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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SIHH에서 찾은 올해의 시계
매해 1월, 스위스 제네바는 까르띠에, 피아제, 예거 르쿨트르 등 내로라하는 워치 하우스의 방문으로 시끌벅적해진다. 고급 시계 박람회(SIHH: 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그들은 새롭게 개발한 제품을 공개하고 기술력을 맘껏 뽐낸다. 올해 브랜드별로 가장 주목받은 시계만 모았다.

시간이 만든 예술품,오데마 피게

창의성과 예술성으로 대변되는 오데마 피게는 시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백팔십도 바꾸며 시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1972년 출시한 팔각형 베젤의 로열 오크와 20주년을 맞은 타원형 케이스의 밀리너리는 당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신제품 또한 자유와 혁신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철학을 담았다. 피라미드 형태의 두꺼운 브레이슬릿에 무려 7천8백48개의 다이아몬드가 빼곡하게 세팅된 다이아몬드 펑크가 그 주인공. 총 1천4백40시간에 걸쳐 제작하는 이 시계는 아름다운 디자인과 그 안에 담긴 장인 혼으로 시계가 하나의 예술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얇게 더욱 얇게, 피아제

피아제의 역사는 1874년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되었다. 워치메이커로서 인정받은 것은 1957년. 시계 제조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로 꼽히는 것이 바로 무브먼트를 얇게 만드는 것인데, 당시 가장 얇은 2mm의 핸드 와인딩 무브먼트를 탄생시키며 세계적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두께 5.05mm 무브먼트에 8.85mm 케이스의 엠퍼라도 쿠썽 1270S를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현존하는 가장 얇은 두께의 투르비용 오토매틱 스켈레톤 워치로 브랜드의 위상을 또 한 번 각인시킨다


클래식의 정수, 보메 메르시에

1백85년, 시계 브랜드로서는 일곱 번째로 긴 역사를 지닌 보메 메르시에는 1919년 제네바 홀 마크 인증을 획득하며 시계 제작자에게 주는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오랜 전통과 탁월한 기술력을 겸비한 브랜드이기 때문일까? 보메 메르시에 시계는 옷으로 치면 장인의 손으로 완성한 클래식 슈트 같다. 특히 올해 출시한 클래시마 오토매틱 40mm는 군더더기 없는 스틸 케이스에 간결한 로마숫자 인덱스, 고급스러운 앨리게이터 스트랩까지 모든 요소가 어우러지며 남성적이면서도 우아한 위용을 자랑한다.


단순함에서 비롯된 완벽함, 파르미지아니
1 톤다 1950 골드 브레이슬릿. 2 톤다 1950 스켈레톤
천재 시계 복원가로 불리는 미셸 파르미지아니가 설립한 파르미지아니는 부품 생산부터 조립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몇 안 되는 브랜드 중 하나다. 총 다섯 개의 인하우스 매뉴팩처가 있으며, 그곳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해 모방할 수 없는 품질의 시계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파르미지아니의 베스트셀러는 단순한 원형 케이스가 매력적인 톤다 1950. 올해는 이 컬렉션에 스켈레톤 무브먼트와 로즈 브레이슬릿, 운석 소재의 다이얼을 적용한 세 가지 모델을 추가하며 워치메이커로서 자부심을 과시했다


손목 위의 보석, 반 클리프 아펠

1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보석 세공 기술을 쌓아온 반 클리프 아펠은 주얼리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시계를 선보인다. 이번 SIHH에서 눈여겨볼 만한 제품은 1935년 출시한 까데나 워치를 재현한 까데나 세르티. 자물쇠를 연상시키는 다이얼과 심플한 앨리게이터 밴드가 독특하면서도 모던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함께 공개한 참 엑스트라오디네리 데저도 시선을 사로잡기는 마찬가지. 머더오브펄 다이얼 위에 에나멜 페인팅으로 꽃송이를 입체적이고 섬세하게 표현해 여성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한계를 뛰어넘다, 까르띠에

날짜를 표시하는 퍼페추얼 캘린더, 중력을 상쇄해 정확한 시간을 전달하는 플라잉 투르비용, 시간을 소리로 알리는 미니트 리피터를 작은 다이얼에 담으려면 시계 내부 구조가 더욱 복잡해진다. 이러한 기능을 탑재한 시계를 ‘복잡하다’는 뜻에서 컴플리케이션 워치라고 한다. 하나의 기능을 탑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까르띠에는 올해 이 세 가지 기능을 모두 담은 로통드 드 까르띠에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탄생시켰다. 장장 5년 동안 개발한 이 특별한 제품은 워치메이킹의 한계에 꾸준히 도전하는 까르띠에의 열정이 낳은 작품이다


아무나 갖지 못하는 가치, 보베

19세기에 설립한 보베는 청나라 황실까지 이름이 알려질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지금도 해외 각종 경매에서 늘 최고가를 기록할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1년에 3천 개 내외의 제품만 생산해 희소성 또한 높다. 브랜드를 성공으로 이끈 비결은 아마데오 시스템. 이를 적용한 제품은 손목시계와 탁상시계, 회중시계로 변형할 수 있다. 올핸 22일 파워 리저브 기능의 무브먼트를 탑재한 아마데오 플러리에 브레이브하트 투르비용을 선보였는데, 일반적 무브먼트가 40시간 파워 리저브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공들인 제품인지 짐작할 수 있다.


디자인으로 승부하다, 로저 드뷔

1995년 워치메이커 로저 드뷔가 창립한 로저 드뷔는 시계 브랜드로서는 그리 길지 않은 20년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바로 마지니가 함께하는 브랜드답게 독창적 디자인의 시계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명성은 이번 SIHH에서도 이어진다. 가장 돋보인 것은 엑스칼리버 스켈레톤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거미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제품으로 정교하게 얽힌 무브먼트와 브랜드를 대표하는 톱니바퀴 형태의 베젤 그리고 과감한 컬러가 어우러져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달빛이 비치는 시간, 예거 르쿨트르
1 듀오미터 스페로투르비용 문.  2 랑데부 문.
1833년 창립한 예거 르쿨트르는 1천2백49개의 기계식 칼리버를 개발하고 4백13개의 특허를 등록하며 최고의 워치메이커로 자리를 공고히 해왔다. 이번 신제품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밤하늘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오래전 별과 달은 인간에게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존재였다. 예거 르쿨트르는 듀오미터 스페로 투르비용 문 과 랑데부 문, 두 개의 워치를 통해 시계 제작 기술은 결국 천체의 움직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일깨운다. 특히 듀오미터 스페로투르비용의 경우 3천8백87년에 한 번의 조정이 필요할 정도로 고도의 정확성을 갖춘 6시 방향의 문페이즈를 장착해 기능적・미학적 면을 모두 충족시켰다


세상 모든 위인에게 바친다, 몽블랑

우리에게 만년필 브랜드로 익숙한 몽블랑은 1997년부터 시계를 만들어왔다. 역사가 깊지는 않지만 만년필만큼이나 정교한 품질과 클래식한 디자인의 제품으로 ‘대를 물려주는 시계’라는 별칭을 얻었다. 또 필기 문화에 뿌리를 둔 브랜드로서 문학가, 음악가, 탐험가 등의 위인을 기리는 제품으로 문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가장 돋보인 제품은 헤리티지 크로노메트리 엑소 투르비용 미니트 크로노그래프 바스쿠 다가마 리미티드 에디션. 항해사이자 모험가인 바스쿠 다가마를 오마주로 별시계 (별의 위치를 측정해 시간을 알아내는 고대 자연 시계)를 모티프로 했으며, 배에 탑승한 60명의 선원에게 헌정하는 의미로 단 60개만 제작했다.


촬영 협조 까르띠에(02-3440-5521), 로저 드뷔(02-2118-6026), 몽블랑(02-3440-5734), 반 클리프 아펠(02-6905-3440), 보메 메르시에(02-3279-9047), 보베(02-3213-2248), 예거 르쿨트르(02-3440-5536), 오데마 피게(02-3449-5917), 파르미지아니(02-545-1780), 피아제(02-540-2297)

#시계 #오데마 피게 #파르미지아니 #피아제 #보메 메르시에 #반 클리프 아펠 #까르띠에 #예거 르쿨트르 #보베 #로저 드뷔 #몽블랑
글 현재라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