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클래스를 진행하는 룸에 선 이관수 디렉터와 테오도로 푸드 컨설턴트. 개복숭아절임, 그린올리브, 트러플 링귀니 등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식재료를 사용한다.
염제한 대구살로 만든 베네치아풍 스프레드 요리와 먹물 치아바타.
담백한 이탈리아의 맛
사람 형상의 스티치가 상징적인 브랜드라면 떠오르는 곳. 헨리베글린 플래그십 스토어 2층에는 2019년 6월에 오픈한 이탤리언 레스토랑 엘오미노가 자리한다. 한 땀 한 땀 수놓은 스티치 디테일의 테이블과 의자, 가죽 트레이까지. 이탈리아어로 ‘작은 사람’이라는 뜻의 엘오미노는 헨리베글린의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커다란 잎사귀를 뽐내는 관엽식물, 내추럴한 색상의 가구, 무심하게 놓인 쿠션이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더한다. 헨리베글린 툴리오 마라니 대표의 장남 테오도로 마라니 셰프가 이탤리언 식재료 수입과 메뉴 컨설팅을 담당하며 엘오미노만의 독자적 색깔을 만들어왔는데, 지난 4월부터 이관수 셰프가 총괄 디렉터로 합류했다.
비록 국내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쌓은 내공과 연륜은 상당하다. 그는 학부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지적재산권을 다루는 전문 엘리트 코스를 밟던 중 돌연 진로를 바꿔 요리 세계로 뛰어들었다. “좀 더 흥미롭고 도전적인 일을 하고 싶었어요. 고민하던 중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일할 수 있는 셰프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지요.” 미국 요리학교 CIA를 졸업한 후 프랑스 파리의 피에르 상Pierre Sang을 첫 직장으로 선택한 그는 4년 만에 헤드 셰프가 되었다. 그런 그가 한국에 돌아와 총괄을 맡은 엘오미노의 변화와 행보가 궁금해질 수밖에.
이관수 디렉터는 촬영팀을 짙은 녹음이 아른거리는 테라스로 안내했다. “여름을 맞아 테라스를 새롭게 단장해 오픈했어요. 더운 날엔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며 식사하고 싶을 테니까요.” 그가 부임과 동시에 가장 먼저 손본 곳이 야외 테라스였다. 이 외에도 메뉴와 와인 리스트를 부분적으로 수정했다. “변화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면 기존 손님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 최대한 밸런스를 맞추며 변화하려고 신경을 썼어요.”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건면을 활용한 파스타 메뉴가 주를 이뤘는데, 그는 여름에 어울리는 상큼한 토마토 샐러드, 봉골레 해물 파스타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 메뉴를 더했다. 와인 역시 기존에 이탈리아산으로 한정하던 구성에서 프랑스 와인을 비롯해 로제, 크레망, 내추럴 와인 등 비교적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와인 리스트로 재정비했다. “한국은 아직까지 컨벤셔널 와인(기존의 일반 와인)의 권위적 느낌이 강해서 손님이 친근하게 여길 수 있는 와인을 선택했습니다.” 이렇게 한결 가볍고 간결해진 엘오미노에는 그 어느 때보다 젊은 연령층의 고객이 많이 찾고 있다. 특별한 기념일에만 찾는 외식 장소가 아닌, 이탤리언 요리가 생각날 때 편하게 찾
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셰프를 직업으로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감으로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이관수 디렉터.
이탈리아 식문화에 해박한 ‘진짜 이탤리언’ 테오도로 푸드 컨설턴트.
높게 뻗은 대나무를 전면에 배치한 테라스의 바 공간.
아스파라거스 페스토와 사르데냐섬 특유의 좁쌀 모양 파스타가 어우러진 프레골라 파스타.
다채로운 작품이 연회색 콘크리트 벽을 장식한다.
총체적 하루를 책임지는 셰프
그의 요리 철학에 큰 영향을 미친 건 피에르 상에서의 현장 경험이다. “가장 많이 배운 것은 특정한 스킬이라기보다 큰 그림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였어요.” 처음에는 자신이 추구하고 느끼는 것을 요리로 완벽하게 표현하고자 애썼다. 요리 한 접시로 사람을 놀라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때 당시 상사이자 스승이던 피에르 상 부아예Pierre Sang Boyer 셰프가 식사를 마친 손님에게 건네는 질문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음식이 맛있었나요?”가 아닌 “오늘 하루 어떠셨나요?”라는 물음. 그에 대한 대답은 요리뿐 아니라 레스토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경험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 음악, 분위기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었다. “손바닥만 한 요리 접시에서 점차 테이블로, 더 나아가 공간 전체로 시야가 넓어졌죠.”
물론 푸드 컨설턴트 테오도로와의 궁합도 레스토랑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미국과 프랑스에서 오래 생활한 저와 이탈리아에서 나고 자란 테오도로는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나누면서 배우는 점이 많아요. 각자의 강점이 극대화된다고나 할까요.” 이를테면 최근 입소문이 자자한 쿠킹 클래스에서 테오도로 푸드 컨설턴트는 이탈리아 식재료와 음식에 담긴 문화를 소개하고, 이관수 디렉터는 요리를 시연하며 보다 실용적 요리 기술과 원리에 대해 설명한다. 이때 학부에서 전공한 생화학 지식이 많은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저온에서 조리하는 수비드의 경우 단백질이 분해되는 온도가 47~53℃ 정도이기 때문에 고기나 생선이 익기 시작하는 온도에서 오래 가열하면 살이 질기지 않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어떻게 보면 요리는 열을 가해 재료의 분자를 변화시키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거든요.” 이론적 지식과 노련한 기술, 전체를 조망하는 통찰을 지닌 이관수 디렉터는 앞으로도 담백한 요리, 그리고 이 요리에서 비롯된 위안과 휴식의 하루를 선물할 것이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53길 22 2층 | 문의 02-540-8657
요리 클래스
엘오미노의 이관수 디렉터와 테오도로 푸드 컨설턴트가 진짜 이탤리언 요리를 선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본지 44쪽을 참고하세요.
일시 8월 13일(목) 오전 11시~오후 1시 30분
장소 엘오미노
인원 8명
참가비 12만 원(재료비 포함)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클래스’ 코너 또는 전화(02-2262-7222)로 신청하세요.
- 엘오미노 이관수 총괄 디렉터 하루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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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헨리베글린의 레스토랑 ‘엘오미노 바이 헨리베글린’에 이관수 총괄 디렉터가 합류했다. 그는 요리의 완성도는 물론 식사하는 사람이 보내게 될 그날 하루의 기분까지 생각한다. 이것이 음식을 대접하는 셰프가 지켜야 할 마땅한 본분이라 믿는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