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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년 쥐에게 배우는 레슨 내일을 위해 상상하라!
2008년은 쥐띠해입니다. 쥐는 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 중 첫째입니다. 열두 동물을 돌고 돌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하필 십이지 중 왜 쥐가 맏형인지 못마땅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처럼 우직한 맛도 없고, 호랑이처럼 용맹스럽지도, 용처럼 신령스럽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말처럼 자유로운가요, 토끼처럼 귀여운가요, 돼지처럼 넉넉한가요? 몸집은 왜소한 데다 빛깔은 우중충해서 영 볼썽사납습니다. 그런데 월트 디즈니는 요 못생기고 보잘것없는 생쥐를 전 세계 어린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미키마우스’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월트 디즈니는 젊은 시절 종이 애니메이션 사업을 벌였다가 파산하고 맙니다. 그는 쥐가 우글거리는 허름한 창고에서 나날을 보냈습니다. 수중에 돈이 없어 끼니를 때우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날도 디즈니는 말라비틀어진 빵 조각을 물어뜯으며 신세를 한탄했습니다. 어두컴컴한 창고에서 빛이라고는 한 줄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흘린 빵가루를 분주히 나르는 쥐들과 처지가 똑같았습니다. 월트 디즈니는 자기 연민에 빠져 침울해집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올해도 애초에 글러먹었다. 황금돼지해에도 요 모양, 요 꼴이었는데 재수 없게 쥐띠해는 또 뭐냐? 쥐꼬리 같은 내 신세 언제나 팔자가 피려나….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쥐로서는 환장할 노릇이 아닐는지요.
“찍찍. 감히 너 따위와 나를 비교하지 마라. 너는 고깟 실패 때문에 한탄하고 있느냐. 나는 비록 시궁창에 자리를 깔고, 남이 먹다 흘린 빵가루를 주워 나르지만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하찮은 빵가루더라도 부지런히 모아 내일과 모레의 양식으로 삼는다. 나를 모욕하지 마라.”
아마 월트 디즈니의 발꿈치라도 앙팡지게 깨물지 않았을까요? 그 덕분에 그는 이마를 치고 무릎도 치며 상상력을 발동시켰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애니메이션 프로덕션으로 시작, 세계적인 멀티미디어 회사로 성장한 월트디즈니사의 창업주가 남긴 말입니다.
“당신이 어떤 것을 꿈꿀 수 있다면 그것을 실현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생쥐 한 마리에서 시작되었음을 항상 기억하라.”
우리 문화에서 쥐는 호랑이의 힘이나 용의 신통함을 지니지는 못한 동물이었습니다. 돼지처럼 누가 먹여주는 것도 아니죠. 작고 힘은 없지만 부지런합니다.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먹이를 나르고 저장합니다. 새끼를 부지런히 낳아 영역을 넓혀갑니다. 쥐는 자신이 작고 힘없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요망스럽게 욕심을 부리기보다 열심히 노력합니다.

<삼국유사>에서도 쥐와 관련한 설화를 찾을 수 있습니다. 신라 소지왕(488년)이 행차하던 중에 까마귀와 쥐가 나타나 길을 막았습니다. 참 당돌합니다. 심지어 쥐가 사람의 말로 “까마귀가 날아가는 곳을 찾아보시오”라고 일렀습니다. 소지왕은 괴이하게 여겨 병사더러 까마귀를 쫓게 했습니다. 병사가 까마귀를 쫓다가 돼지 두 마리가 싸우는 모습에 눈이 팔려 그만 까마귀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어찌할지 몰라 우왕좌왕할 때 연못에서 한 노인이 나타나 병사에게 봉투를 건넸습니다. 겉봉에는 “이것을 열어보면 두 사람이 죽을 것이요, 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을 것이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봉투를 건네받은 소지왕은 두 사람보다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낫다고 여겨 버리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일관日官이 말하길 “두 사람이란 백성을, 한 사람이란 임금을 뜻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왕은 봉투를 뜯었습니다. 안에는 “거문고 갑을 쏘라”라고 적혀 있었지요. 왕은 곧장 궁중으로 가서 거문고 갑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습니다. 그 안에서는 내전에서 수도하던 승려와 궁녀가 은밀히 간통하고 있었습니다. 쥐의 충고 덕에 왕은 자기 목숨과 나라의 분란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쥐는 이처럼 앞을 내다보는 예지력이 있습니다. 해일이나 지진, 산불 등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위험을 감지하고 제일 먼저 달아납니다.

2008년은 다사다난할 것 같습니다. 새 대통령의 임기 첫해이며, 대선에 이어 2차전인 총선이 있습니다. 불황은 계속 이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삼국유사>의 쥐처럼 앞을 보는 혜안으로 새해를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월트 디즈니처럼 상상력을 펼치는 것도 좋겠네요. ‘상상이 현실을 만든다’는 그의 말대로 이제 꿈꾸는 2008년이 열립니다.

1 월트 디즈니가 가난했던 젊은 시절 한방에서 동거하던 생쥐를 보고 만든 캐릭터인 미키마우스.
2 십이지신상의 맏형인 쥐. 열두 동물 중 최후 승자로 점쳐지던 소의 꼬리에 매달려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 명민하게 소보다 먼저 골인해서 일등이 되었다.

나도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