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뿌리를 다시 쓰다
나루

최소한의 공간과 기물, 동선으로 이루어진 실내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나루’는 한국과 호주, 일본 등지에서 경력을 쌓은 박종민 셰프가 프렌치 기술과 일본의 감각, 그리고 한식의 뿌리를 한자리에 담은 공간이다. 할머니의 손맛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개성의 전통 음식, 강화도(부모님 고향)를 비롯한 한국의 식재료를 탐구한다. 그 위에 프렌치 조리법과 일본의 절제된 담음새를 더한 것. 개성식 만두 편수는 일반 돼지고기 대신 초리소를 넣거나 초된장 소스 또한 집된장과 미소를 섞은 뒤 딜 허브를 더해 프렌치식 아로마를 완성한다. 전통의 형태를 그대로 따르지는 않되 그 안에 흐르는 한식의 뿌리와 맛은 단단히 지켜가고 있다. 격식 있는 다이닝 대신 와인 바 형태로 공간을 구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식은 결국 정情이라고 생각해요. 주방과 손님이 멀리 떨어진 정찬 스타일보다 한 상에 둘러앉아 서로 마주하는 식탁이 더 자연스럽죠.” 나루의 요리는 화려한 기교보다 ‘천천히, 깊게’라는 셰프의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메인 디시인 오리 요리는 2주간 숙성한 오리를 사용하며 직접 만든 된장·고추장·간장으로 각각 맥적, 산적, 고추장 퓌레 형태로 풀어낸다. 식사는 이북식 온반으로 약한 불에서 24시간 끓여낸 맑은 국물 위에 녹두전을 올려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저는 과한 감탄보다 조용한 이해가 좋아요.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요리를 하고 싶어요.”
코스는 개성 주악을 담은 스타터부터 온반으로 이어진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17길 25-10 3층
영업시간 월~토요일 오후 12시 30분~10시, 일요일 오후 5~10시
문의 0507-1469-2513
한국의 맛을 더한 이탤리언 테이블
이테르

한지로 마감한 천장 덕분에 자연광이 스며드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이테르’가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클래식 이탤리언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로’ ‘권숙수’ 등에서 요리 세계를 구축해온 노지민 셰프가 이곳에서 이탤리언의 틀에 한식을 녹여낸 코리아 이탤리언을 선보인다. “플레이팅은 양식으로 하지만, 향 같은 작은 요소만 재료를 바꿔도 충분히 한국적인 포인트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시그너처 메뉴인 코리안 시즌은 이름에 걸맞게 채끝 스테이크에 두릅이나 갓 등 한국의 제철 채소를 가니시로 곁들인다. 봉골레에는 3백년 된 고택에서 공수한 된장을 사용해 짜지 않으면서도 깊은 풍미를 더한다. 오랫동안 이탤리언을 기반으로 요리해온 노지민 셰프는 이제 단순히 한국 재료를 올리는 것을 넘어 완전한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맛의 조합을 넘어 재료가 불러일으키는 이미지적 상상까지 요리에 담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고사리나물을 오마주한 트러플 고사리 파스타는 고사리와 트러플의 흙 내음을 모티프로 훈연한 다시마 파우더를 더해 재료의 빈틈을 촘촘히 메운다. “제가 인지한 맛의 포인트와 손님이 느끼는 부분이 일치할 때 가장 반응이 좋아요. 코리아 이탤리언이라는 장르를 우리만의 창의적 언어로 확장하면서 손님들이 완전히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시그너처 메뉴인 트러플 고사리 파스타와 한우 채끝 스테이크 코리안 시즌.
주소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5길 39 지하 1층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일요일 정기 휴무)
문의 070-8836-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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