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식문화에서 한국인에게 밥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김치라고 설파한다. 김치를 담그는 김장철은 절기로 따지면 겨울의 문턱인 입동立冬과 첫눈이 내리는 소설小雪 즈음으로, 올해는 각각 양력 11월 7일과 22일이며, 그중 소설은 ‘김치의 날’로 명명되어 있기도 하다. 겨울 채비의 시작이자 정점에 김장이 자리한 것이다.
김장은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손꼽는 연례행사였다. 김장 날엔 허리 펼 새 없이 김치를 담그는 아낙네들의 앓는 소리와 품앗이하며 나누는 담소에 집집이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많은 사람이 번거롭고 짬이 안 난다는 이유로 김치를 주문해 사 먹거나 이웃 친지에게 얻어먹는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이니 무작정 잘못됐 다고 꾸짖을 일은 아니다. 맛있는 김치를 찾는 사람이 많아 김치 명인이 늘어난다면 그 또한 시장을 성장시키고 김치 문화를 계승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럿이 모여 유쾌하던 김장 풍경이 시대의 뒤편으로 물러나는 일은 여간 서운한 것이 아니다. 김장 문화는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도 등재되지 않았는가. 유네스코는 우리의 김장을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Making and Sharing Kimchi)’ 문화로 높이 평가했는데, 음식 자체도 좋지만 공동체가 힘을 합쳐 이룬 성과물을 모두가 공유하는 전통이야말로 진정한 인류의 유산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사계절 내내 솜씨 좋은 명인 들의 김치는 물론, 집 앞 편의점에서도 김치를 사다 먹을 수 있는 풍요와 간편의 시대이니 여럿이 모여 함께 담그는 김장은 단순히 겨울 채비로서 의미보다는 메마른 일상에서 특별한 재미를 찾는 현대인에게 맞춤하는 이벤트로 더 설득력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삶의 방식이고 가치관인 문화는 늘 변화하고 진화하는 법이니까. 김장을 예전처럼 집집마다 담그지 않더라도 요즘은 절인 배추도 팔고, 양념도 한꺼번에 믹서에 갈면 일손을 줄일 수 있으니 채 썬 무에 준비한 양념을 섞어 김칫소를 만들어 10포기라도 손수 김치를 담가보자. 좀 더 간편하게는 시판하는 겉절이양념을 활용해 초간단 김치를 만들어 여럿이 모이는 식사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김장 문화의 한 갈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돼지고기보쌈, 굴무 침, 배추며 무를 지진 전, 시루떡 등 원래 김장하는 날의 푸짐한 먹을거리도 함께 준비해서 말이다.
“김치는 홀로 있는 음식도, 독자적인 맛을 지닌 음식도 아니다. 밥이나 다른 음식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맛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갖는다”는 故 이어령 선생의 말마따나 김치는 이웃과 어우러져 정을 나누는 한국인의 삶의 철학이 녹아난 음식 이다. 소통이 절실한 오늘날 가까운 이웃이나 친지를 초대하는 날로 김장하는 날이 제격인 이유다. “함께 김장하자”는 말에는 김치를 만들어 나누고, 더불어 맛있는 음식도 즐기며 진한 정情의 참맛을 느껴보자는 속내가 담겨 있다.
전채_ 간편하고 새로운 김치
한국 요리는 여러 맛이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데 맛의 큰 특성이 있다. 그렇다고 김치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 특히 손님상의 첫 코스라면 더욱 그렇다. 이럴 때 유용한 간편식이 크림스프다. 여기에 사시사철 흔하지만 딱 요맘때가 제철인 단호박과 우유를 넣어 만들면 맛과 영양을 겸비한 스프로 제격이다. 시원한 배를 깍둑썰기해서 겉절이양념에 바로 버무린 별미 김치를 곁들여 새롭게 즐겨보자. 이때 겉절이양념은 직접 만들면 2~3일간 숙성시켜야 제맛이 들므로 시판 양념을 활용하면 간편하다.

배깍두기
재료(4인분) 배 손질한 것 400g, 쪽파 2뿌리, 오뚜기 오늘밥상 바로 무쳐먹는 겉절이양념 40g
만들기
1 배는 껍질을 벗겨 가로세로 2cm 크기로 깍둑썰기한다.
2 쪽파도 손질해 씻어서 2cm 길이로 썬다.
3 ①의 배에 겉절이양념을 넣고 버무린 다음 ②의 쪽파를 넣고 섞는다.
단호박타락스프
재료(4인분) 단호박 400g, 오뚜기 크림스프 1봉지, 우유 3~4컵, 물 2컵, 단호박 슬라이스 적당량, 소금 약간
만들기
1 단호박은 길이로 반 잘라서 씨를 긁어내고 껍질째 얇게 썬다.
2 ①의 단호박을 냄비에 담고 물을 부어서 끓이다 익으면 블렌더로 곱게 간다.
3 우유에 크림스프를 풀어서 ②의 냄비에 붓고 주걱으로 저으면서 끓인 후 마지막에 소금으로 간한다.
그릇에 담아낼 때 찐 단호박을 얇게 슬라이스해서 토핑으로 올리면 멋스럽고 씹는 맛을 더할 수 있다.
사이드_ 가을다운 풍미
가을철의 산물로 한국인이 즐겨 먹는 대표 채소로 첫손에 꼽히는 것이 배추와 무다. 음식의 소화를 돕는 저열량·고식이 섬유 식품인 배추와 무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무는 부위에 따라 맛이 제각각이다. 생채는 물론 부침가루를 묻혀 전으로 먹을 때는 매운맛이 강하고 식이 섬유가 많이 들어 있는 뿌리 부위를 피하는 것이 좋다. 굴도 가을과 겨울의 길목에 있는 이 계절에 포기할 수 없는 미식으로, 채소와 함께 무쳐내면 손 많이 가는 생선 요리 대신으로도 손색없다. 이때 쌀을 발효시켜 만든 라이스비니거를 넣어보자. 개운한 맛이 더해진다.

굴무침
재료(4인분) 굴 200g, 미나리 50g, 홍고추 1개, 풋고추 1개, 오뚜기 고소한 참기름 ½큰술, 타바스코 ⓡ 고추장 핫소스 2큰술, 고춧가루 1큰술, 오뚜기 라이스비니거 2큰술, 오뚜기 옛날 볶음참깨 1작은술, 소금 적당량
만들기
1 굴은 껍데기를 골라내고 옅은 소금물에 씻어서 체에 건져 물기를 뺀다.
2 미나리는 3cm 길이로 썰고, 고추는 길이로 반 갈라서 씨를 빼내고 3cm 길이로 채 썬다.
3 ①의 굴에 참기름을 먼저 둘러서 버무린 다음 고추장 핫소스와 고춧가루, 라이스비니거를 넣어 무치고 ②의 미나리와 고추, 통깨를 넣고 버무린다.
간을 보고 싱거우면 소금으로 맞춘다.
무전
재료(4인분) 무 슬라이스 20쪽, 오뚜기 더 바삭 부침가루·오뚜기 포도씨유 적당량, 소금 약간
만들기
1 무는 2mm 두께로 얇게 썰어서 소금을 살짝 뿌려 절였다가 물기를 걷는다.
2 ①의 무에 부침가루를 묻힌 후 여분의 가루를 털어내고 달군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앞뒤로 지진다.
사이드_ 보통날의 찬거리
옛날에는 김장을 2~3일 동안 하기도 했다. 새벽부터 시작한 고된 김장 일에 보쌈과 겉절이는 새참이자 별미로, 보통 식사에는 들기름에 달달 볶은 배추속대를 찬으로 간단히 즐겼다. 배추속대는 배추의 연하고 고소한 노란색 속잎을 가리키는데, 배추 속잎을 하나씩 떼어 소금물에 절였다가 씻어서 잎 부분의 물기를 짠 후 길이로 죽죽 찢어야 섬유질이 살아 있어 아삭하게 씹는 맛이 좋다. 그런 다음 멸치장국으로 밑간을 하면 감칠맛을 더할 수 있다.

배추속대볶음
재료(4인분) 절인 배추속대 400g, 새우 100g, 쪽파 40g, 오뚜기 멸치장국 1작은술, 오뚜기 삼겹살 제주식멜젓소스 1작은술, 오뚜기 향긋한 들기름 3큰술
만들기
1 절인 배추속대를 죽죽 찢는다. 새우는 길이로 반 자르고, 쪽파는 4cm 길이로 썬다.
2 ①의 배추에 멸치장국과 제주식멜젓소스를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3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②의 배추속대를 넣어 달달 볶다가 ①의 새우와 쪽파를 넣고 볶는다. 여기에 물을 1컵 정도 부어서 거의 없어질 때까지 볶아서 뜸을 들인 후 그릇에 담는다.
메인_ 품격 있는 시절식
김장하는 날 어김없이 등장하는 보쌈은 생김치의 참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복을 상징하는 돼지고기를 쌈에 싸서 먹는다고 하여 붙인 이름으로, 품앗이의 수고를 말끔히 씻어내는 고마운 음식 문화이기도 하다. 돼지고기찜을 보쌈보다 고급스럽고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연저육찜이 제격인데, 어린 돼지고기로 만들었기에 붙인 이름으로 조선 시대 궁중에서 의례 때도 올리는 귀한 음식이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부위인 삼겹살로 만들어도 잘 어울리며, 배추겉절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가지런히 곁들이면 먹기 편하다.

연저육찜
재료(4인분) 돼지고기 삼겹살(덩어리) 600g, 두부 200g, 수삼 중간 크기 2뿌리, 은행 8개, 소금·오뚜기 압착올리브유 약간씩
고기 삶는 재료_ 양파 ½개, 대파잎 60g, 생강 슬라이스 20g(1톨분), 오뚜기 통흑후추 1작은술
조림장_ 오뚜기 갈비양념 4큰술, 오뚜기 미향 발효맛술 2큰술, 대파 10cm 2대, 생강 슬라이스 2톨분, 마늘 12쪽, 돼지고기 삶은 국물 3컵, 오뚜기 대추차 1큰술
만들기
1 돼지고기 삼겹살은 덩어리로 준비해 씻어서 물기를 걷어낸 다음 반으로 토막 낸다.
2 냄비에 물을 붓고 양파, 대파잎, 생강, 통흑후추를 넣고 끓인다. 여기에 고기를 넣고 거품을 걷어내며 30분 정도 삶는다.
3 두부는 4등분해서 소금을 약간 뿌려 물기를 뺀 후 올리브유를 두른 달군 팬에 지진다. 수삼은 손질한다.
4 ②의 삶은 돼지고기는 건지고, 국물은 체에 젖은 면 보자기를 깔고 밭는다.
5 냄비에 갈비양념, 발효맛술, 대파, 생강, 마늘, ④의 돼지고기 삶은 국물, 대추차를 넣고 끓인다. 여기에 ④의 삶은 돼지고기를 넣고 종이 포일에 구멍을 뚫고 덮어서 30분 정도 조리다가 ③의 두부와 수삼을 넣고 국물이 약간 남을 때까지 더 조린다.
6 ⑤의 조린 돼지고기를 먹기 좋게 잘라 조린 두부와 수삼과 함께 그릇에 담는다. 이때 은행에 솔잎을 끼워 올리면 멋스럽다.
알배추겉절이
재료(4인분) 알배추 200g, 오뚜기 삼겹살 양파절임소스 2½큰술, 고춧가루 2큰술, 오뚜기 애플사이다비니거 1큰술, 오뚜기 고소한 참기름 1작은술
만들기
1 알배추는 손질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2 볼에 삼겹살 양파절임소스, 고춧가루, 애플사이다비니거, 참기름을 넣고 양념장을 만든 후 ①의 배추에 넣어 고루 무친다.
후식_ 요즘 입맛 디저트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에도, 넘쳐나는 오늘날에도 요긴한 간식거리이자 요깃거리로 누룽지를 빼놓을 수 없다. 추억을 소환하는 별미이기도 하지만, 구수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이 요즘 젊은 세대의 입맛까지 사로잡는 그야말로 대중 음식이다. 요즘은 재래식 밥솥을 사용하는 집이 귀하다 보니 근자에 와서는 누룽지를 본뜬 각종 과자류와 간편식도 선보이는데, 오뚜기에서 출시한 누룽지는 시장을 개척한 주인공답게 밥알의 식감과 구수함이 일품이다. 살짝 튀기면 바삭함이 더해지며, 여기에 아이스크림을 곁들이면 맛과 식감이 서로 상층되어 외려 조화롭다.

누룽지튀김 토핑 아이스크림
재료(4인분) 오뚜기 옛날 구수한 누룽지 1봉지(60g), 바닐라 아이스크림 4스쿠프, 식용 꽃 4장, 오뚜기 포도씨유·오뚜기 순후추 적당량
만들기
1 작은 냄비에 포도씨유를 붓고 중간 불에 올려 끓어오르면 잘게 부순 누룽지를 넣는다.
노릇하게 튀겨지면 건져 기름기를 뺀다.
2 볼에 ①의 누룽지 튀긴 것을 깔고, 그 위에 아이스크림을 1스쿠프씩 얹는다.
3 ②의 아이스크림 위에 식용 꽃을 올려 장식한다. 후춧가루나 올리브유를 뿌려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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