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데 남편은 집구석에 박혀서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안 하니 못 살겠어!” “또 비가 오네! 빨래는 마를 날이 없고 집안일은 나만 하는 것 같아.” “재미도 없는데 왜 이 사람이랑 대화를 해야 하지?” 하루에도 수백 번 떠오르는 생각의 바다를 우리는 어떤 문장으로 항해하고 있을까? “휴일에 남편이 가족과 함께 있어줘서 참 감사해.” “이틀 후에는 날씨가 좋아진다고 하니 다행이야.” “나와 대화를 해줘서 고마워.” 식으로 달리 생각한다면 우리의 행복 지수도 달라지지 않을까? ‘감사 일기 전도사’로 알려진 이의용 박사의 주머니에는 언제나 손바닥만 한 모형 도넛이 있다. 도넛의 안과 밖, 앞과 뒤, 속과 겉의 형태가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세상을 여러 가지 시선으로 바라볼 것을 권한다. 그것이 감사하는 마음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감사는 긍정의 확장 “결핍의 시대를 살았죠. 요즘 사회의 스펙이 학벌이라면 우리 세대에게는 부족함이 힘이었어요.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힘든 유년 시기를 보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지만 여전히 불평 가득한 삶이 이어졌죠. 그 끝에는 공허가 있었습니다. ‘아, 뭔가 잘못됐다.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화두가 생긴 것은 그때였어요.” 그가 절박함으로 찾은 키워드는 ‘긍정’이었다. 쌍용그룹 홍보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창간한 사외보 <여의주>는 그의 그런 바람을 십분 반영한 결과다. 긍정적인 이야기를 담는 잡지로 발행 부수만 26만 부였다. “긍정의 힘 이상의 무언가가 없을까하는 고민이 확장된 것이 ‘감사’입니다.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에는 긍정이 바탕에 깔려 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그의 성공 비결이 감사 일기였다고 고백하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아, 이거구나! 싶었지요.” 이의용 박사가 감사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때였다.
“감사 일기를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일상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소소한 일상에서도 ‘감사 거리’를 찾게 되고, 서서히 내 삶에 조용한 평온이 깃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이 변화는 제게 상당한 충격이었어요. 이전에는 잘 느끼지 못한 일상의 소중함 그리고 가족과 동료 친구와 제자 등 주변 사람들의 존재감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 왔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감사 일기 전도사가 됐다.
이의용 박사의 감사 일기장과 관점의 차이를 설명할 때마다 강의용으로 사용하는 모형 도넛. 항상 그의 주머니에 들어 있다.
감사 일기도 훈련이 필요하다 10년 동안 대학교에서 ‘감사 일기 쓰기 캠페인’을 벌여온 이의용 박사는 학생들은 ‘감사 거리 찾는 것’을 가장 어려워한다고 말한다. “별로 고마울 일이 없어요” “대체 뭘 감사하라는 거지요?” 하고 불평도 잔뜩 늘어놓는다. 억지로라도 권유하는 이유는 글쓰기 자체가 훈련이기 때문이다. “일기장 초반에는 늘 얻어먹은 이야기뿐이에요. 일명 ‘거지 일기’라고 부르는데(웃음) 남에게 물질적으로 받은 것에 대한 고마움만 기억하는 거죠. 그다음은 본인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로 시야가 조금씩 넓어집니다.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준 엄마, 학비를 벌기 위해 고된 일을 하는 아빠…. 가까운 대상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기본이면서 가장 중요한 단계예요. 그 다음은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준 행인,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해준 아주머니처럼 자신과 관계없는 불특정 다수로 대상이 확장됩니다. 그다음은 어떻게 될까요? 누군가 길을 잃고 헤매면 본인이 안내하게 되고, 화장실도 깨끗하게 쓰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감사 일기의 힘은 여기에 있다.
바로 행동의 변화다. 하지만 불의한 것을 보지 않고 감사만 하자는 말은 절대 아니다. “부정과 긍정적 시선 사이에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상을 다각도로 바라보면서 긍정적인 면으로 취사선택할 줄 알아야 해요. 제일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입니다. 닥친 일을 편협하게 판단하지 마세요. 공부에는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지만, 삶에는 긍정적인 사고가 훨씬 좋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요.”
감사 일기를 꼭 써야 할까?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이의용 박사는 손바닥만 한 수첩에 펜을 휘날리듯 빠르게 메모를 했다. 그가 늘 잊지 않고 챙기는 ‘감사 일기장’이다. 성경책처럼 두툼한 일기장을 기대했지만 일주일 남짓 사용하면 동이 날 것 같다. 그는 감사 거리가 생각날 때마다 메모를 한다. 그리고 그 메모를 다시 들여다보지 않는다. 글로 쓰는 그 순간에 일어나는 마음가짐의 변화가 더 의미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벌써 두 가지 감사 거리가 생겼네요. 약속 시간에 맞춰 나오다가 전화기를 안 가지고 온 걸 알고 다시 집에 들렀는데 얼마나 짜증이 나던지요. 하지만 약속 장소에 다 와서 알아차렸다면 더 큰일이었을 겁니다. 더 멀리 가지 않고 집에 들를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그리고 기자가 괜찮다고 양해를 해주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시원한 주스로 갈증까지 해소할 수 있었으니 이 또한 고마운 일이죠.” 긍정적 생각이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게 하고, 이것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감사하는 삶을 스스로 경험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감사 일기를 쓰는 의미가 아닐까. 이 박사는 이어서 다른 사람들의 감사 일기에 등장하는 사람이 되라고 덧붙였다. 베푸는 것이야말로 감사 일기의 성숙한 결말이니까! 감사 일기를 써서 행복해졌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의용 박사는 그 덕분에 자다가 외마디 비명 지르지 않고 푹 잘 수 있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보다,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더욱 중요하니까요. 감사 일기를 쓰세요.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그것이 바로 행복입니다.”
감사 일기, 이렇게 시작하자! 먼저, 작은 수첩(감사 일기장)을 구입하자. 감사 일기에 그때그때 메모하지 않고 쓸 내용을 저녁에 한꺼번에 생각해내려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어디서든 편리하게 꺼내어 쓸 수 있도록 포켓용 사이즈가 좋다. 1단계, 그날 고마운 일의 제목만 적는다.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날 고마운 일 3~5가지를 제목만 적는다. 감사 일기를 처음 쓰기 시작했다면 이 단계만 3개월 동안 꾸준히 실천하자. 2단계, 내가 고마움을 표현한 대상의 이름을 적는다. 2단계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에게 고맙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날 자신이 누구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는지 그 사람의 이름을 적는다. 3단계, 그날 내가 다른 사람에게 베푼 일을 적는다. 2단계가 습관이 된 사람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 일을 적어보자. 그 대상은 누구라도 상관 없다. 2개월 정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좋으며, 그것이 익숙해지면 모든 단계에 해당하는 일을 섞어서 매일 스스로 정한 만큼 적어나가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