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징더전에서 2시간 반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 홍춘. 영화 <와호장룡>의 배경이 된 곳으로 마을의 위쪽과 아래쪽에 남호와 월호라고 하는 아름다운 호수가 위치하며, 중국 특유의 서정적 분위기를 그대로 머금고 있다 .
2 전 세계의 아티스트들의 작업실이 모여 있는 산바오 예술마을에서는 특성이 각기 다른 스튜디오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그동안 베이징, 상하이에서 중국의 화려한 면면을 보았고, 황산, 장가계에서 중국의 거대함을 보았다면, 징더전에서는 그들 문화 전체를 아우르는 중국만의 우아함과 고상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가로등, 신호등, 휴지통 같은 사소한 인프라조차 도자기로 구성된 도시. 이곳은 휴식 공간도 아니고, 화려한 관광 도시는 더더욱 아니지만, 눈에 보이는 것 하나하나를 마음속에 눌러 담으며 공들여 천천히 여행하고 싶은 여행객을 위한 곳이다.
흙, 나무, 불의 향기가 모두 있는 고요민속박람구
고요민속박람구(古民俗博 , Ancient Kiln. Folk Customs, 이하 구야오)는 중국 정부에서 지정한 최고 등급(AAAAA)의 도자 문화 체험 공원이다. 중국 어디를 가든 그 규모에 압도당하기 일쑤이지만, 구야오에서만큼은 그 규모가 아닌 ‘문화’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구야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깨진 도자기로 장식된 공원 바닥이다. 보물을 찾듯 이 파편들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불과 나무가 뒤섞여 나는 향을 느낄 수 있다. 도자기를 가마에 구우려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양의 나무 장작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근 대부분의 도자기 생산은 가스 가마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곳 구야오에서는 흙을 만지고, 물레를 돌리고, 도자기를 장식해 굽는 모든 과정이 옛 방식 그대로이며, 당연히 나무 장작 가마를 사용한다. 이 모든 과정을 나이 지긋한 도자공들이 현장에서 재연하는데, 사실 재연이라기보다 그저 도자기를 굽는 그들의 일상을 이곳에 녹여낸 것이다. 조용한 공원 안에서 도자기가 되기 이전의 흙, 나무, 불, 바람이 뒤섞인 공기 냄새를 맡으면 얼마간의 여유와 더불어, 중국 문화의 본질 속에 들어와 있다는 설렘이 느껴진다. 고요민속박람구 웹사이트 http://chinaguyao.com
3 ,4 구야오에서는 도자공들이 전통적 생산 방식에 따라 구운 도자기를 보고 구매할 수 있으며, 직접 제작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생활 속의 도자기, 세계 속의 도자기를 만날 수 있는 삼보국 제도예촌
구야오에서 차로 30여 분을 달려가면 산바오 마을에 도착한다. ‘세 가지 보물이 있는 곳’이라는 뜻의 이 마을은 미국에서 공부하던 중국계 캐나다인 잭슨 리Jackson Li가 도자기의 본고장인 징더전에 들어와 학교를 세우고 작업을 하면서 예술촌으로 거듭났다. 삼보국제도예촌(三 際陶藝村, Sanbao Ceramic Working Village)은 그의 학교에서 작업하는 아티스트들 외에도 세계 각지에서 좋은 흙과 물을 이용해 작업하려는 작가들이 모여들어 마을을 형성했기 때문에 각양각색의 스튜디오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잭슨 리 웹사이트 www.chinaclayart.com
최근에는 아티스트 레지던스를 기반으로 도자기 숍까지 운영하고 있는 ‘전루탕眞如堂’이 들어섰다. 나지막한 산과 얕은 물이 조용히 흐르는 마을 깊숙한 곳에 흰 벽과 나무, 도자기로 인테리어를 했는데, 묘한 중국식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그들의 감각에 감탄하게 된다. 그들이 건네는 차를 한잔하며 인테리어를 감상할 수도 있고, 아티스트가 작업한 다기를 비롯한 각종 도자기 소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전루탕 웹사이트 www.zhenrutang.net
1 산바오 예술마을에 새로 들어선 아티스트 레지던스 겸 도자기 숍인 전루탕. 중국의 전통적 인테리어 감각을 현대적으로 트렌디하게 풀어놓았다.
2 도자기 공장이라고도 불리는 조각시장에서는 직접 도자기를 굽는다. 징더전 도자기의 도매시장과도 같은 이곳에서 각양각색의 도자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코리언 터치 도자기, 한국인 아티스트
징더전에는 아티스트, 유학생을 포함해 약 스무 명 남짓 한국인이 있다. 2014년 2월호 <행복 이가득한집> 표지를 장식한 이승희 작가 역시 이곳에 머물며 작업을 한다. 섬세한 감각과 끈질긴 인내심으로 도자기 바탕에 2.5차원의 도자기를 얹어내는 그의 작품은 서울, 베이징, 뉴욕 등 세계 곳곳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징더전 도자 대학의 도예과에는 한국인 교수도 있다. 현대미술 작가인 이영미 교수. 그녀는 아시아 도예 공법을 활용한 실험적인 현대미술 세계를 펼치며 도예의 본고장인 징더전에서 교수로 활약 중이다. 그는 “징더전은 명대明代 정화鄭和의 해상무역으로 중국의 도자 문화를 세계적 산업으로 꽃피운 곳이다. 현재까지도 세계의 많은 도예가와 예술가가 모여들며 수천 년간 쌓아온 도자 제작의 기술력과 질 좋은 재료, 급성장하는 중국의 문화 시장을 토대로 이 시대의 도자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곳”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3,4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규모가 큰 구야오 내의 도자 가마와 자연광에 말리고 있는 도자기를 통해 중국 도자 문화의 정수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징더전의 삶과 문화를 일상으로 가져오는 도자기 쇼핑
도자기는 작품뿐만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다양하게 쓰인다. 특히나 징더전같이 도자기 생산 기술이 발달한 곳에서는 품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상품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용도가 너무나도 다양해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소소하게는 도자기로 만든 액세서리부터 얇은 도자기에 구멍을 뚫어 은은하게 빛이 새어나오게 하는 램프, 각양각색의 다기, 도자기 텀블러, 식기, 화병 등이 전통적 중국식과 트렌디한 현대적 디자인으로 제작되어 판매된다. 도자기 공장이라고 불리는 조각시장이나, 국제시장에 가면 이 같은 제품을 한꺼번에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기성품과 디자이너의 작품을 동시에 만나려면 새로 조성된 상가인 창강광장을 방문하면 된다. 이 상가에 는 크고 작은 도자기 가게와 차. 죽공예 가게, 쉬어갈 수 있는 디저트 전문점과 카페가 있다.
5 2014년 2월호 <행복이가득한집> 표지를 장식한 이승희 작가의 새로운 작품. 그도 징더전에서 작업하는 대표적 작가이다.
6 징더전 도자 대학의 교수인 이영미 현대미술 작가의 2014년 백자 토 작품 ‘구운몽- 친구’.
슬픔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작은 도시 홍춘
대나무 숲에서 춤추듯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던 주윤발과 장쯔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주윤발과 양자경. 영화 <와호장룡> 에서 본 그들의 슬픔이 그대로 담겨 있는 도시가 바로 홍춘宏村이다. 홍춘은 징더전에서 차로 약 2시간, 황산에서는 차로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작은 마을로,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영화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큰 호수 남호를 마주하게 된다. 연꽃이 피는 계절에는 호수 일부가 연꽃으로 뒤덮이고, 연꽃이 피지 않는 계절에는 다갈색의 연꽃 흔적을 볼 수 있다. 마을이 계절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마을에 살짝 내려앉아, 그 어떤 시기에 방문해도 홍춘의 서정적 분위기에 젖어 들게 되는 것이다.
남호를 가로지르는 돌다리를 건너 홍등이 걸린 돌벽과 골목골목에 흐르는 작은 물줄기를 따라 걷다 보면 마을 위쪽에서 월호라고 하는 작은 호수를 만나는데, 이처럼 큰 산줄기 아래 위치한 마을의 아래쪽과 위쪽에 호수가 있는 것은 지리적으로 완벽한 입지 조건이라고 한다. 월호를 돌아 나와 홍춘의 골목 어귀에서 고개를 들어 첩첩이 쌓여 있는 얇은 기왓장 너머의 하늘을 바라보면 <와호장룡>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손을 꼭 쥐면 그 속엔 아무것도 없지만 손바닥을 펴면 온 세상이 그 안에 있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손을 꼭 쥐고 놓지 않으려던 그 마음에서 벗어나, 세상의 슬픔과 아름다움을 느끼며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그 순간이 바로 행복이 가득한 순간이 아닐까.
- 중국 징더전 우아한 도자기의 도시
-
중국 황산 툰시 공항에서 차로 3시간 반여를 가면 세계적인 도자기의 도시 징더전景德鎭에 닿는다. 문헌에 따르면 징더전은 한나라 때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약 2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도자기를 생산한 지역. 오랜 시간 중국 왕실의 도자기를 이곳에서 구웠으며, 명청대에 이르러서는 유럽과 이슬람에 이를 수출하여 중국의 국제 호칭을 ‘차이나’로 굳어지게 한 바로 그 도시, 징더전에 다녀왔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