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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 즐기는 국제변호사 안지윤 씨 봄날의 승마를 좋아하세요?
말의 목을 쓰다듬으며 칭찬하고, 눈빛을 마주하고 교감할 때 말은 진정으로 자신의 등을 내어준다. 말과 인간의 교감을 통해 완성하는 승마야말로 어느 종목과 비교할 수 없는 감동적인 스포츠가 아닐까? 안지윤 씨는 일요일 아침마다 열 살 된 짝꿍 마馬 ‘헤니’와 승마를 즐긴다. 숨 가쁘게 달려온 일상 속에서 만난 승마는 그의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예쁜 몸매까지 선물하는 기특한 스포츠다.

생명체와 교감하는 운동
땅을 두드리는 발걸음이 드럼 소리 같다. 승마자가 “끌끌” 소리를 내자 걷던 말이 속도를 내기도 하고, 이내 멈춰 신호를 기다리기도 한다. “잘했어!” “괜찮아” 하고 말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말을 능숙하게 다루는 이는 안지윤 씨. 경기도 이천에 있는 스티븐승마클럽에서 승마를 즐긴 지 1년째다. “헤니는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예요. 올해로 열 살이 되었는데 친해지기까지 두 달이 걸렸답니다. 헤니 쪽으로 다른 말이 다가오면 움찔움찔 등을 들썩거릴 만큼 예민해요. 그래서 말을 건네며 안정을 시키곤 해요. 말마다 성격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나요?” 그렇다. 승마는 도구를 가지고 즐기는 스포츠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와 함께 완성하는 스포츠다. 영화 <아바타>에서 교감 없이 ‘이크란’에 오를 수 없듯이, 승마 또한 말이 허락하지 않으면 그 위에 오르기 어렵다. 한 번 의식한 것은 적어도 6개월간 잊지 않는 습성이 있으니, 말에 억지로 올라 통제하려고만 한다면 뒷발질에 차일지도 모른다.
머리를 하나로 반듯하게 묶은 채 화장기 없는 얼굴로 활짝 웃는 안지윤 씨에게 승마 헬멧과 발목을 조여 정강이에 밀착시킨 승마용 부츠가 아주 잘 어울려 보였다. 그가 승마를 주기적으로 즐긴지는 1년이 되었지만 어릴 때부터 말을 유난히 좋아했다. “아홉 살에 엄마와 함께 길을 걷는데 ‘대구 승마장’ 광고 사진이 붙어 있는 버스가 지나갔어요. 말 사진을 보자마자 승마장에 보내달라고 어찌나 졸랐던지…. 요즘에는 어린이를 위한 승마 교실도 있고 승마 클럽도 꽤 있지만 당시는 모두 성인을 위한 승마장이었고, 체계적인 강습 또한 없었어요. 아무래도 본능적으로 말의 매력에 빠진 것 같습니다. 방학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승마장에 들렀고, 그때의 경험이 승마를 향한 그리움을 남겨주었습니다.”


말은 기억력은 좋지만 이해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마방을 나온 말이 넓은 승마장에서 구보와 속보를 반복하며 훈련을 받고 있다. 초여름 햇살 아래 만난 말의 발걸음이 활력 넘쳐 보인다.


자신을 갖고 말을 리드하라
호기심에 부모님을 졸라 승마장을 찾았지만, 아홉 살 아이의 작은 몸피에 어울리는 말이 있을 리가 없었다. 요즘 승마 교실은 어린 승마자를 위해 포니같이 작은 말을 갖추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성인이 타는 큼지막한 말뿐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 두 배를 훌쩍 넘는 말에 올랐을 때는 낙마에 대한 공포가 몰려왔다.
“겉으로 보기와 다르게 말에 오르면 위치가 꽤 높아요. 낙마가 두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죠. 처음 승마를 경험한 아홉 살 때 말을 조종하지 못해 떨어진 적이 있어요. 초보자를 태웠으니, 말도 제가 만만했을 거예요. 말과 인간이 밀착한 상태라 사람이 느끼는 불안함을 말도 감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낙마 에피소드를 일정한 톤으로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 모습이 무척 의연해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렸다. “아, 겁이 별로 없는 편이에요. 승마할 때도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겁이 많은 사람이라면 적응 시간이 필요해요. 말도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기 싸움을 하거든요. 말도 안 듣고 속도도 내지 않죠. 말에게 끌려가지 않도록 자신 있게 말을 리드해야 해요. 만약을 대비해 안전 조끼도 착용하고요.” 말은 아니지만 나 또한 사막 한가운데에서 낙타를 탄 적이 있다. 낙타가 한 발 한 발 걸을 때마다 몸이 어찌나 흔들리던지 땅 한 번 쳐다보고 앞을 보면 현기증이 몰려왔다. 땅과 나 사이의 간격이 5층 건물은 되어 보였다. ‘추락’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결국 낙타는 전진하길 거부하고 땅에 주저앉았다. 낙타든 말이든 고삐를 잡는 사람과 친해지는 과정이 충분히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만 낙마에 대한 공포도 줄어들리라.


승마를 하기 위해 짝꿍 말 ‘헤니’의 고삐를 정리하는 안지윤 씨.


말과 친해지기, 어렵지 않아요!
그는 미국 유학을 떠나기 직전인 열다섯 살 때 한 번 더 승마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 이후부터 승마 클럽을 다시 찾은 2011년 봄까지 한 번도 말에 오르지 못했다. 생활에 적응하느라 승마를 즐길 시간이 없었고, 로스쿨 재학 시절부터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할 때까지는 하루를 온전히 업무에 매달려야 했다. 2007년 귀국해 국제변호사로 일한 지 5년이 넘어선 지금에서야 ‘딴짓’을 생각할 여유가 생긴 것. 항상 그리움으로 남아 있던 말을 찾아 그가 승마 클럽에 등록한 것은 어쩌면 필연처럼 보인다. “초보자에게는 처음 말에 오를 때와 내릴 때가 가장 어려운 관문이에요. 코치가 시키는 대로만 한다면 어렵지 않지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먼저 말에 오를 때 부츠 코로 말의 배를 자극하지 않아야 해요. 추진 신호로 알아들을 수도 있으니까요. 갑자기 안장에 하중을 싣지 않고 천천히 균형을 잡고 앉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마下馬 때에는 침착하게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 천천히 내려 오는 것이 포인트예요. 땅에 착지할 때는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살짝 구부려 충격을 흡수하도록 하세요.”
계속되는 촬영에 지친 것일까. 헤니가 신호를 무시하고 머리를 밀며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앞발을 바닥에 탁탁 내리치며 전진 신호도 듣지 않고 머리 방향을 제멋대로 잡았다. 당황하기는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럴 때 꼭 필요한 것이 있지요” 하며 신선해 보이는 당근을 한 묶음 가져왔다. 아, 그렇지! 당근과 각설탕을 가장 좋아한다는 말에게 이보다 더한 선물은 없다. 헤니는 손에 당근을 얹기 무섭게 순식간에 입안으로 가져갔다. 큼지막한 입술을 우물우물하고 콧구멍을 실룩거렸다. 연필을 얹어도 될 법한 긴 속눈썹을 끔뻑이니 우물처럼 깊은 눈망울이 더 반짝거렸다.


1 승마를 위한 필수 장비인 헬멧, 승마용 부츠, 장갑 그리고 채찍. 채찍은 손에 들고만 있어도 훈련 효과가 크다.
2 안장과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말과 사람 모두 편하지 않다. 

3
장애물 넘기는 승마의 색다른 재미다. 평보와 속보가 지루하기 시작했다면 장애물 넘기에 들어갈 때.
4 안지윤 씨는 승마를 마치면 헤니를 직접 마방까지 데려다 준다. 수고했다는 격려와 함께.

몸매가 예뻐지고, 스트레스도 줄고!
승마를 하면 몸매가 예뻐진다? 사실이다. 말에 앉아 있는 모습만 보면 무슨 운동이 될까 의심스럽지만, 승마는 전신 근육을 모두 사용하는 운동이다. 승마는 말의 가장 느린 걸음걸이인 평보平步를 기본으로 속도에 따라 속보速步, 구보驅步 그리고 최고 속도로 달리는 습보襲步로 나뉜다. 속보부터는 말의 걸음걸이에 박자를 맞춰 일어서고 앉는 동작이 기본이다. 반동이 크기 때문에 집중해야 하고, 허벅지로 균형을 잡기 때문에 근육이 계속 긴장을 하게 된다. 온몸이 계속 운동하고 있는 셈이다. 용인대학교 국제스포츠과학연구원에 따르면 45분간 구보를 하면 약 313.83kcal를 소모한다고 한다. 테니스 단식과 비슷한 운동량이다.

헤니와 함께 트레일을 속보하던 안지윤 씨에게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친 모습이 드러난다. “승마를 하는 동안은 몸과 의식을 모두 집중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량이 큽니다. 자세가 가장 중요한 만큼 몸매 교정에도 도움이 되지요. 여성들에게 특히 추천하는 운동입니다.” 상체를 바르게 교정해주기 때문에 특히 변비 예방에 효과가 크다. 체험 승마를 할 경우 캐주얼한 복장이면 무난 하지만, 승마를 제대로 만끽하기 위해서는 기본 복장을 갖추는 것이 좋다. “안전 헬멧과 고삐 잡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장갑을 준비하는 것은 필수예요. 승마 클럽에서 대여할 수 있으니 일부러 구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허벅지 근육으로 균형을 잡고 안장에 밀착해 앉아야 하기 때문에 ‘쫄바지’ 처럼 신축성 있는 바지가 좋습니다. 발목을 조여주며 자신의 종아리 치수에 맞는 부츠가 있으면 훨씬 편리해요. 하지만 가끔 승마장을 찾는다면 그와 비슷한 복장으로 준비하면 되니 부담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승마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말은 모두 잘못된 편견에서 나온 것입니다.”

승마는 사치스러운 스포츠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운동이자, 생명체와 교감을 이루며 즐기는 특별한 스포츠다. 승마장을 찾을 때마다 소풍 나온 기분이라는 그는 승마를 통해 건강은 물론, 긍정적 자세와 생활의 활력까지 얻었다. 업무 스트레스도 전보다 훨씬 줄었다. 더욱이 아름다운 몸매까지 만들 수 있다고 하니 나도 당장 그처럼 승마를 배우고 싶어진다. 실내 승마장을 갖춘 곳에서는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라도 승마를 즐길 수 있으니 이번 주말에는 승마장 나들이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승마를 배우려면?
한국마사회(KRA)에 따르면 2009년부터 추진한 ‘전 국민 말타기 운동’으로 최근 3년 동안 2만 5천여 명이 승마를 즐겼다고 한다. 한국마사회에서 운영하는 승마 포털 웹사이트 호스피아(www.horsepia.com)를 통해 전국 승마장 위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참고하자. 승마장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보통 1회 기승 요금이 2만~10만 원 선이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고, 10~20% 이상 할인된 요금으로 승마를 즐길 수 있다. 안지윤 씨가 회원으로 있는 스티븐승마클럽 (www.ssacclub.com)의 일반 기승 프로그램은 쿠폰제로 운영하며 100% 예약제. 전화 상담과 방문 예약으로 회원 가입을 할 수 있고, 30회 쿠폰을 끊을 때마다 기승료와 레슨비가 각각 20%, 14% 할인된다.



 스타일링 박명선 취재 협조 스티븐승마클럽(031-631-5572)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이성훈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