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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리조트]롬보크 풀빌라 클럽 남방의 속살, 롬보크에서의 4일
발리 옆에 자리한 섬 롬보크는 남국풍의 백사장과 아름다운 바다 빛이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곳이다. 인도네시아의 또 다른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는 롬보크, 발리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사람의 손때가 덜 탄 ‘순결한 발리’ 롬보크. 그 풍경 속에 푹 빠진 나흘간의 여정을 소개한다.

1 풀빌라 클럽 전경. 16개 동의 코티지 스타일 빌라로 구성되어 있다.

여행이 인생의 가장 진한 방점임을, 자신에게 주는 가장 비싼 선물임을 아는 우리는 다짐한다. 가이드북을 들고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헤쳐 모여’를 하지 않기로.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팔을 한껏 벌려 담아도 결국 피로란 놈 때문에 죄다 흘리게 되리라는 걸 우린 잘 알고 있으니까. 우리는 게으르고 싶다. 그 게으름 덕분에 올해의 남은 날들을 보낼 에너지를 얻고 싶다. ‘남방의 속살’로 불러 마땅한 섬, 롬보크. 텁텁한 열기를 뺨으로 맞으며 마타람 공항에 내려선 우리는, 이 섬이 나른함과 활기가 이상하게 짝을 이룬 곳일 거란 예감에 휩싸인다. 자동차 수만큼 많은 당나귀 수레(치도모cidomo라 부른다)가 도로를 함께 질주하며, 물소를 몰고 나온 어린아이와 호텔 벨보이가 한눈에 들어오는 남방의 섬. 평온하고 고요한 정취를 자아내는 이 섬에서 우린 헛헛해진 육신을 추스르기만 하면 된다.

가이드에게 하루를 저당 잡히고 마는 패키지 여행과는 다르게 롬보크 풀빌라 클럽에서의 하루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남극풍의 숲(발리와 롬보크 사이에는 지리학상 생태계 분포가 바뀌는 경계선인 눈에 보이지 않는 윌리스 선이 놓여 있다. 발리에 아시아계 동식물이 많다면 롬보크에는 호주계 동식물이 많다)과 무인도처럼 한적한 백사장을 감상하며 정지 모드로 앉아 있어도 그만이다. 생태 여행을 온 것처럼 심신이 맑아질 것이다. 하루 정도는 호텔 안쪽을 샅샅이 누비고 다니는 것도 좋은 출발이다. 16개 동의 코티지 스타일 빌라로 구성된 풀빌라 클럽은 고립된 영토처럼 푸른 숲에 둘러싸여 있다. 5성급 다이아몬드 호텔답게 고급스러운 시설을 자랑하는데, 특히 2층 구조로 된 빌라는 1층에 거실과 욕조, 2층에 침실과 욕조가 배치되어 있다. 1층 창문을 열면 흐르는 강물 같은 수영장이 연결된다. 수중에 카페까지 설치되어 있어 음료수를 마시며 ‘백만장자의 휴일’처럼 즐길 수 있다. 풀장에서 노곤해진 몸을 거실 옆 자쿠지에서 풀 수도 있다. 비치된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갓 뽑아낸 커피 한 잔을 우아하게 즐기는 맛이란!

2 풀빌라 클럽에 도착한 여행객을 가장 먼저 맞는 현판.


3 각 빌라는 2층 구조로 돼 있는데, 수영장과 바로 연결되는 1층엔 거실과 욕조, 2층에 침실과 욕조가 자리한다.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운 침실.
4 바다를 바라보며 ‘만다라 스파’를 체험할 수도 있다. 특히 향 치료와 명상 요법을 추천한다.


달아오른 몸을 좀 식히려면 3개 식당과 4개 카페 중 ‘비치 콤보Beach Comber’ 레스토랑에서 가벼운 음료 한 잔을 마셔도 좋다. 풀빌라 클럽의 식당과 카페는 모두 풀로 연결되어 있어, 음료를 즐기다 바로 풀로 나가 수영을 즐길 수도 있다. 특히 저녁 식사 때에는 민속 쇼가 펼쳐지기도 하는데 남극의 운치를 양념 삼아 즐기는 맛이 그럴싸하다. 프랑스 요리, 아시아 요리, 콘티넨탈 요리까지 모두 맛볼 수 있는 데다 특별히 교육받은 요리사가 김치, 잡채 등 한국 음식도 선보이고 있다. 풀빌라 클럽이 가족 여행이나 허니문 여행지로 각광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만다라 스파’다. 고급스러운 리조트에 꼭 포함되어야 할 조건으로 여겨지는 만다라 스파에서 온천 치료, 향 치료, 증기욕을 경험한다는 것. 생각만 해도 몸과 마음이 나른해진다.


5 아름다운 셍기기 비치가 바라다보이는 오두막.

명상법도 함께 가르쳐주므로 남태평양의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명상에 잠기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풀빌라 클럽의 3박5일 일정 요금에 1회 스파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부산함과 조급증에 인이 박힌 우리는 그렇게 정지 모드로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종족이므로, 산호초로 유명한 길리 군도로 짧은 여행을 떠나도 좋을 것이다. 보트를 타고 길리에어·길리메노·길리트라와간 섬을 돌다 오는데, 산호초의 절경만으로도 스노클링을 즐기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여유 있게 해변을 거닐면서 갖가지 조개와 산호, 거북이, 열대어를 보는 재미에 빠질 수 있다. 고작해야 한 섬에 몇백 명의 주민이 사는 이 섬들에서 만난 원주민의 눈빛, 외국인을 거의 보지 못한 원주민들의 순진하고 우호적인 눈빛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아직 사람의 손때가 덜 타 ‘순결한 발리’로 불리는 이 섬은 순수한 얼굴빛이 남아 있는 원주민, 오염되지 않은 바닷가만으로도 별 다섯 개를 주어야 마땅하다. 그 순수한 풍경에 마음을 쉽게 놓아버리게 된다. 지금까지 열거한 것 중 아무것도 안 해도 좋다.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빌라에서 나흘 동안 잠만 자도, 나른한 인어처럼 헤엄만 쳐도 훌륭하다. 롬보크 풀빌라 클럽에서의 4일은 푸석푸석해진 육신과 정신에 베푸는 호사, 바로 그것이다. 무엇보다 나무늘보처럼 어슬렁거리며 게으른 하품을 뿜어낼 수 있는 ‘바로 그곳’이 롬보크 풀빌라 클럽이다. 무거웠던 내 어깨에도 질 좋은 기름이 자글거리게 된 이 짧은 여행, 당신에게도 권하고 싶다.

6 자갈로 불가사리 문양을 새긴 풀빌라 클럽의 이동 통로.


7 보트를 타고 나가면 산호초로 유명한 길리에어 섬이 나온다. 스노클링을 즐기는 이들이 열광하는 장소다.


롬보크에 가려면 인천국제공항에서 싱가포르 에어라인을 타고 6시간 이동하면 창이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여기서 싱가포르와 롬보크를 왕복하는 실크 에어 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 30분 가면 롬보크에 도착한다. 싱가포르 에어라인의 기내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인 크리스월드를 이용하면 영화, 음악, 게임 등 1천여 가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어 운항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조경미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