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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와인과 한식 페어링 오늘의 주안상
편견을 없애면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는 법! 이는 한국 와인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진리다. 역사가 길지 않은 데다 대부분의 와인 생산자가 ‘어쩌다’ 양조의 길로 들어선 농부들이다 보니 맛과 품질에 깊이가 없다는 이야기도 옛말이다. 이제는 특급 호텔과 파인 레스토랑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것이 한국 와인이다. 여기에는 한국 와인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진면목을 알리기 위한 국내 소믈리에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 선두에 선 광명동굴 와인연구소 최정욱 소장과 더 플라자 르 캬바레 시떼의 최정원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한국 와인을 소개한다. 함께 즐기기 좋은 한식은 옛 주안상에서 착안한 것. 한국 와인이 지닌 달콤함과 향긋함이 맵고 달고 짠 한식은 물론 담백한 맛과도 잘 어우러져 식사에 곁들이기 좋을 것이다.

우리 과실만의 맛과 향
한국 땅에서 한국 농부가 재배한 과일에 효모를 넣어 발효시켜 만든 술이 바로 한국 와인이다. 포도 이외의 과일로도 만든다는 것은 가장 큰 특징 중 하나. 그중에서도 정통 샴페인 제조 공법으로 만든 경북 문경 오미나라의 ‘오미로제 결’은 우리나라 최초의 스파클링 와인으로, 매우 고급스러운 기포감과 오미자의 오묘한 맛이 살아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오미로제 결과 한 입 요리 제철 식재료로 늦가을의 다양한 식감과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삶은 송어살과 생강 드레싱을 섞어 과일무로 말아낸 말이, 우엉 파우더를 뿌린 찐 마구이, 콩피한 당근 위에 익혀서 당근 소스에 버무린 대구알을 올린 요리, 명태 껍질을 튀겨 유자 소스를 입힌 강정 등이 그것이다.


한식과 한국 와인의 조화로움
한국 와인의 달콤함은 맵고 달고 짠 한국 음식과 매치할 때 빛을 발한다. 최정욱 소장은 매콤한 코다리찜과 스위트한 화이트 와인을 함께 즐겼을 때 ‘생각의 전환’을 경험했는데, 이때 조화로운 페어링을 선보인 와인이 바로 충북 영동 여포와인농장의 ‘여포의 꿈 화이트 와인’이다. 청와대 만찬주로도 사용된 와인으로, 알렉산드리아 포도의 달콤하고 화사한 아카시아 향이 돋보인다.


여포의 꿈 화이트 와인과 어만두누르미&배추찜말이 꼬치고기어만두누르미는 다진 쇠고기, 표고버섯, 목이버섯, 애호박, 국수호박 등을 볶아 소로 넣었다. 생선 육수·밀가루·간장·생강 등을 섞어 만든 소스를 곁들여 얼갈이배추찜말이를 함께 냈다.


식용 포도의 재발견
기후와 토양 조건 때문에 한국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 양조용 포도를 재배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캠벨 얼리, 산머루, 청수, 청향 등 주로 식용 포도로 와인을 만든다. 그중 청수는 농진청에서 농가 소득을 증진하기 위해 최초로 개발한 포도 품종. 경기 안산의 그랑꼬또 와이너리에서 만든 ‘그랑꼬또 청수’가 대표 제품이며, 과실의 아로마가 뛰어나고 적당한 산도가 특징이다.


그랑꼬또 청수와 해산물잣무침 청수는 새우, 관자, 전복 등 해산물과 매치할 때 돋보인다. 레스토랑 마린에서도 선보이는 해산물잣무침은 이외에도 굴, 오징어, 차돌박이 등을 구워 절인 오이, 수란, 쑥갓 등과 함께 접시에 선보인다. 잣·식초·설탕·간장 등으로 만든 소스를 곁들이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다양성의 상징
“결국 맛의 기준은 상대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최정원 소믈리에는 지역 특산물로 만드는 한국 와인이야말로 다양성의 상징이라고 이야기한다. 포도가 아닌 친환경으로 재배한 참다래(키위)로 만드는 경남 사천 오름주가의 ‘7004S’은 한식과 두루 잘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으로, 과실 향이 살아 있으면서, 첫맛은 약간 달콤하고, 부드러운 산미와 살짝 쓴 뒷맛의 조화가 일품이다.


7004S와 우엉잡채 여러 가지 나물은 물론 제철인 뿌리채소와도 잘 어우러져 옛 주안상의 안줏거리이기도 한 우엉잡채를 만들었다. 우엉과 표고버섯, 홍고추, 시금치 등을 가늘게 채 썰어 볶은 후 참기름으로 마무리했으며, 흰색과 노란색 달걀지단으로 영양과 빛깔의 조화도 살렸다.


젊어진 전통주
한국 와인은 주세법상 전통주 범주에 든다. 최근 혼술 문화가 퍼지면서 알코올 도수가 낮고 가격도 합리적인 한국 와인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숯불갈비나 양념 치킨 등 간이 센 음식을 즐긴다면 충북 영동 월류원의 ‘그랑티그르 M1988’도 함께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캠벨 얼리와 오미자를 섞어 만든 와인으로, 부드러운 타닌감과 풍부한 과실 향에 긴 여운이 특징이다.


그랑티그르 M1988과 문어편육 문어를 삶아서 닭발과 함께 굳혀 편육을 만들었다. 고추기름과 유자로 만든 드레싱으로 매콤한 맛을 더했으며, 맛의 깊이를 위해 삶은 달걀을 곁들여 즐기도록 연출했다. 레드 와인이지만 단맛이 강한 편이라 훈연한 고춧가루로 매운맛을 더했다.


예부터 마셔온 즐거운 술
최정욱 소장은 한국 와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순간, 미식 경험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경북 김천 수도산 와이너리에서 산머루로 만든 ‘크라테 세미스위트 와인’은 한국 레드 와인의 뛰어난 품질을 경험하기에 제격인 유기농 빈티지 와인. 보디감과 타닌감이 뛰어나고, 머루의 깊은 맛과 오크 숙성의 조화로운 향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크라테 세미스위트 와인과 맥적&냉이무침 그 옛날 석쇠에 굽던 고기구이인 맥적과 매치해 메인 코스로 제안했다. 돼지고기 진갈빗살에 칼집을 내고 매실 농축액과 된장을 넣은 소스를 발라 비장탄 위에서 여러 번 뒤집어가면서 구운 요리로, 멸치액젓과 된장을 넣고 무친 냉이무침을 곁들였다.


우리의 스토리를 담은 술
한국 와인이 극적 변화와 성장을 하게 된 시기는 2015년. 광명동굴에서 와인을 취급하며 일반 소비자의 의견을 와인 생산자에게 직접 전달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 가벼운 보디감과 달콤한 맛, 진한 과일 향은 한국 와인의 특징으로, 그중에서도 충남 예산 예산사과와인의 ‘추사로제와인’은 레드러브 품종 사과의 풋향기와 화사한 향이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추사로제와인과 배숙&생강 아이스크림 사과 향과 산미가 강하고 맛이 깔끔한 와인으로 디저트와 매치해도 무난하다. 디저트는 배숙을 모티프로 한 것으로, 생강과 통후추를 넣어 조린 배를 슬라이스해 그릇에 담고 훈연한 생강 아이스크림을 올려 석류 알갱이와 애플민트잎으로 장식했다.


한국 와인 협찬 그랑꼬또 와이너리(032-886-9873), 수도산 와이너리(054-439-1518), 여포와인농장(043-744-7702), 예산사과와인(041-337-9584), 오름주가(055-855-3626), 오미나라(054-572-0601), 월류원(010-2466-7789)

진행 신민주 | 사진 이경옥 기자 | 요리 김봉수(마린 세프, 02-6925-4895) | 스타일링 민들레(7doors) 도움말 최정욱(광명동굴 와인연구소장, 070-4277-8902), 최정원(더 플라자 라운지 운영 총괄 소믈리에, 02-318-8766)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