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 보면 현실과 타협해야 할 일이 종종 생기곤 합니다. 채식을 시작하면서 먹거리는 누군가와 결코 타협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성인이라면 자신의 의지로 음식을 선택하고, 먹은 후 발생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 스스로가 져야 해요.” 세계에서 가장 오랜 필기구 제조 역사를 지닌 독일 브랜드이자 산림 보호에도 힘쓰는 ‘파버카스텔’ 한국 지사 이봉기 대표. 과거 위암 4기 판정을 받은 이봉기 대표는 완치한 후 건강을 위해 채식을 선택했다. 엄격한 비건으로 산 지 올해로 11년째. 그는 비건을 선택한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었다고 한다. 시간이 갈수록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이 사라졌고, 소식小食을 즐기게 됐다. “오늘 점심은 뭐 먹지? 저녁은?”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던 질문도 필요 없어졌다. 제철 채소가 주는 맛과 향에 눈이 번쩍 뜨였다. 겨울에는 시래깃국을 끓이고, 봄에는 봄동을 사다 들기름에 무치고, 낫토와 아보카도를 섞어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 일상이 무척 즐겁단다. 삶이 한결 여유로워지니 생을 바라보는 가치관 또한 바뀌었다. 공장식 사육을 반대하는 동물 복지와 가축의 분뇨로 생기는 환경문제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된 것. “무조건 육식을 비판하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채식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키운 육류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운 거죠. 좁은 철망에서 항생제를 맞고 자라 우리 식탁에 오른 고기가 과연 우리 몸에 이로울까요?” 채식주의자를 바라보는 외국의 시선, 즉 건강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과 달리 까다로운 사람으로 취급하는 시선이 불편할 때도 있다. “비건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대뜸 ‘도시락 싸서 다니세요?’라고 물어요. 여기서부터 오해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일상 속에서도 얼마든지 채식을 즐길 수 있어요. 한식당에 가서 된장찌개와 쌈 채소만 먹어도 충분합니다. 비빔밥을 주문하면 고기와 달걀은 빼달라고 하면 되고요. 음식에 무언가를 더해달라고 하지 않아요. 덜어달라는 것뿐이지.”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채소를 많이, 건강하게 먹는 사람으로 생각해달라는 이봉기 대표. 비건으로 살아가는 것이 거창하거나 대단한 것을 뜻하지 않는다. 각자의 취향으로 꾸민 집에 살고, 다른 옷을 입고, 원하는 음식을 골라 먹듯이 그저 각자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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