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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_오늘은 뭐 먹지? 영화 속 가을 품은 파이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어느 가을날, 똑똑똑! 영화 속 각양각색 파이가 풍요로운 가을 식재료를 품고 찾아왔습니다.

<토스트>(S. J. 클라크슨, 영국, 2010)
맛에 대한 본능적 욕구를 자극하는 레몬 머랭 크림 파이


영국의 유명 셰프이자 푸드 칼럼니스트인 나이절 슬레이터의 유년 시절을 다룬 영화 <토스트>. 요리에 재능이 없던 엄마와 달리 나이절은 식료품점 가는 걸 즐기고, 요리책 들춰보는 것을 꽤나 큰 즐거움으로 여긴다. 돌아가신 엄마의 자리를 꿰찬 가정부 포터부인의 레몬 머랭 크림 파이는 어린 나이절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달콤한 크림과 새콤한 신맛의 절묘한 만남! 무엇을 넣었길래 이렇게 부드러우냐고 묻는 그의 질문에 “네가 이걸 만들길 원한다면 직접 알아내”라고 말하는 포터 부인. 새엄마와 묘한 경쟁을 시작한 나이절은 방과 후 수업으로 가정학을 선택하고, 그의 레시피를 훔쳐보며 요리에 몰두한다. 이는 나이절의 마음속 깊이 봉인되어 있던 진짜 맛을 탐구하고자 하는 요리사로서의 본능을 일깨워준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나이절마저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레몬 머랭 크림파이에 제철 밤으로 만든 달콤한 필링을 더하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웨이트리스>(에이드리엔 셸리, 미국, 2007)
꿈을 찾게 해준 딸기 초콜릿 오아시스 파이


의처증이 있는 남편 얼과 살며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제나는 파이를 만들 때 가장 행복하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그는 ‘얼의 아이를 원하지 않아-파이’를 상상하며 괴로움에 빠져든다. “아무도 자네처럼 딸기 초콜릿 파이를 만들지 못해. 수요일을 제일 좋아해. 그걸 먹을 수 있으니까. 세상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있을 것 같은 파이야.” 단골손님인 조 할아버지의 칭찬은 그에게 진심 어린 위로가 되지않았을까. 아이를 품에 안은 순간 그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함을 깨닫고 무능한 남편에게서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파이 대회에서 탄 상금으로 그토록 바라던 파이 가게를 차린다. “아가야 우지 마라. 내 마음속의 모든 사랑을 줄게. 사랑을 작은 파이에 담아서 구울 거란다.” 아이를 꼭 안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파이를 만드는 그의 모습에서 사랑이 넘쳐흐른다. 진한 초콜릿이 부담스럽다면 베리류와 제철 사과를 으깨서 만든 필링을 넣어도 좋다.


<줄리앤줄리아>(노라 에프론, 미국, 2009)
지친 일상 속 유쾌한 활력소 초콜릿 크림 파이


낮엔 공무원, 밤엔 퀸스의 한 피자 가게 2층에 있는 가정집에서 화려한 요리사로 변신하는 줄리. 그에게 초콜릿 크림 파이는 지친 삶을 잊게 만들어주는 마법과도 같은 존재다. 초콜릿이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매장 디스플레이를 보고 초콜릿 크림 파이를 떠올린 그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초콜릿 크림 파이를 만들기 시작한다. “요리가 왜 좋은지 알아?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예측 불허잖아. 무슨 일이 생길지 짐작도 못 하는데 요리는 확실해서 좋아. 달걀노른자와 초콜릿, 설탕, 우유를 섞으면 걸쭉해진다는 걸 알아. 그게 위안이 돼.” 요리하는 줄리 옆에서 남편은 초콜릿 크림을 쉴새 없이 탐한다. 완성한 초콜릿 크림 파이에 설탕을 뿌려 구운 무화과를 토핑으로 올리면 달콤한 맛이 배가된다.

초콜릿 크림 파이
1 볼에 달걀(2개)과 설탕(11/4컵)을 넣고 고루 섞은 뒤 코코아 가루(3큰술), 바닐라 에센스(1작은술), 녹인 버터(4큰술)를 넣고 섞는다.
2 냄비에 무가당 연유(3/4컵)를 넣고 끓여 ①에 조금씩 넣으면서 고루 섞어 초콜릿 크림 필링을 완성한다.
3 고소한 타르트 파이지(1개)에 ②를 부은 뒤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40~60분간 굽는다.
4 볼에 생크림(1컵)과 슈거 파우더(2큰술)를 넣고 80%까지 휘핑한 뒤 ③에 올린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크리스 콜럼버스, 영국 외, 2001)
마법사의 특별한 간식 호박 파이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호그와트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탄 해리. 그가 평범한 사람을 일컫는 머글의 세상에서 벗어나 마법 세계에서 처음으로 맛보는 음식은 다름 아닌 호박 파이다(물론 영화에서는 개구리 초콜릿과 온갖 맛이 나는 젤리가 더 주목받지만). 원작 소설과 영화 곳곳에 등장하며 마법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이 바로 호박이다. 핼러윈 아침 호그와트 학생들은 호박을 굽는 달콤한 냄새를 맡으며 잠에서 깨어난다. 또한 덤블도어 교수가 박수를 치자 순식간에 핼러윈 파티장으로 변하는 연회장 식탁 위에도 호박 파이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호박 파이의 매력은 바삭한 타르트와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호박 필링의 조화에 있다. 피칸과 아몬드 등 견과류를 넣어 식감을 살리는 것도 좋다. 여기에 달콤한 호박 주스를 곁들이면 영화 속 못지않은 화려한 핼러윈 만찬을 즐길 수 있다.

글 김혜민 기자 사진 이우경 기자 요리와 스타일링 김윤정(그린테이블)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