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우리 음식에 그윽한 풍미를 전하다
프랑스 음식과 와인의 페어링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는 마리아주가 있다. 다채로운 제철 식자재로 만든 한식의 상차림에 오른 우리 전통주다. 거나하게 쭉 들이켜야 할 것 같은 막걸리, 대중적 술로만 여기는 독한 향의 소주, 누룩 향과 들척지근한 맛 때문에 고루하다고 느끼는 약주 등으로 전통주의 매력을 한정 짓지 말 것. 좋은 재료로 정성스레 빚은 전통주야말로 한식의 풍미를 배가해주는 훌륭한 촉매제다.

은은한 푸른 선이 들어간 화병과 ‘술’이라는 글자가 쓰인 주병은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판매, 맨 오른쪽에 놓은 백자 주병과 게살냉채를 담은 굽 있는 접시는 가온 소장품. 굽이 달린 술잔은 광주요 제품. 게살냉채와 복순도가 손막걸리
부드러운 대게살에 한라봉과 채 썬 배를 넣어 만든 냉채. 한라봉이 게살의 비릿한 맛을 잡아주고, 배가 짭조름하면서 달큼한 풍미를 배가해준다. 무즙과 잣즙을 섞은 소스로 버무려 감칠맛을 더했다.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부드럽고 과실 향이 풍부할뿐더러 샴페인처럼 탄산이 든 고급 탁주로, 가벼우면서도 슴슴한 단맛과 짠맛이 어우러진 게살냉채와 은은한 조화를 이룬다.



그러데이션 효과의 회화적 프린트가 돋보이는 주전부리를 담은 비정형 접시와 술병은 모두 가온 소장품, 막걸리를 담은 잔은 광주요 제품.  주전부리와 손명순 막걸리
식전에 입맛을 돋워주는 주전부리는 서양식 코스의 아뮤즈부슈 같은 메뉴다. 한국의 하늘과 땅, 바다에서 나는 재료로 한 접시 안에 오미五味를 표현했다. 주꾸미와 흑돼지항정살구이, 두릅, 토마토를 간결하면서 아기자기하게 플레이팅해 보기만 해도 식욕이 동할 듯하다. 주꾸미의 매운맛 때문에 달달한 술보다는 담백한 탁주를 매치하는 게 좋다. 식전 메뉴라 청량감이 느껴지는 가벼운 농도의 손명순 막걸리가 잘 어울린다. 



전복선을 담은 화이트 볼과 블랙 주전자는 가온 소장품. 술잔은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판매. 전복선과 한산 소곡주
자연산 전복에 대파와 무, 다시마를 넣고 두 시간 반 동안 쪄냈다. 대파는 전복의 비릿한 맛을 잡아주고, 무는 전복살을 부드럽게 해주며, 다시마는 감칠맛을 더한다. 그 위에 곱게 채 썬 밤과 대추, 석이버섯을 올린 후 고소한 깨즙을 뿌렸다. 한번 마시면 그 맛에 취해 술잔을 놓지 못한다는 섬세하고 감미로운 미향의 소곡주를 곁들이면 좋다. 누룩을 적게 넣고 빚어 소곡주라 불리는 이 술은 쌀이 넉넉하게 들어가 천연의 단맛을 지닌 생약주로, 전복에 살짝 밴 단맛을 부각시킨다. 



왼쪽 뒤의 캔들 홀더는 LVS 크래프트, 삼각 플라스크 형태의 화이트 화병은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판매. 굽이 달린 유기 접시는 놋그릇가지런히 제품. 새우젓과 장아찌를 담은 종지, 김치를 담은 사각 합은 모두 가온 소장품.  누름숙육과 한산 소곡주 혹은 송순주 
누름숙육은 삶은 고기를 천에 싸서 기름기를 빼고 담백하게 내는 전통 편육 방식의 요리다. 된장 푼 물에 흑돼지 목살을 넣고 삶은 후 차갑게 식혀 곱게 채 썬 파와 미나리를 곁들여 알싸한 풍미를 더했다. 은은한 향의 소곡주나 솔잎 순의 향긋함이 일품인 송순주를 매치하면 좋다. 



감홍주 옆에 놓은 화이트 병과 술잔으로 사용해도 좋을 다기 잔은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판매. 유기그릇은 놋그릇가지런히 제품. 육전을 담은 접시는 LVS 크래프트 판매.  쇠고기육전과 감홍주 
전라도의 별미로 손꼽히는 육전. 최소 25일 이상 숙성한 투플러스 등급 한우의 채끝 등심을 사용했다. 육전에 곁들이는 술로는 달고 붉은 이슬 같은 술이라 하여 ‛감홍로’ 또는 ‛감홍주’라고 불리는 전통 소주를 추천한다. 향취가 강렬한 고도주이면서도 섬세한 맛이 나 육전의 담백하면서 풍부한 육즙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유기 볼과 화요를 넣은 아이스 버킷은 모두 놋그릇가지런히 제품. 겉절이를 담은 화이트 면기와 하단의 물김치를 담은 화이트 볼은 LVS 크래프트 판매. 국그릇은 로얄코펜하겐의 메가 라인, 티포트와 물김치 그릇 받침으로 활용한 컵 소서는 로얄코펜하겐 제품. 등심구이를 담은 유기그릇과 도미사슬적을 담은 접시, 수저 세트는 모두 가온 소장품. 봄동겉절이를 곁들인 등심구이와 화요 41° 
조미하지 않은 채끝 등심에 배즙을 넣고 열두 시간 재우고, 간장에 한 번 더 재운 후 직화로 구웠다. 첫맛은 짜지만 씹을수록 고소함과 달큼한 맛을 내는 봄동겉절이를 함께 먹으면 고기 맛을 한층 풍부하게 해준다. 여기에 화요 41°를 차갑게 칠링한 후 곁들이면 고기의 느끼함을 중화하고 풍부한 육즙과 풍미를 살려준다.

도미사슬적과 면천두견주
양지로 우린 육수에 조청을 넣어 끓인 조미 간장으로 재운 제철 도미와 채끝 등심을 직화로 구운 후 사슬처럼 엮어낸 요리. 섬세한 산미를 느낄 수 있는 약주인 면천두견주가 생선과 고기에 두루 어울리며, 짧지만 부드러운 여운을 남긴다. 



등갈비구이를 담은 블랙 접시는 광주요 제품. 개성식 등갈비구이와 화요 41° 
개성 상인의 딸에게 전수받았다고 하여 개성식 등갈비구이로 일컫는 요리. 돼지갈비의 표면을 살짝 익히다가 대파와 생강을 섞은 새우젓에 화요를 넣어 일으킨 강한 불로 한 번 더 구운 것이다. 덕분에 잡내가 없는 대신 새우젓의 짠맛이 부드럽게 스며든 풍부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화요의 향미가 밴 등갈비구이에 동일한 술을 곁들이면 깊고 중후한 맛을 한층 더 살려준다.



두유묵을 담은 합은 LVS 크래프트 판매.섬세한 자개 장식의 옻칠 오브제는 가온 소장품.두유묵과 백설공주 
파나코타처럼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게 만든 두유묵. 삶아서 불린 콩을 간 후 끓여서 직접 두유를 만들고, 젤라틴의 종류인 한천을 넣고 굳힌 것이다. 이때 생강청을 뿌려 생강의 알싸한 매운맛으로 콩의 비릿함을 잡아준다. 배꽃이 필 무렵 술을 빚는다 하여 ‛이화주’라 부르기도 하는 백설공주는 아주 적은 양의 물을 사용해 농밀한 요구르트 같은 술로, 두유묵의 담백하면서 달콤한 맛을 한층 살려준다. 



요리 김병진(가온 총괄 셰프) 전통주 추천 이현주(전통주 갤러리 관장), 김병진 스타일링 민송이・민들레(7 doors)

#막걸리 #소곡주 #송순주 #감홍주 #면천두견주
진행 이정주 | 사진 김정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