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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음식의 다양한 어울림 가을날의 茶 풍경
엄숙한 마음과 규방 예절을 지켜 임하던 전통 다도茶道만이 차 문화의 전부는 아니다. 국내에 선보이는 차의 종류와 미식에 대한 취향도 다양해지면서 가볍게 차를 즐기고 차의 풍미를 돋우는 음식을 곁들이는 일이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스며들고 있다. 차 문화가 일찍부터 발달한 영국식 홍차를 곁들인 서양식, 일본식 차를 매치한 일식 디저트 그리고 한국의 차를 매치한 한식 다과까지, 차와 음식의 감각적인 페어링을 통해 이 가을날을 향긋하게 채워볼 것.


가을에 어울리는 茶 열전

1 빨간색 사각 틴 케이스는 에디아르의 캐러멜 플레이버드 티.


2
육각 형태의 틴 케이스는 웨지우드 1777로 모두 차 전문 쇼핑몰인 스윗티타임에서 판매.

3
옹기에 들어 있는 차는 징광에서 재배한 야생잎 차.

4
일본 말차는 소산원의 ‘천목의 백.

5
갈색 백에 들어 있는 녹차는 강진 백련사의 야생 녹차.

6
블랙 틴 케이스는 마리아쥬 프레르의 베스트셀러인 마르코 폴로.

7
TWL의 나무 소재 2단 트레이 위에 놓인 검은색 틴 케이스의 말차는 호시노세이차엔 제품.

8
꽃차는 겹벚꽃차와 말린 매화차.

9
핑크색 케이스는 포숑의 블랙 플레이버드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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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직한 사각 틴 케이스에 들어 있는 티는 영국 헤로게이트의 홍차인 요크셔 티로 스윗티타임에서 판매.

11
에메랄드빛 사각 틴 케이스는 영국 홍차의 대명사인 포트넘&메이슨의 얼그레이 클래식으로 홍차 쇼핑몰 런던카페에서 판매. 



찻잔과 소서는 슈발도리앙 라인, 숲속 나뭇가지에 살포시 앉은 새 프린팅이 인상적인 플레이트는 카르네 데쿠아퇴르Carnets D’Equateur 컬렉션으로 모두 에르메스 제품. 
유럽의 홍차 문화

유럽인은 식사 후에도 티 한잔에 디저트와 간단한 요깃거리를 풍성하게 곁들여 대화를 나누며 생활의 여유와 즐거움을 찾는다. 특히 영국은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하루에도 여러 번 다양한 스타일의 티타임을 즐기기로 유명하다. 상류층이 향유하던 애프터눈 티는 가볍고 우아하게 즐겼지만, 노동자층의 하이 티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스튜나 빵 등의 음식을 함께 먹었다.

홍차 푸딩 + 다르질링 티, 티 칵테일
마리아쥬 프레르의 마르코 폴로 티를 넣어 만든 푸딩에는 다르질링을 매치했다. 주로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티이지만, 같은 풍미를 지닌 달콤한 홍차 푸딩을 곁들이면 특유의 약간 떫은맛을 중화시켜 부드럽게 감싸준다. 차가운 음료로는 향이 강하지 않은 홍차잎을 우린 후 달콤한 영귤청을 넣고 보드카를 살짝 믹스한 티 칵테일을 함께 마시면 푸딩과 잘 어우러지며 새로운 맛의 전환을 경험할 수 있다.




꽃무늬 접시와 찻잔, 소서는 모두 레녹스의 빈티지 제품. 옅은 옥색 빛깔의 찻잔과 소서는 파이어킹Fire King의 빈티지 제품인 제이다이트 제인 레이Jadeite Jane Ray.
오픈 샌드위치와 매시트포테이토, 빈 샐러드 + 얼그레이, 차이 밀크폼 티
간단한 요깃거리가 될 만한 음식에 스트레이트 티로는 얼그레이, 블렌딩 티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를 넣은 차이 밀크폼 티를 곁들였다. 차이 티는 진하게 우린 홍차에 시나몬, 통후추, 카르다멈 등의 향신료와 꿀을 넣고 끓인 우유를 거품 내어 올린 것. 이런 음식에는 향이 강한 것보다 부드러운 향미를 지닌 티를 매치하는 것이 서로의 맛을 돋운다. 샌드위치도 차의 풍미를 해치지 않도록 최대한 심플하고 깔끔하게 만들 것. 빵 위에 올린 산뜻하고 깔끔한 아보카도와 래디시는 담백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매시트포테이토와도 잘 어우러지며 맛의 궁합을 이룬다. 오픈 샌드위치 위에 콩과 다진 양파,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비니거를 넣어 맛을 낸 빈 샐러드나 매시트포테이토를 얹어 먹어도 맛있다.




블루 팔메테 라인의 티포트와 플레이트는 로얄코펜하겐, 찻잔과 톤 다운된 블루 컬러 플레이트는 메이스, 은색 소서는 TWL 제품. 
한국식 다식과 차의 절묘한 궁합

우리 선조들도 차를 사랑하고 즐겨 마셨지만 한식 상차림에는 차가 오르지 않았다. 그보다는 손님을 맞을 때 예법을 지키며 배려의 마음을 담아 차를 대접하곤 했다. 찻잔을 예열하거나, 떫은맛을 중화하기 위해 끓는 물을 한 번 식힌 후 우리고, 옥로는 반드시 손님에게 대접하는 등 다도의 예도 남달랐다. 이러한 기본 정신과 의미를 염두에 둔다면 가장 친숙한 맛과 향을 한층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한식 디저트인 다식이나 떡, 경단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육포다식과 감잎감자떡 + 징광 야생잎 차
질긴 식감 탓에 우아하게 먹기 적합하지 않은 육포를 잘게 간 후 동글납작하게 빚어 만든 육포다식은 전통적 차 음식임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감자떡은 감잎에 감싸 장식하던 송편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 꿀을 넣은 육포의 진한 맛과 쫀득한 감자떡이 구수하면서 깔끔한 풍미의 야생잎 차와 잘 어우러진다. 야생잎 차는 사람의 손길이 아닌 자연 상태로 자란 야생 차밭에서 딴 찻잎만으로 일체의 블렌딩 없이 기본 방식으로 만들어 순수한 맛이 일품이다.



경단을 담은 평평한 원형 접시는 러스틱한 멋을 지닌 오덴세의 듀얼 플레이트로 뒤집어서 사용할 수도 있다. 티포트는 광주요, 유기와 찻잔은 모두 메이스 제품. 
밤경단 + 징광 온차
가을이면 탱글탱글 여물어 맛이 오른 밤의 풍미와 찹쌀의 쫄깃함, 카스텔라의 고소함이 잘 어우러진 경단. 여기에 우리나라에서 주로 생산하는 발효시키지 않은 전형적 녹차 대신 진한 발효차인 온차를 곁들였다. 발효 과정에서 더해진 특유의 구수하면서 떫은맛과 향이 카스텔라 경단과 잘 어우러지며 가을을 한층 더 깊숙이 느끼게 해준다.



찻주전자는 남부철기 제품. 다완은 청곡 김시영 작가, 다과 접시는 이종헌 옻칠 작가 작품. 
일본식 과자와 차의 조화가 주는 일상적 매력

"10년 정도는 차를 배워야 비로소 다도에 입문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발달한 일본의 다도 문화에는 차茶와 선禪을 통해 참된 인생관과 지혜를 형성하고자 하는 마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고, 사색의 여유와 예술적 감성이 스며 있다. 차 가이세키도 마지막에 내는 한 잔의 차를 가장 맛있게 즐기기 위해 그 이전에 하는 식사를 이르는 정식 요리다. 하지만 현대의 식탁에선 그 까다롭고 어려운 형식에서 벗어나 편하게 즐기는 차 문화가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본 디저트만 알고 있어도 전통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쉽고 간단하게
차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일본식 찻상은 1인상이 기본이며, 눈으로 먹는다는 일식의 아름다움을 담은 고운 색감과 간결한 차림새의 다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화과자 + 말차
전통적 일본 다도에서 즐겨 먹는 화과자는 거피팥 앙금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빚는 과자로, 차 맛을 돋우는 데 일품이다. 화과자의 모양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 천을 이용해 모양을 잡아 쉽게 만든 것. 고운 녹차 가루를 거품 내어 마시는 말차는 쌉싸래하면서 진한 맛과 향을 지녀 화과자의 쫄깃한 찹쌀로 감싼 달콤한 팥 앙금과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삼베를 붙여 마감한 사각 옻칠 접시는 이종헌 작가 작품. 아기자기한 무늬의 잔은 TWL, 티포트는 메이스 제품.
멥쌀 만주와 긴쓰바 + 센차
긴쓰바는 양갱이나 팥 앙금에 밀가루 반죽을 묻혀 굽는 과자로, 이름은 낯설지만 우리에게도 익숙한 맛이다. 팥 앙금을 반죽해 네모나게 만든 후 밀가루 반죽을 묻혀 구워낸 것. 긴쓰바와 만주는 탄수화물이 들어간 차 과자의 일종으로 차를 마시기 전 허기를 달래주기 위한 배려심을 담은 다식 메뉴다. 여기에 곁들인 일본 녹차인 센차는 한국 녹차에 비해 구수함은 덜하지만, 특유의 깔끔하고 상쾌한 맛으로 이 음식들과 잘 어우러진다.



Recipe


홍차 푸딩
재료 물・우유 1컵씩, 홍차(마리아쥬 프레르의 마르코 폴로) 8g, 판 젤라틴 2장, 흑설탕 시럽 약간

만들기
1 젤라틴은 찬물에 담가 부드럽게 불린다.
2 냄비에 물과 홍차잎을 넣어 1분간 끓인 후 곱게 거르고, 우유를 섞는다.
3 불에서 내린 후 ①의 불린 젤라틴을 넣고 고루 섞는다.
4 ③을 그릇에 담고 냉장고에 넣어 굳힌다.
5 ④를 한 숟가락씩 떠서 그릇에 담은 후 흑설탕 시럽을 뿌린다.



오픈 샌드위치
재료 식빵 2장, 래디시 3~4개, 아보카도1/2개, 마요네즈 4큰술

만들기
1 식빵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2 아보카도와 래디시는 얇게 슬라이스한다.
3 빵에 마요네즈를 바르고 아보카도와 래디시를 올린다.




육포다식
재료 육포 200g, 꿀 3큰술, 깨・잣 2큰술씩

만들기
1 육포와 깨, 잣은 푸드 프로세서에 넣고 곱게 간다.
2 ①의 육포에 꿀을 섞어 잘 뭉친다.
3 틀을 이용해 ②의 모양을 동글납작하게 잡는다.



감잎감자떡
재료 감자녹말 100g, 물 300ml, 설탕 4큰술, 소금 1/4작은술, 감잎 약간

만들기

1 감자녹말에 물을 부어 잘 섞는다.
2 ①의 앙금이 가라앉으면 윗물 100ml 정도를 덜어낸다.
3 ②의 앙금에 설탕과 소금을 넣어 잘 섞는다.
4 ③을 불에 올린 후 투명해질 때까지 잘 섞어가며 끓인다.
5 ④를 찬물에 담가 식힌 다음 먹기 좋게 썰어 감잎으로 싼다.



밤경단
재료 삶은 밤 50g, 찹쌀가루 100g, 물 4큰술, 유자청 1큰술, 소금 약간, 카스텔라 적당량

만들기

1 삶은 밤은 고운체에 내려 가루를 만든다.
2 찹쌀가루에 찬물과 소금, 유자청을 넣어 치댄다.
3 ②에 ①의 밤 가루를 넣고 다시 한 번 반죽한다.
4 ③의 반죽을 조그맣게 떼어 동글동글하게 빚어 끓는 물에 넣는다.
5 ④의 반죽이 떠오르면 건져 찬물에 헹구고 물기를 뺀 다음 카스텔라 가루를 묻힌다.



화과자
재료 거피팥 앙금 200g, 찹쌀가루・설탕 4g씩, 물 1큰술

만들기
1 볼에 찹쌀가루와 물을 넣어 잘 섞은 후 설탕을 넣고 다시 한 번 섞는다.
2 ①에 랩을 씌워 전자레인지에 넣고 1분간 돌려 익힌다.
3 냄비에 거피팥 앙금과 ②를 넣어 주걱으로 잘 풀어가며 앙금의 수분을 날린다.
4 마른행주 위에 ③의 앙금을 올리고 골고루 치대어 부드럽게 만든다.
5 ④의 곱게 치댄 앙금은 행주에서 그대로 식힌 후 냉장고에 넣어 차게 둔다.
6 ⑤에 색소나 천연 가루를 섞어 여러 가지 색을 낸 후 한 입 크기로 동그랗게 빚는다.



멥쌀 만주
재료 마・설탕 50g씩, 멥쌀가루 100g, 팥소 약간, 여분의 멥쌀가루 적당량

만들기
1 마는 강판에 곱게 간 후
설탕을 넣어 잘 섞는다.
2 멥쌀가루를 체에 내려 ①에 넣고 잘 섞는다.
3 손에 여분의 멥쌀가루를 묻히고 ②를 `한 덩어리씩 떼어 둥글게 빚은 후 팥소를 넣는다.
4 젖은 행주나 유산지를 깐 체에 ③을 놓고 김이 오른 찜통에 올린 후 스프레이로 물을 골고루 뿌린다.
5 ④를 중간 불에서 8분간 찐 후 불을 끄고 2분간 뜸을 들인다.
6 손에 물을 묻히고 ⑤를 꺼내 접시에 담는다.

긴쓰바
재료 물 70ml, 밀가루 50g, 팥 앙금 200g, 달걀흰자 15g, 설탕 1큰술

만들기
1 팥 앙금을 제외한 재료를 모두 넣고 잘 섞는다.
2 팥 앙금을 네모나게 만든다.
3 ②의 팥 앙금에 ①의 반죽을 묻혀 기름 두른 팬에서 구워낸다.





요리와 스타일링 메이 어시스턴트 주현진, 안주희, 이지원 배경 타일 협찬 윤현상재

진행 이정주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