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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이너 우에키 간지 마음을 치유하는 디자인의 힘
롯폰기 도쿄 클럽, 신라 호텔 레스토랑 팔선과 아리아께 등 하이엔드 소사이어티를 위한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디자이너 우에키 간지(Kanji Ueki) 씨. 미국의 뉴욕현대미술관과 애플스토어에서 지난 가을 서울에 문을 연 카페 아티제까지,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우에키 간지 씨는 올해로 경력 40년 차에 접어든 디자이너다. 사람 나이 마흔이면 의심이 없어야 할 불혹의 경지이니, 디자이너 경력 마흔 살인 우에키 간지 씨에게는 오래된 디자인 철학이 있을 것 같았다. “제 디자인의 제1원칙은 고객입니다. 고객의 취향과 기호를 디자인의 중심에 두는 것입니다. 디자인의 30%는 반드시 고객에게 할애하고 먼저 생각합니다. 고객의 30%가 결정되면 이제 디자이너의 취향과 전문가로서의 견해 등이 전체 디자인의 70%로 반영됩니다.” 디자이너가 작업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자신을 절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긴자의 클럽 하우스, 롯폰기의 도쿄 클럽 같은 사교 클럽, 팔선과 아리아께 같은 고급 레스토랑 디자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이엔드 소사이어티를 대상으로 하는 디자인은 대중적인 작업에 비해 매우 어려워요. 고객의 개성과 취향을 정확하게 담아내야 하는 동시에 품위를 담아내야 하거든요. 이런 공간을 이용하는 손님은 대부분 연령대가 높기 때문에 디자이너에게도 연륜이 필요합니다. 짧은 미팅을 통해서도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본능적으로 알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공간이 정서적 안정과 치유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디자이너의 역할이라 한다. 건축가나 디자이너는 내가 좋으면 남도 좋을 것이라는 자기도취적 태도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왼쪽) 인테리어 디자이너 우에키 간지 씨.


1 긴자에 위치한 리테일러숍 오파쿠 Opaque 
2 서울 신라 호텔 중식당 팔선.
3 그가 디자인한 주거 공간 H-house.
4 개장과 함께 선풍적인 반응을 이끌었던 애플스토어는 우에키 간지 씨의 작품이다.


그는 요즘 젊은 디자이너들에 대한 우려도 감추지 않았다.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자신의 역량을 빠른 시간 내에 드러내고 싶은 성급한 마음에 디자인에 고객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요즘 디자인은 굉장히 모던하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공간이 너무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제 디자인이 단순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소재 선택에 있습니다. 돌이나 나무 같은 자연 소재, 예를 들면 나무도 진한 색이 아닌 가장 자연스러운 나무 색을 쓰는 것이지요.” 나무 이야기가 나왔으니 가구 디자인에 대해 물었다. 그는 가구 디자인에 특별한 애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나를 70% 밖에 담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지요? 원칙으로 세워놓은 것이긴 하지만, 디자인에 자기를 100% 담지 못한다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큰 스트레스이기도 합니다. 저는 가구 디자인을 통해 그 욕구를 해소합니다. 가구만큼은 온전히 나를 담아서 디자인합니다. 가구는 제게 자식과 같은 존재예요.” 물론 그가 인테리어를 디자인하는 공간을 위해 가구를 디자인하기는 하지만 우에키 간지의 가구 중 어떤 것은 넥스트마루니 같은 일본의 가구 회사에서 제작해 판매한다. 2000년대 초반 애플스토어가 문을 열었을 때 반응은 가히 뜨거웠다. 미국 전역에만 2백 개가 넘는 매장을 두고 있는 애플스토어는 컴퓨터 매장의 개념을 바꾸어놓은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우에키 간지 씨는 애플스토어의 기본 개념은 애플 컴퓨터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이미 세워놓은 상태였고 자신은 그가 상상하는 공간 개념을 바탕으로 좀 더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디자인했을 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애플스토어 디자인으로 2003년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엑셀런스 어워드에서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최근 한국에서 선보인 작업으로 신라 호텔에서 운영하는 카페 아티제가 있다. 그가 카페 아티제를 디자인하기에 앞서 바라본 서울의 거리는 스타벅스 같은 미국식 카페 일색이었다. “저에게는 일종의 모험이었습니다. 미국식 카페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거리에 유럽의 컨트리 스타일 카페를선보인다는 것에 용기가 필요했어요.” 그러나 그는 유럽 컨트리 스타일을 그의 방식대로 모던하고 미니멀하게 해석해, 카페 아티제를 개성있는 공간으로 풀어냈다. 우에키 간지 씨는 현재 카사포&어소시에이츠(www.casappo.com)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가구 디자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가 디자인한 의자 시리즈 사간 Sagan(2)과 벤토 Bento(7).

김성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