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날씨는 술 마시지 않은 남자들의 얼굴까지 빨갛게 상기될 정도로 아주 매섭습니다. 겨울만 되면 이렇게 얼굴이 빨개지는 분들이 많지요. 저 역시 의대를 갓 졸업하고 군 복무 대신 남극의 세종기지에 지원하여 의무실을 맡았을 때 가장 골치 아픈 게 바로 이 ‘안면 홍조’ 였습니다. 영하 40℃까지 떨어지는 남극의 칼바람을 맞고 일하다가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면 얼굴과 손이 불타는 듯 화끈거립니다. 그러고는 추위가 풀리면 피부가 가렵지요. 처음에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몸이 녹기를 기다리면 원래의 얼굴색으로 쉽게 돌아왔지만, 이것이 자주 반복되다 보니 나중에는 양쪽 볼과 코에 실핏줄이 엉켜서 하루 종일 홍당무 같은 피부가 된 기억이 납니다.
왜 겨울이 되면 이렇게 얼굴이 붉어질까요? 영하를 넘나드는 날씨에 피부가 차가워지면 우리의 뇌는 피부 표면에 있는 모세혈관의 밸브를 열어서 따뜻한 피가 흐르게 합니다. 피부조직이 얼어서 동상을 입는 것을 막기 위해서지요. 피부 표면에 흐르는 피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얼굴이 붉어지고 심하면 화끈거리는 느낌까지 듭니다. 왜 하필 온몸의 피부 중에서 유독 얼굴이 붉어지는 것일까요? 얼굴 피부의 모세혈관 양이 다른 부위보다 두세 배 정도로 월등하게 많기 때문입니다. 차가운 날씨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따뜻한 실내 온도 역시 안면 홍조의 큰 원인이 됩니다. 요즘은 보일러를 아낌없이 틀어서 실내 온도를 20℃ 이상으로 유지하는 곳이 대부분이지요. 차가운 곳에 있다가 따뜻한 실내에 들어와서 피부 온도가 갑작스럽게 높아지면, 이번에는 뇌가 우리 몸에 열이 나는 줄 착각하고 피부 표면의 혈관으로 더 많은 양의 피를 보내 열을 식히려고 노력합니다. 추운 곳에 있을 때보다 더 혈관이 늘어나 얼굴이 더욱 빨개지는 것이지요. 방금 전까지 추워서 동상에 걸리는 줄 알고 있던 피부가 이제는 뜨거워서 화상을 입는 것으로 착각을 하는 셈이니 얼마나 혼란이 극심할지 상상이 되시지요? 이것이 어쩌다 발생하는 일과성 해프닝이라면 우리 피부는 원래대로 쉽게 낯빛과 기능을 회복합니다. 그러나 원래 피부의 건강이 좋지 않았거나 이런 혼란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피부 혈관을 여닫는 밸브가 고장이 납니다. 그 결과 흐르는 혈액의 양을 조절하지 못해 본격적인 안면 홍조가 나타나지요. 고인 물은 썩듯이 혈관이 확장되어 순환이 잘 안 되는 혈액이 피부 밑에 고이면 산소와 영양 공급에 문제가 생겨 얼굴이 거칠어지고 푸석푸석해지기 쉽습니다. 여름에 에어컨을 세게 틀어서 생기는 냉방병과 마찬가지로 겨울철 실외와 실내의 온도 차이가 크면 우리 몸과 피부는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급격한 온도 변화 때문에 생기는 안면 홍조는 겨울철 피부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난방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면 홍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 온도를 적당히 낮게 유지해 피부가 차가운 감각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피부가 급격한 온도 변화에 노출되지 않도록 평소 내의를 입고 생활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외출할 때에는 목도리와 장갑 등으로 피부를 보호하고 실내에 들어왔을 때에는 바로 난로를 쬐거나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곳으로 가지 말고 서서히 피부 온도가 올라가도록 배려해주세요. 실내에 들어서며 아직 차가운 손으로 얼굴을 감싸서 손과 얼굴이 모두 서서히 따뜻해지도록 잠시 기다리는 방법을 사용하면 좋습니다. 그리고 피부가 건조하고 자외선을 많이 받을수록 모세혈관이 파괴되기 쉬우므로 밤낮으로 강력한 보습제를, 외출할 땐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바르세요. 정도가 아주 심하거나 몇 년 이상 지속되는 안면 홍조는 레이저 치료 등 의학적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지만, 대개의 경우 위와 같은 점을 주의하면서 일반적인 피부 건강에 신경 쓰면 안면 홍조는 걱정 안 해도 될 겁니다.
이와 별개로 40대 후반이 가까워지면서 여성에게 잘 생기는 안면 홍조는 대부분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서 생기는 갱년기 증상입니다. 또 일부 고혈압 약이나 당뇨 약, 알레르기 약 등으로 안면 홍조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처럼 겨울철과 무관하게 생기는 안면 홍조는 질병이나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것일 수 있기 때문에 가까운 의료 기관에서 꼼꼼하게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쓴 김정우 원장은 서울대학교 의대 및 대학원에서 의학을, 경희대 대학원에서 한의학을 전공하고 현재 라티아 안티에이징 클리닉과 대한동서노화방지의학회를 이끌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접목한 세포 노화 방지법과 웰빙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강연, 기고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왜 겨울이 되면 이렇게 얼굴이 붉어질까요? 영하를 넘나드는 날씨에 피부가 차가워지면 우리의 뇌는 피부 표면에 있는 모세혈관의 밸브를 열어서 따뜻한 피가 흐르게 합니다. 피부조직이 얼어서 동상을 입는 것을 막기 위해서지요. 피부 표면에 흐르는 피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얼굴이 붉어지고 심하면 화끈거리는 느낌까지 듭니다. 왜 하필 온몸의 피부 중에서 유독 얼굴이 붉어지는 것일까요? 얼굴 피부의 모세혈관 양이 다른 부위보다 두세 배 정도로 월등하게 많기 때문입니다. 차가운 날씨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따뜻한 실내 온도 역시 안면 홍조의 큰 원인이 됩니다. 요즘은 보일러를 아낌없이 틀어서 실내 온도를 20℃ 이상으로 유지하는 곳이 대부분이지요. 차가운 곳에 있다가 따뜻한 실내에 들어와서 피부 온도가 갑작스럽게 높아지면, 이번에는 뇌가 우리 몸에 열이 나는 줄 착각하고 피부 표면의 혈관으로 더 많은 양의 피를 보내 열을 식히려고 노력합니다. 추운 곳에 있을 때보다 더 혈관이 늘어나 얼굴이 더욱 빨개지는 것이지요. 방금 전까지 추워서 동상에 걸리는 줄 알고 있던 피부가 이제는 뜨거워서 화상을 입는 것으로 착각을 하는 셈이니 얼마나 혼란이 극심할지 상상이 되시지요? 이것이 어쩌다 발생하는 일과성 해프닝이라면 우리 피부는 원래대로 쉽게 낯빛과 기능을 회복합니다. 그러나 원래 피부의 건강이 좋지 않았거나 이런 혼란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피부 혈관을 여닫는 밸브가 고장이 납니다. 그 결과 흐르는 혈액의 양을 조절하지 못해 본격적인 안면 홍조가 나타나지요. 고인 물은 썩듯이 혈관이 확장되어 순환이 잘 안 되는 혈액이 피부 밑에 고이면 산소와 영양 공급에 문제가 생겨 얼굴이 거칠어지고 푸석푸석해지기 쉽습니다. 여름에 에어컨을 세게 틀어서 생기는 냉방병과 마찬가지로 겨울철 실외와 실내의 온도 차이가 크면 우리 몸과 피부는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급격한 온도 변화 때문에 생기는 안면 홍조는 겨울철 피부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난방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면 홍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 온도를 적당히 낮게 유지해 피부가 차가운 감각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피부가 급격한 온도 변화에 노출되지 않도록 평소 내의를 입고 생활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외출할 때에는 목도리와 장갑 등으로 피부를 보호하고 실내에 들어왔을 때에는 바로 난로를 쬐거나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곳으로 가지 말고 서서히 피부 온도가 올라가도록 배려해주세요. 실내에 들어서며 아직 차가운 손으로 얼굴을 감싸서 손과 얼굴이 모두 서서히 따뜻해지도록 잠시 기다리는 방법을 사용하면 좋습니다. 그리고 피부가 건조하고 자외선을 많이 받을수록 모세혈관이 파괴되기 쉬우므로 밤낮으로 강력한 보습제를, 외출할 땐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바르세요. 정도가 아주 심하거나 몇 년 이상 지속되는 안면 홍조는 레이저 치료 등 의학적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지만, 대개의 경우 위와 같은 점을 주의하면서 일반적인 피부 건강에 신경 쓰면 안면 홍조는 걱정 안 해도 될 겁니다.
이와 별개로 40대 후반이 가까워지면서 여성에게 잘 생기는 안면 홍조는 대부분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서 생기는 갱년기 증상입니다. 또 일부 고혈압 약이나 당뇨 약, 알레르기 약 등으로 안면 홍조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처럼 겨울철과 무관하게 생기는 안면 홍조는 질병이나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것일 수 있기 때문에 가까운 의료 기관에서 꼼꼼하게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쓴 김정우 원장은 서울대학교 의대 및 대학원에서 의학을, 경희대 대학원에서 한의학을 전공하고 현재 라티아 안티에이징 클리닉과 대한동서노화방지의학회를 이끌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접목한 세포 노화 방지법과 웰빙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강연, 기고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