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장 컴퓨터 끄지 못할까? 십수년 전 실리콘밸리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티셔츠 차림의 에릭은 눈이 푸른 청년이었다. 그날 에릭의 주위에 몰려든 기자들은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을 목격했다. 당시 인터넷의 속도는 딱 굼벵이 수준. 플레이보이 사진 한 장 여는 데 족히 10분은 기다려야 했다. 동영상은 아예 상상도 못했고. 그런데 에릭이 보여준 웹사이트의 커피잔에서(월렐레!) 모락모락 김이 나는 게 아닌가. 눈을 비비며 탄성을 지르는 사람들. “이게 바로 자바(Java)입니다.” 에릭이 자랑스럽게 외쳤다. 인터넷에서 처음으로 애니메이션을 돌린 테크니션. 지금 구글의 CEO이며 오바마의 IT 정책 고문인 에릭 슈미트가 바로 그였다.
얼마 전 그가 펜실베이니아대학 졸업식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어느덧 중후한 신사가 된 에릭. 6천여 명의 학생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했다. “청년 여러분, 컴퓨터를 끄세요. 휴대폰을 내려놓으십시오.” IT에 목숨 걸라고 독려해야 할 양반이 이게 무슨 뜬금없는 말씀? “컴퓨터를 끄면 사람이 보입니다.” 손자의 걸음마를 도와주는 할아버지의 기쁨을 인터넷이 대신할 순 없지 않느냐고 에릭은 말했다. 사람들과 관계 맺고 사랑을 주고받는 것이 먼저라는 뜻이다. 아무렴, 사람이 먼저고 말고.
# 하버드대 공부벌레들의 인생 리포트 행복에 공식이 있는가? 도대체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참 오래된 질문에 믿을 만한 모범답안이 나왔다. 한 집단을 자그마치 42년 동안 관찰한 ‘징그러운’ 보고서가 최근 <애틀랜틱 먼슬리>라는 시사 잡지에 소개된 것이다. 1937년 하버드대학 2학년 남학생 2백68명(그중엔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도 있다), 이들을 평생 쫓아다니며 인생 역정을 낱낱이 조사, 분석한 결과 밝혀진 사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간관계’였다.
65세가 된 시점에 행복한 노후를 즐기고 있는 동창생 93%에겐 확실한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형제자매, 친구들과 평생 원만하게 지낸 사람들이었다. 반면 뛰어난 능력을 자랑했던 수재들과 독불장군 리더들은 잠깐 반짝하다가 금방 몰락하더라는 것이다.
연구책임자인 하버드대학 조지 베일런트 교수의 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47세까지 형성된 인간관계가 행복한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란다. 큰일 났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내 인생은 백척간두에 선 꼴이다. 휴대폰 전화번호부를 뒤지는 손끝이 파르르 떨린다.
# 무조건 믿고 말하라 인간관계의 기본은 신뢰. 쉽게 말해서 ‘서로 믿고 살자’는 것이다. 좋은 얘긴데 궁금한 게 있다. 도대체 뭘 믿으라는 거지? 미국의 유명한 컨설턴트 패트릭 렌시오니가 명쾌하게 정의했다. “내 약점을 털어놓았을 때 상대방이 그것을 악용해 내 뒤통수를 때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 신뢰다.”
이 말을 듣고 대기업에 다니는 한 임원이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회사는 대단히 정치적인 조직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진다. 무한경쟁에서 자기 약점을 드러내는 일은 자살행위. 사람들은 약점을 위장하고 감추는 데 고도로 숙달된다. 어디 회사뿐인가. 학교, 단체, 각종 조직과 모임에서 믿고 섣불리 얘기했다간 봉변당하기 십상이다.
결국 ‘세상에서 믿을 건 식구들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데. 과연 남편이 아내에게 뒷감당 생각 않고 아무 말이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고개를 젓게 된다. 또 부모에게 잔소리 걱정 안 하고 속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아들딸이 몇이나 될까? 에릭과 조지 교수가 말한 ‘인간관계’의 출발점은 가족이다. 가족끼리 믿고 속내를 말할 수 없다면 행복한 인생이란 없다. 그래서 행복이 가득한 집은 무조건 털어놓고 말하는 집이다.
‘라이프 코치’라고 찍힌 명함을 들고 다니는 이규창 씨. 그동안 그와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은 지혜를 얻고 용기를 다시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한 일은 눈 맞추며 열심히 듣고, 질문 몇 가지 했을 뿐이랍니다. 지금도 기업인, 학부모, 학생들에게 강의・코칭합니다. 서울대 영문학과에서 배우고 <조선일보> IT 기자로 일했습니다. 블로그(blog.naver.com/jace1123)를 운영하며 책 <신나는 아빠 신나는 편지>를 냈습니다.
얼마 전 그가 펜실베이니아대학 졸업식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어느덧 중후한 신사가 된 에릭. 6천여 명의 학생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했다. “청년 여러분, 컴퓨터를 끄세요. 휴대폰을 내려놓으십시오.” IT에 목숨 걸라고 독려해야 할 양반이 이게 무슨 뜬금없는 말씀? “컴퓨터를 끄면 사람이 보입니다.” 손자의 걸음마를 도와주는 할아버지의 기쁨을 인터넷이 대신할 순 없지 않느냐고 에릭은 말했다. 사람들과 관계 맺고 사랑을 주고받는 것이 먼저라는 뜻이다. 아무렴, 사람이 먼저고 말고.
# 하버드대 공부벌레들의 인생 리포트 행복에 공식이 있는가? 도대체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참 오래된 질문에 믿을 만한 모범답안이 나왔다. 한 집단을 자그마치 42년 동안 관찰한 ‘징그러운’ 보고서가 최근 <애틀랜틱 먼슬리>라는 시사 잡지에 소개된 것이다. 1937년 하버드대학 2학년 남학생 2백68명(그중엔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도 있다), 이들을 평생 쫓아다니며 인생 역정을 낱낱이 조사, 분석한 결과 밝혀진 사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간관계’였다.
65세가 된 시점에 행복한 노후를 즐기고 있는 동창생 93%에겐 확실한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형제자매, 친구들과 평생 원만하게 지낸 사람들이었다. 반면 뛰어난 능력을 자랑했던 수재들과 독불장군 리더들은 잠깐 반짝하다가 금방 몰락하더라는 것이다.
연구책임자인 하버드대학 조지 베일런트 교수의 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47세까지 형성된 인간관계가 행복한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란다. 큰일 났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내 인생은 백척간두에 선 꼴이다. 휴대폰 전화번호부를 뒤지는 손끝이 파르르 떨린다.
# 무조건 믿고 말하라 인간관계의 기본은 신뢰. 쉽게 말해서 ‘서로 믿고 살자’는 것이다. 좋은 얘긴데 궁금한 게 있다. 도대체 뭘 믿으라는 거지? 미국의 유명한 컨설턴트 패트릭 렌시오니가 명쾌하게 정의했다. “내 약점을 털어놓았을 때 상대방이 그것을 악용해 내 뒤통수를 때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 신뢰다.”
이 말을 듣고 대기업에 다니는 한 임원이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회사는 대단히 정치적인 조직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진다. 무한경쟁에서 자기 약점을 드러내는 일은 자살행위. 사람들은 약점을 위장하고 감추는 데 고도로 숙달된다. 어디 회사뿐인가. 학교, 단체, 각종 조직과 모임에서 믿고 섣불리 얘기했다간 봉변당하기 십상이다.
결국 ‘세상에서 믿을 건 식구들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데. 과연 남편이 아내에게 뒷감당 생각 않고 아무 말이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고개를 젓게 된다. 또 부모에게 잔소리 걱정 안 하고 속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아들딸이 몇이나 될까? 에릭과 조지 교수가 말한 ‘인간관계’의 출발점은 가족이다. 가족끼리 믿고 속내를 말할 수 없다면 행복한 인생이란 없다. 그래서 행복이 가득한 집은 무조건 털어놓고 말하는 집이다.
‘라이프 코치’라고 찍힌 명함을 들고 다니는 이규창 씨. 그동안 그와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은 지혜를 얻고 용기를 다시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한 일은 눈 맞추며 열심히 듣고, 질문 몇 가지 했을 뿐이랍니다. 지금도 기업인, 학부모, 학생들에게 강의・코칭합니다. 서울대 영문학과에서 배우고 <조선일보> IT 기자로 일했습니다. 블로그(blog.naver.com/jace1123)를 운영하며 책 <신나는 아빠 신나는 편지>를 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