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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생일 축하해
좋은 일이 있을 때나 기념할 만한 날일 때 우리네의 넉넉한 인심과 정情은 순수한 축하의 마음을 풍성한 음식에 담아내곤 했다. 서른 살 생일을 맞은 <행복이가득한집>도 여덟 가지 축하 음식을 차렸다. 경축의 의미와 감사의 마음을 담아, 기쁨을 나누고 더 큰 번영을 기원하고자 함이다.

잔치국수
마을 잔치 때 함께 기쁨을 나누며 먹던 잔치국수는 긴 면발이 ‘장수’를 상징하는 대표적 축하 음식이다. 술술 넘어가는 길고 얇은 국수를 삶아 건져 그릇에 담고 맑은장국을 부은 후 표고버섯과 달걀지단을 고명으로 얹었다.

민화 십장생도는 무병장수의 꿈과 희망을 담은 그림이다. 열 가지 장생물이 모두 들어가지 않고 일부만 등장시킨 그림도 있는데, 그중 일월오봉도는 임금이 앉는 어좌 뒤편에 자리하는 장식적 그림이었다. 옻칠 젓가락은 허명욱 작가 작품으로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 판매.

버터크림 케이크
<행복이가득한집>이 탄생한 1987년 즈음, 축하하는 자리마다 단골로 등장하던 추억의 버터크림 케이크. 전통의 제과점 태극당에서 지금도 주문할 수 있는 이 케이크는 달콤한 버터크림, 분홍빛 장미와 식용색소를 입힌 체리 장식으로 키치한 느낌마저 풍긴다. 큼직한 크기의 케이크와 손으로 쓴 메시지로 축하의 마음을 전하던 그 당시의 훈훈함을 떠올리게 한다.

민화 복福 자는 문자도 이외에도 화병의 무늬나 책가도 속 접시 등에 자주 등장하는 글자다. 수壽 자와 함께 다양한 서체로 반복해서 쓴 백수백복도 같은 그림도 있다. 오래도록 살고 복 많이 받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 민트 컬러의 옻칠 접시는 허명욱 작가 작품으로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 판매.

잡채와 모둠전
잔치 음식으로 잡채와 전을 빼놓을 수 없다. 당면을 쫄깃하게 삶고 양념한 뒤 당근・시금치・표고버섯 등 각종 채소와 쇠고기를 볶아 넣고 참기름과 함께 버무려 통깨를 솔솔 뿌린 잡채, 그리고 두툼한 쇠고기와 호박, 고추, 깻잎에 달걀옷을 입혀 노릇노릇 구워낸 모둠전. 특별한 날의 식탁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음식이다.

민화 생명의 창조, 번영을 상징하는 연꽃. 이 그림은 화려한 연꽃이나 연잎을 묘사하기보다 연의 과일을 뜻하는 연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출세와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호박전을 담은 나뭇잎 형태 접시는 김정옥 작가 작품, 잡채를 담은 볼은 김정옥 작가 작품으로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 모둠전과 잡채 그릇을 올린 타원형 옻칠 트레이는 수이57아뜰리에 판매.

백설기, 수수팥떡, 오색송편
공자는 30세를 가리켜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립而立’이라 일컬었다. 그 의미를 담아 백설기와 수수팥떡, 오색송편을 준비했다. 멥쌀가루를 고물 없이 시루에 안쳐 쪄낸 백설기는 티 없이 깨끗하고 신성한 음식으로, 수수팥떡은 부정한 것을 막아주는 의미로, 오색송편은 오복을 담은 음식으로 여겼다.

민화 다양한 꽃이 피어 있는 곳에 암수 한 쌍의 새가 와서 노니는 모습을 묘사한 화조도. 화합과 행복, 가정의 평화를 기원하는 좋은 의미가 담겨 있다. 백설기를 놓은 접시와 차를 담은 작은 볼은 이세용 작가 작품으로 일상여백, 주물 티포트는 이와츄, 꽃 모양 접시 네 개와 나뭇잎 모양 수저받침은 수이57아뜰리에 판매.

가을 과실과 한과
30년 전 가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행복이가득한집>은 3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매년 가을의 풍요로운 풍경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이 페이지에는 가을 과실과 개성 약과, 곶감쌈, 사과정과 등을 풍성하게 담았다.

민화 생명력과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작은 풀과 꽃 그리고 기쁨을 상징하는 나비 등의 작은 곤충류를 그린 초충도는 동양화의 섬세한 매력이 담긴 그림. 자연을 찬찬히 느낄 수 있으면서 풍요롭고 따뜻한 생활을 제안하는 <행복이가득한집>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

미역국과 흰쌀밥
나라마다 생일날 먹는 음식이 다른데, 우리는 예로부터 미역국을 먹었다. 한국의 어머니들이 아이를 낳은 후 반드시 미역국을 먹은 이유는 출산한 산모에게 이로운 음식이기도 하지만, 삼신할머니에게 출산을 감사하고,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빌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기의 무병장수를 빌던 그 마음처럼, 미역국 한 그릇 앞에 놓고 오래도록 건강한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는 <행복>이기를 바라본다.

민화 희喜 자를 쌍으로 넣은 문자도에 활짝 핀 꽃과 다정한 새들을 글자와 어우러지게 그린 그림. 기쁜 날을 더욱 기쁘게 축하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갈색 소스 볼과 패브릭 테이블 매트는 에리어플러스, 미역국 담은 그릇과 김연지 작가의 도자기 수저 받침, 허명욱 작가의 옻칠 수저 세트는 모두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 판매.

헌주상
예부터 부모의 환갑상 앞에 따로 놓던 주안상이 있다. 술과 잔을 놓은 헌주상獻酒床으로, 잔을 올리며 부모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모티프를 얻어 차린 주안상에 금귤정과와 몸에 좋은 은행, 호두를 곁들였다.

민화 화려한 궁중 양식의 십장생도를 참고해 민간의 화가들이 좀 더 소박하게 표현한 장생도. 순수하고 깨끗하며 점잖은 군자의 모습과 닮은 학은 장수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로 즐겨 그리던 십장생 중 하나다. 청화 주병과 술잔 두 개는 이세용 작가 작품으로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 술잔 밑에 놓은 납작한 접시와 정과・은행을 놓은 크고 작은 둥근 통굽 접시 두 개는 권재우 작가 작품으로 일상여백 판매.

갈비찜
소갈비를 간장에 재워 짭짤하면서 달큰한 감칠맛이 나도록 조리한 갈비찜은 명절상이나 잔칫상 같은 특별한 축하의 의미를 담은 음식을 차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 중 하나다. 기름기를 제거한 다음 밤과 은행 등을 넣어 맛깔스러운 양념장에 조려냈다.

민화 유교적 학문을 숭상하는 조선시대, 병풍에 그려 넣은 책거리 그림인 책가도. 문인들의 고아한 취향과 소망을 표현한 이 그림은 모란 등의 길상 요소를 함께 그려 행복과 풍요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냈다. 청자 화병과 오른쪽에 놓은 이세용 작가의 짙은 분홍빛 무광 잔은 일상여백, 갈비찜을 놓은 볼은 윤상현 작가 작품으로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 판매.

* 배경으로 사용한 민화는 <두근두근 민화>(이영선 지음)에서 모티프를 얻어 작업한 것입니다.


소품 협조 수이57아뜰리에(02-6402-5757), 에리어플러스(070-7554-7777), 일상여백(02-6205-3113),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02-541-8484), db print studio(070-8845-4099)

글 이정주 사진 이우경 푸드 및 세트 스타일링 민송이ㆍ민들레(세븐도어즈) 어시스턴트 심민주, 성희진 참고 도서 <두근두근 민화>(팜파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