은 관절도 곧은 허리도 어느 때보다 부드럽게 이완될 것 같은 멋진 공간이다.
취재 협조 에이투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