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제대로 만난 도미
도미는 ‘생선의 여왕’이라 불릴 만큼 맛도 좋고 담백해 예부터 고급 식재료로 손꼽힌다. 생선치고 수명도 긴 데다 장수와 행운을 상징해 우리 조상들은 귀한 손님이 오거나 잔칫날이면 도미 요리를 대접했다. 흰 살 생선 도미는 다른 생선에 비해 지방이 적고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하다. 피로 해소에 좋은 비타민 B1과 비타민 B2를 함유해 봄철 영양식으로도 손색없다. 가장 맛있는 부위는 머리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따르면 “도미 머리와 아욱국은 마누라 쫓아내고 먹는다”고 했다. 도미 머리는 육수를 내 국으로 끓이거나 조림으로 즐겨 먹는다.
단단한 도미 손질하기
도미는 뼈 자체가 단단하고 두꺼워 손질하기가 어렵다. 비늘을 벗길 때는 비늘 치기 전용 도구를 사용해 꼬리에서 머리 방향으로 벗겨낸다. 생각보다 비늘이 많이 튈 수도 있으니 싱크대에 도마를 올려놓고 손질하길 권한다. 전용 도구가 없다면 도미를 비닐봉지에 넣고 숟가락으로 살살 문지르면서 벗겨내면 된다. 특히 머리 부분은 뼈가 굉장히 억세기때문에 두껍고 단단한 칼을 사용한다. 머리를 행주로 감싸서 잡은 뒤 입속으로 칼을 넣어 자르면 된다. 이빨이 날카로우니 손을 다치지 않도록 주의할 것.
찌고, 굽고, 튀기고 도미의 무한 변주
버릴 게 하나 없는 도미는 다채로운 요리로 변신이 가능하다. 나라마다 조금씩 어종의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도미 요리를 즐긴다. 한국의 경우 도미는 고급 식재료 중 하나로 궁중에서 즐겨 먹었다. 살은 포를 떠서 전으로, 뼈는 주로 육수를 내는 데 사용했다. 한국 못지않게 도미를 최고로 치는 나라가 일본이다. 부위별로 도미 요리가 발달했는데, 달큰한 양념에 조린 도미머리조림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도미를 튀겨 매운 소스를 곁들여 탕수육처럼 먹기도 한다. 태국은 도미를 통째로 구운 다음 레몬과 라임, 고수를 듬뿍 올려 먹는다. 해산물이 풍부한 프랑스는 도미와 함께 다른 생선과 조개ㆍ홍합 등을 넣고 스튜 형태로, 이탈리아에서는 토마토와 함께 구워내기도 한다. 페루는 얇게 포를 뜬 도미나 광어를 라임으로 매리네이트해서 세비체로 요리한다.
동남아시아식 도미 요리, 부드럽고 담백한 맛
살을 발라내고 남은 뼈를 오븐에 구워 육수를 내면 그 맛이 더욱 깊어진다. 도미 머리를 반으로 잘라 조리면 뼈의 즙이 그대로 빠져나와 풍미 진한 도미조림이 완성된다. 햇죽순을 넣고 조리면 아삭한 식감을 더할 수 있다. 도미탕수는 바삭함이 생명. 도미를 두 번 정도 튀기면 식감이 더욱 바 삭해진다. 태국식 도미구이 쁠라능 마나오Pla nueng manao에 들어가는 꽃게 육수 역시 꽃게를 오븐에 구운 후육수 를 내면 훨씬 고소하고 잡내가 거의 없다
1 중국 도미탕수 2 태국 쁠라능 마나오
3 한국 도미밥 4 한국 도미면
도미탕수
1 도미살(1마리분)은 1.5×3cm로 잘라 녹말가루(1큰술), 청주(1큰술), 다진 생강(1작은술), 소금, 후춧가루로 밑간한 다음 녹말가루와 튀김옷 순으로 묻힌다.
2 양파(1/3개)는 채 썰고, 파프리카(1/2개)와 피망(1/2개)은 2cm 길이의 직사각 모양으로 썬다. 목이버섯(5장)은 뜨거운 물에 불려 3cm 길이로 썬다.
3 팬에 식용유를 붓고 ①을 튀겨 한 김 식힌 다음 한 번 더 노릇하게 튀긴다.
4 냄비에 설탕(4큰술), 간장(2큰술), 식초(2 1/2큰술), 물(3/4컵)을 넣고 중간 불에 올려 바글바글 끓어오르면 ②의 채소를 차례대로 넣어 끓인다.
5 ④에 녹말가루(1큰술), 물(1큰술)을 넣고 걸쭉해지면 그릇에 담고 ③과 함께 낸다.
도미밥
1 압력솥에 깨끗이 씻은 쌀(2컵)을 넣고 물(2컵)을 부은 다음 다시마(5cm 2장), 도미살(100g)을 올려 밥을 짓는다.
2 볼에 ①의 밥을 담고 참기름(1큰술)을 넣어 버무린다.
일본 도미머리조림도미머리조림
1 냄비에 깨끗이 씻은 도미 머리(1개)와 생강 편(2톨), 마늘 편(1쪽), 물(1/2컵), 청주(4큰술), 통후추 약간을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끓인다.
2 껍질 벗긴 연근(100g)과 우엉(60g)은 채 썰고, 무(100g)는 3×5×1cm 크기로 나박나박 썬다. 대파(5cm)와 건고추(1개)는 어슷하게 썬다.
3 ①에 다시마 국물(1/2컵), ②의 채소, 간장(2큰술), 설탕(2큰술)을 넣고 조린다.
유럽과 남미식 도미 요리, 풍성하게 즐기는 맛
부야베스를 끓일 때 생선과 조개의 비린맛을 없애려면 화이트 와인이나 주 청를 꼭 넣을 것. 구아체토는 토마토 씨를 빼고 과육만 넣어 만드는데, 담백한 도미살과 새콤한 토마토가 잘 어우러진다. 라임즙에 재운 세비체는 날 것 그 대로 먹기 때문에 반드시 살아 있는 도미로 요리해야 한다.
1 이탈리아 도미 구아체토 2 프랑스 마르세유식 도미 부야베스 3 페루 도미 세비체
도미 구아체토
1 팬에 올리브유(3큰술)를 두르고 도미(1마리)를 올려 바짝 굽는다.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 간한 후 화이트 와인(2큰술)을 넣어 잡내를 없앤다.
2 납작하게 썬 양파(1/4개)와 감자(1/2개)는 물에 담가 전분기를 뺀다. 붉은 파프리카(1/2개)와 토마토(2개)는 깍둑썰기하고 양송이(4개)는 납작하게 썬다.
3 냄비에 올리브유(1큰술)를 두르고 마늘 편(2개)과 파슬리(1줄기)를 넣고 볶다 가 단 향이 나면 바지락 육수(1컵)를 넣고 끓인 다음 체에 걸러 볼에 담는다.
4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②의 양파와 감자를 볶다가 ③의 육수를 부어 익힌다.
5 ④에서 감자만 건져 오븐 접시에 편편하게 깐 다음 ①의 도미를 올린다. ②의 파프리카, 토마토, 양송이와 바질(1줄기)을 함께 담는다.
6 ⑤에 ④의 남은 육수를 붓고 소금, 후춧가루를 뿌린 뒤 200℃로 예열한 오븐에서 8~10분 정도 굽는다.
★ 이달 ‘오늘은 뭐 먹지?’는 김윤정 요리 연구가가 나라별 개성이 뚜렷한 도미 요리를 선보입니다. 제철 도미로 궁중 요리인 도미면과 새콤한 세비체, 바삭한 식감의 도미탕수 등 다양한 요리에 도전해보세요.
요리 김윤정(그린테이블) 디자인 전지원 기자