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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타인의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떠나보낼까
자신의 죽음에 대해 작은 준비라도 해둔 사람이라면, 이제 내 주변을 둘러싼 타인의 죽음도 준비해야 한다. 죽음은 언제든 당신과 당신 가족, 벗들에게 다가올 수 있으므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치유하는 것, 그것 또한 웰다잉의 본분이다. 그 치유를 통해 모두 ‘살기 위해’ ‘잘 살아남아 잘 죽기 위해’ 남겨졌음을 깨닫게 된다. 사랑하는 이를 죽음으로 보낸 이든, 또는 주변의 누군가가 그런 슬픔에 빠져 있든 비탄에 대처하는 법은 미리 연습해두어야 한다.
“아들을 잃자 따라 죽고 싶었다. 아파트에 사니까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기만 해도 실패 없이 죽을 수가 있다. 그러나 무서워서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생명에 대한 애착이 손톱만큼도 없는 게 확실하건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방법 중 무섭지 않은 건 하나도 없었으니, 죽는 게 무섭다는 것하고 생명에 대한 애착하고는 어떻게 다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모질지 못하다는 걸 깨달은 다음에 내가 절실하게 바란 건 슬픔을 참지 못해 서서히 저절로 죽어가는 거였다. (중략) 아직도 죽음은 나에게 희망이다. 그 못할 노릇을 겪고 나서 한창 힘들 때, 특히 아침나절이 고통스러웠다. 하루를 살아낼 일이 아득하여 숨이 찼다. 그러나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는 하루를 살아낸 것만큼 내 아들과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저만치 어디선가 기다리고 있을 죽음과 내 아들과의 동일시 때문에 죽음을 생각하면 요새도 가슴이 설렌다.” 소설가 박완서 씨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이런 글을 썼다. 그의 글처럼 남겨진 이의 슬픔은 세월이 지나도 둔중한 흉기로 가슴에 머무는 법이다. 가는 사람이야 “저기가 어디야? 아름답구먼. 나 이제 급히 감세” 하고 말할 수 있지만 남겨진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작은 준비라도 해둔 사람이라면, 이제 내 주변을 둘러싼 타인의 죽음도 준비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보낸 이, 그가 당신이든 당신 주변의 누군가든 비탄에 대처하는 법은 미리 연습해두어야 한다. 죽음은 언제든 당신의 친구가 될 것이므로.

슬픔 치유 프로그램
남겨진 유족에게서 나타나는 반응은 멍함과 부인, 죽음을 현실적으로 인정한 뒤 보이는 ‘내가 이렇게 저렇게만 했던들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라는 자책, 통한, 다른 사람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진다. 결국엔 사람들 틈에서 동정의 대상이 되었다고 느껴서, 차라리 친구와 이웃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남겨진 사람이 이후의 인생에 대해 갖는 태도는 비탄의 과정을 겪는 그날에 결정된다. 사별 체험자가 회복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만남’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현재 호스피스 프로그램이 있는 병원이나 각당복지재단의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에서는 사별 가족의 만남의 기회를 마련해주고 그 회복을 지지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탄을 스스로 다스리는 법
고통을 느끼라. 비탄이 다른 감정이나 행동들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만약 비탄이 무시된다면 후에 방해를 받을 수 있는 고통이기 때문이다. 비탄에 시간표가 없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몇 주, 몇 달, 심지어는 몇 년 동안 감정이 교차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라. 친구들로부터 위안을 얻을 시간을 가지고, 그들에게 당신이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함을 알려라. 그들이 주제를 바꾼다면 당신의 기억을 나누고 슬픔을 표현할 필요가 있음을 설명하라. 자신을 용서하라. 사별 과정 동안 느꼈던 분노, 죄의식, 당혹스러움에 대해 자신을 용서하라. 잘 먹고 운동하라. 비탄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 균형 있는 식사의 유지가 필요하며 운동도 중요하다. 친구들과 함께 또는 혼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산책하는 일 등 당신에게 적합한 일상생활을 찾으라. 자신을 기쁘게 하라. 기분을 전환시켜 당신에게 맞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어떤 일을 하라. 휴일과 기념일을 준비하라. 기일은 특별히 고통스러운 감정을 되살릴 수 있다. 편안한 친구들, 가족과 함께 기념일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활동을 준비하라. 도움을 구하라. 사별 가족 모임은 당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올바르게 이끌어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슬픔의 정도가 크거나 장기간 우울에 빠져 있다면 정신과 전문의나 전문 상담자를 찾아가 치료받는 것이 현명하다. 새 삶을 창조할 능동적인 활동을 시작하라.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사별 기간을 가진 후 일단 새 힘을 얻으면 단계를 두고, 지지할 만한 시간을 주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일을 찾아보라.

비탄에 잠겨 있는 사람들을 돕는 법
슬퍼하는 사람과 가슴으로 만나라. ‘이것은 신의 뜻이었다’거나,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신께서 주시지는 않는다’고 말하거나, ‘더 이상 고통받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것은 피하라. 당사자가 어떻게 느끼는지 안다고 말하지도 말라. 다만 유감이며, 들어줄 수 있다고 말하라. 경청하라. 비난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해주는 것은 건강한 기억을 되살리는 데 도움을 주며 치유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물어보라. 당신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재확인시켜 주는 방법이다. 휴일과 기일을 기억하라. 이때가 비탄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겐 매우 어려운 시기이므로 평안함을 주도록 휴일과 기일을 함께 보낸다.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제안하라. 걷는 것, 자전거 타기, 또는 다른 운동은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새로운 활동과 새로운 친구를 찾는 것을 도와주라. 비탄에 빠진 사람들이 어떤 사회적 상황에 다시 투입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격려하되, 그들이 준비되기 전에 참여를 강요하지 않도록 하라. 위험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라.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의 증세로 체중 감소, 약물 남용, 우울, 계속되는 수면장애, 신체적 문제, 자살에 대한 언급, 개인 위생의 결여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것은 이들에게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에 해당된다고 느끼면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보기를 제안하라.

죽음을 애도하는 마음은 어린아이도 똑같다
“세 살부터 다섯 살까지의 어린아이는 죽음을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죽은 애완동물, 전지가 닳아서 움직이지 않는 장난감을 예전과 똑같은 감각으로 받아들인다. 다섯 살부터 아홉 살까지는 한번 죽으면 다시는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인식은 생기지만 아직은 자신이나 부모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죽음이 닥치리라곤 인식하지 못한다. 열 살이 지나면 차츰 죽음의 보편성과 절대성을 받아들이게 된다.”(알폰스 데켄의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중) 그 작은 머리로 씨름하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위해서 죽음 준비 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유아를 위한 죽음 준비 교육은 일상의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죽음을 설명할 때 “개는 죽으면 짖을 수도 없고 더 이상 달릴 수도 없잖아. 사람도 죽으면 숨을 쉴 수도, 먹을 수도,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단다”처럼 구체적인 예를 드는 게 효과적이다. 아이가 죽음에 대해 물으면 진지하게 대답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어린아이들은 예상외로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죽음을 이야기할 때 ‘수면’ ‘휴식’ ‘외출’과 같은 말로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또 스스로가 가족의 일원이라는 자각을 심어주어야 한다. 엄마나 아빠가 언젠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설명하면서 “네가 나를 필요로 할 때까지 여기 머물며 너를 돌봐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가 죽게 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있어 너를 돌봐줄 거란다”라고 말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부모가 병을 앓고 있다면 그 병을 쉽게 설명해 주고 이별을 인식하게 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가족의 일원으로서 어른과 고통을 같이 나누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는 것이다.

(왼쪽) 아동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 황애란 씨
(오른쪽) 성인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 김옥겸 씨

만년의 고독을 돕는 사람들, 호스피스
말기 환자가 죽을 때까지 ‘잘 살도록’ 돕는 일, 바로 호스피스다. 사별 후에 가족이 겪는 고통과 슬픔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까지 호스피스가 하는데 의사, 간호사, 정신과 의사, 사목자, 사회사업가, 자원봉사자 행정가(또는 조정가)가 한 팀을 이뤄 활동한다. “말기 환자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편안하고 익숙한 환경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죽음을 맞이하게 해주는 것이죠. 그래서 집 안에 ‘살아 있는 방living room’을 만들어주길 권유하는데, 환자의 방을 집 한구석의 침실이 아니라 집 안 한가운데, 거실에 꾸며달라고 권하죠. 부엌과 가까우니 음식 냄새도 맡을 수 있고, 정원을 내다보면서 봄이 오고 나무에 꽃이 피는 것도 바라보고, 집배원이 우편물 들고 오는 것도 바라볼 수 있게 하죠. 환자들은 침실에 홀로 고립되기보다는 죽는 그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 있기를 원하니까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성인 호스피스팀을 이끌고 있는 김옥겸 전문 간호사는 말한다. 실제로 전체 인구의 75%가 시설에서 죽음을 맞이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서 눈을 감기를 희망한다는 보도가 있다.

“목숨을 연명하기 위한 치료는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해요. 환자가 마지막 순간까지 고통을 최대한 줄이면서 의식이 또렷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진통제 정도 투여하죠. 자기 집에서 평화로운 임종을 맞이하는 것, 바로 웰다잉의 완성 아닐까요?” 그야말로 ‘안녕이라고 말하는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 있는’ 웰다잉의 모습이다.
“아무리 어린 아이여도 내세관이 있는 것 같아요. 본향에서 온 지 얼마 안 됐으니 돌아가기도 쉽죠. 하지만 아동 호스피스는 성인 호스피스보다 더 어렵다고 종종 느껴요. 자식의 죽음을 바라보는 건 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까. 죽음 준비는 곧 아이의 생명을 포기한다는 뜻으로 부모가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렇죠. 그래서 성인에 비해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아요. 부모의 생각이 바뀔 때까지 잠잠히 기다려줍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아동 호스피스의 권위자 황애란 박사의 말이다. 그의 마지막 전언에 명치 끝이 뻐근하면서도 개운해져온다. “내 환자 중에 1년 4개월밖에 안 된 아기 환자가 있었는데, 엄마가 ‘아름다운 죽음’에 대해 준비를 참 잘했어요. 가족들끼리 여행도 하고 이별 의식(가도 된다고 허용해주는 것)도 했지요. 아이가 어려 제대로 듣는지 확인할 순 없었지만 엄마가 아이를 안고 속삭여줬어요. ‘사랑한다. 고마워. 결코 널 잊지 않을게. 너는 다만 먼저 갈 뿐이니 엄마가 아빠랑 이 세상에서 잘 있다가 나중에 널 만나러 갈게. 엄마는 널 기리면서 세상을 살 거야.’ 그 아이는 엄마 품에서 아주 평화롭게 떠났고, 엄마도 슬픔 치유가 다른 사별 엄마들에 비해 빨랐지요.”

평온한 마침을 돕는 호스피스 병원
강남성모병원의 호스피스 병원은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 ‘사별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 ‘호스피스 종사자를 위한 프로그램’처럼 호스피스 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진 곳이다. 02-590-1114, http://cmc.cuk.ac.kr/kangnam/hospice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입원 환자가 아닌, 가정에서 관리를 받는 환자를 위한 가정 간호 호스피스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다. 1599-1004
샘물의 집은 국내 최초의 독립 시설 호스피스로 용인의 전원이 펼쳐진 훌륭한 환경과 시설을 자랑한다.
031-333-8632, www.hospice.or.kr

최혜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