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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가족 이야기]친척 간 예절 친척이 가족처럼 살가워지려면
명절 이후 ‘친척 스트레스’로 상담을 받는 이가 상당수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 친척이 둘러앉아 잘못된 말과 행동으로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은 피해야겠다. ‘예절 박사’라 불릴 만한 두 어른의 지혜로운 답을 통해 친척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친척 간에 지켜야 할 예절에 대해 알아본다.
전통생활예절보존회 회장 이림 씨의 조언
“친척 간의 정, 서로 간의 예절 속에 피어난다”
요즘 사촌 이상은 잘 만나지도 않아서 친척들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져요.
경조사는 이웃끼리도 챙기지 않나요? 회사 동료의 경조사도 대부분 참석하잖아요. 그러니 친척의 경조사라면 몇 촌이든 따지지 말고 되도록 다 챙기세요. 주의할 게 있다면 미리 날을 받아 치르는 경사는 직접 초대를 받았을 때만 가는 게 예의입니다. 반면 느닷없이 일어나는 조사의 경우에는 직접 연락을 받지 않고 전해 듣기만 한 경우에도 가는 게 실례가 되지 않습니다.
친척들을 오랜만에 만났을 때 사촌 이상 되는 친척을 보면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확한 호칭을 모를 때 어떻게 부르는 게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까요? 중년 남녀를 부를 때 아저씨, 아주머니라고 하지요? 원래 아저씨, 아주머니는 6촌·8촌 친척 사이에서 부르던 호칭입니다. 그런데 이웃과 가깝게 지내면서 친밀한 뜻으로 아저씨, 아주머니라고 부르다가 굳어진 거죠. 그러니 친척을 아저씨, 아주머니라고 불러도 예법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친척에게 말을 높여야 하는 경우가 헷갈립니다. 저보다 어린데도 항렬이 높아 존대를 해야 할 경우가 생기는데요, 편하게 말을 놓으면 안 될까요?
기본적으로 높일 걸 높이는 경우에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아요. 원칙적으로 항렬이 높으면 존댓말을 쓰는 게 맞으니 존대하는 게 좋습니다. 저희 집 예를 들자면 제 아버지는 사촌이라도 하루라도 먼저 태어나면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가르쳤지요. 옛날에는 혼례를 치른 아들에게는 부모도 이름을 막 부르지 않았을 정도로 존대했답니다. 서로 예우하다 보면 서로에 대한 마음도 더 깊어집니다.
많은 친척들과 한자리에 둘러앉아 밥을 먹을 때 특별히 지켜야 할 밥상머리 예절이 있나요? 요즘 아이들이 자기 밥을 다 먹으면 먼저 일어나 싱크대에 자기 밥그릇을 갖다 놓는 걸 많이 봤습니다. 그러나 어른과 식사를 할 경우 밥을 다 먹어도 먼저 일어나면 안 되기 때문에 이는 잘못된 행동이지요. 우리 예절은 밥을 먹을 때 젓가락은 상 위에 놓고 숟가락은 밥그릇 위에 얹어놓습니다. 숟가락을 밥그릇 위에 올려놓은 것은 식사가 진행 중이라는 의미지요. 그러니 먼저 식사를 마쳤더라도 숟가락을 밥그릇에서 내려놓지 않고 어른이 다 드실 때까지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가 어른이 내리면 따라서 내려야 합니다.

* 이림 씨는 전통생활예절보존회 회장으로 우리 고유의 예절을 알리고 있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 전통 민속놀이, 절기 행사를 주최하고 세시 풍속에 대한 연구를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동화작가 이현주 할아버지의 조언
“가까운 사이일수록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오랜만에 친척을 만났을 때 첫인사를 어떻게 건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웃어른에게 “별일 없으셨어요?”, 조카·손녀 같은 아랫사람에게 “잘 지냈니?”라고 짧게 인사하고 나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한두 가지라도 좋으니 상대방의 근황에 대하여 미리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화제로 삼으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이번 가을 제주도에 다녀오셨다고요? 재미있으셨어요?”라든가 “야, 너 그 옷 참 잘 어울린다. 어디서 샀니?” 단, 상대가 관심 있어 하는 것을 화제로 삼되 상대의 말에 토를 다는 건 삼가는 게 좋습니다.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몇 마디 더 하다가 기분 상하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요.
나이가 많으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족의 대화에 잘 참여하지 못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누구나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호감이 가지요. 대화를 내가 원하는 쪽으로 끌고 가려고 하기보다 상대방이 이끌도록 배려하고 기다려주면 대화도 잘 이루어질 것이고, 웃어른에게도 좋은 인상을 심어드릴 수 있을 거예요.
명절에 친척을 만나기 싫어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승진은 했냐?” “요즘은 몇 평에서 사냐?” 등 싫은 말을 많이 듣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지나치게 간섭하는 친척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요?
예, 그런 사람들 있지요.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적당히 둘러대고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 아닐까요? 혹시 대화가 될 만한 상대라고 판단되면 묻는 대로 답한 다음(“승진 못했습니다” 또는 “15평에 삽니다” 등), 싫은 기색을 보이진 말고, 화제를 바꾸자고, 그런 게 나한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앞으로의 관계를 위해서 좋지 않을까요?
경조사나 명절 외에도 친척이 만나는 자리가 자주 마련된다면 아이도 살가운 친척의 의미를 알게 될 것 같아요. 이런 자리를 어색하지 않게 마련할 방법이 있을까요?
찾아보면 많이 있겠지요. 생일잔치에 초대한다든가, 외식을 함께 한다든가….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상대가 누구든 간에 그를 나에게 동화시키려 하기보다 나를 그에게 조화시키려 하는 마음자세가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자칫하면 좋은 마음으로 만났다가 좋지 않은 마음으로 헤어지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 이현주 씨는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등 많은 책을 썼고 최근 5년 동안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라는 칼럼에서 아이들의 느닷없는 물음에 삶의 지혜를 전해주었다. 얼마 전 연재한 글을 모아 동명의 책도 출간했다.

김현정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