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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산책자의 서울 산책 코스 우린 피서하러 숲에 간다!
숲의 기운이 헝클어진 마음을 다독일 것이다. 이보다 좋은 휴식이 또 있을까. ‘쉴 휴休’ 자는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댄 모습을 형상화했다지 않나. 사람이 나무에 기댄 모습이야말로 가장 편안한 상태다! 더위를 피해, 소음을 피해 숲 속 밀실로 들어가고픈 이들을 위해 몇 개 코스를 귀띔한다. 비탈길이거나, 그늘이 없거나, 사람이 붐비는 숲길은 일부러 뺐다.
못 떠난 당신을 위하여_서울에서 즐기는 휴가 비법
인생의 가장 진한 방점은 여행이잖아요. 공항 냄새 맡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이리 일렁이는데, 물질과 마음의 여유를 미처 챙기지 못해 어디로도 못 떠나셨다고요? 당신을 위해 <행복>이 도시 속 휴가 비법을 마련했습니다. 진짜 ‘시원함’이 뭔지 알려줄 숲길 코스, 딱 하룻밤 묵고 오면 좋은 서울 시내 캠핑장, 로맨틱한 여름밤에 잘 어울리는 공연, ‘카우치 포테이토’처럼 소파에 누워 즐길 만화책・DVD・음반, 여름밤에 가면 더 좋은 서울 속 명소까지 알토란 같은 소식만 모았습니다. <행복>의 안내에 따라 도시 휴가를 맘껏 즐기고 나면 해외 여행 안 떠나길 잘했다 싶으실걸요!

서울 산책 코스 우린 피서하러 숲에 간다!
서울에서 가장 좋은 캠핑장 우리 오늘 야영이나 할까?
제 3세계 맛집 서울에서 세계를 맛보라
밤을 위한 추천 장소 서울에서 잠 못드는 밤
음악 & DVD & 공연 보고 듣고 느끼는 즐거움
방콕 용’ 만화책 ‘방콕’ 해서 어떤 만화책 볼까?



남산 둘레길
그는 페달을 밟고 나는 뒤에 앉아 그 사내의 심장 소리를 듣는다. 살을 맞대 숨소리를 나누는 이 공존의 숙명이란 얼마나 기꺼운 일인가. 그이의 심장 소리, 서걱대는 나뭇잎 소리, 산새 울음소리 낭자한 여름날의 남산 둘레길. 이 길은 이렇게 자전거를 타도, 어정거리며 산책해도 좋은 길이다. 소나무, 아카시아, 상수리나무 등 1백91종 2백88만여 그루의 나무가 102만 9300㎡의 남산공원을 채우고 있으니 서울의 허파라 할 만하다. 하지만 그동안 N서울타워의 유명세에 가려 산책길로서의 매력을 아는 이는 근처 주민이 전부였다. 누구라도 이 길을 한번 걸어보면 그 매력에 흠뻑 빠질 게 분명하다. 남산 둘레길은 N서울타워를 기점으로 남산을 한 바퀴 도는 길이다. 내가 택한 코스는 남산도서관에서 N서울타워로 오르는 길(일명 남측순환로)인데, 1.8km 정도의 길을 휘적휘적 걷는 맛이 일품이다. 꾸준한 오르막길을 30분쯤 걸어야 하지만, 숲이 우거져 가마솥 열기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걸어서 남산을 만나려는 이들을 위해 우레탄을 깔아놓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걸어가다 산 아래를 내려다보면 첨단의 메가시티가 발밑에 있는 듯한 묘한 쾌감도 느껴진다. ‘도보 전문가 추천 서울 생태 문화길 30선’에 꼽히기도 했다.

가는 방법 남산 둘레길로 가는 진입로는 공식적인 것만 15개에 달한다. 그중 남측순환로 코스로 가려면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 내려 간선버스 402・405번 등을 타고 남산도서관에서 하차하거나,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남산도서관 옆 남산공원 입구 주차장에 주차한 후 걸어 올라가면 된다.


(왼쪽) 하늘공원 메타세쿼이아길
그야말로 서울의 숨어 있는 길, 아는 이만 아는 길, “서울에도 메타세쿼이아길이 있었나?” 되묻게 되는 길. 휴가처럼 찾아와 걸어도 좋고, 마음이 헝클어진 날 잠시 들러 30분 정도 걸어도 좋은 길이다. 메타세쿼이아가 900m 이상 늘어선 길을 적요하게 걷다 보면 마음을 다독이며 식혀주는 숲의 힘을 알게 될 것이다. 나무들의
젖은 몸 냄새를 내 허파 깊숙이 빨아들이며 걷노라면 재활再活의 기운까지 느껴진다. 춘천 남이섬이나 담양 못지않은 메타세쿼이아길의 낭만을 이렇게 지근거리에서 맛볼 수 있다. 게다가 이 두 곳에 비해 덜 알려진 까닭에 호젓하게 걷기에 좋다. 무엇보다 메타세쿼이아 옆으로 철마다 꽃이 만발인데, 제철 왔다고 다투어 피어
나는 상사화ㆍ부처꽃ㆍ비비추 같은 야생화를 보며 걷는 맛도 쏠쏠하다. 이 메타세쿼이아길은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오른쪽 자전거 길을 따라 달려도 좋고, 자전거를 끌고(‘산책 전용 길. 자전거도 걸어서…’란 팻말이 길 곳곳에 붙어 있다) 왼쪽 오솔길을 걸어도 좋다. 하지만 염천이니까 시원한 오솔길 추천! 이 길의 단 두 가지 단점은 길 옆으로 강변북로가 지나는 통에 소음이 좀 있다는 것. 또 아주 가끔 저돌적인 파워 워킹에 한창인 아줌마 무리를 만날 수 있다는 점. 하지만 소음은 이어폰끼고 우아한 음악 들으며 잠재우면 되고, 로보캅이 흰 장갑 끼고 제식훈련하는 듯한 아줌마 무리는 넉넉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된다.

가는 방법 하늘공원(상암동 월드컵공원 내) 주차장에서 계단으로 올라가지 말고, 곧은 길을 계속 가다 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10여 분 걸으면 메타세쿼이아길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482 문의 02-300-5500

(오른쪽) 홍릉수목원
세상의 오염을 벗기는 신록의 빛깔이 모두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수목원이자, 2천 종의 식물과 4천여 종의 종자 표본이 자라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수목원이 바로 홍릉수목원이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공개하며, 삼각대도 돗자리도 음식물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이곳은 그야말로 비밀의 숲이다. 사람 대신 나무가 주인인 숲. 덕분에 원시림 같은 숲길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여름 불볕에도 이곳에서만은 서느런 바람, 깊은 숲이 갖는 깊은 그늘을 만나게 된다. 침엽수원, 활엽수원, 조경인의 숲, 잔디 광장처럼 다양하게 나눈 15개의 수목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공원처럼 편하게 산책한다기보다 나무들이 주인인 세계를 엿보는 기분으로 약도 따라 움직일 것. 탐험하듯 걷다 보면 도시에선 쉽게 들을 수 없는 그악스러운 새소리(나무가 병충해를 입어도 약을 치는 대신 수목원 한쪽의 나무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때문에 이곳엔 특히 새와 벌레가 많다)를 만날 것이다. 또 희귀 식물인 풍년화, 1백30살 먹은 소나무, 선비를 닮은 반송 등도! 우리는 모두 조연이 되어 나무와 새와 벌레가 주연으로 펼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길.

개장 시간 매주 토ㆍ일요일 3~10월 10시~17시, 11~2월 10시~16시 주소 서울
시 동대문구 청량리 2동 207 문의 02-961-2551



정현왕후릉 소나무 숲길
수백 년 세월을 제 몸에 고요히 말아쥔 소나무 숲 걸으니, 휘적휘적 흙길을 걸으니 지친 심신까지 내려놓게 된다. 이곳은 삼릉공원(흔히 ‘선정릉공원’이라 알고 있는 곳. 조선 성종의 능인 ‘선릉’과 중종의 능인 ‘정릉’, 성종의 후취인 정현왕후의 능이 있는 공원이라 삼릉공원이라 부른다) 중에서도 정현왕후릉의 소나무 숲길이다.

삼릉공원에서 가장 걷기 좋은 산책 코스로 꼽을 만한데,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적당히 섞여 있고, 나이 든 소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한여름에도 청명한 기운으로 걸을 수 있다. 무엇보다 성근 가지로 선 나무들의 곡선은 그 자체로 추사의 그림 한 폭이다. 유난히 까치들의 수다가 가득한데, 사람들의 성가신 참견이 없어 그런 듯하다. 시속 2km 정도의 속도로 걸으며 까치 구경하는 재미를 꼭 누릴 것. 삼릉공원은 “강남이 아닌 조선의 땅”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장소다. 그 고요한 왕들의 무덤을 따라 걷다 보면 5백 년 전으로 타임슬립timeslip한 듯한 기분마저 든다. 남편과 아이를 도시 저쪽에 두고 오늘만큼은 내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이, “혼자 있으니 이렇게 슬프게 좋은데” 외치고 싶은 이, 가족과 오붓하게(떠들썩한 산보는 NO!) 산책을 즐기고 싶은 이에게 강추한다.

글 최혜경 기자 | 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