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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 저자 전은주씨 산과 바다, 도서관에서 보낸 한 달간의 특별 방학
요즘 제주도는 일주일, 한 달, 1년 그리고 평생 살고 싶은 사람까지 때 아닌 호황이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제주도에 살아보거나, 살고 싶은 것일까? 제주에서 살아본 사람과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제주살이 이야기.


애월 바닷가를 시골 아이들처럼 신나게 뛰어노는 전은주 씨의 남매.


<아이들과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 저자 전은주 씨 산과 바다, 도서관에서 보낸 한 달간의 특별 방학 14년간의 방송 작가 생활을 접고 두 남매의 엄마로서 아이들과 열심히 놀아주는 것으로 새로운 ‘직업’을 찾은 전은주 씨. 그는 요즘 난생처음 간 제주도에 다녀와서 제주도 책을 쓰고 제주도 전문가가 된 보기 드문 이력의 소유자다. 남들은 길어야 3박 4일 유명 관광지를 ‘찍고’ 다니기 바빴을 테지만, 그는 제주 시내에 월세를 얻어 한 달을 ‘놀멍 쉬멍’ 두 아이를 데리고 제주도 여기저기를 마실 다니듯 돌아다녔고, 이른 아침 눈을 뜨면 도서관에 달려가 책을 읽는 ‘현지인 모드’로 생활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행여 저에게 제주도 곳곳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존재를 물어본다면 그건 웬만한 관광책을 보는 게 훨씬 나을 거예요. 대신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하며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아홉 살 첫째 딸 꽃님이와 다섯 살 막내아들 꽃봉이와 함께 전은주 씨가 재작년 여름, 제주도로 한 달간의 여정을 계획한 건 순전히 ‘엄마도 좀 놀아보자’는 요량에서였다. 어릴 적 그토록 원하던 시골집에서 방학을 보내는 ‘로망’을 실현해보고 싶은 전은주 씨의 개인적 소망, 이런 추억이 아이들에게도 필요하겠다는 ‘전략’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제주도에 대한 원대한 포부는 집을 구하는 첫 단계부터 한계에 부딪쳤다. 바닷가 시골집은 쉽게 구할 수도 없거니와, 도시 생활의 편리함을 포기하고 한 달을 살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그러던 차에 운 좋게 지인을 통해 제주 시내 원룸을 월세로 얻었다. 웬만한 편의 시설을 다 갖춘 원룸은 세 식구가 지내기에 불편함이 없었고, 자동차를 직접 갖고 왔기 때문에 시내에서 바다로 나가는 데는 아무 불편이 없었다. 제주도에서는 컴퓨터, 장난감, 텔레비전 없이 살기로 작정하고 ‘물놀이는 최소 20회, 아무것도 계획하거나 재촉하지 않기!’를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물놀이는 목표에 훨씬 못 미쳤다. 제주도는 바다 외에도 볼거리, 할 거리가 너무나 많은 곳. 게다가 신기하게도 이곳에서 도서관에 갈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바다 놀이에 지쳐 책을 읽고 싶다는 아이들을 위해 찾은 한라도서관은 전은주 씨 가족에게는 그야말로 제주에서 건진 월척이다. 숲 속에 자리한 매력적인 입지,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규모가 안정감을 주는 열람실은 책 읽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 그런데 재미있게도 정작 깊은 감동을 받은 곳은 숲과 마주한 통창이 있는 도서관 매점이다. 이 멋진 매점에서 2천5백 원에 맛있는 멸치국수를 먹은 기억은 유명한 맛집을 간 사실조차 잊게 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오른쪽) 푸른 들판에서 뛰노는 말을 마주한 막내아들 꽃봉이.


1 제주도 예찬자가 된 전은주 작가.
2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바람도서관.


도에서 깨달은 것은 시간이 주는 위대함이에요. 오늘 못 본 곳은 내일 가면 되고, 오늘 좋았던 곳은 내일 또 가면 되지! 이런 마음으로 지내다 보니 평생 가지 않을 도서관에도 가보고, 구름은 저렇게 생겼구나, 노을이 이런 색이구나…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거죠.”
전은주 씨에게 제주도는 마법과 같은 곳이다. 내성적이던 딸아이가 바닷가에서 만난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말을 나누고, 장난꾸러기 아들이 노을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감성을 갖게 해준 제주도. 매일 싸우기만 하던 남매 사이가 서로를 챙겨주는 애틋한 관계로 변화하고, 늘 ‘시간 없어 죽겠다’던 엄마는 시간이 없었던 게 아니라 시간을 자신에게 줘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이 여유가 가르쳐준 제주도는 한라산과 용두암 등 랜드마크가 보이지 않는 일 반 풍경을 보고도 여기가 어느 지역의 바다 빛깔인지, 오후 몇 시의 햇살인 지 알 수 있을 만큼 전은주 씨를 제주도 전문가로 만들었다. 제주도에서의 한 달을 꿈꾸는 당신에게 전은주 씨의 경험은 좋은 지표가 될 것이다.

제주도에서 한 달 살 곳을 구하고 싶다면?
바닷가 시골집에서 한 달간 지내볼 요량으로 월셋집을 구하는 건 미리 말하건대 ‘꿈’으로 남겨두길. 제주도에서는 연세를 받지 월세를 받지 않는 것이 문화. 게다가 민박집은 한 달 장기 투숙을 해도 할인해주지 않는다.

1 제주 시내에 원룸을 얻어라
제주시에는 풀옵션 원룸이 꽤 많다. 침대와 텔레비전, 세탁기, 냉장고, 밥솥 등을 대부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다.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메르헨 하우스’(064-744-8333)는 방마다 가구나 설비 옵션이 조금씩 다르고, 층과 방향, 옵션 상태에 따라 방세도 다르다. 현지 부동산을 통하면 좀 더 싸고, 전망이나 옵션이 좋은 방은 임대 사무소에서 보유하고 있는 게 많다. 방은 8평형, 10평형, 20평형이 있다.

2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지역을 정해라
제주시 안에서 방을 구하기로 했다면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동네를 정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면 서귀포나 다른 곳으로 오가기 쉬운 구제주고속터미널 근처에 방을 구하는 게 좋다. 자가용이 있다면 이동에 불편함이 없으니, 조건에 맞는 곳을 선택하는 게 현명한 방법.

3 제주 월셋방을 구할 수 있는 정보 사이트
제주월세닷컴(www.jejuwolse.com)
<제주오일장> 신문(www.jejuall.com)
제주 벼룩시장(jeju.paper.findall.co.kr)
글 이정민 기자 | 사진 전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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