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 여름입니다. ‘오메’는 단풍 드는 가을에 쓰는 감탄사인가요? 그럼 ‘앗싸’로 바꾸겠습니다. 앗싸, 여름입니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바캉스가 커밍 순 했습니다. 산으로, 들로, 바다로, 강으로 떠날 일만 남았습니다. 이 어찌 ‘앗싸’가 아닐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오호 통제라입니다. 월드컵 응원하랬더니 베이비를 만드는 남녀처럼, 여행 추억 만들랬더니 여행지에서 <사랑과 전쟁> 찍는 연인, 부부들 참 많습니다. 이른바 ‘남녀 여행 취향’이 사맛디 아니하여 벌어지는 싸움입니다. 여행 기자를 거쳐 지금은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본 필자, 논픽션 버라이어티 서스펜스 스릴러 실제 상황을 매년 생생하게 접합니다.
원래, 세상에서 제일 신나는 게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라지요? 도대체 왜 저 남자는 옥빛 바다 발리 해안에서 입이 주먹만큼 나와 담배만 뻑뻑 빨고 있는 것일까요? 왜 그의 아내는 포경선을 탄 것도 아니면서 남편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일까요? 여행지에서의 ‘남편의 항변’, 그 쫄깃한 현장 속으로 지금 고고싱 합니다.
사례 1. 새신랑 김세종 씨(32세).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대판 싸웠습니다. 파리가 첫 여행지였는데 첫날밤부터 아내 기분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다음 날 여행을 하면서 소태 씹은 표정을 짓더니 여행 내내 신경질만 부렸어요. 한국에 돌아와서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내가 영어를 못하는 게 그렇게 찌질해 보이더래요. 자기도 영어를 못하는 게 콤플렉스인데 나까지 승무원에게 버벅거리고 우물쭈물 하는 모습을 보니 화가 나서 미치겠더라는 겁니다. 내가 분명 영어 못한다고 이야기했거든요. 그리고 여행지에서 특별히 영어를 많이 쓰는 것도 아니잖아요. 한국 사람이 외국 말 못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게 여자의 눈에 그렇게 한심해 보이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어요. 이제부터 여행을 가도 국내만 다니려고요.”
사례 2. 결혼 30년 차 나절약 씨(55세). “패키지로 태국을 다녀왔소. 백이면 백 주변에서 하는 말이, 태국이 워낙 덤핑 여행 지역이라 가이드가 쇼핑센터만 데리고 간다고 합디다. 아니, 우리보다 특별히 잘살지도 못하는 나라에서 살 게 뭐 있겠소. 그래서 그냥 따라는 가되 사지는 말자고 와이프와 맹세를 했소. 그런데 웬걸, 가기 전부터 사고를 칩디다. 공항 면세점에서 화장품 쇼핑하느라 비행기 놓칠 뻔했소. 우리 때문에 10분이나 지연된 비행기를 탄 순간, 일제히 쏟아지던 시선들을 평생 잊지 못할 거요. 그날 조금 정신을 차리는 것 같더니 제 버릇 멍멍이 주겠소? 가이드가 우리 마누라 예뻐서 아주 업고 다닐 기세였소. 라텍스 한 보따리 사고, 진주에 한약까지 지름신과 삼위일체가 된 성스러운 모습입디다. 뭐라 한마디 했더니 쇼핑도 여행이라며 짜증을 내네, 제길.”
사례 3. 일산의 이소탈 씨(41세). “대만 여행을 갔어요. 공주과 아내 때문에 숙소 선택에 신경을 썼습니다. 저야 아무 데서나 자도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내를 위해 최고급 숙소를 예약했지요. 아내가 무척 만족해하더군요.
고궁박물원, 중정기념관, 용산사 등도 좋았습니다. 대만은 홍콩과 달리 차분하면서도 중국과는 또 다른 생동감이 느껴지는 도시였어요. 돌아다니기보다는 고급 호텔에서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를 배려해서 관광은 느슨하게 진행했지요. 그런데 아내가 여행 내내 음식 타박을 하더라고요. 향신료 냄새가 심하다고요. 저는 외국 나가면 그 나라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내 때문에 매번 한식당만 찾아다녔습니다. 그것까지는 괜찮아요. 결국 길거리에서 싸운 건 야시장 때문이었어요. 대만에서 야시장은 여행의 하이라이트입니다. 그런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지저분하고 냄새난다며 싫다고 돌아가자는 겁니다. 아니, 이 여자는 전생에 궁전에 살던 진돗개였나요? 여행 와서도 깔끔 떨고, 입 짧은 거 티 내고, 코만 킁킁거리는 데 아주 질려버렸습니다.”
사례 4. 사당동 박배짱 씨(43세). “여행은 쉬러 가는 거 아닙니까? 다 필요 없고 바닷가에서 뒹굴거리면서 잠이나 실컷 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발리에 간 거예요. 그런데 이 여자는 왜 여행지에 와서도 유격 훈련을 하느냐는 겁니다. 새벽같이 일어나서는 남들 먹기 전에 호텔 뷔페를 먹어야 한다며 안달이고, 여기까지 와서 왜 아깝게 잠만 자냐며 난리를 칩니다. 아내가 짠 일정표를 보고 천리마운동 온 줄 알았습니다. 느긋하게 여행하는 것, 저 여자 눈에 흙 들어가기 전까지는 정녕 꿈일 겁니다.”
어떠신가요? 그런데 이게 꼭 남편들만의 불만일까요? 어느 집은 남자와 여자가 바뀐 집도 아주 많습니다. 즉, 남편에 대한 불만을 아내가 가지고 있는 거지요.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여행지 가서 싸우면 결국 내 손해 아닙니까. 그건 보험 처리도 안 되는 감정 상해입니다. 서로 취향의 다름을 이해하고 양보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저희요? 우리 부부는 만화책만 한 보따리 싸가지고 갑니다. 둘 다 만화광이어서 만화책만 보다 와요. 1편을 서로 보겠다고 싸우지만 않는다면 우리의 여행은 초딩 짝꿍처럼 오순도순 편안하답니다.
그런데 오호 통제라입니다. 월드컵 응원하랬더니 베이비를 만드는 남녀처럼, 여행 추억 만들랬더니 여행지에서 <사랑과 전쟁> 찍는 연인, 부부들 참 많습니다. 이른바 ‘남녀 여행 취향’이 사맛디 아니하여 벌어지는 싸움입니다. 여행 기자를 거쳐 지금은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본 필자, 논픽션 버라이어티 서스펜스 스릴러 실제 상황을 매년 생생하게 접합니다.
원래, 세상에서 제일 신나는 게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라지요? 도대체 왜 저 남자는 옥빛 바다 발리 해안에서 입이 주먹만큼 나와 담배만 뻑뻑 빨고 있는 것일까요? 왜 그의 아내는 포경선을 탄 것도 아니면서 남편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일까요? 여행지에서의 ‘남편의 항변’, 그 쫄깃한 현장 속으로 지금 고고싱 합니다.
사례 1. 새신랑 김세종 씨(32세).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대판 싸웠습니다. 파리가 첫 여행지였는데 첫날밤부터 아내 기분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다음 날 여행을 하면서 소태 씹은 표정을 짓더니 여행 내내 신경질만 부렸어요. 한국에 돌아와서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내가 영어를 못하는 게 그렇게 찌질해 보이더래요. 자기도 영어를 못하는 게 콤플렉스인데 나까지 승무원에게 버벅거리고 우물쭈물 하는 모습을 보니 화가 나서 미치겠더라는 겁니다. 내가 분명 영어 못한다고 이야기했거든요. 그리고 여행지에서 특별히 영어를 많이 쓰는 것도 아니잖아요. 한국 사람이 외국 말 못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게 여자의 눈에 그렇게 한심해 보이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어요. 이제부터 여행을 가도 국내만 다니려고요.”
사례 2. 결혼 30년 차 나절약 씨(55세). “패키지로 태국을 다녀왔소. 백이면 백 주변에서 하는 말이, 태국이 워낙 덤핑 여행 지역이라 가이드가 쇼핑센터만 데리고 간다고 합디다. 아니, 우리보다 특별히 잘살지도 못하는 나라에서 살 게 뭐 있겠소. 그래서 그냥 따라는 가되 사지는 말자고 와이프와 맹세를 했소. 그런데 웬걸, 가기 전부터 사고를 칩디다. 공항 면세점에서 화장품 쇼핑하느라 비행기 놓칠 뻔했소. 우리 때문에 10분이나 지연된 비행기를 탄 순간, 일제히 쏟아지던 시선들을 평생 잊지 못할 거요. 그날 조금 정신을 차리는 것 같더니 제 버릇 멍멍이 주겠소? 가이드가 우리 마누라 예뻐서 아주 업고 다닐 기세였소. 라텍스 한 보따리 사고, 진주에 한약까지 지름신과 삼위일체가 된 성스러운 모습입디다. 뭐라 한마디 했더니 쇼핑도 여행이라며 짜증을 내네, 제길.”
사례 3. 일산의 이소탈 씨(41세). “대만 여행을 갔어요. 공주과 아내 때문에 숙소 선택에 신경을 썼습니다. 저야 아무 데서나 자도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내를 위해 최고급 숙소를 예약했지요. 아내가 무척 만족해하더군요.
고궁박물원, 중정기념관, 용산사 등도 좋았습니다. 대만은 홍콩과 달리 차분하면서도 중국과는 또 다른 생동감이 느껴지는 도시였어요. 돌아다니기보다는 고급 호텔에서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를 배려해서 관광은 느슨하게 진행했지요. 그런데 아내가 여행 내내 음식 타박을 하더라고요. 향신료 냄새가 심하다고요. 저는 외국 나가면 그 나라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내 때문에 매번 한식당만 찾아다녔습니다. 그것까지는 괜찮아요. 결국 길거리에서 싸운 건 야시장 때문이었어요. 대만에서 야시장은 여행의 하이라이트입니다. 그런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지저분하고 냄새난다며 싫다고 돌아가자는 겁니다. 아니, 이 여자는 전생에 궁전에 살던 진돗개였나요? 여행 와서도 깔끔 떨고, 입 짧은 거 티 내고, 코만 킁킁거리는 데 아주 질려버렸습니다.”
사례 4. 사당동 박배짱 씨(43세). “여행은 쉬러 가는 거 아닙니까? 다 필요 없고 바닷가에서 뒹굴거리면서 잠이나 실컷 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발리에 간 거예요. 그런데 이 여자는 왜 여행지에 와서도 유격 훈련을 하느냐는 겁니다. 새벽같이 일어나서는 남들 먹기 전에 호텔 뷔페를 먹어야 한다며 안달이고, 여기까지 와서 왜 아깝게 잠만 자냐며 난리를 칩니다. 아내가 짠 일정표를 보고 천리마운동 온 줄 알았습니다. 느긋하게 여행하는 것, 저 여자 눈에 흙 들어가기 전까지는 정녕 꿈일 겁니다.”
어떠신가요? 그런데 이게 꼭 남편들만의 불만일까요? 어느 집은 남자와 여자가 바뀐 집도 아주 많습니다. 즉, 남편에 대한 불만을 아내가 가지고 있는 거지요.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여행지 가서 싸우면 결국 내 손해 아닙니까. 그건 보험 처리도 안 되는 감정 상해입니다. 서로 취향의 다름을 이해하고 양보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저희요? 우리 부부는 만화책만 한 보따리 싸가지고 갑니다. 둘 다 만화광이어서 만화책만 보다 와요. 1편을 서로 보겠다고 싸우지만 않는다면 우리의 여행은 초딩 짝꿍처럼 오순도순 편안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