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 치료 사례
“나는 혼수 문제에서 시작된 시모와의 갈등으로 9년을 고통받고 있었다. 교수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여러 저널 쓰기 기법을 사용해 계속 글을 썼다. 그 과정은 맘속 상처 드러내기, 내 맘 전하기, 관점 바꾸기, 저널 쓰기로 나누었다. 그리고 3개월 후 9년간의 갈등이 거짓말처럼 해결되었다.
문제 해결 방법 1 맘속의 상처 그대로 드러내기(5분 집중 글쓰기)
내 맘속에 숨겨놓았던 일들, 하소연하고 싶어도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못하고 마음속에 끊임없이 써 내려갔던 무거운 책을 들어냈다. 상처를 치유받기 위해 의사 앞에 환부를 드러내 보이듯 말이다. “언어폭력은 시간이 지나도 상처가 회복되지 않는다”는 글쓰기 치료 수업 중의 말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쓰는 행위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기에 생각나는 대로 글쓰기를 멈추지 말라”던 교수님의 말씀에 내 맘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글쓰기 치료 모임 중에 5분씩 멈추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잠깐이었지만 내 맘을 표출해내는 시도를 할 수 있었다. 그런 글을 썼던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수업 중에 교수님이 권해주신 대로 저널 기법으로 어머니와 내 상황을 재현하며, 대화하던 내용을 아주 재빨리 써 내려갔다. 하지만 자꾸 말문이 막힐 뿐이었다. 글쓰기에서조차 어머니 앞에서 자꾸 주눅이 들어 말도 못 잇고 한없이 작아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인물 묘사’를 통해 내게 고통스러웠던 분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원 없이 분노를 표출해보고 싶었지만 의지와는 달리 왠지 너무 버릇없이 지껄여대는 내 모습에 불안해져 화장실만 몇 번 다녀오게 되었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어머니가 의식되면서 결국 마무리를 짓게 되었다. 이것을 통해 난 타인을 너무 의식하며 살았기에 비밀의 글조차도 원 없이 써 내려갈 수 없는 소극적인 사람이 되어버렸음을 깨달았다. 또한 내 속은 미움과 분노로 가득 차 있어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만큼은 착하고 인내심 많은 순진한 사람으로 인정받길 얼마나 원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남들에게 좋다고 인정받는 완전한 사람이길 절실히 원했던 것이다.
문제 해결 방법 2 ‘보내지 않는 편지’를 통해 내 맘 전하기
‘보내지 않는 편지’를 어머니께 써보았다. 이 방법은 그래도 맘속에서 수없이 써 내려왔던 방법이기에 잘 써졌다. 억울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줄줄이 써 내려갔던 그 말을 직접 글로 쓰고 나니 맘이 시원했다. 상처받은 말들, 그리고 이해할 수 없었던 언행들에 대해 써 내려갔다. 글 속에서 난 항상 피해자였고 어머니는 그야말로 생각 없이 내뱉는 모든 말 속에 독이 있는 이기적이고 야속한 분이셨다. 나의 얼굴에 미소 대신 어둠이 자리 잡게 만든 악녀였던 것이다. 날 주눅 들게 만들고 한없이 작아지게 만든 분. 어머니 앞에만 서면 잘하던 것도 떨려서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든 분. 내 하소연을 다 쏟아붓고 나니 맘 한쪽에서 ‘그럼 넌 어머니께 어떤 며느린데?’란 생각과 더불어 ‘근데 정말 그런 나쁜 분이셨을까?’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예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어머니에 대한 편협된 생각과 내 편에서 잘 해주기만을 바랐던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4주에 걸친 글쓰기에서 W 선생은 털어놓기, 대화하기, 카타르시스 등을 통해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는 단계에 이르고 있었다. 이제는 관점을 바꾸어보는 저널 기법이 효과적인 단계가 된 것이다.
문제 해결 방법 3 새로운 관점에서 보기-상대방 입장에서 재해석해보기(내 생각 바꾸기)
어머니 입장에서 바라본 며느리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어머니는 아들141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모든 초점이 아들에게 있었기에 내가 보이질 않았던 것이었다. (중략) 어쩜 어머니로서 충분히 하실 수 있는 말씀조차도 내 마음 밭이 좋지 못했기에 다 역겹게 들렸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어머니의 그런 즉흥적인 표현과 거침없이 쏟아부으셨던 폭언들이 도저히 나의 내성적인 성격, 싫어도 감히 싫다고 말 못하고 살아왔던 내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너무도 다른 상대방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부터 하나 둘 해나갔다. (중략) 내 생각을 바꿔 어머니 입장에서 바라보며 생각해보니 그때부터 하나 둘 무겁게 엉켜 있던 실타래가 서서히 풀리게 되었다. 그 후로 글쓰기는 더 이상 하지 못했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계속 오해와 상처들이 회복되고 있었다. 눈이 조금씩 뜨이면서 가식이 아닌 진실된 마음으로 어머니를 이해하며 대할 수 있었다. (중략)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어머니를 용서한 것이다. ‘관점 바꾸기’ 글쓰기의 연장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난 9년 동안 가슴 한쪽이 무겁게 짓눌려 아파했던 상처 덩어리가 없어졌음을 깨닫게 되었다. 더 이상 미움도 아픔도 없이 가벼워진 맘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후론 어떠한 일에도 어머니로 인해 싸워본 일이 없었다. 서로 진정한 마음이 오가며 시어머니는 내게 딸처럼 생각하고 대하겠다는 다짐까지 내보이셨다. (중략) 일 년이 지난 지금 어머니는 시어머니뿐만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서 많은 조언과 믿음을 더해주신다. 서로가 자신이 생각한 그런 사람이 되길 요구했을 때는 상처투성이였지만 한 발자국 뒤에서 서로를 인정하며, 있는 모습 그대로 이해하니 사랑이 느껴졌다.
신기한 건 저널 치료를 배울 때 교수님께 들은 대로 ‘치료는 나로부터’ 오는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어머니의 성격, 언어 습관은 전과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단지 내가 어머니를 바라보는 생각이 변한 것이다. 내가 달라지니 실타래처럼 엉킨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_30대 주부 W의 글
시 읽고 모방 시 써보기
“네가 약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작은 충격에도 쉬이 깨질 것 같아 불안하다/ 쨍그랑 큰 울음 한번 울고 나면/ 박살난 네 몸 하나하나는/ 끝이 날카로운 무기로 변한다/ 큰 충격에도 끄떡하지 않을 네가 바위라면/ 유리가 되기 전까지 수만 년/ 깊은 땅속에서 잠자던 거대한 바위라면/ 내 마음 얼마나 든든하겠느냐/ 깨진다 한들 변함없이 바위요/ 바스러진다 해도 여전히 모래인 것을/ 그 모래 오랜 세월 썩고 또 썩으면/ 지층 한 무늬를 그리며 튼튼하고 아름다운/ 다시 바위가 되는 것을/ 누가 침을 뱉건 말건 심심하다고 차건 말건/ 아무렇게나 뒹굴러다닐 돌이라도 되었다면/ 내 마음 얼마나 편하겠느냐/ 너는 투명하지만 반들반들 빛이 나지만/ 그건 날카로운 끝을 가리는 보호색일 뿐/ 언제고 깨질 것 같은 너를 보면/ 약하다는 것이 강하다는 것보다 더 두렵다”_‘김기택의 시 ‘유리에게’
모방 시“네가 강해 보인 척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내가 아무리 울고 매달려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다/ “날 내버려 둬”라고 말한 후/ 집을 떠난 너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는 돌아올 것 같지 않아 두려움에 빠진다/ 바위처럼 보이기까지/ 많은 상처를 극복하고 단단해진 굳은살이라면/ 내 마음 얼마나 든든하겠느냐/ 달라진다 해도 또 다른 성장의 모습인 것을/ 그 상처 하나하나 모여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될 것을/ 내가 설명을 부탁할 때/ 너의 답답한 마음을 차분히 표현만 해준다면/ 내 마음 얼마나 편하겠느냐/ 너는 스펀지처럼 온갖 감정을 흡수하지만/ 결국 단단한 바위로 너를 무장할 뿐/ 깨질 것처럼 보이지만 바위로 맞서는 너를 보면/ 강해 보인다는 것보다 강해 보이는 척하는 네가 더 두렵다.”
성찰 평소 F 와 내 관계를 바라봤을 때 유리와 바위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가끔 F의 내면 깊은 목소리를 들을 땐 그도 약한 존재고, 나보다 더 많은 상처를 받고 사는 사람 같다. 그렇다면 툭 터놓고 말을 하지 F는 잘 표현하지 않는다. 때론 너무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낸다. 요즘엔 부부 관계에서 내가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상담이니 뭐니 하면서 나는 나름대로 결혼상을 그렸고 F는 아직 구체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내 이상에 F의 모습을 끼워 넣으려니 그는 불편하다. 그렇다면 그는 왜 자신을 표현치 못하는가? 그가 유리고 내가 바위인가. 우린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향은 비슷한데도. 유리와 바위가 지층이 될 때까지 더 많은 환경적 자극이 필요하다. 내가 그의 눈치를 보는 건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한데, 그가 그 환경적 변수를 견뎌내지 못하고 속내를 드러내 유리처럼 깨져버릴 것 같은 거다. 우리의 결혼이 끝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재성찰 이 글을 쓴 후에 교수님이 내게 준 “완벽한 일치를 꿈꾸지 마라. 내가 해결해주려 하지 말고 그 사람이 해결토록 곁에 있어주고 기다려주면 어떻겠느냐”는 도움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내가 꿈꾸는 것이 완벽한 일치여서 그도 힘들고 나도 힘든 것이 아닌가 싶다. 그도 나도 조금씩 한발 뒤에 가서 살펴보는 자유의 공간을 마련하게 되었다. _30대 직장인 신혼 주부 D의 글 자료 제공 이봉희 교수
*이곳에 실린 글은 모두 본인의 동의를 얻고 그분들이 보내준 내용을 실은 것이며 그 중에서도 사적인 내용은 생략했음을 밝힙니다. 협조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보다 감동적인 치유 사례가 많지만 사적인 내용이라 공개가 불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