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의 중심지 뉴욕에서조차 ‘아트 투어’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1999년. 사람들은 아트 투어 하면 패러다임 아트(www.paradigmart.com) 대표 강희경(Christina Kang) 씨를 찾았다. 그는 요즘도 갤러리만 6백여 개 있는 ‘미술의 전쟁터’ 뉴욕에 살며 선두적인 아트 투어 전문가이자 아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 열혈 커리어 우먼의 불같은 추진력 이면에는 동물처럼 본능적이고 식물처럼 예민한 감수성이 숨어 있다. 그의 감수성이 발휘된 창구는 바로 12년 동안 모은 현대 미술품이다. 일을 하며 작품을 만나는 것도 즐겁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고른 작품을 곁에 두는 것 또한 엄청난 카타르시스였다.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생애 첫 컬렉션이 생겼어요. 몸이 아파서 잠시 한국에서 쉬고 있을 때 용돈이 조금 모였는데, 저 자신을 위해 아주 특별한 작품을 선물하고 싶더군요.” 그 무렵 강희경 씨는 PKM 갤러리에서 재미 교포 코디 최 씨의 조각 작품 ‘The Thinker’를 만났다. 갤러리 하면 으레 하얀 벽면을 떠올리는데 이 작가는 벽면 모서리를 전시 공간으로 삼아 작품을 만들었다. “당시 저는 여러모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한국 여성으로서, 사회의 공식대로라면 결혼해서 얌전히 가정을 꾸려야 했을 텐데 저는 굴레와 편견을 깨고 제 뜻을 펼치고 싶었거든요. 그런 잠재의식이 이 독특한 작품을 선택하게 했어요.”
(위) 뉴욕 맨해튼 아파트에 있는 강희경 씨의 사무실 겸 자택 공간. 응접실에는 오래되어 반질반질한 앤티크 테이블과 모던한 디자인의 의자를 매치해놓았다. 정면에 보이는 회화 작품은 그레고리 힐튼의 페인팅.
1 강희경 씨는 9년 동안 1년이면 여덟 달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투어 그룹을 이끌고 두 발로 뉴욕 시내의 예술적인 공간을 탐험해온 아트 투어 전문가이자 아트 컨설턴트다.
2 마돈나와 히틀러의 얼굴을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 ‘마돈나’는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의 작가 스콧 킹의 작품이다. 한동안 건강이 좋지 않았던 강희경 씨에게 비타민 같은 작품이었다.
그 이후 만난 작품들도 모두 그와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졌다.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주제로 그리는 작가의 그림에 감응했다. 작년 초 몸이 급격히 나빠져서 일을 쉬고 있을 때는 마돈나와 히틀러의 얼굴을 재치 있게 결합한 그래픽 작품 ‘마돈나’를 만났다. 문화의 여제와 정치계 독재자를 한데 섞다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감성 비타민’을 복용한 그는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났다. “제 컬렉션을 보노라면 작품을 만났을 때의 정황과 사연이 줄줄이 떠올라요. 제게는 컬렉션이 일기처럼 사적인 인간사예요.”
“미술 작품은 와인과 같아요. 뭐라 딱 꼬집어서 말할 수 없는 미묘하고 복합적인 맛, 정답이 없어서 자기만의 맛을 찾아 떠나게 만드는 매력…. 와인과 작품의 공통점이죠. 그래서 자꾸 빠져들게 됩니다.” 또한 그가 모은 작품들은 내면을 투영한 거울과도 같다. 살면서 미처 만나지 못한 숨겨진 자신을 컬렉션이라는 거울이 비추어 그에게 보여주었다. 자기를 바로 보는 것만큼 후련한 치유는 또 없을 듯싶다.
1 앨런 맥멀린의 유쾌한 오브제 작품으로 윗면에 ‘THANKS’라고 적혀있다.
“제가 저에게 선물하는 작품만큼은 즐겁고 유쾌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비참하고 암울한 작품은 구입하지 않아요. 물론 다소 어두운 작품도 갖고 있지만, 이 작품들은 기쁨이나 희망 등 복합적인 정서를 포함하고 있어요.” 그는 자신의 컬렉션을 ‘sweet and sour(새콤달콤)’라고 표현했다. 즐거워서 달콤하고, 톡톡 튀어서 새콤한 그런 맛. 작품을 집에 진열하는 묘미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데커레이션 콘셉트는 ‘혼돈 속의 질서’다. 여러 장르의 작품이 저마다 개성을 반짝이며 혼돈스럽게, 동시에 ‘강희경’이라는 향기를 따르며 질서정연하게 모여 있다.
스카프 하나도 인터넷으로 구매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작품을 구입할 때도 작품은 물론 작가를 만나보고 산다. 이를 통해 그가 살피는 것은 세 가지. 바로 작가의 진정성, 인간미, 성실성이다. 밑바닥부터 열정을 분출할 수 있는 진정성, 질곡의 삶이 빚어낸 ‘사리’ 같은 인간미, 그리고 꾸준하고 근면한 자세인 성실성이 있느냐를 본다. 심사숙고해서 고르기 때문에 지금껏 구입한 80여 점의 작품 중 어느 한 점도 후회한 적이 없고 되판 적도 없다.
2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오브제 작품을 오종종하게 모아두었다. 벽면의 회화는 바이런 김 씨의 사진 작품 ‘What I See’, 앞쪽의 분홍색 오브제는 웬들 캐슬의 작품으로 실내 조명등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사실 제 수집에는 목적이 있습니다.” 수집가들은 대개 ‘그저 좋아서’ 모은다고 하는데 의외다. “10년 안에 제 컬렉션으로 장학 재단을 만들고 싶어요. 미술 작품을 접하지 못하는 빈곤한 아이들을 갤러리로 초대해 작품을 보여주고 직접 도슨트가 되어 아트 투어도 해주려고요.” 사실 그는 내 몸, 내 마음 하나 위안 삼으려고 수집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기 만족과 도취에 빠지는 수집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은 현대의 명작들을 선별해 컬렉션을 완성하고 싶습니다.이곳에서 한 아이가 인생에서 잊혀지지 않는 작품 한 점을 만날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겠지요.”
3 코너를 활용한 재미난 디스플레이. 구본정 씨의 회화 ‘가시 면류관’과 코디 최 씨의 ‘The Thinker’.
4 공간 중앙에 자리 잡은 기둥에 미리암 카베사의 연작을 걸어 갤러리로 활용했다.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생애 첫 컬렉션이 생겼어요. 몸이 아파서 잠시 한국에서 쉬고 있을 때 용돈이 조금 모였는데, 저 자신을 위해 아주 특별한 작품을 선물하고 싶더군요.” 그 무렵 강희경 씨는 PKM 갤러리에서 재미 교포 코디 최 씨의 조각 작품 ‘The Thinker’를 만났다. 갤러리 하면 으레 하얀 벽면을 떠올리는데 이 작가는 벽면 모서리를 전시 공간으로 삼아 작품을 만들었다. “당시 저는 여러모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한국 여성으로서, 사회의 공식대로라면 결혼해서 얌전히 가정을 꾸려야 했을 텐데 저는 굴레와 편견을 깨고 제 뜻을 펼치고 싶었거든요. 그런 잠재의식이 이 독특한 작품을 선택하게 했어요.”
(위) 뉴욕 맨해튼 아파트에 있는 강희경 씨의 사무실 겸 자택 공간. 응접실에는 오래되어 반질반질한 앤티크 테이블과 모던한 디자인의 의자를 매치해놓았다. 정면에 보이는 회화 작품은 그레고리 힐튼의 페인팅.
1 강희경 씨는 9년 동안 1년이면 여덟 달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투어 그룹을 이끌고 두 발로 뉴욕 시내의 예술적인 공간을 탐험해온 아트 투어 전문가이자 아트 컨설턴트다.
2 마돈나와 히틀러의 얼굴을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 ‘마돈나’는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의 작가 스콧 킹의 작품이다. 한동안 건강이 좋지 않았던 강희경 씨에게 비타민 같은 작품이었다.
그 이후 만난 작품들도 모두 그와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졌다.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주제로 그리는 작가의 그림에 감응했다. 작년 초 몸이 급격히 나빠져서 일을 쉬고 있을 때는 마돈나와 히틀러의 얼굴을 재치 있게 결합한 그래픽 작품 ‘마돈나’를 만났다. 문화의 여제와 정치계 독재자를 한데 섞다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감성 비타민’을 복용한 그는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났다. “제 컬렉션을 보노라면 작품을 만났을 때의 정황과 사연이 줄줄이 떠올라요. 제게는 컬렉션이 일기처럼 사적인 인간사예요.”
“미술 작품은 와인과 같아요. 뭐라 딱 꼬집어서 말할 수 없는 미묘하고 복합적인 맛, 정답이 없어서 자기만의 맛을 찾아 떠나게 만드는 매력…. 와인과 작품의 공통점이죠. 그래서 자꾸 빠져들게 됩니다.” 또한 그가 모은 작품들은 내면을 투영한 거울과도 같다. 살면서 미처 만나지 못한 숨겨진 자신을 컬렉션이라는 거울이 비추어 그에게 보여주었다. 자기를 바로 보는 것만큼 후련한 치유는 또 없을 듯싶다.
1 앨런 맥멀린의 유쾌한 오브제 작품으로 윗면에 ‘THANKS’라고 적혀있다.
“제가 저에게 선물하는 작품만큼은 즐겁고 유쾌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비참하고 암울한 작품은 구입하지 않아요. 물론 다소 어두운 작품도 갖고 있지만, 이 작품들은 기쁨이나 희망 등 복합적인 정서를 포함하고 있어요.” 그는 자신의 컬렉션을 ‘sweet and sour(새콤달콤)’라고 표현했다. 즐거워서 달콤하고, 톡톡 튀어서 새콤한 그런 맛. 작품을 집에 진열하는 묘미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데커레이션 콘셉트는 ‘혼돈 속의 질서’다. 여러 장르의 작품이 저마다 개성을 반짝이며 혼돈스럽게, 동시에 ‘강희경’이라는 향기를 따르며 질서정연하게 모여 있다.
스카프 하나도 인터넷으로 구매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작품을 구입할 때도 작품은 물론 작가를 만나보고 산다. 이를 통해 그가 살피는 것은 세 가지. 바로 작가의 진정성, 인간미, 성실성이다. 밑바닥부터 열정을 분출할 수 있는 진정성, 질곡의 삶이 빚어낸 ‘사리’ 같은 인간미, 그리고 꾸준하고 근면한 자세인 성실성이 있느냐를 본다. 심사숙고해서 고르기 때문에 지금껏 구입한 80여 점의 작품 중 어느 한 점도 후회한 적이 없고 되판 적도 없다.
2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오브제 작품을 오종종하게 모아두었다. 벽면의 회화는 바이런 김 씨의 사진 작품 ‘What I See’, 앞쪽의 분홍색 오브제는 웬들 캐슬의 작품으로 실내 조명등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사실 제 수집에는 목적이 있습니다.” 수집가들은 대개 ‘그저 좋아서’ 모은다고 하는데 의외다. “10년 안에 제 컬렉션으로 장학 재단을 만들고 싶어요. 미술 작품을 접하지 못하는 빈곤한 아이들을 갤러리로 초대해 작품을 보여주고 직접 도슨트가 되어 아트 투어도 해주려고요.” 사실 그는 내 몸, 내 마음 하나 위안 삼으려고 수집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기 만족과 도취에 빠지는 수집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은 현대의 명작들을 선별해 컬렉션을 완성하고 싶습니다.이곳에서 한 아이가 인생에서 잊혀지지 않는 작품 한 점을 만날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겠지요.”
3 코너를 활용한 재미난 디스플레이. 구본정 씨의 회화 ‘가시 면류관’과 코디 최 씨의 ‘The Thinker’.
4 공간 중앙에 자리 잡은 기둥에 미리암 카베사의 연작을 걸어 갤러리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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