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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음식으로 차린 소반상 동짓날의 초대
한낮의 볕이 유난히 짧아지는 즈음 동지冬至가 찾아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팥죽 한 그릇 든든히 끓여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고 액운을 물리친다고 믿은 이날, 가까운 지인들을 불러 동짓날의 맛과 멋을 소반 위에 정갈하게 차려낸 우리 식 초대상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는지. 얼굴을 맞대고 앉아 두런두런 나누는 대화 속에 한 해 동안 쌓아둔 아쉬움이 절로 비워지고 새 마음이 채워질 테니 말이다.

동지 음식에 들어가는 토종 식자재


음력으로 11월 초순에 드는 애동지에는 아이에게 해가 된다는 속설이 있어 팥죽 대신 팥시루떡을 해 먹었지만, 올해는 하순에 든 노동지라 팥죽을 먹기에 더없이 좋다. 이렇게 팥은 우리네 풍습 속에서 질병과 액운을 막아준다는 의미 깊은 먹거리로 여겨왔다. 실제로 팥은 몸에 이로운 건강식품으로, 위와 장을 보호하고 칼슘과 칼륨 등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 B1, 식이 섬유가 다량 함유돼 각기병, 신장병, 당뇨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또 피로를 가시게 하고 혈액순환을 도와주며, 몸을 튼튼하게 해준다고 알려졌다. 팥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흔히 알고 있는 붉은팥은 부기를 가라앉히고 이뇨 작용과 상처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해 예부터 약재로 귀히 여겼다. 또 약팥이라고도 부르는 예팥은 팥물로 내려 먹으면 살이 빠지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위부터 흰 예팥, 흰팥, 녹두팥, 붉은 예팥, 붉은 왕팥, 잿팥. 아래 놓인 토종 쌀은 ‘자치나’라는 이름의 찹쌀이다.


오미로제 와인, 사과정과와 연근 칩

와인 잔으로 활용한 금색 오브제는 함.
동짓날 모임의 흥을 돋워줄 술로 매혹적인 장밋빛과 산뜻한 오미자 향, 섬세한 스파클링이 입안 가득 맴도는 오미로제 와인을 선택했다. 와인 마스터 이종기가 문경 백두대간의 깊은 계곡에서 재배한 유기농 오미자를 원료로 3년간 발효,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만든 것으로 오미나라OmyNara에서 판매하는 오미로제 스페셜 스파클링 와인이다. 여기에 곁들인 것은 말린 연근을 구운 칩과 사과를 절여 말린 정과로 주전부리나 간단한 술안주로 그만이다.


소반에 차리는 초대상

왼쪽 소반에 놓은 회색 화병과 황동색 화기, 오른쪽 위 두리반에 놓은 골드 와인잔 형태의 촛대, 화이트와 골드가 결합된 화병은 모두 함 제품. 나무 소재 합은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판매.
동짓날에는 조상의 지혜와 멋이 담긴 소반에 손님 초대상을 차려보자. 소반은 쓰임새가 다양하고 지역별로 모양이 다채로워 개성 있는 상차림을 연출할 수 있다. 소박한 질그릇은 물론 황동 와인 잔 등 서양 식기와도 잘 어우러진다. 빙 둘러앉도록 소반을 배치하면 평범한 식탁과는 또 다른 동짓날 풍경이 펼쳐진다.


다양한 지역별 팥죽

블루 톤 볼은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판매. 
동지의 대표 절식인 팥죽은 기후와 환경에 따라 지역마다 재료와 방식이 조금씩 달랐다.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전라도식, 경상도식, 울릉도식, 강원도식 팥죽으로, 이 네 지역의 팥죽이 가장 특징 있다. 전라도식 팥죽은 면을 넣어 팥칼국수로 끓여냈다. 다른 지역 팥죽은 소금 간을 하지만, 전라도식은 설탕을 넣어 달큰한 맛이 난다. 경상도식은 새알이 작은 것이 특징이고,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울릉도식은 감자옹심이를 빚어 동동 띄웠다. 다른 지역에 비해 팥이 풍부하지 않았던 강원도 지역에서는 옥수수 알갱이와 수수옹심이를 넣어 먹었다.


강원도식 팥죽과 동치미, 시래기청나물


하미현 요리사가 강원도식 팥죽을 입말로 전해듣고 만든 팥죽에는 붉은 예팥과 옥수수 알갱이를 함께 넣고 수수옹심이를 더해 한층 구수하면서 살짝 달큰한 맛이 감돈다. 여기에 곁들인 김치는 하미현 요리사가 강원도 현지 농부 어른에게 배운 강원도식 동치미로, 살얼음이 생길 정도로 차가운 곳에 두고 서서히 익힌 시원한 국물과 아삭한 무가 뜨끈한 팥죽과 어우러진다. 묵은 시래기청으로 무친 나물도 강원도 지방에서 정월 대보름 전까지 두고두고 먹는 귀한 밑반찬으로 부드러운 팥죽에 슴슴한 듯 잘 어울린다.


팥푸치노와 삼색단자


동지의 상징인 팥을 이용해 현대적 감각의 후식 메뉴를 만들었다. 팥과 카푸치노를 합성해 이름 붙인 팥푸치노는 팥을 갈아 넣은 팥 라테에 부드러운 우유 거품을 듬뿍 올린 후 잘게 부순 잣, 아몬드, 땅콩 등을 뿌려 완성한 것. 떡살 문양의 동글동글한 단자는 토종 팥인 붉은 예팥, 녹두팥, 흰 예팥을 넣어 고운 색감과 달콤한 맛을 살린 후식이다.



동짓날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선물했다는 버선 모티프의 도자기 장식품과 패브릭 버선은 KCDF 갤러리숍, 실크 방석과 수저를 감싸 장식한 전통 싸개와 끈은 모두 모프Moff 판매. 
경상도식 팥죽과 나박김치, 호박고지나물
경상도 지방의 팥죽은 붉은 왕팥을 넣고 끓였다. 멥쌀을 띄우듯 걸쭉하게 끓여 시각적 질감과 식감이 살아 있고, 찹쌀가루에 생강즙과 끓인 팥물을 넣어 익반죽한 후 동글동글하게 빚어 새알심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동지 팥죽에는 붉은 식재료인 고추를 넣지 않은 음식을 곁들이는 풍습이 있다. 경상도식 팥죽에 곁들인 밑반찬으로는 무와 배추, 배, 미나리 등을 넣어 맛을 낸 맑고 깔끔한 풍미의 나박김치와 경상도 집밥 밥상의 단골 메뉴인 호박고지를 새우젓으로 무쳐 냈다.


오색 팥경단
팥시루떡 대신 손님 초대 시 간식이나 후식으로 간편하게 먹기 좋은 팥경단을 만들었다. 찹쌀가루로 빚은 경단에 다양한 토종 팥을 삶아 현미 조청과 함께 뿌린 것으로 가정에서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요리와 도움말 하미현(아부레이수나, 입말 한식 요리사) 푸드 스타일링 박혜진 식자재 제공 권태옥(더불어 농원, 토종 농부)

진행 이정주 사진 김정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