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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놓는 JH 자수 공방 손뜨개와 수다 파티, 환상의 궁합이죠?
돌이켜보면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동네 사랑방에 모여 앉아 손으로 무언가를 꿰고 그리고 두들기며 시간을 보내곤 했죠.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다 보면 이내 마음에 꽃들이 살뜰하게 피어납니다. 요즘 이곳이 그래요. 혼자 놀아서 좋고, 함께 어울려서 더 좋은 우리 동네 숨은 공방들 그리고 그 안에서 찾은 말간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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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에도 수틀을 내려놓지 않은 (왼쪽부터) 김영숙 씨, 최정해 선생, 이영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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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 가위와 바늘을 꽂는 개인 자수 지갑.
3 티코지와 가방, 액자 등 모두 최정해 선생의 작품.
4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각종 액세서리들.
5 대표적 유럽 자수인 알파벳 자수. 알록달록한 색깔의 꽃을 수놓았다.
6 꽃분홍색의 자수가 어여쁜 줄자와 가위 꽂이.
7, 8 동서양의 감성이 녹아든 바늘꽂이와 수저 가방.

창 앞에 매달린 무명천을 투과한 햇빛이 나른하게 떨어지는 작업대 위에 바늘과 실, 가위, 원단 등이 놓여 있다. 그런데 작업대 다리가 요상하게 짧다. 의자 다리도 반 토막났고 작업대 높이도 식탁보다 한 뼘이나 낮다. 이 모든 게 오랜 시간 앉아 어깨와 손목을 쓰는 수강생을 위한 세심한 배려다. 그래서 손도 어깨도 고단함이 적다. <행복> 독자 클래스로 친숙한 요리 연구가 공은숙 선생의 쿠킹 스튜디오 한쪽에 자리한 ‘JH 자수 공방’ 풍경으로, 수예 전문가 최정해 씨가 그 수장이다. 일주일에 세 번 진행하는 수업 시간에는 한 번에 두세 명의 수강생만 받는다. 인원이 많을수록 배우는 사람도, 가르치는 사람도 힘들기 때문이다.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얻기 위한 노력인 것.

“자수의 기본인 열네 가지 기초 스티치를 숙지하면 그다음부터 응용과 반복이에요. 자수는 어떤 물건에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활용도가 크답니다.” 최정해 대표는 “천만 있으면 쫑쳐놓는다”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다. 규방 공예에 관심이 많아 15년 전부터 전통 수공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수공예에서 자수가 기본이라는 것을 알면서 본격적으로 자수를 연구하며,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자수 선생님에게 유럽 자수까지 배워 동서양의 자수를 모두 익혔다. 그래서일까, 그는 다양한 도안에 도전하고 새로운 작품으로 응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술을 전공한 남다른 감각도 한몫했다. 인천 강화에서 왔다는 김영숙 씨는 자수를 놓고 있으면 행복 호르몬이 생성하는 것 같단다.
“저는 선생님 보러 인천에서 와요. 집에서 해도 되는 걸 일부러 선생님과 나란히 앉아 자수를 하지요. 여자들 놀이터 같다고 할까? 집보다 공방에 와서 얼굴을 맞대고 바느질하는 것이 훨씬 즐거워요. 처음엔 남편이 ‘웬 자수냐? 차라리 묘수를 배워라’고 농을 던졌지만, 자수를 배우면서 잔소리도 줄고 제가 행복해하니 오히려 좋아하지요. 최정해 선생님의 라이프스타일을 닮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아, 저렇게 곱고 정갈하게 살아야지. 나도 저렇게 멋지게 노년을 보내야지 하는 마음요.”

머리를 맞대고 자수틀을 잡고 바늘땀을 놓는 여인의 손이 야무지게 바쁘다. 이영미 씨는 대학원생인 딸에게 직접 수놓은 소품을 주는 것이 행복하다. “자수를 놓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 완성품을 보면 성취감도 크답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음만 있으면 배워보세요. 그 손맛이라는 것이 있거든요. 집 생각이 나다가도 바늘만 잡으면 까맣게 잊어버려요.”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니 함께 배우는 이들과도 자연스레 가까워진다. 두 사람은 얼마 전부터 함께 중국 여행을 계획하며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목표를 하나씩 이뤄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근심이 있으면 바로 올이 달라져요. 마음이 콩밭에 있으니 자수도 비뚤비뚤할 수밖에요. 그러면 전 하지 말라고 그래요. 입시 준비하는 것도 아닌데 스트레스 받으면서까지 할 필요 없잖아요. 좋아해야 해요. 평온한 마음에서 수를 놓으면 결과물도 참 고와요.”
임신 중이라 멀리 못 나오는 회원을 위해 부평까지가서 개인 교습을 한다는 최 대표는 자수를 배우려는 이에게 작든 크든 도움을 주고 싶다. 자수를 통해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과 성취감을 느낀다.

티포트에 씌우는 보온용 티코지tea cozy, 앞치마와 테이블보… 무명천에 하롱하롱 내려앉은 들꽃에 여트막한 바람 소리가 들린다. 자수를 놓으면 오동통한 내 손가락도 고와질 것 같은 이곳. 결국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한 과정이요, 마음의 풍요를 찾기 위한 노력이 아닌가. 좋은 스승이자, 인생의 큰 선배를 만나니 그 길이 좀 보이는 듯하다.

주 1회 수업으로 오전 11시와 오후 2시 수업이 있으며, 월·수·금요일 중 선택할 수 있다.
수업료는 두 달 과정에 30만 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240-13 고영빌딩 6층 문의 010-4646-9376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김재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