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인생은 원래 고요하다 “1979년 신문사의 말단 사진기자 시절, 물속 여행을 처음 시작했다.
마포 강가에서 발가벗고 놀던 시절엔 머리만 물에 잠겨도 죽는다고 소리치던 내가 바닷속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이 좋아 군대도 해군에 자원한(매일 수영하는 줄 알고 자원했는데 육상 근무만 했다) 내가 바다에 빠져 본격적으로 심해 사진을 찍은 지 벌써 30년이다. 바다가 그렇게 좋더냐, 묻는다면 주저 없이 대답할 것이다. 미치게 좋다고. 바닷속은 늘 고요하다. 간간이 고기들이 말하는 소리, 간간이 금속성 굉음만 들릴 뿐 사위가 고요하다. 그 고요 속에서 사진을 찍는다. 눈망울을 굴리며 여러 놈이 날 노려보기도,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기도, 그래도 내가 물러나지 않으면 집채만 한 놈들이 몰려와 시위하기도 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놈들은 모두 순하다. 우린 이내 친해져 함께 헤엄치고 사진을 찍는다. 그렇게 물질 하는 동안 젊은이는 귀밑머리 허연 중로 中老가 됐다.”
심해 속에서도 답은 하나, 그냥 즐겨라 “태평양 전쟁의 참상이 수장된 지점을 찾아 바다로 뛰어들었다. 사실 이 다이빙은 하는 게 아니었다. 스포츠 다이빙으로 66m를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수면에 떠서 침몰선을 내려다보니 갑판 위 탱크가 그 시절의 역사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난 무리하게 바다로 뛰어들었다. 갑자기 찾아온 통증. 급히 물에서 나왔지만 왼쪽 뺨을 만져보니 감각이 없었다. 입이 오른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하겠다고 이런 지경까지 되면서 사진을 찍는가, 이 모습으로 한국에 돌아갈 수는 없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 세상 떠날 결심을 했다. 납 벨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다른 다이버를 태운 배가 돌아왔다. 내 자살 시도는 미수에 그쳤다. 그때 깨달은 건 이거다. 삶이라는 게 결국 스트레스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여정인데 그 아름다운 바다에서까지 스트레스를 껴안는다는 건 참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
카르페 디엠 Carpe Diem(이 순간에 충실하라).”
혹등고래와 마주친 그날 “사진이 좋고 나쁘고는 나중 문제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보고 싶었던 놈을 만났다는 것이다.
푸욱 하고 뿜어내는 숨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혹등고래(Humpback Whale: 세상에서 가장 큰 포유류. 다 크면 몸길이 15m, 무게가 무려 36톤에 이른다) 한 마리가 새끼를 데리고 나타났다.
나는 카메라를 집어 들고 아주 조용히 물속으로 빠져들었다. 어미 고래가 새끼를 업은 채 유영하며 내게 다가왔다.
그 커다란 놈이 눈을 끔벅거리며 날 바라보는데 가슴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다. 새끼와 함께 있을 때는 어미가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옆으로 길을 터주며 고래의 왼쪽으로 바짝 붙었다. 그 다음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어미와 새끼 고래는 서서히 내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이 모든 일이 한순간에 지나갔다.” 
사이판의 해저 동굴에서. 바다와 나만 존재하는 절대고독의 시간이다.
한국 수중 사진계의 1세대이자 ‘수중 사진의 교과서’라 불리는 장남원 작가의 작품전이 열린다. 접사 사진이 수중 사진의 모든 것으로 대변되던 현실에서 광각(wide angle)으로 찍은 바닷속 풍경을 통해 수중 사진을 예술 사진의 한 장르로 발전시킨 그의 노력이 한데 선보이는 자리다.
장남원 작가는 <중앙일보> 사진기자 출신으로 소말리아, 르완다, 걸프전 등의 종군 기자로 격전의 현장을 지켰다.
7월 2일부터 18일까지 롯데갤러리에서. 문의 02-726-44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