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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공 명장 장공익 씨 돌하르방 만드는 제주 할아버지
제주의 흙과 불, 나무와 돌로 작품을 만드는 제주 공예가들을 만났습니다. 석공 명장 장공익 씨, 제주옹기마을 부녀, 가구 디자이너 이양선 씨 그리고 제주마 도예가 장근영 씨가 그들입니다. 그들의 정성 어린 작품을 만나는 일, 제주 여행의 뜻밖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돌하르방 사이에서 포즈를 취한 장공익 씨. 익살스러운 표정이 돌하르방을 쏙 빼닮았다.


제주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많은 사람이 돌하르방을 꼽을 것이다. 크고 작은 구멍이 송송 뚫린 현무암으로 만든 돌하르방은 제주 방언으로 할아버지라는 뜻. 제주도의 행정구역이 제주목, 대정현, 정의현 총 세 개로 나뉘던 1416년부터 1914년까지 도읍지 성문 앞에 놓여 있던 석상으로, 현재는 47기만 남았다(그중 2기는 경복궁 한국민속박물관에 소장 중). 뭉툭한 주먹코에 부리부리한 눈매,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을 감싼 두툼한 손가락은 모두 똑같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하나 같은 게 없다. 석공이 망치와 끌로 손수 두드리고 다듬어 만드니 어찌 같을 수 있으랴. 여기 오로지 제주 현무암으로 돌하르방을 만드는 이가 있으니, 55년간 돌 만지는 인생을 살아온 석공 명장 장공익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작품들로만 꾸민 한림읍 금릉석물원에 들어서니 돌하르방은 기본이고, 돌로 만든 불상과 해녀 군상, 애기구덕(아기 요람의 제주 방언)을 안고 있는 여인, 돼지우리 위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 사람을 비롯해 제주 산골 마을과 법문을 풀 이해 형상화한 석상 등 흥미진진한 조각들이 가득하다. 한쪽으로는 제주 설화의 주인공인 설문대할망 석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높이만 8m 가까이 되는 이 석상은 작업 기간만 1년이 걸렸단다. 이 모든 작업을 한 사람이 했다고는 믿기지 않는다. “돌하르방이 다 같아 보여도 지역마다 다른 모습이에요. 제주목에 있는 돌하르방은 눈이 부리부리하고 큰 편이며 키도 평균 180cm가 넘고, 정의현에 있는 것은 자연석에 조각한 것처럼 투박하고 눈이 찢어진 돌하르방이 대부분입니다. 대정현 돌하르방은 평균 키가 135cm 정도로 몸피가 가는 대신 쌍꺼풀이 있는 큰 눈이 특징이지요.”


1 돌가루가 수북이 쌓인 망치에서 고된 작업의 흔적이 드러난다. 
2 돌조각 작업으로 그의 손은 늘 상처투성이다. 

3
 1천 개의 얼굴 조각을 쌓아 만든 거룩한 탑 ‘천 개의 얼굴ʼ.
4, 5  제주 설화와 생활 문화를 형상화한 작품들.

석물원 한쪽에는 제주에 있는 47기 돌하르방을 50% 축소해 그대로 재현해놓았다. 그곳 사이에 장공익 씨가 서니 석상과 한 몸 같다. “현무암은 돌이 질기고 결이 좋아 조각이 잘돼요. 망치와 끌로 돌의 결을 따라 윤곽을 만들죠. 때론 돌이 스스로 조각을 완성하기도 합니다. 그게 제주 돌이 가진 힘이에요. 돌은 북촌 지역에 있는 채석장에서 가져옵니다. 다른 지역의 돌은 재질이 달라 90% 이상 사용할 수 없어요.” 체구는 작지만 돌에 대한 고집은 세다. 한평생 돌을 만지고 살다 보니 성한 구석이 한 군데도 없다. 돌가루가 내려앉아 본래의 색을 잃은 신발과 작업복 사이로 수십 군데 찢기고 다시 아문 상처가 드러난다. 현재 장공익 씨는 작품 제작에만 몰두하고, 둘째 아들인 장운봉 씨가 판매용 석공예 작업을 하고 있다. 장공익 씨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제주 설화와 제주 서민의 생활을 소재로 돌을 조각하는 일을 이어오고 있는 것. 예순이 넘어 제주 각 지역을 돌며 설화를 직접 모으는 작업을 시작했다. 금릉석물원에 가거든 ‘챙, 챙’ 소리를 내며 돌을 두드리고 있는 장공익 씨에게 말을 건네보시라. 현무암에 걸터앉아 흥미진진한 ‘제주 설화’를 듣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기를!

주소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1245 금릉석물원 문의 064-796-3360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민희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