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영속(Persistence of Memory), 1931, 캔버스에 유채, 24.1× 33cm, 뉴욕현대미술관‘
통즉불통 痛卽不通, 통증은 기가 통하지 않으면 생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기가 잘 통하면 건강한 것으로, 기가 막히면 질병이 생긴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기가 통하고, 왜 기가 막힐까? 기를 통하게 하려면 호흡, 장 운동, 감정 등이 중요한데, 이번에는 감정으로 인한 통증을 이야기해보자. 희로애락의 감정이 조화로우면 기가 잘 통한다. 반면 과하게 슬퍼하거나 분노하면 기가 한곳으로 몰려 막히게 된다.
화가이자 조각가, 작가, 영화제작자였던 살바도르 달리는 광기와 집착이 대단했던 사람이다. 스스로를 천재라고 여겼고 매우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성향을 지닌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자주 두통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달리의 작품 ‘기억의 영속(The Persistence of Memory)’은 달리가 두통에 시달리면서 집에서 문득 시계를 바라보다 그린 것이다. 두통이 명작을 만든 셈이다.
한의사 입장에서 보면 그가 수시로 고통받았던 두통은 정신적인 문제와 더불어 턱관절 불균형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만일 달리의 주치의였다면 녹차를 권유했을 것이다. 녹차는 과도하게 상승한 열정을 가라앉힌다. 그래서 스님이나 수행자들이 애용하지 않던가. 그리고 스페인 사람들이 즐겨 먹는 올리브를 많이 먹도록 추천했을 것이다. 올리브를 먹으면 배 속이 편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스페인 사람인 달리는 아마 올리브를 별로 즐기지 않았나 보다. 달리처럼 다혈질이고 열정적인 사람에게는 올리브가 브레이크 역할을 해준다.
그리고 우황청심원을 처방할 것이다. 우황청심원은 30여 가지 한약재를 전통 방식으로 법제하여 분말로 만든 후에 꿀로 반죽해 금박을 입힌 약이다. 그 효능이 여러 가지지만, 중풍 예방과 치료뿐만 아니라 폐・기관지 질환에도 좋고 머리로 치솟은 번뇌를 가라앉히는 데 탁월하다. 달리와 같이 과도한 번뇌를 일으키는 사람에게는 최상의 약이 될 것이다. 침을 더한다면 두침 치료를 할 것이다. 두침은 주로 중풍(뇌질환)・정신질환 환자에게 시술하는 것으로 달리처럼 과대망상의 경우에도 효과적이다.
달리의 사진을 보면 모두 눈을 부릅뜨고 턱을 과도하게 들고 있다. 이런 얼굴은 늘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를 악무는 모습에서 턱이 과도하게 긴장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악물면 턱관절 불균형이 되기 쉽다. 달리처럼 현대인들의 두통 역시 대부분 턱관절 불균형에서 온다. 턱관절은 머리를 지탱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삐뚤어지면 직접적으로 두통을 일으킨다.
턱관절에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입을 벌리고 닫을 때 움직이는 턱관절 부위를 눌러보아 아프면 턱관절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달리의 경우는 턱관절 교정 치료를 10회 정도 하면 눈을 덜 부릅뜨게 되고 이를 악무는 습관이 훨씬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나의 치료로 달리가 두통을 앓지 않았다면 그의 명작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달리의 천재성과 과대망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의 두통을 치료하지 않은 것이 인류에게는 오히려 복이 된 것 같다.
Tip 턱관절이 좋아지는 습관
1 양쪽 턱을 골고루 써서 음식을 씹는다. 음식을 먹을 때 한쪽으로만 씹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경우 턱관절 불균형이 생기기 쉽다.
2 하품을 크게 하지 않는다. 입을 크게 벌리면 ‘뚝’ 하는 소리가 나면서 턱관절 주변의 근육과 인대가 다친다.
3 껌, 오징어 등 턱관절을 많이 사용하는 음식을 삼간다.
4 턱관절 부위와 귓불을 자주 지압한다. 아픈 부위를 자주 지압하면 두통도 없어지고 몸이 가벼워진다.
5 귓불에 있는 턱관절 포인트에 귀고리, 피어싱을 해도 좋고, 스티커 침을 붙여도 좋다.
'행복 건강보감’에서는 독자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여성들이 많이 겪는 5대 통증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연재합니다. 글을 쓴 이경제 원장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출연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스타 한의사 입니다. 현재 ‘한양방의료센터 salm’의 대표 원장이며 저서로는 <기통찬 한의사 이경제의 이침 이야기>, <이경제의 건강보감>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