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연, ‘유리구두-의자’, 2008
봄의 기별은 여자들 옷에 먼저 도착한다. 새봄이 왔으니 변신을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아직도 젊음과 사랑이 가슴에 넉넉히 남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변신하라. 그러나 몇 가지만 염두에 두기를.
과감하되 과도한 노출은 NO! 남자들에게 결혼은 아내가 완전히 ‘내 것’임을 확증하는 일이다(마초스러운 이야기지만 솔직히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자들은 이런 맘을 품고 있을 게다). 당연히 아내는 항상 나의 모든 필요를 채워주는 존재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나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 매무새를 가다듬고, 화장하고, 맵시 나는 봄옷을 선택해서 입어주는 것이야 얼마든지 허용하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과감’을 넘어 ‘과도’한 노출은 적색경보다. 어디까지나 그건 남편을 위한 노출이 아니니까. 가끔 지하철에서 보는 여성들의 과도한 노출은 보는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그 자리에 아내를 대치시키는 건 상상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아내의 과도한 옷차림은 남자들의 무의식에 깔려 있는 두려움을 자극한다. ‘아내를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말이다. 평소에 아내를 살갑게 대하지 않는 남편이라도 그 마음속에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상담 현장에서 만났던 의처증 남자들은 아내의 옷차림에 즉각 반응했다. 실제 상담 장면에서 “아내의 마음이 딴 데로 흘러가는 것은 아닐까?” “딴 놈이 와서 아내를 빼앗아 가는 것은 아닐까?” “아내가 이미 딴 놈에게 마음을 준 것은 아닐까?”라고 말하는 남편도 있었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그의 아내가 그다지 빼어난 외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처증이 있는 남편들의 공통점은 자기 아내가 ‘너무’ 예뻐 걱정이란다.
신비감이 없어지니 너무 수더분하게 입지 마라. 아줌마가 된 아내가 아줌마답게 수더분한 옷차림으로 지내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남자들은 ‘아줌마 패션’은 질색이다. 더구나 옷이 한 사람의 품격이요, 판단 기준이 될 수도 있는데, 아내가 옷차림만으로 영락없이 아줌마로 비쳐진다면 그 속에서 더 이상 신비감을 찾을 수는 없다. 남자란 ‘여자’ ‘여인’에게서는 매력을 느끼지만 ‘아줌마’에게선 매력을 느끼지 않으니까.
남자는 ‘내 여자’가 아주 특별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특별한 여자’가 특별한 유혹을 해 오면 여지없이 무너진다. 역사에서 뭇 남자들을 주물렀던 팜 파탈들은 옷차림의 명수였다. 옷차림에 맵시와 품격, 그리고 신비감을 담았다. 안토니오를 유혹했던 클레오파트라의 힘은 빼어난 미모만이 아니었다. 바로 신비감을 더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오에게 ‘아주 특별한 여자’였던 것이다. 남자들은 자기 아내가 그 ‘특별한 여자’가 되어서 외출 시에나 모임에 나타나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집에 있을 때도 ‘특별’한 여자가 자기를 유혹해주기를 기다린다.
클래식하게 입어달라. 클래식은 ‘일류의’ ‘최고 수준의’ ‘고상한’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 ‘유행에 매이지 않는’ ‘유행을 넘어서는 스타일’이라는 뜻도 있다. 오래되어 낡은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그 속엔 깊은 품격이 스며 있어서 지루하거나 가볍지 않다. 아내에겐 ‘10년을 입어도 1년 된 것 같은 옷, 1년을 입어도 10년 된 것 같은 옷’ 같은 남편이 필요할지 몰라도 남편에겐 ‘10년을 타도 한결같이 새로운 차’라는 광고 카피에 걸맞은 아내가 필요하다. 새 옷을 고집하고 변신을 시도하는 것보다 믹스 매치의 달인이 되어 클래식한 분위기를 내준다면 아내에 대한 존경심까지 솟아날 것이다.
아내여, 당신을 자랑하게 해주오. 부부 동반 외출 시에 아내의 옷차림, 옷맵시, 아내의 교양과 성품에 대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듣는다면 그것은 남편에게 엄청난 기쁨이요 자랑이다. 기억하라, 남편은 사랑스러운 여자를 자랑하고 자랑스러운 여자를 사랑하게 되어 있다. 자랑과 사랑은 한끗 차이다. 반대로 자랑할 ‘거리’가 없다면 남편은 분개할지도 모른다.
구약 성경 에스더서에 등장하는 페르시아 왕 아하수에로는 대제국의 왕답게 매일매일 연회를 베푼다. 취기가 오른 어느 날 예쁜 아내를 자랑하고 싶은 욕망에 왕비 와스디를 급하게 부른다. 그러나 와스디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잔치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진노한 아하수에로는 초청을 거절한 왕비를 끝내 폐위시키고 만다. 자랑할 자리에 수치를 안겨주었기에 분노했던 것이다. 남편의 마음속에는 늘 아내를 자랑하고픈 마음이 있다. 거기에 합당하게 준비하라. 그러지 않으면 남편은 아내가 눈앞에 나타날까 두렵다. 봄 색깔로 변신하는 것은 무죄다. 옷차림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마음을 새롭게 조율해 행복을 느끼는 예민한 감각이 되살아나는 그런 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내와 남편의 알 듯 모를 듯한 심리와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점을 hkchoi@design.co.kr로 보내주세요.전문가의 친절한 해결법을 지상 중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