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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길목에서
저 요리사의 솜씨 좀 보게 / 누가 저걸 냉동 재룐 줄 알겠나 / 푸릇푸릇한 저 싹도 / 울긋불긋한 저 꽃도 /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 _반칠환의 ‘봄’


여성스러운 실루엣의 보랏빛 싱글 코트와 팬츠는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제품.


산뜻한 빨간색 니트 원피스와 파란색 밍크 소재 뱅글은 펜디 제품.


이를테면 내가 죽고
아직 앳된 네가
소복을 입었다 치자
소복의 푸른 넋마저
요염妖艶에 물드는
봄밤

_송기원의 ‘목련’


해체된 느낌의 프린지 톱과 와이드 팬츠는 캘빈 클라인 컬렉션, 화이트 뱅글과 종이접기를 연상케 하는 연분홍색 클러치백은 덱케 제품.


블랙 스팽글과 비즈가 수놓인 브라 톱 디자인의 카키색 코트, 초록색 니트 스커트, 스포티한 튜브 삭스, 컬러 블록이 돋보이는 주얼 장식의 슈즈는 모두 프라다, 청자가 프린트된 화병과 옥스퍼드 소재의 가든 백은 디자인 알레 제품.


연분홍빛 바탕에 원색의 무지개를 얹은 듯한 비즈와 스팽글 장식의 코트, 봄의 상큼함을 전달해주는 레몬 컬러의 두블레 백, 밴딩 브레이슬릿은 모두 프라다 제품.


젊은 남녀 나란히 앉은 저 벤치, 밤 벚꽃 떨어진다
떨어지는 일에 취한 듯 닥치는 대로 때리며 떨어진다
가로등 아래 얼굴 희고 입술 붉은 지금
천년을 기다려 오소소 소름 돋는 바로 지금
몸을 때리고 마음을 때려, 문득 진저리치며 어깨를 끌어안도록
천년을 건너온 매질처럼 소리 안 나게 밤 벚꽃 떨어진다.
_이면우의 ‘밤 벚꽃’


화려한 꽃봉오리가 그려진 기모노 스타일의 가운과 검은색 팬츠는 구찌 제품.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 살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을 비비고 일어나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때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 애의 말 한마디가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_정희성의 ‘민지의 꽃’


나뭇가지가 연상되는 프린트의 실크 블라우스와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만들어주는 가벼운 느낌의 플리츠스커트, 숄더백은 모두 트리니티, 사각 프레임의 프티 시계는 펜디 워치 제품.


다홍빛 그러데이션 팔레트가 연상되는 오간자 원피스와 PVC 소재의 그러데이션 슈즈, 밍크 소재의 뱅글은 모두 펜디 제품.


베이지 컬러의 울 싱글 코트와 초록색 실크 블라우스는 버버리 프로섬 제품.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메서
작은 것을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 길을 찾아 문안하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아름다운 그 자리에 여운 남아
뉘도 모를 한때를 아쉽게도 한들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
_유치환의 ‘춘신春信’


흰색 블라우스와 구김이 자연스러운 플라워 스커트는 보테가 베네타 제품.


메이크업 송윤정 헤어 이일중 모델 박세라 장소 협조 마이 알레(02-3444-4337) 시 추천 반칠환(시인) 제품 협조 구찌(02-3444-3169), 덱케(02-3446-7725), 디자인 알레(02-3444-4337),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02-3446-7725), 버버리(02-3485-6536), 보테가 베네타(02-3438-7682), 캘빈 클라인 컬렉션(02-3446-7725), 트리니티(02-3447-7701), 펜디(02-2056-9023), 펜디 워치(02-3447-7701), 프라다(02-3442-0939)

진행과 스타일링 서영희 | 사진 김정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