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로 튀각을 만들고, 밥을 짓고, 옥수수범벅을 만들어 올린 화전민의 나물 밥상.
화전을 일구던 시절이 그리워 고향으로 돌아와 ‘화전 아리랑’을 지었다. 지역 문화 축제에서 아리랑 공연을 선보이며 화전 문화를 알리는 강태현ㆍ신현초 농부 부부.
강태현 농부는 어머니의 입말로 전해 받은 나물 조리법을 손수 적어 내려갔다.
“사계절 내내 나물 없이 는 화전 농부가 살 수가 없을 정도로 나물하고 같이 살았죠. 어머니가 앞에 가시면서 먼저 뜯어 먹어 보고 뜯어주는 거죠. 시장기도 면하지만 갈증도 해소하고. 옛날에는 바가지에 밥하고 된장을 넣어 가면 나물 뜯어서 찍어 먹고 쌈 싸 먹고 했는데 그게 우리 도시락이었어요. 제일 좋아했던 나물은 참나물 모시대랑 미나리싹이었어요. 이른 봄이면 묵밭(오래 내버려두어 거칠어진 밭)에서 콩나물(점나도나물), 곤드레, 개미취, 미나리싹, 보금취 등이 올라오는데 그 나물로 죽이나 버무리를 해 먹었어요. 산마늘은 뿌리부터 잎까지 다 먹었는데, 생으로는 너무 매워 먹지 못하고 데쳐 먹거나 빻아 찌개나 무침에 넣었지요. 곤드레는 잘 말려두었다가 겨울에 묵나물로 먹었어요. 쌀 반, 곤드레 반 넣고 나물 밥을 해서 두릅물김치랑 같이 먹으면 맛있었지요. ”_ 강태현·신현초 농부의 입말
강태현 농부는 산을 태워 밭을 일궈 농사를 짓고, 배가 고프면 풀과 꽃을 뜯어 밥을 지었고, 나무를 베어 집과 농기구를 만들었고, 상처가 나면 산과 나무의 진액을 발라 피를 멎게 했다. 이버지가 입으로 전해준 독초 구별법과 나물 음식법은 생존과 연결되는 중요한 지식이었다. 때로는 그림으로, 때로는 노래로 나물의 생김과 맛을 기억한다. 감자와 콩을 맷돌에 갈아 넣은 나물죽, 얼린 감자나 말린 옥수수를 절구에 빻아 체에 내린 가루에 나물을 버무려 찐 나물반데기 등 산에서 나는 것들은 허투루 쓰는 법 없이 뿌리부터 잎과 꽃까지 밥상에 올린다. 톡 쏘는 매운맛의 산마늘, 시고 쌉싸름한 점나도나물, 달고 고소한 곤드레, 입안에 향이 순식간에 퍼지는 망초대 등 다채로운 맛과 향을 품은 산나물은 한국의 식탁에 꽃과 같은 존재다.
- 토종 나물_ 입말한식, 오래된 맛 망초대밥과 곤드레옥수수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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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