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을 위한 마음 돌아보기
‘마음’은 늘 내게 깃들어 있지만 참 알기 어려운 대상이지요. 설문 조사에서 <행복>과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R) 심리학과 교수이자 의 저자인 소냐 류보머스키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주관적 행복’에 관한 질문으로 독자 6백51명의 마음, 즉 ‘행복 수준’을 알아보았습니다.
당신은 행복한 사람인가요?
설문지의 1~4번 문항은 개인의 주관적 행복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네 개 문항의 점수를 더하고 평균을 내면 응답자의 행복 수준을 알 수 있는 것이지요.
기존의 많은 심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보통 이상으로 행복하다고 느낀다고 합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약 89%나 되는 대다수 독자가 보통 또는 보통 이상으로 행복하다고 응답했습니다. 한편, 12%의 독자들은 행복하지 않은 편이라고 응답했으며, 60%의 독자는 자신의 행복을 확신하지 못하는 ‘회색 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신은 행복 사다리의 어느 칸에 있습니까?
설문지의 5번 문항에는 행복 사다리가 등장했습니다. 삶이 전반적으로 ‘최악인 때’인 맨 아래 0부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때’인 꼭대기 10 사이에서 응답자가 지금 어느 칸에 서 있는지 물었지요.
가장 많은 독자가 서 있는 곳은 7번 칸으로, 6백51명 중 약 24.6%에 해당하는 1백60명의 독자가 행복 총점 11점(사다리 칸 수)중 7점만큼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평균은 약 5.17점이며 표준편차는 약 1.1점입니다. 설문 조사에서 1~3점에 응답한 독자는 자신이 전체 평균보다 다소 낮은 행복감을 느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행복 지수가 전체 평균보다 높은 독자는 총 2백53명이었습니다.
행복한 삶을 위한 일상 돌아보기
하루하루 일상이 모여 인생의 삶이 됩니다. 그러니 일상의 시간을 어떻게 채우는지, 일상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에 따라 개인의 행복 지수가 달라질 수밖에요. <행복>과 연구팀은 독자의 일상생활 속 행복 증진 요소를 알아보기 위해 ‘마스터 경험’을 화두로 제시했습니다.
당신은 ‘마스터 경험’을 해보았나요?
새로운 것을 배우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스스로 잘하고 있다며 느끼는 경험을 ‘마스터 경험 또는 몰입’이라고 합니다. 일상에서 마스터 경험을 몇 가지나 하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3.6%에 해당하는 2백84명의 독자가 두 가지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행복>과 연구팀은 독자들이 한 달 중 취미 활동에 할애하는 시간도 함께 질문했습니다. 그 결과 한 달중 10시간 이상 20시간 미만의 시간을 취미 활동에 사용하는 사람이 35.8%로 가장 많았습니다.
마스터 경험을 많이 할수록 행복하다
이번 설문 조사에 참여한 독자 중 일상에서 마스터 경험을 하는 일의 종류가 두 가지 이하인 사람은 응답자의 대다수인 총 5백17명이었습니다. 이 중 자신의 행복지수가 전체 응답자의 평균보다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2%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일상에서 마스터 경험을 세 가지 이상 하는 사람의 행복 수준을 나타내는 그래프 양상은 다릅니다. 이 그룹에서는 전체 평균보다 더 행복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28%로 높게 나타나, 마스터 경험이 개인에게 큰 행복감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취미 활동 시간이 길수록 행복합니다
한 달 30시간 미만의 취미 활동 그룹이 평균 이상의 행복감을 느끼는 비율은 11.7%입니다. 반면 30시간 이상의 그룹이 평균보다 높은 행복감을 선택한 비율은 26%나 됩니다. 회귀 분석(변수 사이의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통계 방법) 결과, <행복> 독자 개인의 행복 수준 차이를 만드는 원인을 100으로 표현하면, 마스터 경험과 취미 활동은 이 100 중에서 7 정도를 차지합니다. 즉, <행복> 독자은 일상에서 마스터 경험을 하는 일의 가짓수가 많을수록, 취미 활동 시간이 많을수록 더 행복해한다는 사실을 이번 조사 결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행복한 삶을 위한 소비 돌아보기
‘To do or to have : That is the QUESTION, 경험하느냐 소유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코넬 대학 심리학과의 토머스 길로비치 교수가 2003년에 작성한 연구 논문 제목입니다. 이 논문에서 길로비치 교수는 행복을 증진하는 좋은 방법은 ‘갖는 것’보다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설문 조사 결과도 길로비치 교수의 연구와 일치할까요?
소유와 경험, 무엇이 더 행복할까요?
<행복>과 연구팀은 독자에게 가계부 일부를 떠올리게 하는 질문을 했습니다. 한 달 평균 지출 중 소유지출(옷, 보석, 전자 기기 등 갖고 싶은 것 구매)과 경험 지출(여행, 스포츠, 콘서트 티켓 등 경험하기 위한 구매) 비율이 얼마인지 물었지요. 소유 아이템과 경험 아이템을 구매한 후 독자들은 얼마나 행복해졌을까요? 상관 분석(변수 사이의 관계에 대해 추정하는 분석) 결과에 따르면, 소유를 위한 소비 비율은 개인 행복과 연관성이 낮았습니다. 반면, 경험을 위한 소비 비율은 행복과 연관성이 깊었습니다. 회귀 분석 결과, 경험 아이템을 통해서는 의미・재미・몰입이 행복 증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습니다. 반면, 소유 아이템에서 느끼는 의미・재미・몰입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작았습니다. 이 같은 결과는 월수입의 차이가 조사 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통계적인 방법으로 통제한 후에도 유지되었다는 사실 역시 눈여겨볼 만합니다.
‘지금 기분이 좋은가’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는 다른 질문입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소유 지출은 행복감을 유지해주지 못합니다. 왜일까요? 첫째, 소유 지출 후에 따르는 후회 때문입니다. 이는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경험 아이템에 대해 후회하는 경우는 6백51명 중 34명으로 불과 5.2%이지만, 소유 아이템을 후회하는 경우는 1백61명으로 24.7%나 됩니다. 즉 소유 지출이 경험 지출보다 더 쉽게 후회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지요. 길로비치 교수의 연구팀은 소비 후 일어나는 ‘후회’가 행복감을 감소시킨다고 했습니다. 경험하면 후회조차 추억으로 남지만, 소유는 그저 후회만 남는 것이지요.
남과의 비교는 행복의 적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소유 지출이 비교에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가 중학생을 위해 출간한 <행복 교과서>의 4장에 ‘비교하지 않기: 비교는 행복의 적이다’라는 주제가 등장할 만큼 남과의 비교는 나의 행복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비교의 행복 감소 효과’에 비추어 설명해보면 어떨까요? 상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자신이 한 경험 소비를 남과 비교하는 것은 행복과 관계가 없었습니다. 이에 비해 소유 소비를 한 후 남과 비교하는 것은 행복과 큰 연관성이 있어 행복을 감소시킬 여지가 높습니다. 즉, 콘서트에 다녀온 것, 악기를 배운 것, 여행을 한 것 등 새로운 경험은 남과 비교해도 행복감이 감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명품과 보석 등 소유를 위해 소비한 것은 남과 비교하면 행복감이 쉽게 떨어집니다. 경험으로 얻은 행복은 비교에 강하지만, 소유로 얻은 행복은 비교에 취약하기 때문이지요.
행복 처방전
어른이여, 꿈을 가져라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건 ‘꿈’ 많은 청소년이나 가능할까요. 직장 업무로, 집안일과 부모 노릇으로 매일 녹초가 되는 어른은 ‘꿈’이라는 단어를 마음 저편으로 밀어둔 채 살아갑니다. 하지만 <행복>과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가 함께 진행한 이번 설문 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행복의 비결은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첫째, 새로운 것을 배우며 즐기는 경험을 하면 더 행복해진다. 둘째, 취미 활동에 시간을 많이 투자할수록 더 행복해진다. 셋째, ‘갖는 것’보다 ‘하는 것’이 행복을 증가시킨다. 행복한 삶을 위해 새로운 경험에 열린 자세를 취하고, 배우는 것을 열심히 하며, 갖는 것보다 경험해보는 것에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더 투자해보세요. 매일 시간에 쫓기는 어른에게 이러한 실천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고요? 당장 이룰 수 없다 해도 행복한 인생을 위해 그동안 마음 저편에 밀어둔 ‘꿈’을 마음 한가운데로 끌어와보세요. 되고 싶은 모습, 하고 싶은 것을 그리며 살면, 즉 꿈을 품고 살면 매일 한걸음씩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행복의 단축키, 나눔을 실천하라
꿈을 갖고 취미 활동을 하는 것 이외에 우리의 시간과 물질 자원을 어디에 사용해야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을까요? 이번 설문조사 마지막 부분에서 <행복> 독자의 정기적 기부나 자원봉사에 대해 물었습니다. 분석 결과, 물질 기부나 자원봉사를 하거나,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고 합니다. 남을 돕거나 남과 나누면 왜 행복할까요? 이를 통해 자신을 쓸모 있는 사람, 좋은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또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나눔에서 느낀 뿌듯함이 재생되어 행복한 기분을 남보다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의 엘리자베스 던 교수는 사람들의 가계부를 연구한 결과, 자기를 위해 지출한 금액보다 선물이나 기부 등 남을 위해 지출한 금액의 크기가 행복 지수를 높인다고 했습니다. 한 달 지출 중 남을 위해 사용한 금액은 10분의 1도 채 되지 않지만, 겨우 10분의 1로 큰 행복을 얻는다면, 나눔은 남는 장사인 셈입니다. 나눔은 작은 투자로 큰 행복이라는 이윤을 남기는 방법입니다. 또 두고두고 행복한 기분을 유지해주니, 이보다 유익한 투자가 또 있을까요.
꿈을 이룬 이야기에 귀 기울이라
우리는 이제 ‘꿈과 나눔’이라는 행복의 비결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행복> 독자는 어떤 꿈을 꿀 때 인생이 행복해진다고 생각할까요? 이번 조사에 참여한 <행복> 독자께 자신만의 장래 희망을 물어보았습니다.
설문지 18번 문항의 응답 결과, 피로 해소를 목적으로 휴양 여행을 하고 싶다는 응답이 17.48%라는 비교적 높은 수치로 1위를 차지해, 대한민국 어른들의 노곤한 일상을 항변해주었습니다. 운동과 스포츠는 3위인 체험 여행과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해 건강의 중요성을 상기시켰지요. 독서와 예술 감상, 악기 연주, 소품 만들기, 미술 활동과 요리까지 우리의 인생엔 생각만 해도 즐거운 미소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일이 이토록 다양합니다. 그러니 꿈을 미루지 말고 이 중 한 가지를 보통 날의 작은 즐거움으로 삼아보면 어떨까요? 매일의 작은 즐거움이 모여 큰 행복이 되었다는, 바쁜 일상에서도 꿈을 이루느라 우울할 틈이 없다고 하는 ‘행복한 어른’ 8인의 진짜 행복한이야기가 다음 장에 이어집니다.
디자인 전지원 기자 일러스트레이터 유혜영 캘리그래피 강병인 설문 작성과 분석 이명아(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연구원), 김경미(전 행복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동명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류승아(전 행복연구센터 선임연구원, 경남대 심리학과 교수)
- <행복이가득한집> 독자의 행복 지수 설문 조사 어른들의 장래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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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교실의 아이들은 마냥 행복합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 비슷한 환경인데도, 누구는 사는 게 행복하다고 하고 누구는 지루하다고 푸념합니다. 이 두 사람에게 어떤 차이가 있기에, 삶의 행복감이 그토록 다른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창간 26주년을 맞은 <행복>이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와 함께 6백51명의 독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를 함께 나누며 독자 여러분께 좀 더 행복한 인생을 위한 ‘행복 처방전’을 드립니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