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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작가와 아트 스페이스 탐방 뜨겁게 비상하는 부산아트
당신은 부산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낭만적인 해운대나 이국적인 항구 풍경으로? 혹은 부산 국제 영화제와 부산 비엔날레의 현장으로? 앞으로 하나 더 추가하도록 하자. 부산은 어느덧 미술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실험적이고 자기 색 분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해외에서 각광받으며 지역 경계를 뛰어넘고 있다. 부산의 젊은 미술 작가와 이들을 뒷받침하는 창의적인 아트 스페이스를 만나보았다.


대안 공간 반디의 디렉터이자 영상·사진 작가인 김성연 씨의 작품 ‘다이노소어 시리즈-복천동3’. 일정하게 구획된 도시의 발전상에 저항하는 공룡(푸른 산)이 도시 곳곳에 숨어있다는 내러티브를 담았다.

얼마 전 부산 미술계에 기쁜 소식이 돌았다. 오브제 작업을 하는 작가 강태훈 씨가 독일 베를린의 ‘카프리스 혼’ 갤러리와 전속 작가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곧이어 퍼포먼스와 영상 작업을 하는 정윤선 씨도 같은 갤러리에서 전속 작가로 활동하게 되었다. 사실 요즘처럼 전 세계적으로 미술 시장이 활황일 때 국내 작가가 해외에 알려지게 된다는 것이 크게 이슈가 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국내 작가가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고 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서울권 작가들은 국내에서조차 소개될 기회가 흔치 않을 정도로 지역 간 격차가 크다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중심권의 이슈가 아니면 널리 알려질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부산의 아트 역시 그랬다.

부산의 젊은 미술계가 웅성웅성하다. 추적해보면 강태훈?정윤선 작가의 선전 이전에 예고편이 있었다. 영상 작업을 하는 전준호 씨는 2006년 싱가포르 비엔날레에서 이목을 끌었고 물감 대신 청바지로 회화 작품을 만드는 최소영 씨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인기를 모았다. 그 밖에도 해외에서도 경쟁력 있을 만큼 개성 있는 작업을 하는 젊은 작가들이 많다. 다만 반복해서 말하지만, 서울에서 소개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부산에 오면 이 총천연색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조차도 사실 부산을 비롯한 우리나라와 해외에서 부산의 젊은 작가들이 전시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사람들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과연 누굴까? 답은 어렵지 않게 나왔다. 부산의 청년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인물, 바로 ‘대안 공간 반디(이하 반디)’의 김성연 디렉터와 ‘오픈 스페이스 배’의 서상호 디렉터다. 실험적이고 자기 색이 분명한 작품을 자유롭게 전시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부산 청년 작가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들이다.


1 목욕탕의 흔적을 보여주는 굴뚝 앞에 선 반디의 디렉터 김성연 씨.
2 작가들이 건물을 뜯을 때 나온 고철로 간판을 세웠다. 
3 오픈 스페이스 배의 야외에는 박은생 작가의 조각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너른 배밭을 공공미술의 터전으로 삼을 수 있다.
4 반디에서는 오픈 스페이스 배의 서상호 디렉터의 작품 ‘예술가의 두루마기’가 전시되고 있었다.
5 오픈 스페이스 배의 디렉터 서상호 씨. 설치 미술가인 그는 이곳을 운영하느라 바빠 3년 간 자신의 전시를 열지 못했다.

작가들이 개미처럼 모여 지은 대안 공간 반디 반디의 디렉터 김성연 씨는 원래 전시 기획자가 아닌 영상 및 사진 작업을 하는 작가다. 그 역시 인맥이나 대관 외에는 국내에서 전시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처지가 비슷한 작가들에게 자기 작업실을 전시 공간으로 내주면서 반디가 태동했다. “1980년대 중?후반에는 네 명의 화가가 돈을 모아서 만든 ‘사인화랑’과 요즘의 대안 공간과 비슷한 ‘다다’가 존재했습니다. ‘다다’는 ‘섬’으로 이름을 훗날 바꾸었고, 이 ‘섬’의 멤버들이 지금의 반디로 이어졌고요.” 부산에서 실험적인 작가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의 계보가 이렇게 이어져왔다. 그리고 반디는 작년 3월 목욕탕 건물을 리뉴얼해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부산 작가 27명의 작품과 프로필을 실은 <더 파워 오브 영 아티스트 인 부산>이라는 도록을 만들어 해외 갤러리에 발송하며 작가들을 소개하는 일도 했다.

반디가 부산의 젊은 미술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건물을 이전하는 광경으로 증명되었다. 인부를 고용하는 대신 40여 명의 부산 작가들이 직접 두 달 동안 벽돌 쌓고 페인트칠해서 새 공간을 이루었다. 또한 목욕탕 공간의 일부를 그대로 살리는 등 건물 자체가 작가들의 위트가 반영된 작품이다.

반디는 광안리와 해운대의 접점에 있다. 그래서 미술평론가 김만석 씨는 이곳을 지역 미술의 ‘끓는점’이라고 표현했다. 물이 액체 상태에서 기체로 이행되는 기점인 끓는점처럼, 반디는 정체된 지역 미술을 활성화시키는 접점에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다양한 조형 언어와 실험적인 언어를 받아들일 만한 장이 척박한 지방의 미술판에서 반디는 부산 미술의 질적인 변화를 이루었다고 평가받는다.

작가들이 하숙할 수 있는 곳, 오픈 스페이스 배 오픈 스페이스 배를 이끄는 서상호 디렉터 역시 한지로 오브제 작업을 하는 작가다. 그는 2000년 창작 및 전시 공간 ‘아트 인 오리’를 운영하다가 2006년부터 장소를 옮겨 기장군에 아티스트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오픈 스페이스 배’를 열었다. 비영리로 사용한다는 약속하에 어느 기업이 너른 배밭을 5년 동안 무상 임대 해줬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5년 동안 이곳에서 마련한 스튜디오에 기거하며 작품 활동 및 전시를 할 수 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 콕 틀어박혀 작업하기 좋습니다. 새로운 환경은 작가에게 늘 신선한 자극이 되니까요.” 그는 국내외의 유망한 작가라면 누구나 이곳에서 작업하면서 지역 문화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참여하는 작가나 관람객을 위해 문턱을 낮춘 대안 공간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전시를 열 때마다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해, 관람객들이 미술을 쉽고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1 물고기’수도꼭지를 주요 모티프로 삼는 작가 강태훈 씨.
2 ’‘시계’‘
3 ‘물 빠진 물고기’

수도꼭지 작가, 강태훈 씨
강태훈 씨는 ‘수도꼭지 작가’로 불린다. 수도꼭지는 그의 생각을 표현하는 주된 도구다. 계기는 1987년 올림픽에 대비하는 전국체전의 매스게임을 연습했던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거슬러 간다. 서너 달 동안 모든 학생들이 수업을 빠지고 강제 동원되었다. 무더운 여름, 10분 동안의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떼거지로 수도꼭지를 향해 달려갔다. 그 장면이 작가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단순한 사물이 사회의 영향으로 한 개인에게 어떤 의미로 작용하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당시의 기억은 트라우마로 작용해 한동안 묻혀 있다가 깨어났어요. 그래서 수도꼭지는 매스게임이라는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오브제 기능을 합니다.”

강태훈 씨는 독일 카프리스 혼 갤러리와 작업을 하게 되기 전까지 스스로 팔리지 않을 작품을 하는 작가라고 여겼단다. “그런데 제가 본 세계무대는 비교적 합리적이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갤러리나 아트페어는 상품이 될 작품 위주로 전시하지만, 해외에서는 온갖 개성 있는 작품을 선보이며 전시 자체를 전위적으로 열더군요.” 해외 진출을 위해 후원 받고자 부산의 문화 재단을 찾아보았지만 놀랍게도 전무했다. 서울에는 그리 많은데 인구 4백만 명의 도시 부산에 단 하나도 없다는 점은 생각해볼 일이다.


1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정윤선 씨.
2 ‘와인과 물촌’
3 ‘이어링’

“때론 나를 감상하세요” 정윤선 씨
정윤선 씨의 전시 도록에는 설치, 퍼포먼스,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실려 있다. “스스로 장르를 정해두지 않았어요. 제가 탐구하는 주제는 ‘인간’인데, 그때그때의 감정이나 하려는 이야기에 따라 표현 장르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형식을 파괴하기도 하고, 때로는 저를 대입하기도 하지요.” 정윤선 씨의 작품은 도발적이기도, 그로테스크하기도, 쓸쓸하기도, 유쾌하기도 하다. 그 유연한 매력을 독일 사람들도 놓치지 않았다. “해외에서도 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은 큰 격려가 되지요. 계속 작업하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있어요.” 부산에 실험적인 작가가 유독 많은 것 같다고 하니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서 그런지 어떤 시기에 유행하는 화풍이나 소재에 영향을 덜 받는 것 같습니다.”

닮지 않은 자화상 이선경 씨 & 정의롭게 시비 거는 이광기 씨
이선경·이광기 씨는 부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부부 작가다. 대학교에 적응이 되지 않아 중도에 그만두려고 했더니 교수님이 “네 얼굴 한번 그려보지?”라고 제안했다. 희한하게도 자화상을 그리다 보니 학교든 일상이든 적응이 되었다. “그 이후 제 얼굴에서 출발한 인물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완성하고 나면 저를 그리 닮지 않은 자화상이 남아요. 제 얼굴로부터 출발하지만 제 안에, 모든 인간에게 있는 오욕칠정을 드러내어 묘사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그의 작품 속의 그로테스크해 보이면서 애잔하고, 어찌 보면 유머러스한 표정은 우리 모두의 얼굴이라는 것이다. 남편 이광기 씨는 사람들의 이기심에 ‘시비 거는’ 메시지를 영상으로 표현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최근에는 ‘문자 작업’에 천착하고 있다. 한글이 변형된 것 같지만 막상 읽으려면 해독 작업을 거쳐야 하는 문자를 개발했다. “문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스스로 느껴보라는 취지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의미가 파악되지 않으면 문자는 그저 이미지에 불과하지요. 그러나 해독을 했을 때 문자는 비로소 의미로 다가옵니다. 제가 제시한 문자를 더듬거리며 읽는 동안 이미지와 의미로서의 문자를 모두 체험하게 되지요.”

콩테로 그린 작품 ‘바라보다’와 작가 이선경 씨. 남편 이광기 씨는 작품 재료로 쓸 TV 모니터를 쌓아두었다.


1 손으로 잡을 수 없을 만큼 작아질 때까지 쓰던 연필을 버리지 않는다.
2 김은주 작가가 연필로 표현하는 무수한 색의 스펙트럼은 작품을 실제로 봤을 때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연필로 수천 가지 색을 말하는 김은주 씨
김은주 씨는 오직 연필로 칠하고 또 칠한다. 종이 표면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니 탄소 가루가 하도 겹겹이 쌓여 표면이 맨들맨들해질 때까지 칠한다. 그가 칠한 흑색은 분명 흑색이 맞긴 한데 그 안에 무수한 색을 품고 있다. 그가 그린 꽃은 ‘까맣다’가 아니라 ‘징그럽도록 화사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긴 연필이 손톱 길이가 될 때까지 힘껏 칠한다. 이런 집요함은 그가 ‘거친 바다를 보고 자란 부산 사람’이기 때문이란다. “어릴 때 바다에 많이 갔어요. 돌아가신 아버지가 송도 쪽 바닷가에 자주 데려가셨지요. 그래서 바다는 내게 ‘기분 좋은 따뜻함’으로 남아있어요.” 그는 특히 바람이 몰아치는 바다를 좋아하는데, 그조차도 그에게는 포근한 이미지로 기억된다. 스스로도 서울에 사는 사람들과 기질이 다른 듯하다고 말한다. “파도가 방파제를 긁는 풍경을 좋아해요. 바다를 무서워하는 서울 친구들과 바다에 대한 인식 양상이 다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사람은 자기가 태어난 환경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향한 극사실주의자 전준호 씨
1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정치·사회적 현실을 명료한 시선으로 해석한 영상 작업으로 눈길을 끌었다. 아마 20달러짜리 지폐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화이트 하우스’를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지폐 그림 속 어떤 인물이 백악관을 페인트로 칠해 버리며 폐쇄적인 미국 정책을 비판하는 작품이었다. 정돈된 논리를 특색 있는 조형 언어로 풀어가는 그를 2004년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눈 여겨 보더니,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뉴욕 첼시의 페리 루벤스타인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어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사람들의 믿음, 신앙, 이데올로기에 대한 허무함을 고발합니다. 젊을 때 목숨처럼 믿었던 이념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를 눈으로 보고 깨닫도록 말이죠.” 현재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개인전 <하이퍼리얼리즘>(3월 9일까지, 문의 041-551-5100)을 열고 있는데, 이 또한 흥미롭다. ‘다시 돌아오리라’고 되풀이하는 유령 맥아더 장군, 북한 화폐 100원의 풍경 속 한 남자가 피곤에 찌들어 집으로 돌아가는 영상, 담을 오르는지 내려오는지 헷갈리는 탈북자들의 반복적인 동작, 곧 만나 부둥켜안을 것처럼 보이는 군인 형제가 이념의 화해를 할 수 없어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영상…. “하이퍼리얼리즘은 원래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려 사진과 비슷한 회화의 한 경향인데, 이번에는 삶의 극 사실을 보여주자는 의미로 썼습니다. 예술이란 실물과 똑같이 그리는 기예의 장이 아닌, 진실을 통찰할 수 있느냐의 여부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지요.”

가슴에 엔진을, 등에 배기통을 달고 있는 미식 축구 선수 조각상 ‘플레이어 13’과 전준호 씨.

무수한 점이 부드럽게 빛나는 몸이 되다, 박자현 씨
박자현 작가의 작업 과정을 비디오로 촬영한다면 검은색 펜으로 점을 찍는 행위가 무수히 반복된다는 것 외에 특이점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작가의 작업을 미시적으로 보면 그렇다. 그러나 좀 떨어져서 바라보면 채 감추지 못한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데뷔 초에는 미끈하고 단단한 남자의 나신을 그려서 각광받았고 최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전시에서는 정면을 응시한 또래 여자를 그렸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관객을 사로잡는 아우라가 느껴진다. 펜선이 날카롭게 지나간 그림도 아니고, 펜으로 찍은 점이 눈처럼 소복이 쌓여 표면적으로는 부드러운 느낌이 나는 작품인데 아이러니하다. 흑백 사진에 가깝게 묘사되었지만 사진보다 흡입력이 높다. “대학교 휴학 중 서울에서 영화 특수 분장팀 스태프로 일하던 때였어요. 단칸방에 펜과 종이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점찍기를 시작했어요. 연필로 데생한 느낌을 내고 싶었거든요.” 지난한 노동이 수반되는 작업이다. 50호 크기 작품 하나를 끝내는 데 20일 정도 소요된다. 작가는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대단할 것 하나도 없고, 그저 반복 노동하는 거예요”라고 말을 마친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이었던 박자현 씨. 종이에 펜으로 점을 찍어 묘사한 인물은 생동할 듯 따뜻하다.


부산 작가들이 즐겨 찾는 아지트
1 이선경&이광기 작가의 대청공원 “밤늦게까지 작업하다가 함께 올라가곤 한다. 멀리 해안의 부둣가와 도심의 불빛이 붉게 일렁인다. 도시 한복판이지만 지대가 높고 밤이라 그런지 공기가 늘 상쾌하다. 자판에서 뽑아 먹는 커피 맛도 일품이다.”

2 강태훈 작가의 달맞이 고개 정자 ‘해마루’ “해운대 달맞이 고개의 유명한 해월정을 지나 송정 방면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꼭대기에 또 하나의 정자 ‘해마루’가 있다. 도시를 벗어나서 해안가와 산자락이 한눈에 보인다. 맑은 날에는 멀리 대마도와 오륙도까지 보인다. 부산에 살아도 바다를 바라볼 일이 별로 없는데, 여기 가면 ‘부산이 바다 옆에 있는 도시구나!’ 싶다. 무엇보다 소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가 심장을 쿵쿵 뛰게 만든다.”


3, 4 김은주 작가의 부산포 식당 “백산기념관 바로 뒤편에 있는 오래된 식당이다. 1982년 ‘골목집’이라는 식당으로 출발했는데, 주인 이행자 씨가 호방하고도 푸근한 덕분에 작가들이 유독 사랑하는 밥집이었다. 당시 작가들이 돈이 없어서 소주를 잔술로 주문하면 술을 내오기 전에 고구마랑 감자를 쪄서 내주곤 했단다. 빈속에 술 마시지 말라는 마음에서였다. 어려운 시절에 전시를 여는 작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던 주인의 풍성한 마음만큼이나 삼합과 동동주, 멸치쌈밥이 진미다. 화가 사석원 씨의 대폿집 기행문인 <그냥 갈 수 없잖아>에도 소개되었다.” 문의 051-246-5014

5 정윤선 작가의 부산 시네마테크 “해운대 부근 요트 경기장 내에 있는 영화관이다. 좋은 독립영화를 많이 상영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요트 타는 사람들도 구경하며 시간 때우는 것도 즐겁다.”

나도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