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가의 풍류를 즐긴다, 명재 윤증 고택
인심 좋은 양반가, 하회 북촌댁 北村宅 하회마을은 마을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크게 북촌과 남촌으로 나뉘는데 북촌에서 가장 큰 가옥이라 북촌댁이라 부르게 됐다. 200여 년간 부와 명예를 누린 북촌댁은 이웃을 헤아리는 적선지가로도 유명하다. 북촌댁의 사랑채에는 큰사랑 북촌유거, 중간사랑 화경당, 작은사랑 수신와가 있다. 한옥의 가치를 따질 때 무엇보다도 ‘역사를 얼마나 잘 보존하고 있는가’를 으뜸으로 친다는 류이좌 선생의 7대손 류세호 씨의 말에서 문화유산을 지키는 종손의 자긍과 긍지가 드러난다. 또 북촌댁은 양반마을 하회에서도 부호로 손꼽히던 곳. 재산만큼이나 서민을 위한 마음도 넉넉해서 토지를 빌려주고 받는 세전도 가장 싸게 받았단다. 아이들과 함께 북촌댁에서 하루를 보내며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유익할 듯하다.
관동 팔경 풍류객을 위한 집, 강릉 선교장 船橋莊 바다 옆에 풍광 좋은 커다란 호수가 있었고 호수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는 커다란 정자가 하나 있었다. 정자 서쪽 양지바른 곳에는 99칸짜리 대저택이 있어 배로 호수를 건너 드나들었다. 그래서 그곳 이름도 배다리, 즉 선교였다. 한때는 건물 10동에 120여칸의 방이 있었다는 대표적 양반 가옥이자 민간 주택으로는 처음으로 국가지정 문화재가 된 고택이기도 하다. 열화당, 안채, 별당, 활래정 등 모두 네채가 있다. 입구에 인공 연못을 파고 정자로 지은 활래정은 연못과 함께 경포 호수의 경관을 바라보며 관동팔경의 유람을 즐길 수 있어 조선 선비들의 풍류를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 문의 033-646-3270, www.knsgj.net,
1 조선시대 선비 정신이 깃들다, 일두 정여창 고택
2 부자정신의 의미를 되새긴다, 하회 북촌댁
선비의 풍류를 즐기다, 일두 정여창 고택 조선시대 학문과 문벌의 양반을 평할 때 흔히 ‘좌안동 우함양’이란 말을 하는데 우함양의 대표적 인물이 바로 정여창이다. 마을 돌담길의 담장이 길게 늘어서 있고 개울을 따라 전통 한옥들이 서로 어깨를 기대고 있는 평화롭고 고즈넉한 지역이다. 홑처마 맞배지붕인 사랑채에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작품인 ‘백세청풍 白世淸風’ 편액이 걸려 있다. 남향으로 난 큼직한 안채는 경북 지방의 폐쇄적 공간과 달리 개방적으로 분할되어 집이 밝고 화사하다. TV 드라마 <토지> 촬영장으로도 유명해 탐방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문의 010-6395-5111
양반가의 정갈한 기품을 느끼다, 명재 윤증 고택 윤증 고택은 충청남도 논산시 노성면 교촌리에 위치해 있다. 조선 숙종때 학자인 윤증 선생의 고택으로 안채는 ㄷ 자형으로 되어 있고 자연석으로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건물을 올려 안정감이 있다. 명재 윤증 고택은 또 주변 경관이 수려해 더욱 운치 있는데, 주변이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둘러처져 있어 고풍스러운 느낌이 난다. 상류층 양반가에서만 볼 수 있는 연못 또한 명재 고택의 기품을 더해준다. 또 안채 대청에 올라 천장을 바라보면 서까래를 비롯해 기둥, 대들보, 중도리 등의 한옥의 건축 양식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집 앞에는 넓은 바깥마당이 있고 그 앞에 인공 연못을 파고 가운데에 원형 섬을 만들어 정원을 꾸며 매우 아름답다. 안채 뒤쪽에는 완만한 경사를 살려 뒤뜰을 가꾸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된장이 유명해 상표를 내 판매까지 하니 종갓집에서의 장맛도 놓치지 말 것. 문의 041-735-1215
백두대간의 사계를 품다, 강릉 선교장
한옥의 조형미를 온몸으로 체험한다, 보은 선병국 가옥 宣炳國 家屋 충북 보은군 외속리면 하개리에 위치해 있으며 안동의 하회마을과 비슷한 지형에 대궐처럼 크게 자리 잡고 있어 옛 위세를 짐작케 한다. 속리산 자락 아래 너른 들판을 굽어보듯 자리한 선병국 고가는 1904년부터 17년에 걸쳐 지은 집이다. 물길이 휘감아 도는 너른 터에다 안채, 사랑채, 사당을 들이고 그 앞으로는 대문채, 행랑채 등 부속 건물을 거느리고 있다. 평지에 들어선 마당과 집터가 워낙 넓어 하나의 집이라기보다는 마을과도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3칸짜리 솟을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넓은 마당이 나온다. 마당에서 안채에 이르는 공간에 또다시 중간 문을 만들었을 정도로 그 규모가 크다. 약 3만 제곱미터(약 1만여 평) 대지에 안채, 사랑채, 사당 등 여섯 개의 주요 건물이 자리 잡고 있는 데다 곳간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134칸에 이른다. 속리산 줄기를 뒤로하고 앞으로는 서원계곡이 흐르는 전형적 배산임수 지형이다. 집 둘레에 소나무가 울울하게 심어져 있어 사계절 푸른 모습을 지닌 것 또한 자랑거리. 종부의 전통 간장은 꽤나 유명하니 장맛의 비책을 듣고오는 건 어떨까. 인근에 고택이 여러 채 있어 역사 체험 하기에도 좋다. 문의 043-543-7177
종가에서 맛보는 종부의 손맛, 보은 선병국 가옥
만산 고택 종손 강백기 씨가 들려주는 고택의 멋
보고, 만지고, 즐기며 경험하라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나무는 잘린 후 대청, 대들보가 되어 수십 년이 지나도 숨을 쉰다. 자꾸 문질러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인데, 촉감이 주는 경험은 시각적 경험보다 오래도록 기억된다. 아이가 맨발로 대청마루를 걷게 하고, 밖으로 난 창호 문고리도 직접 밀어 열어보게 한다. 싸리비로 마당도 쓸면서 온몸으로 한옥과, 자연과 친구가 된다.
집터의 기본 배산임수, 풍수지리를 공부한다 선조들은 예부터 산을 등지고 앞쪽에 물이 흐르는 배산임수 背山臨水 지형을 가장 이상적인 터전으로 여겼다. 산을 뒤로해야 추운 겨울에 병풍을 친 것처럼 아늑하고 땔감 구하기가 쉬운 데다, 앞쪽에 물이 흘러야 식수와 농업용수를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산과 땅의 기운이 그 집에 사는 식구들에게 건강과 안녕을 가져온다고 믿은 우리네 풍습을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미리 공부해 가면 어떨까. 그저 하룻밤 묵는 집이 아니라 아이에게 우리네 전통문화와 살아 있는 지식을 채워줄 수 있다.
전통 가옥의 용어를 배워라 한옥을 접하기 어려워진 요즘, 안채, 사랑채, 대청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안채는 아녀자가 거처하는 방이고, 사랑채는 그 집 종손이 어릴 때부터 묵으며 가업을 계승하기 위해 학문을 정진하는 곳이다. 고택을 방문하기에 앞서 전통 가옥 용어 해설집이나 아이들을 위한 한옥 관련 동화책을 미리 훑어보고 익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계절의 변화, 자연을 담고 있는 한옥을 이해하라 온돌과 마루라는 상반된 주거 형태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 유일하다. 이는 여름에는 무덥고 겨울에는 추위가 심하므로 두 자연환경을 아울러 다스리기 위한 옛 선조들의 지혜다. 남쪽 지방은 상대적으로 바람이 잘 통하고 마루가 발달한 홑집이고, 추위가 심한 북쪽 지방은 방한을 위해 방이 두 줄로 배열되는 겹집 구조가 발달했다. 방문할 지역의 지형적 지리를 미리 익히고 집의 구조를 배우는 것도 좋다. 한옥을 깊게 이해하고 집 한 채에 담긴 조상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