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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행사 만찬주 대통령이 선택한 우리 술
각국 정상을 대접하는 국빈 만찬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과 음식이 함께한다. 대통령이 참가한 국가 행사에 만찬주로 쓰인 ‘국가 대표’ 우리 술을 만드는 이들에게 ‘대통령의 술’로 선정된 이유를 물었다.


이화백주
2017. 12. 재외 공관장 초청 만찬
톡 쏘는 탄산 맛이 상쾌한 막걸리. 2017년 연말에 청와대에서 열린 재외 공관장 초청 만찬에서 ‘이화백주’는 여성 중소기업인이 만들었다는 이유로 건배주로 선정되었다. 심우진 대표 부부는 2011년 쌀값 폭락이후 남아도는 쌀을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다 예전부터 술을 빚어온 안동 외할머니에게 전통 손막걸리 제조법을 배웠다. 인공감미료 대신 쌀가루를 첨가, 손막걸리의 시고 단맛이 부담스럽지 않고 개운하다.
종류 탁주 알코올 도수 6%
문의 055-375-5677


솔송주
2017. 11.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국빈 만찬
소나무 새순인 송순과 햅쌀로 빚은 술. 함양 개평마을에서 지난 5백 년간 대대로 전해 내려온 제조법대로 무형문화재 제35호 박흥선 명인이 만드는 발효주다. 도수가 높지 않고 향이 은은해 한식 식전주로 잘 어울리기에 다양한 국제 행사에 건배주와 만찬주로 쓰였다. 대통령 당선 이전인 2016년 6월, 문재인은 개평마을 양조장을 들러 ‘솔송주’와 증류주 ‘담솔’을 시음했다. 이웃 아저씨처럼 소탈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는 박흥선 명인. “조만간 꼭 다시 오시겠다고 약속하셨는데, 당분간은 어렵겠지요.(웃음)”
종류 약주 알코올 도수 13%
문의 055-963-8992~3


풍정사계 춘
2017. 11. 미국 대통령 국빈 만찬
화이트 와인처럼 섬세하고 향긋한 약주. 전통주 콘텐츠를 제작하는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는 지인에게서 술을 즐기지 않고, 까다롭고 예민한 외국인 VIP를 위한 전통주 추천을 의뢰받았다. 한약재가 들어갔거나 누룩 향이 강한 술을 제외하고, 화이트 와인과 비슷한 산뜻한 약주나 과실주를 고르다 화양양조장의 약주 ‘풍정사계 춘’을 떠올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만찬주 선정 이후 풍정사계 춘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지만, 이한상 대표는 당분간 전통 방식을 고집하며 소량 생산할 계획이다.
종류 약주 알코올 도수 15%
문의 043-214-9424


문배술
2000. 6. 남북 정상회담
찰수수와 메조를 발효, 증류해서 만드는 증류식 소주. 토종 돌배인 문배의 꽃과 과일 향이 난다고 해서 ‘문배술’이라 불린다. 과일은 전혀 없이 수수와 조만으로 내는 향으로, 도수는 높지만 무척 현대적이고 깔끔한 풍미를 지녔다. 2000년 열린 역사적인 첫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우리 측 공식 술로 만찬장에 올랐다. 5대째 문배술을 만드는 이승용 대표는 당시 만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주암산 물로 만들어야지 진짜 문배술이지!’라고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분도 문배술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지요.”
종류 증류식 소주 알코올 도수 23, 25, 40%
문의 031-989-9333



한라산 허벅술
2009. 4.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쌀과 현미를 오크통에 넣어 숙성시키고 유채꿀을 가미한 증류식 소주. 예로부터 제주도에서 물을 긷던 허벅 모양 술병이 인상적이다. 제주를 대표하는 우리 술로, 제주도에서 열린 다양한 국제 행사에 건배주와 만찬주로 쓰였다. 출시된 이듬해인 1996년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회담한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 총리가 ‘한라산 허벅술’을 매우 좋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하시모토 술’이라는 별칭으로 인기를 끌었다. 2009년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높은 알코올 도수 때문에 난색을 표하는 관계자들을 “제주도에서 만든 술을 만찬주로 채택해야 한다”고 설득했다는 후문.
종류 증류식 소주 알코올 도수 35, 25%(허벅술 순)
문의 064-729-1950


오미로제 스파클링
2012. 3. 서울 핵안보 정상회담 특별 만찬
오미자가 지닌 다섯 가지 맛이 조화로운 과실 발포주. 오미자 주산지인 문경에서 만든다. 오미자 고유의 날카로운 신맛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장기 발효한 원액을 사용해 프랑스 상파뉴 지역에서 고급 샴페인을 제조하는 방식 그대로 만든다. 균형 잡힌 신맛이 한식과 두루 잘 어울린다. 미세한 버블이 입속에서 터지는 질감이 상쾌해 당시 만찬에 참석한 해외 정상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지난 2010년부터 ‘오미로제 스파클링’을 생산해온 오미나라 이종기 명인은 구체적 선정 이유는 직접 들은 바 없지만, 이런 후문을 전한다. “외교부에서 오찬 모임이 있을 때, 곁들이는 술로 오미로제 스파클링이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다른 술과 달리 마신 다음에 뒤끝이 없어서 오찬 이후에 업무를 보는 데 문제가 없다고들 하더군요.”
종류 과실 발포주 알코올 도수 12%
문의 054-572-0601


백련 막걸리
2009. 8. 청와대 전시 막걸리
간척지에서 생산한 햅쌀에 사찰 방식대로 건조한 백련잎을 발효한 막걸리. 지난 2009년 청와대 전시 막걸리로 선정된 후 여러 청와대 만찬에 건배주와 만찬주로 올랐다. 만찬주 선정 배경을 묻자 충남 당진에서 3대째 술을 빚고 있는 김동교 대표는 “잘 모르겠다”며 사람 좋게 웃는다. ‘백련 맑은술’이 작년 삼성 사장단 건배주로 선정된 사실도 TV 뉴스를 통해 알았다고. 입가에 남는 단아하고 고급스러운 향이 인상적인 ‘백련 막걸리’는 예전 사찰에서 술을 담글 때 연잎을 함께 발효시켜서 만들던 전통을 현대적으로 복원한 것이다. 일반 플라스틱병에 담기는 ‘스노우’와 유리병에 담긴 ‘미스티’로 나뉜다. 물에 희석하지 않고 장기 숙성 과정을 거친 약주가 ‘백련 맑은술’. 약주로는 드물게 살균하지 않고 생주로 판매하는데, 유통기한은 짧지만 상쾌한 맛이 일품이다.
종류 탁주 알코올 도수 7%
문의 041-362-6080


소백산 생막걸리
2005~2008 청와대 내ㆍ외빈 접대
소백산 솔잎을 첨가해 은은한 솔 향이 매력적인 막걸리.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쓰던 술 항아리에 지금도 매일 술을 빚는 대강양조장 조재구 대표는 ‘소백산 생막걸리’를 유난히 좋아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에 흥이 오른다. “2005년 5월에 노 대통령이 단양 지역에 농촌 봉사 활동을 오셨지요. 저희 막걸리를 한잔하셨는데, 맛이 아주 좋다고 연거푸 드시더군요.(웃음)” 청와대로 돌아간 노 대통령은 내ㆍ외빈 접대용 막걸리로 소백산 생막걸리를 직접 결정했다. “매주 두 번, 열 병들이 두 상자를 청와대에 보냈습니다. 청와대를 다녀가는 손님들에게 늘 저희 막걸리를 대접하셨지요. 대통령께선 젊은 시절 마시던 막걸리 생각이 난다고 하시더군요.”
종류 탁주 알코올 도수 6%
문의 043-422-0077



도움말 및 촬영 협조 대동여주도(facebook.com/drinksool), 백곰막걸리&양조장(02-540-7644) 작품 제공 민화 작가 정성옥

글 정규영 기자 | 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