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house

대를 잇는 가구의 거장 미라 나카시마. 나무가 공간에 살아 숨 쉬는 비결

“목수의 소명은 다른 형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나무 그 자체를 살려내는 데 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가구 장인의 전설, 조지 나카시마의 말이다. 그의 가구가 21세기인 오늘날까지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은 시공을 초월한 담백한 디자인, 나무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자연미와 남다른 실용성에 있다. 나무에 작가의 숨결과 영혼을 불어넣는 목공은 그의 딸 미라와 손자 사토루를 통해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1990년 조지 나카시마가 타계한 이후 지금까지 가문의 정신을 잇고 있는 그의 딸 미라 나카시마 Mira Nakashima.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지난 20년 동안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이제야 제 궤도를 잡았어요. 지금은 미래를 구상할 때입니다.”

조지 나카시마 가구의 역사는 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서 태어나 건축가로 활동하던 조지 나카시마가 처음으로 가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하자 미국에 사는 일본인들을 강제로 격리 수용했는데, 나카시마는 그때 만난 한 일본 전통 공예가로부터 목공예를 배우게 된다. 건축학을 바탕으로 동양의 전통미에 눈뜨게 된 그는 이후 전통과 현대, 과학과 수공예를 결합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나무껍질을 벗긴 다음 다듬고, 말리고, 기름칠하는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행하는 그의 가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은 멋을 드러낸다. 쪼개지거나 옹이가 생긴 모습까지 나무가 지닌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한 디자인, 이음매를 이용한 짜맞춤으로 탄탄하고 견고하게 만든 그의 가구는 안목 있는 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명품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렇다 보니 대학을 비롯한 공공 기관에서 나카시마 가구를 사들이기 시작했고, 가구 하나를 주문하려면 최소 2～3년은 기다려야 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자연스레 일을 배운 그의 딸 미라는 아버지처럼 건축학을 공부한 후 가구 디자이너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탄탄대로이던 공방에 위기가 찾아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주문량이 절반으로 줄고, 함께하던 장인들이 모두 스튜디오를 떠났어요.” 사람들이 더 이상 조지 나카시마의 가구를 찾지 않았지만, 그는 오히려 팔을 걷어붙이고 더욱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러다 1993년 제임스 미치너 박물관 건립을 위한 작업 제의를 받고 자신의 첫 작품 ‘게이쇼(けいしょう)’를 선보였다. ‘계승’이라는 뜻의 게이쇼는 아버지에게 배운 섬세한 기술과 그녀만의 색깔을 결합한 작품으로 한층 힘 있고 단단한 모습을 자랑한다. 나무 본래의 곡선과 흠집을 그대로 살려 둥글게 자른 상판과 호두나무로 만든 ‘게이쇼 노구치’ 탁자가 대표적. “‘조지 나카시마’는 조금씩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1940년대 미국의 가구 브랜드 크놀 컴퍼니 Knoll Company와 협업해 좀 더 대중적인 라인을 선보인 것처럼, 보다 많은 사람에게 스타일리시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해 노력하지요.”사실 미라와 <행복>의 인연은 각별하다. 지난 2006년 라이프&스타일 칼럼을 통해 미국 뉴저지 주에 자리한 나카시마 공방과 남편 조너선 야놀, 아들 사토루와 한국인 며느리 한수미 씨, 손자들과 함께하는 그의 일상을 공개해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삶과 일에 대해 솔직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친구 같은 며느리 덕분에 평소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다른지라 첫 번째 프로젝트로 한국 론칭을 결심했다고.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나라에서 단독 쇼룸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카시마의 가구는 자연 그 자체이기 때문에 오히려 현대적인 주거 양식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점차 주거 환경에 자연을 들이려 노력하는 한국의 아파트 문화와도 잘 어울리지요. 우리의 파트너인 인엔은 나카시마 가구의 철학과 장인 정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신적인 교감을 공유하려고 노력합니다. 나카시마 가구는 맞춤 제작 과정의 특성상 고객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한데, 인엔이 고객과 장인 간의 연결 고리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라는 요즘도 집 근처에 단풍나무, 벚나무, 물푸레나무 등을 심어 드넓은 자연 속에서 바쁘지만 따뜻하고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나무는 자연을 가장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매개체입니다. 자연이 품고 있는 넉넉함에 자연스레 감화되는 것은 인생에 있어 경이로운 경험 중 하나이죠.”


1 음악가가 앉는 의자로 디자인한 콩코르디아 체어. 
2 조지 나카시마의 베스트셀러 코노이드 벤치.
3 코노이드 책상과 라운지 체어. 나무 자체가 주는 멋스러운 디테일을 살린 나카시마 디자인은 모델에 상관없이 서로 잘 매치된다.


1 조지 나카시마 우드 워커에 자리 잡은 아트 빌딩 모습.
2 뉴저지 우드워크 공방의 접견실. 코노이드 시리즈는 젠 스타일의 공간에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다.
3 좁은 공간에 효과적인 플랭크 Plank 스툴. 조금씩 크기가 달라 서로 겹쳐 연출하면 테이블로 활용할 수 있다.

섬세하면서도 담대하게, 조지 나카시마 in 서울
조지 나카시마가 타계한 지 20주년 되는 2010년. 올해는 미국과 일본 등 몇몇 나라에만 집중된 조지 나카시마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한국 공식 론칭은 그 첫 번째 작업. 디자인적인 면에서는 조지 나카시마가 그러했듯 나무의 재질 자체에서 전해지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동시에 곡선 디자인 각도 등의 변화와 조화를 시도할 예정이다. 또한 디자이너와 건축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건축 단계부터 가구 디자인을 고려하는 공동 작업을 구상 중이다. 초기 디자인을 재생산할 계획도 갖고 있다. 1940년대에 크놀 컴퍼니와 협업해 선보인 ‘N12 테이블’이 첫 번째 작품이다. “최근 나카시마 가구에서 출시한 ‘쇼키 컬렉션 Shoki Collection’은 기존 작품보다 대중적 디자인입니다. 1940년대 초기 작품의 드로잉을 바탕으로 제작한 것으로, 비례는 유지하면서 사이즈를 작게 조정했고 포플러 목재 대신 메이플 원목을 사용해 좀 더 실용적인 느낌을 더했지요.”
디자이너가 아닌 목수로 불리길 원한 조지 나카시마. 그리고 그 뜻을 그대로 후대에 전하고 있는 두 번째 수장 미라 나카시마. 조지 나카시마의 대표작 ‘코노이드 의자 Conoid Chair’를 비롯해 ‘미라 시리즈 Mira Series’ 등 간결하면서도 철학적인 디자인이 특징인 대표 아이템을 소개한다.

나카시마에게 듣는 공간 데코 팁
조지 나카시마 스테디셀러, 이렇게 연출하라
거실 테이블, 단품끼리 매치하라 거실에 꼭 육중한 소파와 커다란 테이블을 둘 필요는 없다. 작은 사이드 테이블과 1인용 라운지 암체어를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매치하면 보다 캐주얼한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매번 다른 보드가 다른 모습으로 탄생되는 ‘프리폼 테이블 Free Form Table’은 사이드 테이블, 다이닝 테이블 등으로 맞춤 제작할 수 있는 아이템.
좁은 코너 공간에 효과적, 스툴 애매하게 남은 코너 공간에 무엇을 둘지 고민 중이라면 디자인 체어가 제격이다. 음악가가 앉는 의자로 조금 높게 디자인되어 보통 바 스툴로 이용하는 ‘콩코르디아 의자 Concordia Chair’는 등받이와 좌판 부분을 곡선의 리듬감을 살려 디자인해 하나만 배치해도 공간에 포인트를 줄 수 있다.
전통 소품과 매치하라 현대적 공간은 담백하게, 전통적 공간에는 보다 유니크하게 잘 어울리는 조지 나카시마. 베스트 아이템인 ‘코노이드 의자’는 한지를 사용한 한국 전통 등이나 문 장식과 매치하면 더욱 멋스럽다.

디자인 가구 매장 인엔은… 인엔 디자인 웍스 이지영 대표가 운영하는 가구 숍. 에그, 스완 체어 등 클래식한 아이템부터 이스터블리시드 앤 선즈 등 컴템퍼러리한 디자인까지,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디자인 제품을 선보인다. 지난 5월부터 조지 나카시마 가구를 국내에 론칭해 의자, 벤치, 테이블을 비롯한 30여 가지의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