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방 숙성 고기를 팔다, 감성고기
마블링은 쇠고기 등급을 매길 때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마블링이 많은 고기가 곧 프리미엄이다는 주장과 달리 화학 사료를 먹여 인위적으로 만든 마블링이 좋지 않다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추세. 정건호 대표는 마블링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 ‘감성고기’를 오픈했다. 정육점 지하에 있는 커다란 숙성고에서 마블링이 적은 3등급 육우를 최소 4주, 최대 6주 동안 숙성한다. 효소에 의해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면서 감칠맛을 내고 지방은 향이 풍부한 지방산으로 바뀌는 것. “소는 도축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근육이 수축해 딱딱해지는 사후강직 상태가 됩니다. 이런 상태의 고기를 조리하면 육질이 상당히 질겨요. 최소 14일은 기다려야 사후강직이 풀리는데, 부위에 맞게 온도와 습도, 바람, 시간을 조절해 숙성하면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치즈처럼 콤콤한 향이 생기죠.” 주소 서울시 서초구 언남길 49 문의 02-6180-3033
맛있는 식탁을 제안하다, 에이징룸
정육점에서 매일 한 끼를 근사하게 해결할 순 없을까? 훈남 정육사와 셰프가 운영하는 ‘에이징룸’은 이러한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단순히 고기만 판매하지 말고 맛있게 요리하는 노하우를 알려주자’가 이곳의 신조. 박준건 정육사는 당일 작업한 신선육을 선정하고, 고기 상태에 따라 부위별로 숙성 방식과 기간을 달리해 풍미가 진한 숙성 한우를 완성한다. 이유섭 셰프는 숙성한 한우와 돼지고기로 다양한 가정 간편식을 만들고, 부위에 따라 어울리는 향신료와 굽는 비법을 알려준다. “맛있는 요리는 좋은 식재료와 조리법, 유쾌한 대화에서 시작합니다. 이를 돕는 것이 정육점의 새로운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서초중앙로 188 아크로비스타 지하 1층 305호 문의 02-592-8292
신선하게 즐기는 돼지고기, 정육각
선반에 놓인 나무 도마는 블루레뇨, 테이블은 더올드시네마 판매.
카이스트를 졸업한 김재연 대표는 신선한 돼지고기를 합리적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싶어 온라인 정육점을 창업했다. 기존 축산 유통 시스템의 경우 냉장육을 진공포장해 7~45일 동안 유통 판매한다. 그런 다음 대형 도매업체를 통해 마트와 정육점으로 공급하며, 도축 후 7일이 된 상품을 신선한 돼지고기라 여긴다. 반면 ‘정육각’은 날짜별로 돼지고기의 맛과 신선도를 실험한 결과 도축 후 3~5일 내의 돼지고기가 가장 신선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도축 후 1~4일 내의 초신선 돼지고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원칙을 고수한다. “일반 주부가 선호하는 비계 두께와 육질, 풍미 등을 고려해 돼지의 품종과 사료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농장에서 공급받습니다. 직거래를 통해 유통 마진을 줄이고,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100g 기준 2천 원 안팎으로 판매가 가능해졌어요.” 문의 www.jeongyookgak.com
고기와 소금의 완벽한 조화, 소금집
행어에 걸린 원목 우드 도마는 블루레뇨 판매.
첼리스트이자 요리사인 조지 더럼과 디자이너 겸 싱어송라이터인 장대원 대표는 2012년 음악으로 만났다. “녹음비를 마련하기 위해 수제 버거 팝업 레스토랑을 준비하면서 햄버거에 사용할 맛있는 베이컨이 필요했어요. 마음에 드는 베이컨을 찾을 수가 없어 직접 만들기 시작했지요. 주변 지인들의 반응이 좋아 ‘소금집’을 오픈했어요.” 좋은 고기와 소금만을 사용해 전통 수제 방식으로 육가공품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아 이름도 소금집으로 지었다. 조지 더럼 대표는 고향 샌프란시스코에서 즐겨 먹던 육가공품의 맛을 소개하고 싶었고, 수많은 실험 끝에 국내산 천일염을 사용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염도와 맛을 갖춘 베이컨과 햄을 개발했다. 두 대표는 돼지고기 또는 쇠고기를 훈제 하거나 건조 발효시켜 완성한 다양한 육가공품을 통해 새로운 식문화를 알려나갈 계획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모래내로 83 문의 070-8888-1617
지금, 맛보러 갑니다
각 정육점마다 다양한 부위와 숙성 과정을 거친 고기가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인기 높은 대표 상품만 소개한다. 반드시 사서 먹어봐야 할 주인장의 강력 추천 부위만 리스트 업!
감성고기 스테이크류는 공기 중에 그대로 노출시킨 상태에서 자연 그대로 말리는 건식 숙성을, 로스・국거리・ 불고기용은 진공포장해 냉장고에 넣어 습식 숙성을 적용한다. 엘본, 티본, 포터를 비롯해 기존에 보지 못한 다양한 스테이크 부위와 돼지고기를 취급한다.
에이징룸 최소 15일 이상 숙성한 한우를 판매하며 제주 흑돼지 안심으로 만든 카츠샌드, 라구 소스, 수제 베이컨 등 간편하게 먹기 좋은 상품을 다양하게 갖췄다. 트뤼플과 각종 허브, 올리브유로 쇠고기를 재운 매리네이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소금집 베이컨과 패스트라미, 제주 흑돼지 햄 등 스모크 라인(훈제 가공육)부터 코파와 판체타, 론지노, 살라미, 프로슈토 등으로 구성한 드라이큐어 라인(건조 발효 생햄)을 판매한다. 블랙 트뤼플 훈제 아몬드와 스모크 솔트 캐러멜, 훈제 치즈 등도 마련했다.
정육각 주문과 동시에 도축 후 1~4일 된 신선한 돼지고기를 집 앞까지 배달한다.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농장에서 기른 닭고기는 당일 도계한 상품을, 동물 복지 무항생제 유정란 역시 당일 산란한 상품만 취급한다.
1 정육각 유정란
노른자가 탱탱하고 봉긋하게 솟아 있으며, 고소한 맛이 뛰어나다. 12구, 6천6백 원.
2 정육각 목살
도축 후 1~4 일 내에 배달해 연한 핑크빛이 돌며 육즙이 풍부하다. 600g, 1만 7천7백 원.
3 정육각 삼겹살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가 전혀 없고 비계 부분이 쫄깃하다. 600g, 1만 3천2백 원.
4 에이징룸 전각 양지
전각살 부위 중 하나로, 이유식 또는 국거리로 사용하기 좋다. 100g, 6천5백 원부터.
5 에이징룸 라구 소스
한우와 제주산 돼지고기를 넣고 끓인 토마토 베이스 소스로, 단맛이 진하다. 5천5백 원.
6 정육각 닭 가슴살
두툼한 살코기가 가득하며 담백하다. 550g, 6천4백 원.
7 에이징룸 한우 암소 채끝
드라이 에이징 채끝 부위를 50일 동안 숙성해 육질이 매우 부드럽다. 100g, 1만 7천8백 원.
8 정육각 닭 다릿살
쫄깃하면서 식감이 아주 부드럽다. 볶음이나 구이용으로 제격. 550g, 7천6백 원.
1 소금집 판체타
삼겹살을 건조 발효시켜 완성한 이탈리아 베이컨으로 매콤한 풍미가 좋다. 120g, 8천 원.
2 소금집 훈제 베이컨
2주 동안 숙성과 건조 과정을 거친 후 사과나무로 10시간 이상 훈연해 달큼한 향이 난다. 250g, 1만 2천 원.
3 소금집 패스트라미 쇠고기
홍두깨살을 천일염과 마늘, 생강 등으로 숙성하고 60~65℃로 훈연했다. 200g, 1만 2천 원.
4 감성고기 안심
고깃결이 곱고 마블링이 적은 만큼 맛이 담백해 스테이크와 구이용으로 추천! 600g, 6만 원대.
5 감성고기 티본스테이크
T자 모양의 뼈 양쪽 부위로, 등심과 안심을 모두 지니고 있어 씹는 맛이 좋다. 450g, 4만 9천 원대.
6 감성고기 럼프 스테이크
지방이 거의 없고 칼로리가 낮은 보섭살 부위를 30일 동안 숙성했다. 500g, 3만 9천 원대.
숙성으로 완성한 풍미 깊은 쇠고기
스테이크만큼 매력적인 음식도 없다. 분위기를 돋우는 별미로, 손님 초대 요리로 어느 자리에나 잘 어울리고, 잘 고른 쇠고기만 있으면 집에서도 레스토랑 못지않게 특별한 미식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 숙성 과정을 거치면 쇠고기 속 불필요한 수분이 사라져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치즈처럼 농후한 풍미를 지니게 된다. 티본스테이크는 가운데 부분에 뼈가 있어 미디엄 웰던으로 구우면 뼛속 육즙이 고기에 고루 배어든다. 여기에 블루치즈를 곁들이면 풍미를 한층 돋워준다. 부드러운 채끝은 그대로 팬에 굽고, 전각 양지는 토마토 스튜로 즐겨도 좋다. 지방이 적은 안심은 겉을 살짝 익혀 채 썬 양파와 배, 후춧가루를 넣고 타르타르로 먹어볼 것.
1 타르타르 안심 샐러드
2 티본스테이크
코발트색 비정형 접시는 이정미 작가 작품, 타르타르를 올린 옻칠 굽접시는 허명욱 작가 작품, 옻칠 주전자는 박성철 작가 작품으로 모두 조은숙아트앤라이스타일 갤러리 판매. 티본스테이크를 담은 보라색 접시는 오정실 작가 작품. 라구 소스 덮밥이 담긴 하늘색 볼은 에델바움 판매.
1 양지 스튜
2 채끝 스테이크
3 라구 소스 덮밥
씹을수록 고소한 돼지고기
한국인만큼 돼지고기를 사랑하는 국민이 있을까. 1인당 연간 삼겹살 소비량이 약 2kg에 이른다. 다른 부위보다 질기지 않고 지방이 풍부해 구이용으로 제격이기 때문. 삼겹살 다음으로 소비량이 많은 목살은 살과 지방의 비율이 적당해 씹을수록 고소한 향미가 뛰어나다. 돼지고기 맛의 8할은 비계인데, 건강한 환경에서 기른 좋은 돼지고기는 비계가 하얗고 쫄깃하며, 구웠을 때 고소한 버터 향이 난다. 삼겹살은 단맛이 나는 과일과 궁합이 좋으니 돌돌 말아 구운 뒤 달큼한 프룬 소스를 곁들일 것. 오늘 하루 정도는 목살을 김치찌개에서 해방시키자. 토마토소스에 목살과 매콤한 초리소를 넣으면 이국적인 요리로 제격이다.
코발트색 타원형 접시와 스튜를 담은 보라색 접시는 오정실 작가 작품, 감자 퓌레를 담은 손잡이 볼은 허명욱 작가 작품으로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 코르크 받침 위에 올린 분홍색 볼은 에델바움 판매.
1 삼겹살말이구이
2 목살 스튜
짭조름한 맛의 신세계, 육가공품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염장한 후 숙성, 건조, 훈제, 가열하는 방식으로 만든 식품을 육가공품이라 한다. 사용하는 부위와 향신료, 만드는 방식에 따라 다채로운 맛과 향을 지닌 육가공품이 완성되는 법. 삼겹살을 염지한 후 훈제한 베이컨은 지방이 풍부하며 고소한 맛이 매우 뛰어나다. 매콤한 맛이 살짝 도는 비프 패스트라미와 함께 샌드위치로 만들면 베이컨 속 부족한 살코기를 패스트라미가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건조 발효 생햄의 일종인 이탈리아식 베이컨 판체타는 정통 카르보나라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한다. 특히 판체타에서 배어나는 깊은 향과 매콤한 풍미는 달걀노른자와 후추만으로 완성하는 카르보나라의 맛을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앤티크 액자는 더 올드시네마 판매. 연한 회색 볼은 오정실 작가 작품.
1 카르보나라
2 샌드위치
만만해서 좋다! 색다르게 맛보는 닭고기
맛과 향이 강하지 않아 그 어떤 식재료와도 잘 어우러지는 닭고기. 그중에서도 닭 가슴살은 지방 함량이 거의 없어 맛이 매우 담백하다. 살코기가 푸짐한 만큼 열을 세게 가하면 식감이 다소 퍽퍽해진다. 그 대신 중탕으로 천천히 익혀 버터 두른 팬에서 살짝 구우면 고소한 풍미를 더할 수 있다. 잣가루와 인삼으로 만든 소스를 곁들이면 삼계탕 같은 구수한 맛이 난다. 닭 다릿살은 풍부한 육즙과 지방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부위. 칼로리도 높지 않아 구이, 튀김, 조림, 찜 등 다양한 요리로 변신이 가능하다. 약한 불에서 서서히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구이로 즐기면 색다른 별미가 된다.
와인 색상 볼은 오정실 작가 작품. 주반유 피처는 김정옥 작가 작품, 옆에 놓인 도태칠 잔은 박미경 작가 작품으로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 판매.
1 닭가슴살구이와 견과류밥
2 닭다릿살구이
소품 협조 더올드시네마(070-8273-2018), 블루레뇨(031-8016-5142), 에델바움(02-706-0350),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02-541-8484), 캘리포니아푸룬협회(02-543-9380)
- 맛있는 고기는 언제나 옳다! 옷을 갈아입은 정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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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점이 달라지고 있다. 획기적이고 세련되게! 아이디어 반짝이는 온라인 정육점과 멋진 숙성고를 갖춘 드라이 에이징 전문점, 장인정신 느껴지는 수제 육가공방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인기 있는 프리미엄 정육점 네 곳과 대표 상품을 활용한 요리를 소개한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