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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교육 특집] 암 백신 전문의 래리 곽 박사 아주 특별한 아빠 양육법


자녀의 행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버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래리 곽 박사 부부.


아이 하나를 뜨겁게 낳아, 가슴으로 품어 젖을 먹이며 키워 드디어 세상으로 나아가게 돕는 일. 지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자 행복한 일일 테다. 아이가 인생을 행복하다고 여기게 만든다는 건 더욱. 자식은 부모에게 영원한 채권자라던데, 이 불평등한(?!) 관계를 위해 청춘의 절반을 쏟은 이 부부, 특히 ‘자녀 교육의 달인’쯤으로 산 래리 곽 박사의 이야기에서 인생의 오묘한 신비를 발견하게 된다. 2010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린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 센터의 래리 곽 박사. 이미 그 성공만으로 양명의 깃발을 날린 그는 특별한 교육법으로도 미국 한인 교포 사회에서 화제가 됐다. 이민 2세대로 타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내느라 남보다 더 분투했고, 3일에 한 번씩 밤샘 근무를 하는 의사로 살면서도 네 아이 모두 브라운, 코넬, 텍사스 의대, 노스웨스턴 대학에 진학시킨, 아니 그보다 네 아이 모두 마음 따뜻한 성인으로 키워낸 그의 교육법에는 평범하고도 특별한 것이 있다. ‘문밖에서는 법 없이도, 밥상머리에서는 불호령’으로 자식들에게 당신을 각인 시키며, 평소엔 관심도 없다가 아이 성적이라도 떨어질라치면 “집에서 애 교육 하나 제대로 안 시키고 뭐 하느냐?” 호통치는 대개의 대한민국 아빠들이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이야기가 그에게 있다. 25년 동안 네 아이를 키우며 큰 기쁨부터 극한 슬픔, 피곤과 뿌듯함, 화와 분노, 완전한 겸손과 좌절까지 맛본 ‘평범한’ 아빠가 들려주는 일곱 가지 이야기.

1. 사랑은 시간이다
“아이 돌보는 것을 내가 맡은 책임의 하나로 생각했어요. 내 아이들의 삶에 더 많이 함께 참여하는 걸 삶의 우선순위로 삼는, ‘참여하는 아버지’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계속 공부 중이었고 첫째가 태어났을 때 난 3일에 한 번씩 밤에 병원에서 환자를 돌봐야 하는 레지던트 3년차였죠. 밤샘 근무를 하고 퇴근을 하면 나는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고, 놀아주고, 침대에서 책까지 읽어준 후에야 내 일을 시작했어요. 좀 더 자라서는 매일 저녁 공부를 돌봐 주고 주말이면 아이들의 스포츠 팀 코치로, 음악 대회 매니저로 그들의 취미 생활을 함께했고요. ‘일은 직장에서 한다’라는 모토 덕분에 집에 오면 병원 일은 잊었어요. 아내의 양육을 ‘도와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동반자로서 함께 아이들을 키운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죠. 술 약속도, 출장도 자제했습니다. 정 시간이 없으면 하루 5분이라도 온전히 아이와 스킨십을 하고 대화하려고 애썼습니다. 아이들이 자랄 때까지 매일 5분씩이라도 꼭.”

2. 처음 10년이 중요하다
“태어나서 10세까지는 가치관과 습관이 형성되는 시기입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부모에게서 보고 들은 것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배우는 시기이고요. 그래서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갑자기 무언가를 시키려고 하기보다는 처음 10년 동안 천천히 좋은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지요. 뭔가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다면 아주 작은 일이라도 먼저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게 좋아요. 아이는 본능적으로 부모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죠. 또 적절한 보상이 필요해요. 우리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잠자리에 들기 30분 전에 자신의 방을 정리하는 책임을 줬는데, 잘하면 나머지 시간은 아이들이 함께 게임을 해도 되지만, 만일 만족스럽지 못하면 다시 정리를 하게 했어요. 30분 안에 방 정리를 마쳐야 하니 아이들은 함께 놀기 위해서라도 서로서로 도왔죠. 또 주어진 일을 잘했을 때는 표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유리병에 탁구공을 넣게도 했고요. 스티커가 쌓이면 계획한 대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고요. 아이들이 반항적인 행동을 계속할 때는 벌을 내렸는데, 타임아웃Time-out 의자에 앉아 있게 하기도 하고(타이머를 맞춰두고 정해진 시간 동안은 의자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보통은 이 방법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화를 내지 않으면서’ 아이들의 엉덩이를 회초리로 때리기도 했어요(왜 회초리로 맞아야 하는지 아이에게 이해시키고 잘 이해했는지 확인한 다음 행한다. 부모가 화난 상태에서는 절대 행하지 말아야 하고, 훈련의 마지막 단계가 되어야 한다). 주말 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거나 친구와 보낼 시간을 없애는 것처럼 특권을 반납하게도 했고요.
단, 훈육할 땐 “너는 왜 그러니?” “너는 어쩌면 그렇게 아버지와 꼭 닮았니?” 같이 부정적인 말로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준 적은 없죠. 또 사소한 행동이 모여 아이의 인성을 만들기 때문에 작은 일도 유심히 보고, 중요하게 처리하려고 애썼습니다. 큰아들 나단이 초등학생 때 자기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아이에게 “닥쳐Shut up”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아이에게 그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차근차근 설명하고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일깨웠죠. 나단이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했어요. 우린 아이를 껴안으며 ‘잘못을 사과할 줄 아는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해줬죠.”

3. 버릇 있는 아이로 키우려면
“아이들에게 작은 집안일을 맡겨 책임감과 주인 의식을 배우게 했어요. 매일 밤 놀이 공간(거실)을 청소한다거나 식탁 아래 떨어진 음식물을 줍는 일 같은 거죠. 아이에게 책임감을 가르치는 일은 일찍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버릇없는 아이로 키우지 않기 위해 우리는 아이가 요구하거나 원하는 것을 무조건 다 사주지는 않았어요. 집안일을 도와 돈을 모으게 했죠. 스스로 번 돈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좀 더 신중하게 돈을 썼고, 갖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땐 집안일을 더 도와 돈을 모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죠. 이렇게 욕구 충족을 자제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원하면 뭐든 당연히 누려야 한다는 생각, 최고만 그들에게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조금 못한 것을 받으면 불만으로 가득한 아이가 됐을 거예요.”

4. 튼튼한 아이로 키우려면
“아이들에게 운동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습니다. 자신감과 자기 통제력을 길러주고 때로는 충만감과 심리적 안정까지 주니까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간식을 먹인 후 모두 밖에 나가 놀게 했어요. 날씨가 추운 날도 예외 없이 단 15분이라도 밖에서 놀게 했습니다. 아이들과 뒷마당에서 공을 차기도 하고,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기도 했죠. 또 즐겁고 비경쟁적인 분위기에서 다른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스포츠 팀에 아이들을 보냈는데, 저도 자원해서 봄에는 야구 팀에서 코치로, 가을에는 축구팀에서, 겨울에는 농구 팀에서 코치로 활동했죠. 축구와 농구는 규칙을 잘 몰라서 배워가면서 코치를 해야 했어요. 일주일에 두세 번씩 연습하는 곳으로 데려다주고 데리고 와야 했고, 매주 토요일마다 원정 경기를 위해 장거리 운전도 마다하지 않았죠. 운동에 대한 관심이나 능력은 아이마다 다르겠지만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데 체력은 매우 중요해요. 아버지들이 조금만 노력을 기울인다면 아이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어요.”

5.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우리 부부도 아이들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했지만, 대학 입학이 그들의 최종 목표는 아니길 바랐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도록 지도한 건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도구를 제공해주는 것에 불과했죠. 그리고 공부는 아이들의 잠재 능력을 개발 시키기 위한 또 다른 수단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도록 먼저 집 안에 체계적인 환경과 일과를 만들어줬어요. 규칙과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죠. 저녁 식사 후 주어진 집안일을 마치면 아이들은 자신의 방으로 가서 첫째, 숙제를 하고 둘째, 수학과 읽기를 심화하기 위한 연습 문제(1~3쪽) 셋째, 수학 플래시 카드 넷째, 독서 다섯째, 다음 날 등교 준비와 입을 옷 준비 여섯째, 잠잘 준비를했죠. 그 일과표를 각자의 책상 위 벽에 붙여놓으면 아이들이 스스로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죠. 아이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두번째 방법으로 ‘부모의 관심’을 들 수 있어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매일 밤 아내와 함께 학교 파일 폴더와 가정통신문을 확인하는 일을 나눠서 했어요. 틀린 문제는 다시 풀어 개념을 바로 알게 하고, 더 필요한 공부 자료에 대해 선생님께 물어보곤 했어요. 집에서 연습을 시킬 수 있는 영어 문법 교재 같은 거죠. 또 학교 숙제는 가장 어려운 것부터 끝내라고 권했어요. 어려운 문제를 대했을 때 겁먹지 않는 태도를 훈련시킬 수 있고 무엇이든지 가치 있거나 귀한 것이 어렵다는 걸 상기시킬 수 있으니까요. 초등학교 기간 동안 아이들의 공부를 지도하기 위해 노력하니 중학생이 되어서는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붙어 수월해지더군요.”


네 아이 모두 브라운, 코넬, 텍사스 의대, 노스웨스턴 대학에 진학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삶의 행복을 능동적으로 발견하는 사람으로 자란 건 이 부부의 특별한 양육법 덕분이다.


6. 가족과 대화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내 어린 시절 매일 부모님과 저녁을 먹으며 하루의 재미난 일을 얘기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행복이었을 뿐 아니라 나의 지지 기반이 되었죠. 아이들에게도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 대화에 공을 들여야 대화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어요. 하루 5분씩이라도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고,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즐거운 가족의 밤’이라는 이벤트를 만들었어요. 함께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식사 후에는 보드 게임을 했죠.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족의 밤’ 전통은 영화를 보는 것으로 발전했고요. 아이들은 고등학생이 돼서도 영화를 함께 보는 주말 밤에 좀처럼 빠지지 않았어요. 이걸로도 부족하다 싶으면 함께 여행을 가거나 레스토랑에 가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지요. 우리 가족의 또 다른 전통은 ‘아빠와 일대일 데이트’인데, 악기 연습, 숙제 봐주기, 운동 코치 등 같은 작은 이벤트를 만들어 아이들과 추억을 쌓고 싶었거든요. 큰아들과는 미니 골프를 치고, 둘째 아들과는 자전거를 타며 도시의 경치를 즐기고, 셋째 아들과는 볼링 리그에 함께 참석하는 것처럼 일 년에 두어 번 특별한 날을 가졌어요.”

7.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부부애
“우리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화목한 결혼 생활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부모가 다투는 것을 보는 것만큼 자녀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없죠. 수없이 생겨나는 부부간의 문제나 충돌 가운데서도 그걸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면 아이에게 좋은본이 되죠. 또 ‘자신의 행복보다 아내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라’는 이야기를 마음에 두고 살았는데, 언제나 쉬운 건 아니었죠. 직장에서 일을 끝내고 귀가해 그저 쉬고만 싶을 땐 정말 어렵지요. 하지만 아내가 하루 종일 아이들 주변을 뛰어다녔다는 걸 알았을 때, 아내의 지친 모습을 보았을 때는 내가 원하는 바를 접고 아내를 도왔습니다. 주말에 내가 아이들과 함께하면 아내는 자신을 위해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어 아주 행복해했죠.”

부부가 함께 쓴 이 책은 네 아이의 잠재력을 깨우기 위해 부부가 어떻게 노력했는지,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 일상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부부가 어떤 팀워크로 아이들을 가르쳤는지 등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구체적인 방법을 자세히 알려준다. 자녀 양육에 부담을 느끼는 부모에게 실제적인 지침이 될 만한 정보가 무궁무진하다.


취재 협조 도서출판 푸르메

글 최혜경 | 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