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만든 차로 사람들과 소통"
정혜월 씨의 산속 오두막 허름한 차실
경상남도 밀양 재약산 중턱에 정혜월 씨네 오두막 찻집이 있다. 허술해 보이는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면 2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난로에서 나오는 매캐한 연기로 찻집 안이 뿌옇다. 나무 타는 구수한 냄새를 맡으며 한쪽 자리에 앉으면 정혜월 씨가 직접 만든 차를 내온다.
정혜월 씨는 봄과 여름에는 오미자차를, 가을과 겨울에는 대추차를 주로 만드는데 친정엄마가 큰딸을 위해 만든 것처럼 정성스럽게 준비한 진한 차 맛 때문에 한번 맛본 사람은 단골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이 허름한 곳을 들어서면서 자신의 아상我像을 내려놓는 것 같아요. 나는 돈도 명예도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찬 한 잔 내주는 일밖에 안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저한테 미주알고주알 자신들 속 얘기를 합니다.” 찻집 주인 정혜월 씨는 이 ‘잘난 것’ 없는 공간과 직접 만든 차가 사람들에게 고백하게 하는 편안함을 주는 것 같다고 한다.
(위쪽) 다선산방에서 직접 만드는 대추차와 양갱. 한 잔의 뜨거운 대추차는 온몸에 열기를 전하고 주인장의 따뜻한 마음도 전한다. *다선산방의 대추차는 설탕을 안 넣었는데도 진한 단맛이 났습니다. 완전히 익었을 때 수확하기 때문에 당도가 더 높다고 하네요. 대추를 푹 끓여 체에 밭친 뒤 이를 차로 마시면 됩니다. 재약산에서 농약 하나 주지 않은 유기농 대추를 판매합니다. 3kg, 4만 5천 원. 문의 055-352-5115
“차 마시는 일은 새벽 기도와 같아요"
배영희 씨의 기도실 같은 초암차실
배영희 씨가 방 한가운데에 꿇어앉아 말차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호숫가에 잔잔하게 퍼지는 물결이 떠오른다. 움직임을 절제한 최소한의 동작은 보는 이에게 편안함을 전한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곳. 배영희 씨에게 이 다다미방은 기도실이다. 그가 일본 차의 매력에 빠져든 것은 7년 전 한 지인을 통해서다. 일본 다도를 몸에 익힌 그 지인은 음식점에서 방석 하나를 놓는 것도 늘 조심스러웠다. 소소한 일이라도 언제나 수양하는 듯 행동하는 그 모습은 배영희 씨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고 일본 차를 공부하고 싶게 만들었다. 배영희 씨는 일본에서 배운 다도를 한국에서도 행하고 싶었다. 부산에 있는 다다미 장인에게 부탁해 일본 전통 다실을 마련하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차 마시는 일이 수련의 수단입니다. 대부분의 다실은 생활하는 공간과 떨어져 있어 정원을 지나야 다다를 수 있지요. 노지를 걸어 다실로 가는 것은 세속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상징해요. 완전 별개의 세상이지요. 다다미 네 장 반이 기본이 되며 짚으로 만든 검소한 차실을 초암차실이라고 합니다.” 배영희 씨가 일본인에게 다실이 갖는 의미를 설명한다. “일본 다도는 역사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규율을 따릅니다. 중간에 누군가가 법도를 바꾸거나 하지 않았죠. 다다미 한 장에 세 걸음을 걸어야 하고, 방에 들어올 때는 왼발부터 들여놔야 하고, 차 도구는 대각선으로 놓아야 하는 등 내용이 복잡합니다. 처음에는 ‘내가 꼭 이걸 해야 하나’ 싶어 갈등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계속 하다 보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하는 데 필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아침마다 다다미방에서 차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배영희 씨. 이른 아침, 마음을 닦는 그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왼쪽) 다다미방 아래쪽에는 숯으로 물을 데울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그 안에 찻물을 끓이는 무쇠 솥 ‘로우’가 있다. 일본 다도를 즐기기 위해서는 청수기(물을 보충하는 그릇)와 나츠메(대추라는 뜻으로 차를 담는 그릇), 다선(가루차를 젓는 도구), 다완(가루차를 마실 때 쓰는 사발)이 필요하며 모두 대각선으로 놓는다. 손님 역시 주인과 대각선 방향으로 앉는다. 이때 다다미 한 장당 세 명이 앉도록 한다.
(오른쪽) 한국인인 그가 일본 차를 배우자 이를 기특해하던 일본인 스승이 그에게 전한 선물. 2백 년 된 찻숟가락(차샤쿠)이다.
”그저 무념무상입니다"
선우엔터테인먼트 강한영 회장의 동심원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 저녁이면 강한영 회장은 강원도 문막에 있는 선우엔터테인먼트 연수원을 찾는다. 일이 많으면 일요일 새벽에라도 출발하는데, 연수원 한쪽에 한옥으로 지은 그만의 공간 ‘동심원’으로 ‘피신’하기 위해 간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직업상 늘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야 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그에게는 혼자 있는 그 시간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동심원 내에서도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에 강한영 회장의 다실이 있다. 굽이굽이 흐르는 섬강은 보는 이에게 가슴 툭 트이는 시원함을 전한다. “의미는 무슨. 나는 여기 오면 아무런 생각도 안 해요. 그냥 멍청해지는 공간이지.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 번은 이곳에 와서 내 안에 있는 거 다 비우고 가요.” 그에게 다실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묻자 돌아오는 대답이다. 비워야 새로운 것이 또 들어온다는 당연한 이치다.
그가 동심원에서 주로 마시는 차는 보이차다. “와인 좋아하는 이들은 대부분 보이차도 좋아하더라고요. 아마 향기가 오묘해서일 거예요. 숙성 기간에 따라서 다양한 향을 품거든. 난 보이차를 아주 진하게 우려 마셔요.” 역삼동 그의 사무실에도 그는 간단한 다기를 갖추어놓고 머리가 복잡할 때면 보이차를 우린다. “차를 즐기는 데 꼭 거창한 다실이나 도구가 필요한 게 아니에요. 책상 옆이나 사무실 한쪽도 좋아요. 장소를 정해서 찻상과 찻잔, 주전자 등을 준비해놓고 시간을 내서 차를 우리면 그것만으로도 자신에게 도움이 돼요.” 그에게 차는 물이나 주스처럼 컵에 담아 다른 일을 하면서 목을 축이는 음료가 아니다. 차를 마실 때만큼은 차 우리는 자신의 손동작과 혀끝에 닿는 맛과 향기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실타래처럼 얽혀 있던 생각과 조급한 마음이 저만치 물러나 있고 텅 빈 머릿속은 차 향기로 그득해진다.
(왼쪽) 보이차를 우릴 때는 붉은 모래의 일종인 자사로 만든 차 주전자 ‘자사호’를 사용한다. 자사호는 쓰면 쓸수록 찻물이 배어 색깔이 짙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가 가진 차 주전자 중에는 은으로 만든 것도 있는데 열전도율이 높아 뜨거울 때 우려야 제맛인 보이차에 알맞다.
(오른쪽) 보이차는 팔팔 끓는 물을 부어서 첫 잔은 버리고 두 번째 잔부터 마신다. 좋은 보이차일수록 여러 차례 우릴 수 있다. 보이차는 할아버지가 만들어서 손자가 마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 묵혀 마시는 차로, 떡처럼 뭉쳐 모양을 만든 뒤 땅속에 묻어 발효시킨다. 숙성 기간에 따라 천만 원대를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일주일 버틸 수 있는 힘을 키워주죠"
숙우회 주부들의 화합 장소
부산 해운대 근처,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차실이 있다. 이곳은 숙우회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차를 마시는 곳. 숙우는 녹차의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탕수를 식히는 그릇을 의미한다. 적당한 온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그 잠깐의 멈춤이 사람에게 평온함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를 숙우회에서는 강조한다. 다실 한가운데 앉아 차를 즐기는 네 명의 다인들. 흡사 종교의식처럼 엄숙한 분위기다. 이 행다법(차를 마시는 방법)은 만卍자 형태로 깔아놓은 보자기 위에서 행하는데 이는 에너지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것.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기운이 생성된다는 의미를 담는다. 숙우회 회원들은 서울과 대구 등 여러 지역에서 찾아온다. 차를 대접하는 김분조 씨와 이정희 씨, 류효향 씨, 김영란 씨(찻잔을 든 김분조 씨에서 시계 방향으로)도 마찬가지. “주부들이 얼마나 할 일이 많아요. 집에 있으면 혼자서 무언가 깊이 생각하는 게 여간 어렵지 않은데 이렇게 함께 차를 마시다 보면 자신에게 집중하기가 한결 쉬워지지요.”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들은 숙우회에서 차를 마시며 다음 한 주일을 또 버텨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른다.
(왼쪽) 향은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차를 마시기 전에 향 의식을 가진다.
(오른쪽) 이날 하루는 발우공양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물 한 방울 남기지 않는 이 식사법을 통해 평소 생활 습관을 돌아볼 수 있다.
정혜월 씨의 산속 오두막 허름한 차실
경상남도 밀양 재약산 중턱에 정혜월 씨네 오두막 찻집이 있다. 허술해 보이는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면 2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난로에서 나오는 매캐한 연기로 찻집 안이 뿌옇다. 나무 타는 구수한 냄새를 맡으며 한쪽 자리에 앉으면 정혜월 씨가 직접 만든 차를 내온다.
정혜월 씨는 봄과 여름에는 오미자차를, 가을과 겨울에는 대추차를 주로 만드는데 친정엄마가 큰딸을 위해 만든 것처럼 정성스럽게 준비한 진한 차 맛 때문에 한번 맛본 사람은 단골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이 허름한 곳을 들어서면서 자신의 아상我像을 내려놓는 것 같아요. 나는 돈도 명예도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찬 한 잔 내주는 일밖에 안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저한테 미주알고주알 자신들 속 얘기를 합니다.” 찻집 주인 정혜월 씨는 이 ‘잘난 것’ 없는 공간과 직접 만든 차가 사람들에게 고백하게 하는 편안함을 주는 것 같다고 한다.
(위쪽) 다선산방에서 직접 만드는 대추차와 양갱. 한 잔의 뜨거운 대추차는 온몸에 열기를 전하고 주인장의 따뜻한 마음도 전한다. *다선산방의 대추차는 설탕을 안 넣었는데도 진한 단맛이 났습니다. 완전히 익었을 때 수확하기 때문에 당도가 더 높다고 하네요. 대추를 푹 끓여 체에 밭친 뒤 이를 차로 마시면 됩니다. 재약산에서 농약 하나 주지 않은 유기농 대추를 판매합니다. 3kg, 4만 5천 원. 문의 055-352-5115
“차 마시는 일은 새벽 기도와 같아요"
배영희 씨의 기도실 같은 초암차실
배영희 씨가 방 한가운데에 꿇어앉아 말차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호숫가에 잔잔하게 퍼지는 물결이 떠오른다. 움직임을 절제한 최소한의 동작은 보는 이에게 편안함을 전한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곳. 배영희 씨에게 이 다다미방은 기도실이다. 그가 일본 차의 매력에 빠져든 것은 7년 전 한 지인을 통해서다. 일본 다도를 몸에 익힌 그 지인은 음식점에서 방석 하나를 놓는 것도 늘 조심스러웠다. 소소한 일이라도 언제나 수양하는 듯 행동하는 그 모습은 배영희 씨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고 일본 차를 공부하고 싶게 만들었다. 배영희 씨는 일본에서 배운 다도를 한국에서도 행하고 싶었다. 부산에 있는 다다미 장인에게 부탁해 일본 전통 다실을 마련하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차 마시는 일이 수련의 수단입니다. 대부분의 다실은 생활하는 공간과 떨어져 있어 정원을 지나야 다다를 수 있지요. 노지를 걸어 다실로 가는 것은 세속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상징해요. 완전 별개의 세상이지요. 다다미 네 장 반이 기본이 되며 짚으로 만든 검소한 차실을 초암차실이라고 합니다.” 배영희 씨가 일본인에게 다실이 갖는 의미를 설명한다. “일본 다도는 역사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규율을 따릅니다. 중간에 누군가가 법도를 바꾸거나 하지 않았죠. 다다미 한 장에 세 걸음을 걸어야 하고, 방에 들어올 때는 왼발부터 들여놔야 하고, 차 도구는 대각선으로 놓아야 하는 등 내용이 복잡합니다. 처음에는 ‘내가 꼭 이걸 해야 하나’ 싶어 갈등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계속 하다 보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하는 데 필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아침마다 다다미방에서 차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배영희 씨. 이른 아침, 마음을 닦는 그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왼쪽) 다다미방 아래쪽에는 숯으로 물을 데울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그 안에 찻물을 끓이는 무쇠 솥 ‘로우’가 있다. 일본 다도를 즐기기 위해서는 청수기(물을 보충하는 그릇)와 나츠메(대추라는 뜻으로 차를 담는 그릇), 다선(가루차를 젓는 도구), 다완(가루차를 마실 때 쓰는 사발)이 필요하며 모두 대각선으로 놓는다. 손님 역시 주인과 대각선 방향으로 앉는다. 이때 다다미 한 장당 세 명이 앉도록 한다.
(오른쪽) 한국인인 그가 일본 차를 배우자 이를 기특해하던 일본인 스승이 그에게 전한 선물. 2백 년 된 찻숟가락(차샤쿠)이다.
”그저 무념무상입니다"
선우엔터테인먼트 강한영 회장의 동심원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 저녁이면 강한영 회장은 강원도 문막에 있는 선우엔터테인먼트 연수원을 찾는다. 일이 많으면 일요일 새벽에라도 출발하는데, 연수원 한쪽에 한옥으로 지은 그만의 공간 ‘동심원’으로 ‘피신’하기 위해 간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직업상 늘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야 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그에게는 혼자 있는 그 시간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동심원 내에서도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에 강한영 회장의 다실이 있다. 굽이굽이 흐르는 섬강은 보는 이에게 가슴 툭 트이는 시원함을 전한다. “의미는 무슨. 나는 여기 오면 아무런 생각도 안 해요. 그냥 멍청해지는 공간이지.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 번은 이곳에 와서 내 안에 있는 거 다 비우고 가요.” 그에게 다실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묻자 돌아오는 대답이다. 비워야 새로운 것이 또 들어온다는 당연한 이치다.
그가 동심원에서 주로 마시는 차는 보이차다. “와인 좋아하는 이들은 대부분 보이차도 좋아하더라고요. 아마 향기가 오묘해서일 거예요. 숙성 기간에 따라서 다양한 향을 품거든. 난 보이차를 아주 진하게 우려 마셔요.” 역삼동 그의 사무실에도 그는 간단한 다기를 갖추어놓고 머리가 복잡할 때면 보이차를 우린다. “차를 즐기는 데 꼭 거창한 다실이나 도구가 필요한 게 아니에요. 책상 옆이나 사무실 한쪽도 좋아요. 장소를 정해서 찻상과 찻잔, 주전자 등을 준비해놓고 시간을 내서 차를 우리면 그것만으로도 자신에게 도움이 돼요.” 그에게 차는 물이나 주스처럼 컵에 담아 다른 일을 하면서 목을 축이는 음료가 아니다. 차를 마실 때만큼은 차 우리는 자신의 손동작과 혀끝에 닿는 맛과 향기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실타래처럼 얽혀 있던 생각과 조급한 마음이 저만치 물러나 있고 텅 빈 머릿속은 차 향기로 그득해진다.
(왼쪽) 보이차를 우릴 때는 붉은 모래의 일종인 자사로 만든 차 주전자 ‘자사호’를 사용한다. 자사호는 쓰면 쓸수록 찻물이 배어 색깔이 짙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가 가진 차 주전자 중에는 은으로 만든 것도 있는데 열전도율이 높아 뜨거울 때 우려야 제맛인 보이차에 알맞다.
(오른쪽) 보이차는 팔팔 끓는 물을 부어서 첫 잔은 버리고 두 번째 잔부터 마신다. 좋은 보이차일수록 여러 차례 우릴 수 있다. 보이차는 할아버지가 만들어서 손자가 마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 묵혀 마시는 차로, 떡처럼 뭉쳐 모양을 만든 뒤 땅속에 묻어 발효시킨다. 숙성 기간에 따라 천만 원대를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일주일 버틸 수 있는 힘을 키워주죠"
숙우회 주부들의 화합 장소
부산 해운대 근처,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차실이 있다. 이곳은 숙우회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차를 마시는 곳. 숙우는 녹차의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탕수를 식히는 그릇을 의미한다. 적당한 온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그 잠깐의 멈춤이 사람에게 평온함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를 숙우회에서는 강조한다. 다실 한가운데 앉아 차를 즐기는 네 명의 다인들. 흡사 종교의식처럼 엄숙한 분위기다. 이 행다법(차를 마시는 방법)은 만卍자 형태로 깔아놓은 보자기 위에서 행하는데 이는 에너지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것.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기운이 생성된다는 의미를 담는다. 숙우회 회원들은 서울과 대구 등 여러 지역에서 찾아온다. 차를 대접하는 김분조 씨와 이정희 씨, 류효향 씨, 김영란 씨(찻잔을 든 김분조 씨에서 시계 방향으로)도 마찬가지. “주부들이 얼마나 할 일이 많아요. 집에 있으면 혼자서 무언가 깊이 생각하는 게 여간 어렵지 않은데 이렇게 함께 차를 마시다 보면 자신에게 집중하기가 한결 쉬워지지요.”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들은 숙우회에서 차를 마시며 다음 한 주일을 또 버텨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른다.
(왼쪽) 향은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차를 마시기 전에 향 의식을 가진다.
(오른쪽) 이날 하루는 발우공양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물 한 방울 남기지 않는 이 식사법을 통해 평소 생활 습관을 돌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