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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맛있다 8월의 스페인 만찬
스페인을 닮은 뜨거운 햇빛이 머리 위로 쏟아지는 여름날. 지중해 문명을 뿌리 삼아 지역별로 여러 갈래를 뻗은 스페인의 미식 세계로 초대한다.

쌀 요리는 아로스!
스페인 음식 하면 흔히 떠올리는 파에야는 원래 농부의 음식이었다. 들판에서 쉽게 구하는 재료로 농부들은 파에야를 만들어 먹었다. 파에야는 넓고 큰 조리 팬 ‘라 파에야la paella’에서 유래했으며, 엄밀히 말하면 파에야 팬에서 발렌시아 정통 레시피대로 만든 쌀 요리만 파에야라고 할 수 있다. 쌀을 기본으로 흰 강낭콩, 달팽이, 토끼 고기, 닭고기 등을 넣어 만드는 식이다. 대부분의 쌀 요리는 스페인어로 쌀을 뜻하는 ‘아로스arroz’라 칭하는데, 파에야는 아로스에 속하는 발렌시아의 전통 요리인 것.


“스페인 사람은 발렌시아의 전통 파에야 레시피를 따르지 않으면 파에야라고 부르지 않아요. 발렌시아인의 자존심이라고나 할까요. 특히 장작불에서 파에야를 만들어야 제맛이라고들 하죠. 훈연 향이 밥알에 스며들어 풍미가 깊어지기 때문이에요.” _이상훈 셰프


스페인 미식의 대표 선수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건조한 하몬Jam n은 스페인은 물론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식이다. 사육 환경과 종에 따라 크게 하몬 세라노와 하몬 이베리코 두 가지로 나누는데, 전체 하몬의 80%를 차지하는 세라노는 백돼지로 만든다. 흑돼지 이베리코 품종으로 만든 하몬 이베리코는 다시 사육 방식과 사료, 이베리코 순종 여부에 따라 등급을 나누며, 최상급인 하몬 이베리코 베요타는 대규모 자연 초장에서 도토리를 먹고 자란 이베리코로 만든다.

스페인 코르도바 지역에서 생산한 최고 등급인 하몬 이베리코 베요타 100%는COVAP 브랜드 제품으로 하모네꼬(02-337-3551) 판매.
“같은 하몬도 어떻게 슬라이스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져요. 부위에 따라 단단하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하고, 단맛이 더 느껴지거나 짠맛이 더 느껴지기도 하지요. 종류가 서로 다른 부위가 한 슬라이스에 있도록 얇게 자르는 데는 전문 기술이 필요합니다.” _최다정 대표


셰리 예찬
스페인 술 하면 셰리Sherry 와인이다. 셰리는 알코올 도수를 높인 화이트 와인을 오크통에 숙성시킨 강화 와인을 말한다. 헤레스Jerez 지역에서 발전한 셰리는 16세기 영국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뒀는데, 영국인은 헤레스를 발음하기 쉽게 셰리라고 불렀다. 그래서 셰리 와인병에는 프랑스어까지 포함해 ‘Jerez-Xeres-Sherry’라고 적혀 있다.

하몬 이베리코 베요타와 스페인 라만차 지역에서 생산한 양젖 치즈로 만든 만체고 치즈는 하모네꼬, 루스토 셰리 와인은 신세계 L&B(02-727-1685) 판매. 유리잔은 안나리사 작가(@annaliisa_alastalo) 작품.
“셰리를 단순히 식전주나 디저트 와인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달콤한 셰리부터 섬세하고 드라이한 셰리까지 그 종류와 맛, 도수 모두 다양합니다. 아몬티야도 셰리는 특유의 전형적 아로마와 약간 쓴 아몬드 향이 더해져 짭조름한 맛의 하몬, 만체고 치즈와 잘 어울립니다.” _최다정 대표


토마토 천국
스페인에는 토마토 축제가 열릴 만큼 수백 종의 토마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몬세라트Montserrat를 빼놓을 수 없다. 몬세라트 토마토는 카탈루냐 지방 바르셀로나 근교의 몬세라트 수도원이 위치한 산에서 따온 이름으로, 1994년 스페인 코르누데야Cornudella의 리처드 웨이드Richard Wade가 <시드 세이버Seed Savers 연감>에 등록하며 알려졌다. 마치 피망처럼 꼭지 주변에 굴곡이 있고 초록에서 주홍빛으로 색이 이어지며, 단단한 외형과 광택감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몬세라트 수도원에서 묵으면서 생전 처음 본 토마토였어요. 속이 비어 있어 토마토 같지 않은 신기한 토마토입니다. 몬세라트 토마토는 요리에 활용하기보다는 굵은 소금과 셰리 비네거, 올리브유를 살짝 뿌려 먹으면 그만이지요.”_ 박현신 푸드 디렉터


축제의 요리
스페인의 해물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갈리시아Galicia로 향해야 한다. 특히 축제의 단골 메뉴로 오르는 문어는 안주상에서도 빠지지 않는 요리. 한국인은 쫄깃한 식감의 문어를 선호하지만, 갈리시아산 문어는 육질이 차지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갈리시아에서는 문어 요리에 훈연 파프리카 가루인 피멘톤과 올리브유를 곁들인다. 파티 테이블에 오르는 가장 간단한 음식은 무엇일까? 재료는 빵과 토마토, 올리브유, 소금, 마늘 이렇게 다섯 가지만 있으면 된다.

빵에 마늘과 토마토를 바른 다음 소금과 올리브유를 뿌리면 완성. 바로 스페인어로 빵과 토마토라는 뜻의 ‘판 콘 토마테’다. 스페인 가정집 아침 메뉴로, 타파스 바에서도 흔히 맛볼 수 있다.

에레타트 엘 페드루렐 까바와 쿠네 리오하 레드 와인은 아영FBC(02-2631-4162), 와인을 담은 유리잔은 안나리사 작가 작품.

순례자의 에너지
갈리시아 지역의 전통인 아몬드 케이크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케이크 위에 산티아고의 십자가 모양을 더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스페인 수호성인을 기리고자 이름도 ‘타르타 데 산티아고’로 바꾸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방문하는 순례자에게 이 케이크는 허기를 달래주는 간식이자, 오늘날 스페인을 대표하는 디저트 중 하나로 꼽힌다. 촉촉하고도 진한 아몬드 맛에 달콤한 타르타 데 산티아고는 셰리 와인에 곁들여도 좋다.

셰리를 담은 유리잔은 안나리사 작가 작품.

스페인 만찬 레시피


갈리시아식 문어(Pulpo a la Gallega)
재료 문어 1.5kg, 감자 2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피멘톤·굵은소금 약간씩

만들기
1 문어는 내장과 눈, 입 등을 제거한 뒤 굵은소금으로 문질러 빨판을 깨끗이 씻는다.
2 냄비에 물을 붓고 끓으면 문어 다리 부분을 5초간 넣었다가 빼는 과정을 3~4회 반복한다.
3 ②의 문어를 냄비에 완전히 넣은 뒤 물이 끓어오르면, 뚜껑을 비스듬히 걸치고 시머링 상태를 유지한다. 문어를 삶다가 중간에 2~3회 뒤집는다.
4 감자는 껍질을 벗겨 약 1.5cm 두께로 슬라이스한다. 문어 삶은 물과 물을 2:1 비율로 섞고 소금을 넣은 뒤 감자를 삶는다.
5 ③의 문어는 식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냄비에 넣은 채 20분 정도 그대로 둔다.
6 접시 위에 ④의 감자를 깔고 그 위에 문어 다리를 감자와 비슷한 두께로 썰어서 올린다. 굵은소금과 피멘톤을 골고루 뿌리고, 충분한 양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둘러서 마무리한다.



수박을 활용한 가스파초(Gazpacho)
재료 완숙 토마토 300g, 수박 600g, 피망 ½개, 오이 ⅓개, 양파 ¼개, 마늘 ½쪽, 바게트 70g,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120g, 헤레스(셰리) 식초 35g,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토마토는 꼭지를 제거하고, 수박은 씨를 제거하고, 오이는 껍질을 제거한 뒤 각각 적당한 크기로 썬다. 바게트는 미리 물에 적셔놓는다.
2 수박을 먼저 믹서에 간 뒤 토마토, 오이, 양파, 마늘, 식초, 소금을 넣고, 물에 적신 빵을 물기를 충분히 짠 뒤 믹서에 넣는다.
3 ②의 믹서를 2분 정도 돌린 뒤, 믹서를 작동시킨 상태에서 분량의 올리브유를 조금씩 천천히 붓는다. 소금, 후춧가루 등을 추가하고 마지막으로 믹서를 돌린다.
4 ③을 체에 한 번 걸러 냉장고에 넣어 차게 보관한다.
5 ④를 그릇이나 컵에 담은 뒤, 과일이나 채소, 허브 등으로 장식한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둘러 마무리한다.



아몬드 케이크(Tarta de Santiago)
재료 아몬드 파우더 150g, 달걀 3개, 설탕 150g, 레몬 제스트 1개분, 시나몬 파우더 ½작은술, 아이싱 슈거 파우더·소금 약간씩

만들기
1 볼에 달걀과 설탕을 넣고 잘 저은 후 아몬드 파우더, 레몬 제스트, 시나몬 파우더, 소금을 넣어 섞는다.
2 ①을 175℃로 예열한 오븐에 35분 정도 굽는다.
3 ②의 케이크를 식힌 뒤, 그 위에 스텐실을 올리고 슈거 파우더를 뿌린다.



로메스코(Salsa Romesco)와 채소구이
재료 홍피망 1개, 토마토 2개, 마늘 5~6쪽, 바게트 슬라이스 1~2조각, 아몬드 60g, 헤레스(셰리) 식초 1큰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소금 적당량 ※ 채소는 콜리플라워, 브로콜리, 대파 등 기호에 맞게 사용

만들기
1 홍피망은 겉면을 가스레인지나 토치로 직화해 까맣게 탄 느낌으로 만들고, 밀폐 용기에 20~30분 담아둔다.
2 팬에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중간 불에서 통마늘과 바게트 슬라이스를 굽다가 아몬드를 넣고 함께 굽는다. 바게트는 바삭하게 구워지면 꺼내고, 마늘은 색이 나면 식초와 소금을 넣고 남은 기름과 함께 모아둔다.
3 토마토는 꼭지를 제거한 뒤 올리브유와 소금을 뿌리고 190℃ 예열한 오븐에서 35분 정도 굽는다. 토마토가 식으면 껍질을 벗긴다.
4 ①의 피망은 물에 씻지 않고 키친타월로 문지르면서 검게 탄 부분을 벗겨낸 뒤 씨를 제거하고 나머지 부분은 크게 썬다.
5 핸드 블렌더 또는 믹서에 ③의 토마토, ④의 피망과 ②의 소금·식초·올리브유 섞은 것을 넣고 간다. 농도와 간을 본 뒤 올리브유와 소금을 추가한다.
6 콜리플라워는 오븐 트레이에 올려 올리브유를 충분히 두르고 소금으로 간한 뒤 20~25분간 색이 날 정도로 굽는다.
7 접시에 ⑤의 소스와 채소를 담는다.



판 콘 토마테(Pan con Tomate)
재료 완숙 토마토 4개, 빵(바게트 또는 하드 계열) 슬라이스 7~8조각, 간 마늘 1큰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소금·다진 파슬리 약간씩

만들기
1 빵은 토스터나 팬에 노릇노릇해지도록 충분히 굽는다.
2 토마토는 세로 방향으로 슬라이스한 뒤 강판에 간다. 수분이 많으므로 체에 살짝 걸러서 과육만 사용한다.
3 ②에 간 마늘, 소금,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넣고 잘 섞는다.
4 ①의 빵에 ③을 바르는 것이 아닌 쌓는 느낌으로 충분히 올린다.
5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충분히 두르고 다진 파슬리를 올린다. 기호에 따라 하몽, 치즈 등을 올려도 좋다.



해산물을 넣은 쌀 요리(Arroz de Mariscos)

재료(3인분)
쌀 300g, 생합 200g, 갑오징어 1마리, 문어 삶은 육수 900g, 토마토 1개, 양파 ½개, 피망 ½개, 간 마늘 1큰술, 건고추 2개, 피멘톤 1작은술, 사프란∙소금∙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파슬리 약간씩

만들기
1 생합은 해감하고 깨끗이 씻은 뒤 끓는 물에 넣어 익힌다. 생합을 익힌 육수는 문어를 삶은 육수(갈리시아식 문어 메뉴에서 사용한 것)에 섞는다.
2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양파를 볶다가 다진 피망을 넣고 볶는다. 피망이 부드러워지면 손질한 갑오징어와 갑오징어 내장, 소금을 넣고 볶는다.
3 갑오징어가 익으면 간 마늘과 건고추, 피멘톤, 사프란을 넣고 살짝 볶다가 다진 토마토를 넣는다.
4 ③에 쌀을 넣고 충분히 볶는다. 충분히 볶아야 쌀이 심하게 퍼지지 않으며, 팬 크기에 비해 많은 양의 쌀을 넣을 경우 식감이 제대로 살지 않으니 유의한다.
5 ④에 ①의 육수를 끓여서 붓는다. 육수 양은 쌀 양의 3배 정도가 알맞고, 뜨거운 육수를 넣어야 쌀알이 깨지지 않는다. 
6 ⑤에 소금을 넣고, 팬을 흔들면서 쌀과 모든 재료가 고루 섞이도록 평평하게 편다(도구를 사용해 쌀을 휘저을 경우 쌀의 전분이 흘러나와 죽 같은 질감이 될 수 있다). 센 불에서 쌀알이 살짝 보일 때까지 8~10분 정도 졸인다.
7 쌀알이 보이기 시작하면 불을 중~중약 불로 줄인다. 팬에 물기가 보이지 않고, 팬을 흔들었을 때 재료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거의 완성된 것이다. 쌀알이 덜 익은 경우는 육수를 좀 더 넣어 다시 한번 졸인다.
8 쌀알이 충분히 익으면 불을 끄고 ①의 생합, 다진 파슬리를 올린 뒤, 쿠킹 포일 또는 마른 수건으로 팬을 완전히 덮고 5분간 뜸을 들인다. 뜸을 들여야 쌀알에 윤기가 돌고 식감이 좋아진다.
9 4~5분 정도 후에 포일을 벗기고, 팬 그대로 낸다.


이상훈 셰프는 전생에 스페인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스페인 요리에 강렬한 운명을 느꼈다. 스페인의 2스타 미쉐린 레스토랑 모멘츠, 세계적 타파스 레스토랑 티케츠 등에서 경험을 쌓아온 스페인 전문 요리사이자 칼럼니스트다.

최다정 대표는 열혈 하몬 애호가로 스페인에서 전문 하몬 카빙 교육을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하몬 전문점 하모네꼬를 열었고, 매일같이 하몬을 정성스레 슬라이스하며 하루를 보내는, 이른바 하몬 장인이다.

글 이승민 기자 | 사진 박찬우 | 기획 및 스타일링 박현신(@orto_madre) | 요리 이상훈(@Spain_chefsang) 하몬 카버 최다정(하모네꼬) | 참고 도서 <스페인의 맛>(버튼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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