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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생긴 문화 공간] 디 갤러리 서울
국내에 소개될 기회가 없었던 유럽의 현대미술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갤러리가 생겼다. 청담동에 문을 연 디 갤러리 서울은 코브라 그룹의 초현실주의 미술부터 피카소 작품까지 멀리 있던 명작을 가깝게 소개할 예정이다.


1 청담동에 새로 들어선 눈에 띄는 건물 디 갤러리 서울.
2, 3 개관전인 <독일 조형미술>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전경. 독일을 본거지로 하는 갤러리인 만큼
독일을 비롯한 유럽 작품을 주로 소개할 예정이다.


서울 청담동에 눈에 띄는 건물 한 채가 들어섰다. 밝은 노란색 외벽이 인상적인 디 갤러리 서울 DIE GALERIE SEOUL. 와인색이나 다크 브라운, 블랙 위주의 무게감 있는 색상이 청담동 건물의 주조색임을 떠올리면 더욱 시선을 끄는 건물이다. 디 갤러리 서울의 성지은 대표는 “지나치게 엄숙하고 고상한 분위기가 관람객들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에 문턱을 낮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갤러리를 만들기 위해 밝고 경쾌한 색상으로 외벽을 꾸몄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이곳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디 갤러리를 본거지로 하고 있다. 디 갤러리는 30년 넘게 유럽 현대미술을 소개해온 명망 있는 갤러리. 1950~60년대 초현실주의를 이끈 작가 앙드레 마송 Andre Masson 같은 거장의 작품을 취급한 대표적인 갤러리이자 전 세계 유명 갤러리나 박물관 전시 기획을 담당한 실력도 인정받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갤러리가 한국에 둥지를 튼 계기는? 오프닝 행사 차 내한한 디 갤러리 피터 펨퍼트 Peter Femfert 회장은 “수년간 한국국제화랑미술제(KIAF)에 참여하면서 한국 젊은 작가들의 잠재력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 작가를 이탈리아, 미국, 스페인 등 디 갤러리와 연계된 전 세계 갤러리에 소개할 계획도 밝혔다.

코브라 그룹의 전위미술부터 피카소의 명작까지
디 갤러리 서울의 개관이 가장 반가운 점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유명하나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르하르트 리히터, 마르쿠스 루퍼츠 등 거장의 작품, 최근 독일 화단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에크하르트 크리머, 폴케 스텔츠만 등의 작품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개관을 기념한 <독일 조형미술> 전시에도 이들 16명 작가들의 작품 30여 점을 선보였다. 모처럼 독일 표현주의 작품에 푹 빠져볼 수 있는 전시다. 흔히 표현주의 작품은 과격하거나 어두운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신표현주의 작품은 밝고 경쾌한 표현이 돋보여 관람객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표현주의라는 사조로 얼마나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감상해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앞으로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현재 서양미술사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코브라 CoBrA 그룹(코펜하겐, 브뤼셀, 암스테르담 세 도시명에서 이름을 딴 전위예술가 집단)을 비롯한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김하린 실장은 초현실주의 사조가 살바도르 달리 같은 일부 작가로 한정된 우리나라에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계획을 설명했다. 이 밖에 방학 맞이 블록버스터 전시 때나 볼 수 있는 마르크 샤갈, 피카소, 모딜리아니 같은 유럽 거장의 작품을 볼 기회도 마련되니, 온 가족의 전시회 나들이 코스로 삼아도 좋겠다. 유럽 작품 전시의 경우 여느 갤러리와 달리 두 달 정도 길게 열린다. 보기 힘든 작품인 만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그래서인지 지방에서 관람하러 오는 손님도 늘고 있다.

4 훈데르트바서 ‘베른바흐에의 헌정’, 1987 새로 생긴 문화 공간

전방위 예술가 훈데르트바서의 국내 최초 전시
개관전에 이어 오스트리아의 화가이자 건축가인 훈데르트바서 Hundertwasser의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 팬들이 오랫동안 기대해온 국내 첫 전시라 기대가 크다. 직접 혹은 사진으로 그가 빈에 지은 독특한 자연주의 건축물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직선은 죄악이다”라고 외치며 반듯한 건축물 대신 춤추듯 자유로운 곡선으로 장식한 환상적인 건축물을 설계한 작가다. 그런데 사실 그는 건축을 50세 이후에 시작했고, 젊을 때부터 화가로 이름이 높았다. 자연과 조화된 예술, 생명의 기원을 닮은 나선형 등 그의 건축에 나타난 조형 요소를 이번 전시 작품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경제 불황 탓에 자유로워야 할 예술계까지 움츠러든 이 시기에 갤러리가 문을 연 것은 축하할 일이라며 피터 펨퍼트 회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명품은 소모품입니다. 반면 명작은 소모품이 아닙니다. 삶의 한 부분이므로 작품은 ‘소비’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명작일수록 경기에 영향받지 않을 것입니다.” 디 갤러리가 주로 다루는, 오랜 세월 동안 좀 더 넓은 세상에서 검증받은 작품일수록 이 말이 들어맞을 것이다. 

* 국내 최초로 개최하는 훈데르트바서 전시회는 4월 10일부터 6월 10일까지 열리며 회화, 드로잉 및 건축 모형을 전시한다. 문의 02-3447-0048, www.die-galerie.co.kr

나도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