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나들이 가듯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를 떠나는 풀무원의 나누리 동아리 회원들. (왼쪽부터) 김길호 씨의 지인인 이기순 씨, 풀무원 연구개발팀의 김길호 씨, CS센터 윤민호 씨, 김치박물관 학예사 신수지 씨, 소이Soy 프로테인Protein팀의 류영기 팀장.
귀여운 바퀴의 크림 컬러 자전거는 ‘비토 미니’로 허피 코리아에서 판매. 손잡이와 입구를 브라운 컬러 가죽으로 트리밍한 바구니는 홀페이퍼가든에서 판매. 노란색 프레임에 가죽 안장 자전거는 파슐리 몰튼 제품으로 르벨로에서 판매. 원목 조리기구는 이딸라 제품으로 엘지 디오스 논현갤러리에서 판매. 라탄 바구니가 장착된 오렌지 컬러 자전거는 아비치 제품으로 르벨로에서 판매. 스카이블루 컬러 프레임 자전거는 브리지스톤 몰튼 제품으로 르벨로에서 판매. 가죽 소지품 케이스가 장착된 자전거는 브리지스톤 몰튼 제품으로 르벨로에서 판매. 레드 컬러 주물 프라이팬과 옐로 컬러 주물 냄비는 르크루제. 조리복과 앞치마, 타이, 모자는 모두 유니세븐 제품.
“다 모이셨어요? 어제 보내드린 메일 보셨죠? 알려드린 대로 팀별로 나눠서 시작해주세요. 우선 도착한 재료부터 구분할까요?” 만나서 반갑다며 그간의 안부도 묻고 ‘하하호호’ 웃음으로 시작할 거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토요일 오전 10시. 왕십리에 있는 ‘화성영아원’에 도착한 회원들은 사회공헌팀에 근무하는 이지영 씨의 지시를 듣자마자 군령을 받은 병사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매일 보는 얼굴이 많기 때문이에요. 저는 다른 지역에 근무하지만 이곳에 계신 분들과 메신저나 전화로 자주 연락하죠. 평소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특별히 할 말이 없어요. 서둘러 밥 지어야죠. 아이들 배고프면 안 되잖아요.” 두부생산기술파트에 근무하는 노현경 씨는 가장 먼 곳에서 달려온 회원이다. 금쪽같은 주말 아침잠을 설쳐가며 충북 영동에서 서울까지 올라온 그는 정작 자신은 먼 거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단다. “실은 서울 구경 하는 설렘으로 와요. 봉사자 분들의 마음이 따뜻해서 오고, 솜씨가 서툴러 좋은 음식을 못해주는데도 잘 먹는 아이들의 모습이 예뻐서 오죠. 다녀가면 한동안 모두의 얼굴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요.”
이날 화성영아원 봉사에는 멀리서 온 노현경 씨 외에 박온서 상무의 아내 정경옥 씨, 김길호 씨의 약혼자 이기순 씨 등 의외의 얼굴도 눈에 띄었다. “함께 밥을 짓는 데이트가 얼마나 즐거운데요. 아직 못해보셨으면 빨리 해보세요.” 평소 집에서도 부부가 함께 음식 만들기를 즐긴다는 정경옥 씨는 다년간의 살림 솜씨를 인정받아 이날 주방 작업의 진두지휘를 맡았다. 연인과 함께 온 이기순 씨는 마치 본인의 직장 동료들과 함께하듯 자연스럽게 맡은 일을 하고 있다. 이처럼 나누리 동아리는 풀무원 직원들을 중심으로 아내, 연인, 친구 등 지인들의 참여까지 반기는 곳이다.
나누리 동아리가 처음 결성된 것은 6년 전이다. 풀무원이 기업 사회 공헌 활동을 시작하면서 식품 회사답게 무료 급식 행사를 열었다. 이때 참여했던 몇몇 직원들이 소규모로 한 달에 한 번 활동하면서 풀무원 직원 중 희망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봉사 모임 ‘나누리 동아리’를 만들었다.
1 음식이 완성되면 아이들에게 배식하기 전 먼저 보존식을 담는다. 단체 급식은 식중독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아이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2 지난 8월 2일 풀무원 나누리 동아리 회원들이 화성영아원에서 차린 급식 식단. 계란 프라이를 얹은 소이구이 볶음밥과 자장, 수박화채, 무쌈말이. 음식이 담긴 접시는 모두 이딸라 제품으로 엘지 디오스 논현갤러리에서 판매.
“나누리 동아리에 참여한 지 4년 정도 됐어요. 이젠 나누리 동아리 활동이 제 생활의 일부분으로 느껴져요. 한나절 열심히 음식 만들고 아이들 만나고 가면 밀렸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에요.” 나누리 동아리 활동으로 한 달에 한 번 건강한 에너지를 얻는다는 녹즙경영지원파트 남화련 씨가 담당한 오늘의 메뉴는 수박화채. 커다란 수박을 잘게 썰며 ‘이 정도면 아이들이 한입에 먹을 수 있을까’ 가늠하면서 미리 프린트 해온 수박화채 레시피를 살펴보고 있다. 수박화채팀 뒤편에 자리 잡은 무쌈말이팀은 의견이 분분했다. “파프리카는 어떻게 썰어야 해?” “잘게 채 썰면 되지” “아이들이 한입에 넣으려면 이 정도면 될까?” “아니 더 가늘게 썰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럼 이만큼?” “아니 그건 너무 가늘잖아. 아니다. 1mm만 더 굵게 썰어봐.” 파프리카 하나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과도하게 신중을 기하는 윤민호 씨와 나세희 씨를 보다 못한 정대진 씨가 한마디 던진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 알아? 거기서 아침밥 짓는 재석·대성 커플 같아.” 한바탕 까르르 웃고 보니 이들의 모습이 마치 개그맨 유재석과 가수 대성이 된장국을 끓이면서 멸치 육수를 내는 데 멸치를 두 마리 넣을지, 세 마리 넣을지를 두고 한참을 옥신각신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저희는 이처럼 사소한 것 가지고도 고민을 해요. 지난번 봉사에는 ‘삶은 달걀’ 메뉴가 있었는데 달걀을 삶을 때 끓는 물에 달걀을 넣어야 하는지 처음부터 달걀과 물을 함께 넣고 삶아야 하는지를 두고 한참을 망설였어요. 결국 어떤 분이 ‘달걀이 라면이야? 끓는 물에 넣게!’라고 말해 그냥 처음부터 넣는 것으로 결정했죠.” 이날 주방에서 밥, 자장, 볶음밥, 계란 프라이를 만드느라 삼복더위에 고생한 김길호 씨 역시 지난 봉사에서의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맑게 웃었다. 김길호 씨 옆에서 아이들이 먹을 볶음밥 재료를 유기농 올리브 오일로 볶던 박온서 상무가 한마디 거든다. “음식 솜씨가 뛰어나지 않아서 재료에 승부를 겁니다. 봉사에 사용하는 모든 재료는 풀무원 제품으로 쓰려고 합니다. 채소와 과일 등은 모두 풀무원 계열의 친환경 매장 올가에서 유기농으로 구입하고, 반조리 식품이나 가벼운 조리로 맛을 낼 수 있는 제품을 주로 이용합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건 역시 두부입니다.” 임원답게 회사 자랑이 먼저 쏟아지는 그의 설명이 가볍게 들리지 않은 건 가장 연장자임에도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주방, 그것도 가장 더운 자리인 가스레인지 앞에서 열심히 더위와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3, 4 화성영아원에서 봉사 중인 나누리 동아리 회원들의 모습.
5 “우리 부부 금실은 음식으로 맺어진 것 같아요.” 환하게 웃으며 음식을 만드는 정경옥 씨와 QM 사무국 국장 박온서 상무.
어느새 음식 만들기가 끝나고 배식 시간이 돌아왔다. 음식 만드는 내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주방을 들락거리던 개구쟁이 꼬마 녀석들이 자리에 앉고 순식간에 배식이 진행됐다. 화성영아원 지도교사의 설명에 따라 가장 어린 아이들이 먹는 테이블엔 조금씩, 초등학교 이상 어린이들이 앉은 테이블엔 넉넉하게 담고 나니 여기저기서 추가 요청이 들어온다.
“삼촌 수박 더 주세요.” “저는 볶음밥이요.” 테이블을 오가며 식사를 돕고 부족한 것을 챙겨주는 사이 어느새 다 먹은 식판을 들고 개수대로 향하는 아이들이 보인다. “무쌈말이에 떡갈비를 넣긴 했지만 채소 위주로 만들어서 아이들이 싫어할까 걱정했는데 맛있게 잘 먹네요. 다행이에요. 이 맛에 여기 옵니다.” 아이들이 깨끗이 비운 식판을 받으며 윤민호 씨가 신이 났다. 요리의 ‘요’자도 모르던 그가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난 뒤 그의 부모님도 혜택을 보셨다. “봉사하면서 팥죽 만들기를 배웠어요. 부모님께 해드렸더니 무척 좋아하시더군요. 신랑 수업 톡톡히 하고 있어요.”
아이들의 식사가 끝나고 봉사자들과 화성영아원 교사들의 식사가 이어졌다. 식사 중 이들의 대화 주제는 ‘잘 먹어서 예쁜 아이들’이다. 외면당할까 염려했던 무쌈말이는 아이들이 전부 먹어서 맛도 보지 못했지만 빈 접시를 보며 밀려오는 뿌듯한 기분은 다른 곳에서 느끼기 어려운 소중한 감정이다. “아이들이 풀무원 봉사자분들 음식을 무척 좋아해요. 아무래도 원에서 제공하는 식사와 달라서 이색 별미로 여겨지나 봐요.” 화성영아원의 지도교사들도 봉사자들처럼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한다.
음식 끝에 정情 난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에게 좋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이며 정을 나누는 일. 봉사를 ‘놀이’처럼 즐기고, 봉사로 건강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이들을 보면서 마음속 깊이 부러웠다. ‘건강한 삶’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포함한다. 진정 건강한 삶은 이들처럼 몸과 마음이 이웃과 함께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삶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1 급식 봉사에 사용할 식재료 상자. 모두 풀무원과 풀무원 계열의 친환경 매장 올가 제품이다.
2 “먹는 것도 우리 모임의 즐거움 중 하나예요.” 나누리 동아리 회원들이 레몬을 먹으며 장난치고 있다. (왼쪽부터) 두부생산기술파트 노현경 씨, 녹즙생산기술파트 정대진 씨, 홍보팀 나세희 씨, 녹즙경영지원파트 남화련 씨. 손에 든 조리 도구와 레드 컬러 조리 도구 통, 다양한 컬러의 찜기, 호박 모양 주물 냄비 모두 르크루제 제품. 3색의 다용도 볼과 컬러풀한 샐러드 볼은 모두 이딸라 제품. 노란색 트레이는 알레시 제품으로 모마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
- 나의 쿠킹 스타일_풀무원 사내 봉사 모임 '나누리 동아리' 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놀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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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를 놀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풀무원 직원들로 구성된 ‘나누리 동아리’ 회원들은 매월 마지막 토요일이면 ‘놀기’ 위해 모인다. 봉사라는 거룩한 단어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모두 한목소리로 ‘일을 하고 나면 행복해지기 때문에 나온다’고 했다. 그들의 행복한 하루를 동행했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