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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민주연대 관노현 대표가 제안하는 아주 특별한 여행 공정여행이 세상을 바꾼다
파울로 코엘료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것은 다른 이들은 어떻게 사는지, 그들에게서 본받을 만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이 현실과 삶의 비범함을 어떻게 조화시키며 사는지 배우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번 여행은 ‘어디로’ 떠날지보다는 ‘어떻게’ 떠날지를 먼저 생각해보자. 이 기사는 우리의 여행이 현란한 눈요깃거리, 절제 없는 소비만을 뒤쫓진 않았는지 찬찬히 반성하는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다.
올여름에도 많은 사람은 달콤한 휴식을 꿈꾸며 여행사에서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비교적 저렴한 동남아 여행 패키지 프로그램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이 여행 상품 뒤에는 현지 주민들에 대한 부당한 착취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영국 공정여행 관련 단체인 ‘투어리즘 컨선 Tourism Concern’에 따르면, 인도 고아 Goa에 있는 한 5성급 호텔 투숙객은 지역 주민들이 쓰는 전기의 28배를 쓰며, 호텔 전체는 지역 다섯 개 마을이 쓰는 양의 물을 쓴다고 한다. 또 네팔에서는 코끼리 트레킹 프로그램을 위해 어린 야생 코끼리를 12년간 쇠몽둥이로 조련해서 이후 50년 동안 관광객을 태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이 대부분 외지로 빠져나간다는 사실이다. 네팔의 경우 관광 수익의 70~85%가 외국인 소유 호텔과 관광회사에 의해 해외로 빠져나가고 현지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결국 아름다운 호텔 뒤편에는 단 10분간의 점심시간 외에는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지역 여성이 있고, 근사한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강제 이주당한 소수 부족이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모른 채 외면해왔던 것이다.
이런 불편한 여행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며 공정여행, 착한 여행을 통해 그 대안을 찾고자 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도덕적 여행 ethical travel’ ‘책임 여행 responsible travel’으로 불리는 공정여행 운동은 1988년 영국의 투어리즘 컨선 단체를 통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규모 관광지 개발에 따른 환경 파괴와 원주민 공동체 파괴에 대한 대책을 고민하면서 시작된 공정여행은 유럽과 북미에선 이미 크게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제민주연대와 이매진피스 단체 등이 1세대 공정여행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다. 특히 국제민주연대는 올해 국내 최초로 공정여행 패키지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지금까지 개인이나 소수 그룹 형태가 주를 이루었던 공정여행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2월과 4월, 각 8박 9일의 일정으로 30여 명의 여행객들과 함께 ‘중국 윈난 소수민족 체험 공정여행’을 다녀온 국제민주연대 곽노현 대표를 만나, 윈난으로 떠난 진짜 ‘착한’ 여행에 대해 들어보았다.

(위) 국제민주연대 곽노현 대표. 그는 여행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유산에 대한 대가를 현지 주민들에게 ‘공정하게’ 돌려주자는 것이 공정여행의 취지라고 말한다.


루구호의 아름다운 호수 풍경, 현지 재래시장에서 만난 순박한 주민들의 모습 등 중국 윈난 여행은 많은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현지 주민들의 살아 숨 쉬는 생활 모습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소비가 아닌 관계 맺는 여행을 꿈꾸며
“윈난 여행에서 사 온 보이차 드셔보세요. 떫지도 않고 참 좋아요. 윈난 성은 중국에서도 가장 오래된 차 산지죠. 여기서 생산한 보이차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데, 이 보이차랑 똑같은 제품을 베이징 공항에서는 5만 원 정도, 인사동에선 10만 원 정도에 판매하더라고요. 저는 현지 주민에게 8천 원 정도에 샀는데 말이죠.”
그는 이 차 한 잔에 깃든 현지 주민들의 땀과, 이를 너무 쉽게 취하는 왜곡된 시장 구조에 대한 얘기로 첫마디를 열었다.
“국제민주연대는 해외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이 현지인들의 인권을 해치지 않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 지켜보고 이를 조율해주는 일을 주로 하는 곳이지요. 더불어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지지하고 난민 캠프를 지원하는 일도 맡고 있고요. 미얀마 난민들의 실상을 세상에 알리고 현지 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미얀마 난민과 교류하는 여행을 처음 생각해봤지요. 하지만 아직까지 미얀마는 안전 문제 등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싶어서, 먼저 중국의 26개 소수민족이 모여 사는 윈난 지역의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준비한 겁니다. 다양한 소수민족이 저마다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며 공존하는 곳인 데다 차마고도의 오랜 역사와 웅장한 고원과 강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곳이라 여행지로도 손색없는 곳이죠.”


처음 윈난 공정여행을 위해 인천공항에 3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였을 때는 어색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어리게는 초등학생 2학년부터 많게는 예순이 넘은 어르신까지, 친구끼리, 가족끼리, 다양하게 이루어진 팀. 그러나 모두 공정여행에 대한 기대감과 자부심으로 금세 하나가 되었고, 여행길에서 만난 여러 소수민족과도 이내 친구가 되었다.
“일반 여행사의 프로그램이라면 윈난의 성도인 쿤밍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리장까지 당연히 항공편을 이용해 이동하겠지만, 저희는 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닿을 거리지만 버스로는 여섯 시간 이상 걸리지요. 그래도 교통수단 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비행기 대신 가급적 현지의 도로, 철도, 버스 등을 이용하자는 것이 저희 원칙이죠. 가는 도중 산에서 돌이 굴러내려 잠시 멈추고, 지나가는 염소 떼를 기다리느라 다시 멈추고,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또 다시 차를 세우고, 그러다 보면 하염없이 시간이 흐르기도 합니다만, 비행기를 타면 전혀 발견하지 못했을 여행지의 속살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즐거움도 큽니다.”


국제민주연대는 오는 8월 15일부터 8박 9일 일정으로 윈난에서 티베트 소금마을까지 거쳐 오는 공정여행 패키지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전 답사를 위해 미리 다녀온 티베트 소금마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이들이 이용하는 숙소도 특별하다. 이들은 일반 호텔이 아닌 소수민족의 마을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객잔(민박 형식의 여관)에서 잠을 잔다. 별 몇 개짜리 호텔만큼 안락하지는 않지만, 현지인들의 음식 문화와 주거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 더없이 특별한 곳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모계사회의 전통을 지키는 모쒀족의 자빠 할머니네 객잔에서 머무르며 할머니가 아침마다 치성 드리는 모습을 보고, 모쒀족이 물고기 잡는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아침밥 짓는 걸 함께 거들었다. 또 마을 젊은이들에게 ‘우리 집에 왜 왔니~’ 놀이를 가르쳐주고, 아이들에겐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노래와 율동을 가르쳐주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그들은 모쒀족의 전통 춤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전통주 ‘수리마주’를 대접하며 흥겨운 축제의 마당을 열어주었다. 여행지에서 흔히 보는 ‘쇼’와는 차원이 다른, 인정을 나누고 교감을 나누는, 그야말로 모두가 하나 되는 ‘축제’는 몇백 달러를 지불하고도 못 느낄 감동의 순간이다.


현지에서 만난 순박한 아이들. 여행 온 아이들과 현지 아이들은 서로의 전통 노래나 춤을 가르쳐주며 금세 친구가 된다.

“여행은 소비가 아닙니다. 여행은 관계 맺기여야 합니다. 여행을 떠나면서 여행지의 문화, 역사에 대한 기본 이해 하나 없이, 흥청망청 의미 없는 소비만 하다 돌아오면 공허만 남을 뿐입니다. 관광지의 멋진 문화유산을 보고 감탄만 하고 끝날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현지인들이 수백, 수천 년 동안 쌓아온 시간과 역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그렇게 즐긴 여행의 대가를 마땅히 현지인들에게 돌려주는 여행이 좀 더 의미 있지 않을까요? 근사한 쇼핑센터 대신 소박한 재래시장에서 현지인들의 특산품과 공예품, 그 지역 과일을 한 보따리 사고 보면 부자가 된 것처럼 행복해질 겁니다.”
매번 참가자들은 달라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같은 지역을 찾다 보니 현지인들에게 국제민주연대의 여행객은 친구처럼 대환영을 받고 있다. 여행 참가비의 1%는 학용품을 구입해 현지의 작은 학교 학생들에게 선물로 제공하는데, 이것 또한 1차 여행을 갔다 온 이들이 2차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 아이들의 선물을 부탁하면서 새롭게 생긴 일정이다.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도 계속되는 참가자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을 얻어 국제민주연대는 오는 8월 윈난에서 티베트 소금마을까지와 내몽골 초원 게르 공정여행도 계획하고 있다.
물론 모처럼의 여행이 고행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몸은 안락하지만 마음이 불편한 여행이어서도 안 된다. 지금 내가 내딛는 여행길이 이왕이면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나 또한 즐거울 수 있다면 공정여행을 망설일 이유는 없을 듯하다. 거창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그저 내 마음이 ‘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다면 어떤 작은 실천이라도 좋다. 무릇 여행이란 마음을 편히 쉬는 일 아니겠는가?

국내외 공정여행 가이드
국내 공정여행 관련 단체
국제민주연대 ‘인권과 평화를 위한’을 모토로 인권평화운동을 실현하는 단체. 국내 최초로 자체 공정여행 패키지 프로그램을 개발해 공정여행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올여름 중국 윈난에서 티베트 소금마을까지의 공정여행과 내몽골 초원 게르 공정여행을 선보인다.
문의 www.khis.or.kr, http://cafe.daum.net/yunnanfair

이매진피스 문화・예술・교육・시민운동・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로 평화여행, 평화교육, 평화행동 등을 실천하고 있다. 2007년부터 공정여행 축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얼마 전 <희망을 여행하라: 공정여행 가이드북>을 냈다.
문의 www.imaginepeace.or.kr, http://cafe.naver.com/fairtravel

아시안 브릿지 아시아 지역의 공정무역, 주민자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의 시민사회단체와 아시아를 연결하는 단체. 오는 7월 착한 여행 메콩강 시리즈 1편, 베트남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문의 www.asianbridge.asia, http://cafe.naver.com/greentravel

로드스꼴라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하자’와 여행협동조합 ‘맵 MAP’이 함께 기획한 ‘생각 있는’ 여행 기획자를 기르는 학교. 공정여행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이들이 직접 개발한 국내 공정여행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문의 http://map.haja.net

국내로 떠나는 공정여행
꼭 해외로 떠나야만 공정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여행 방법에서 벗어나 그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의 생활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는 것에서부터 공정여행이 시작된다.

체험마을 여행 요즘 우리나라 농어촌에선 지방자치단체가 주체가 되어 마을의 특색과 전통을 살려 체험마을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이곳에서 현지인들과 교류하고 그곳에서 생산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고 그곳의 농수산물을 구입해보자. 다양한 체험마을에 관한 정보는 농촌전통테마마을(www.go2vil.org)에서 얻을 수 있다.

걷기 여행 걷기 여행은 그 자체가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걷기 여행을 하는 동안의 소비 역시 착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 인기 높은 제주도의 작은 마을길 ‘올레길’을 걷는 여행이 대표적이다. 제주올레(www.jejuolle.org)에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역 축제 여행 전남 진도의 토요 민속 공연, 경기 안성의 바우덕 공연 등 잘 선택한 지역 축제는 그 지역의 특별한 공연과 놀이, 먹을거리, 특산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 축제 정보는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www.mct.go.kr) 참고.

국제민주연대의 ‘공정여행 시 권장 사항’
1 현지인을 만났을 땐 항상 웃는 얼굴과 행동을 권장합니다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습니다. 웃음은 여행자와 현지인과의 거리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2 겸손한 마음가짐과 조심스러운 행동을 권장합니다
현지인들의 생활 문화와 풍습을 존중합니다. 나의 기준으로 판단하여 미개하다거나 불결하다고 판단하지 마세요.

3 보디랭귀지를 적극 권장합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고 통역에 의지하려 하지 마세요. 현지인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보디랭귀지와 필담으로 설명하면 훨씬 더 친밀해질 수 있습니다.

4 군것질을 적극 권장합니다
현지인 중 가장 열심히 살면서도 어렵게 사는 이들이 행상을 하는 이들입니다. 현지 서민들의 먹을거리의 특징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이 바로 노점입니다. 거리 노점에서 군것질을 많이 하세요.

5 100% 현지식으로 식사를 합니다
처음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도 차차 현지 음식에 적응하는 것도 여행에서 찾을 수 있는 큰 매력이자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방식입니다.

6 시시때때로 쇼핑을 즐기길 권장합니다
기념품, 선물 등을 사는 것은 현지인들의 경제에 큰 도움을 주는 방법입니다. 큰 자본으로 만든 관광객들만을 위한 대형 쇼핑점보다 현지인들이 소박하게 운영하는 작은 가게와 직접 만들어 파는 이들에게서 구입해주세요.

7 팁 문화를 권장합니다
현지 숙소와 식당, 여행지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주인들과는 또 다른 삶의 고달픔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그들의 서비스에 대한 작은 정성인 팁 문화를 권장합니다.

8 차를 오래 탄다고 불평하지 마세요
공정여행에서는 어마어마한 화석연료 소비의 주체인 항공 이동을 자제합니다. 털털거리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현지의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때입니다. 짬짬이 버스가 쉬는 동안 먹을거리와 물건을 팔러 나온 현지인들을 돌아보고 미소 지으며 사진 한 장 기념으로 남기세요.

9 세면도구를 모두 챙겨 가세요
1회용 세면도구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자 각자의 세면도구는 준비해 가길 권합니다.

10 내복 등 속옷을 충분히 준비해 가세요
큰 규모의 호텔을 제외하고는 스팀 난방이 되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서라도 내복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혜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